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에 놀란 가슴, ‘코인 민심’에 더 놀란다

입력 2021.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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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
"암호화폐 거래소가 9월에 모두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

가상화폐 논쟁에 불을 붙인 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이 발언이었습니다. 200개가 넘는 가상화폐거래소 가운데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등록을 완료한 곳이 현재 없기 때문에 9월까지 등록을 안 할 경우 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다는 게 발언의 근거입니다.

특히 은 위원장은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잘못된 길로 간다고 분명히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루에 20%씩 올라가는 자산을 보호해주고, 해줘야 한다고 하는 자체가 오히려 그쪽(잘못된 길)으로 간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22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22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은성수 사퇴' 국민청원 "잘못된 길 누가 만들었나?"

금융위원장의 발언 바로 다음날인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 소개한 청원인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라며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그 말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십시오"라고 적었습니다.

청원인은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쉽게 자산을 축적해 왔다"며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는 암호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청원 글은 26일 오후 기준 오전 13만 명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국민청원에 대해 30일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정부는 답변해야 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26일 오후 기준 1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26일 오후 기준 1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

■ 2030 세대 눈치 보는 여당, 가상화폐특위 꾸릴까?

이같이 불붙는 '코인 민심'에 여당은 2030 세대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은 위원장의 발언에 화살은 집중됐습니다.

"가상화폐를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안하고 단지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기존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며,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 할 것" (22일 노웅래 의원)

"(가상화폐를) 인정할 수 없으면 대체 왜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법)으로 규제하고, 세금을 매기는 건지 모르겠다"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무책임한 태도가 공무원의 바른 자세인지 하는 것도 의문" (22일 전용기 의원)

어제(26일)까지도 여파는 이어졌습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자산가치가 없다, 그런데 정부는 세금을 걷겠다'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쪽으로 가지 않도록 세계 흐름에 맞춰 제도를 선진화하고 투명화하는 것이 2030 세대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또 "(가상화폐)가 24시간 거래되고, 가격 제한 폭이나 기업 공시제도 같은 장치는 없고 불법 세력까지 있다"며 제도를 통해 2030 세대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이 당 차원의 가상화폐특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빈다.


대응기구가 마련되면 가상화폐를 어떤 성격으로 바라보고 정책으로 풀지, 법안을 도입할지 등에 대해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공식적이지만 당정 간의 (가상화폐 특위 구성에 대한) 일정 점검과 대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가상화폐 TF 구성키로 한 국민의힘 "정부여당 갈피 못 잡아"

여당이 고민하는 사이, 야당은 먼저 치고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은 가상화폐 관련 TF를 꾸리기로 공식화했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어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암호화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다"며 "암호화폐 투자자가 2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실제 국민의 자산이 얼마만큼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주 권한대행은 "당내 TF를 만들어 제도에 대한 연구와 피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가상화폐 제도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어제 출근길 가상화폐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자칫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김 후보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화폐 관련 발언을 놓고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과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우리 정부가 초기에 가상화폐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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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보선에 놀란 가슴, ‘코인 민심’에 더 놀란다
    • 입력 2021-04-27 07:00:21
    취재K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
"암호화폐 거래소가 9월에 모두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

가상화폐 논쟁에 불을 붙인 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이 발언이었습니다. 200개가 넘는 가상화폐거래소 가운데 개정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등록을 완료한 곳이 현재 없기 때문에 9월까지 등록을 안 할 경우 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다는 게 발언의 근거입니다.

특히 은 위원장은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잘못된 길로 간다고 분명히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루에 20%씩 올라가는 자산을 보호해주고, 해줘야 한다고 하는 자체가 오히려 그쪽(잘못된 길)으로 간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22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은성수 사퇴' 국민청원 "잘못된 길 누가 만들었나?"

금융위원장의 발언 바로 다음날인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 소개한 청원인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라며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그 말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십시오"라고 적었습니다.

청원인은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쉽게 자산을 축적해 왔다"며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는 암호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청원 글은 26일 오후 기준 오전 13만 명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국민청원에 대해 30일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정부는 답변해야 합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26일 오후 기준 1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았다.
■ 2030 세대 눈치 보는 여당, 가상화폐특위 꾸릴까?

이같이 불붙는 '코인 민심'에 여당은 2030 세대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은 위원장의 발언에 화살은 집중됐습니다.

"가상화폐를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안하고 단지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기존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며,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 할 것" (22일 노웅래 의원)

"(가상화폐를) 인정할 수 없으면 대체 왜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법)으로 규제하고, 세금을 매기는 건지 모르겠다"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무책임한 태도가 공무원의 바른 자세인지 하는 것도 의문" (22일 전용기 의원)

어제(26일)까지도 여파는 이어졌습니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자산가치가 없다, 그런데 정부는 세금을 걷겠다'라고 하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쪽으로 가지 않도록 세계 흐름에 맞춰 제도를 선진화하고 투명화하는 것이 2030 세대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또 "(가상화폐)가 24시간 거래되고, 가격 제한 폭이나 기업 공시제도 같은 장치는 없고 불법 세력까지 있다"며 제도를 통해 2030 세대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이 당 차원의 가상화폐특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빈다.


대응기구가 마련되면 가상화폐를 어떤 성격으로 바라보고 정책으로 풀지, 법안을 도입할지 등에 대해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공식적이지만 당정 간의 (가상화폐 특위 구성에 대한) 일정 점검과 대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가상화폐 TF 구성키로 한 국민의힘 "정부여당 갈피 못 잡아"

여당이 고민하는 사이, 야당은 먼저 치고 나왔습니다. 국민의힘은 가상화폐 관련 TF를 꾸리기로 공식화했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어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암호화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다"며 "암호화폐 투자자가 2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실제 국민의 자산이 얼마만큼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됐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주 권한대행은 "당내 TF를 만들어 제도에 대한 연구와 피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가상화폐 제도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어제 출근길 가상화폐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자칫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김 후보자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화폐 관련 발언을 놓고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과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우리 정부가 초기에 가상화폐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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