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역사 담긴 부산 ‘은천교회’ 역사 속으로

입력 2021.04.2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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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은천교회.부산 서구 은천교회.

부산 서구 아미동 아미4 행복주택 공사장 옆쪽으로 작은 교회가 하나 서 있습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이곳, 은천교회는 지어진 지 벌써 70년 가까이 된 건물인데요. 이 교회는 1952년 한국전쟁 당시 천막 건물로 시작해 3년만인 1955년 이 건물을 지어 지금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역사만큼이나 지역민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현재 교회 신도 중 일부는 교회가 처음 지어질 때부터 있었고, 다른 신도 대부분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회를 다니다 이제는 성인이 돼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예배하러 오고 있습니다.

■ 전쟁 땐 피난민 '보급소'…'학교' 역할도

한국전쟁 당시에는 부산으로 피란 온 이들에게 강냉이 죽 등을 전하는 보급소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불러 분유를 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몰려든 피난민 아이들을 위한 학교 역할도 했는데요.

당시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이곳에서 한글을 가르쳤다는 송빈해(86세) 할아버지는 "아미동뿐만 아니라 사하구 감천동 등 일대 아이들 대부분이 이곳까지 와서 공부했다"고 기억했습니다.

역사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은천교회는 원형이 보존된 1950년대 석조 건축물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은천교회 신도들이 내부 물건을 인근 창고로 옮기고 있다.은천교회 신도들이 내부 물건을 인근 창고로 옮기고 있다.

■ 도로확장 공사… 결국 철거

그런데 이런 역사 문화적 가치를 가진 은천교회가 인근 아미4 행복주택 진입도로 3차 확장공사에 따라 철거가 될 예정입니다.

교인들은 어제(25일) 현재 교회건물에서의 마지막 주일예배를 가졌습니다. 예배 직후에는 기념사진을 찍고 외부에 마련된 임시 창고에 교회 의자와 피아노 등 짐들을 모두 옮겼습니다.

임순안(69) 씨는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온 지 50년이 넘었다"며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인데 철거한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 이전 복원하겠다지만…"지원 부족해 난항"

교회 측은 해당 교회 건물을 그대로 인근 부지로 이전해 원형을 되살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벽면을 조심스럽게 해체해 복원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다만 복원작업에 행정기관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애초 교회 측은 이전 복원 비용을 토지 보상금으로 충당하려고 했지만 책정된 보상금은 4억 5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교회 측은 보상금액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서구청은 개인소유 건물인 만큼 구청이 지원할 근거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은천교회 박현규 목사는 "물건을 다 빼서 옮기고 나면 철거를 할 계획이다. 시나 구에서 아무도 상관을 안 하니 교인들과 함께 하나하나 복원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은천교회 기존 건물에서 신도들이 마지막 예배하는는 모습.은천교회 기존 건물에서 신도들이 마지막 예배하는는 모습.

■ 사료 전문가, "기관들 세심한 관심 필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건물을 이전 복원할 때는 전문가들이 나서서 세밀하게 작업을 해야 한다는 건데요. 일반 작업자들이 할 때는 교회 건물이 파손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부산 서구청 관계자는 "해당 교회 건물은 문화재로 등록이 안 됐을뿐더러 무허가 건물이라 이전 복원 과정에서 지원해 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근대 유산으로 지정될만한 건물들이 정책적 배려 없이 뜯겨 나가는 것이 부산의 현실"이라며 "문화재 등재는 안 됐지만, 전문가들이 참여해 제대로 이전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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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난 역사 담긴 부산 ‘은천교회’ 역사 속으로
    • 입력 2021-04-26 13:33:06
    취재K
부산 서구 은천교회.
부산 서구 아미동 아미4 행복주택 공사장 옆쪽으로 작은 교회가 하나 서 있습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이곳, 은천교회는 지어진 지 벌써 70년 가까이 된 건물인데요. 이 교회는 1952년 한국전쟁 당시 천막 건물로 시작해 3년만인 1955년 이 건물을 지어 지금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역사만큼이나 지역민들에게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현재 교회 신도 중 일부는 교회가 처음 지어질 때부터 있었고, 다른 신도 대부분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회를 다니다 이제는 성인이 돼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예배하러 오고 있습니다.

■ 전쟁 땐 피난민 '보급소'…'학교' 역할도

한국전쟁 당시에는 부산으로 피란 온 이들에게 강냉이 죽 등을 전하는 보급소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불러 분유를 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몰려든 피난민 아이들을 위한 학교 역할도 했는데요.

당시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이곳에서 한글을 가르쳤다는 송빈해(86세) 할아버지는 "아미동뿐만 아니라 사하구 감천동 등 일대 아이들 대부분이 이곳까지 와서 공부했다"고 기억했습니다.

역사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은천교회는 원형이 보존된 1950년대 석조 건축물이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은천교회 신도들이 내부 물건을 인근 창고로 옮기고 있다.
■ 도로확장 공사… 결국 철거

그런데 이런 역사 문화적 가치를 가진 은천교회가 인근 아미4 행복주택 진입도로 3차 확장공사에 따라 철거가 될 예정입니다.

교인들은 어제(25일) 현재 교회건물에서의 마지막 주일예배를 가졌습니다. 예배 직후에는 기념사진을 찍고 외부에 마련된 임시 창고에 교회 의자와 피아노 등 짐들을 모두 옮겼습니다.

임순안(69) 씨는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온 지 50년이 넘었다"며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인데 철거한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 이전 복원하겠다지만…"지원 부족해 난항"

교회 측은 해당 교회 건물을 그대로 인근 부지로 이전해 원형을 되살리겠다는 계획입니다. 벽면을 조심스럽게 해체해 복원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다만 복원작업에 행정기관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애초 교회 측은 이전 복원 비용을 토지 보상금으로 충당하려고 했지만 책정된 보상금은 4억 5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교회 측은 보상금액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서구청은 개인소유 건물인 만큼 구청이 지원할 근거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은천교회 박현규 목사는 "물건을 다 빼서 옮기고 나면 철거를 할 계획이다. 시나 구에서 아무도 상관을 안 하니 교인들과 함께 하나하나 복원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은천교회 기존 건물에서 신도들이 마지막 예배하는는 모습.
■ 사료 전문가, "기관들 세심한 관심 필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건물을 이전 복원할 때는 전문가들이 나서서 세밀하게 작업을 해야 한다는 건데요. 일반 작업자들이 할 때는 교회 건물이 파손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부산 서구청 관계자는 "해당 교회 건물은 문화재로 등록이 안 됐을뿐더러 무허가 건물이라 이전 복원 과정에서 지원해 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근대 유산으로 지정될만한 건물들이 정책적 배려 없이 뜯겨 나가는 것이 부산의 현실"이라며 "문화재 등재는 안 됐지만, 전문가들이 참여해 제대로 이전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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