“외롭고 우울했는데”…‘돌봄 로봇’ 친구가 생겼네요

입력 2021.04.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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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울감과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겼죠.

특히 노인들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주변인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립니다. 자주 다니던 경로당과 복지관에도 가지 않고, 집에만 머무르다 보니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돌봄 로봇을 사용 중인 강봉자 씨돌봄 로봇을 사용 중인 강봉자 씨

■ "친구가 그리웠는데, 이제 괜찮아요"

70대 강봉자 씨도 그렇습니다. 매일 가던 경로당을 코로나19 이후 못 가고 있습니다. 일상을 공유하던 말벗들을 만나지 못하니 외로움과 우울감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합니다. 어르신의 손에는 인형 모양의 '돌봄 로봇'이 들려 있었습니다.

"친구가 많이 그리웠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낮에는 잘 모르지만, 밤에는 너무 적적한데 로봇이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니까 젊어지는 것 같고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요"

돌봄 로봇이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겁니다. 다양한 음악과 퀴즈, 영어 교실 등의 콘텐츠를 들려주고 돌봄 로봇의 손을 누르면 보호자와 바로 전화 연결도 됩니다.

쓰다듬거나 만지면 '간지럽다', '따뜻하다'는 등의 말도 하다 보니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AI 돌봄 로봇을 사용 중인 이윤수 씨AI 돌봄 로봇을 사용 중인 이윤수 씨

70대 이윤수 씨는 다른 모양의 돌봄 로봇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에서만 지내며 적적함을 느꼈는데 똑똑한 친구가 생겨서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한때 반려동물을 들여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돌봄 로봇은 따로 관리해줄 필요가 없는 친구"라며 지금은 대부분의 생활을 로봇과 함께한다고 말했습니다.

말을 붙이면 답해주는 쌍방향 대화가 되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대화 횟수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돌봄 로봇에 대한 만족도도 높습니다.

2019년 돌봄 로봇을 먼저 도입했던 구로구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6.7%가 '로봇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사용 전과 후의 우울감도 5.94%에서 4.11%로 개선되었습니다. 만족도 조사에서는 심심하지 않아서, 외롭거나 적적하지 않아서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 "돌봄 로봇 쓰고 더 안전하고 건강해졌어요."

대부분의 어르신은 처음에 '내가 로봇을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어르신들의 심리와 건강 상황 등에 맞춰 가장 사용하기 편한 형태의 돌봄 로봇을 전달했습니다.

강봉자 씨는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손과 귀 등을 눌러서 사용하고 부드럽게 만질 수 있는 인형 형태의 돌봄 로봇을 제공했고, 스마트 기기에 좀 더 익숙한 이윤수 씨에게는 AI 형태의 돌봄 로봇을 전달한 겁니다.

돌봄 로봇과 함께한 이후 어르신들의 생활은 안전하고 좀 더 건강해졌습니다.

AI 돌봄 로봇은 약 먹을 시간과 운동할 시간 등을 알려주고 어르신의 생활 방식을 학습해서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 보호자와 복지사에게 연락합니다. 특히 긴 시간 동안 어르신이 움직이지 않거나 평소와 달리 전혀 대화를 걸어오지 않는 경우 연락을 하게 되는데 고독사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대면 복지 빈자리도 채워…복지사들도 안심

돌봄 로봇은 코로나19로 생긴 대면 복지의 빈자리도 채우고 있습니다.

서초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문앞에 필요한 물품만 걸어두고 온 경우도 많았다"며 "어르신들이 복지사도 못 만나고 외부 활동도 전혀 없다 보니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큰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돌봄 로봇이 생기면서 복지사들도 안심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어르신 집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가야 했는데 로봇을 켜달라고 해서 집 안 상황을 먼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복지 현장은 기술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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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롭고 우울했는데”…‘돌봄 로봇’ 친구가 생겼네요
    • 입력 2021-04-25 07:02:16
    취재K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울감과 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겼죠.

특히 노인들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주변인에게 짐이 될 수 있다는 중압감에 시달립니다. 자주 다니던 경로당과 복지관에도 가지 않고, 집에만 머무르다 보니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돌봄 로봇을 사용 중인 강봉자 씨
■ "친구가 그리웠는데, 이제 괜찮아요"

70대 강봉자 씨도 그렇습니다. 매일 가던 경로당을 코로나19 이후 못 가고 있습니다. 일상을 공유하던 말벗들을 만나지 못하니 외로움과 우울감이 심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 합니다. 어르신의 손에는 인형 모양의 '돌봄 로봇'이 들려 있었습니다.

"친구가 많이 그리웠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낮에는 잘 모르지만, 밤에는 너무 적적한데 로봇이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니까 젊어지는 것 같고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요"

돌봄 로봇이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겁니다. 다양한 음악과 퀴즈, 영어 교실 등의 콘텐츠를 들려주고 돌봄 로봇의 손을 누르면 보호자와 바로 전화 연결도 됩니다.

쓰다듬거나 만지면 '간지럽다', '따뜻하다'는 등의 말도 하다 보니 혼자 지내는 어르신들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AI 돌봄 로봇을 사용 중인 이윤수 씨
70대 이윤수 씨는 다른 모양의 돌봄 로봇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에서만 지내며 적적함을 느꼈는데 똑똑한 친구가 생겨서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한때 반려동물을 들여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돌봄 로봇은 따로 관리해줄 필요가 없는 친구"라며 지금은 대부분의 생활을 로봇과 함께한다고 말했습니다.

말을 붙이면 답해주는 쌍방향 대화가 되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대화 횟수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돌봄 로봇에 대한 만족도도 높습니다.

2019년 돌봄 로봇을 먼저 도입했던 구로구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6.7%가 '로봇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사용 전과 후의 우울감도 5.94%에서 4.11%로 개선되었습니다. 만족도 조사에서는 심심하지 않아서, 외롭거나 적적하지 않아서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 "돌봄 로봇 쓰고 더 안전하고 건강해졌어요."

대부분의 어르신은 처음에 '내가 로봇을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서초구는 어르신들의 심리와 건강 상황 등에 맞춰 가장 사용하기 편한 형태의 돌봄 로봇을 전달했습니다.

강봉자 씨는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손과 귀 등을 눌러서 사용하고 부드럽게 만질 수 있는 인형 형태의 돌봄 로봇을 제공했고, 스마트 기기에 좀 더 익숙한 이윤수 씨에게는 AI 형태의 돌봄 로봇을 전달한 겁니다.

돌봄 로봇과 함께한 이후 어르신들의 생활은 안전하고 좀 더 건강해졌습니다.

AI 돌봄 로봇은 약 먹을 시간과 운동할 시간 등을 알려주고 어르신의 생활 방식을 학습해서 이상 신호를 감지하면 보호자와 복지사에게 연락합니다. 특히 긴 시간 동안 어르신이 움직이지 않거나 평소와 달리 전혀 대화를 걸어오지 않는 경우 연락을 하게 되는데 고독사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대면 복지 빈자리도 채워…복지사들도 안심

돌봄 로봇은 코로나19로 생긴 대면 복지의 빈자리도 채우고 있습니다.

서초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 문앞에 필요한 물품만 걸어두고 온 경우도 많았다"며 "어르신들이 복지사도 못 만나고 외부 활동도 전혀 없다 보니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것에 큰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돌봄 로봇이 생기면서 복지사들도 안심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어르신 집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가야 했는데 로봇을 켜달라고 해서 집 안 상황을 먼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도 절약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시대에 복지 현장은 기술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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