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생활기]① 불가피했던 그날 인터뷰, 그래서 시작된 ‘자가격리’ 취재

입력 2021.04.27 (14:30) 수정 2021.04.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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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복지팀 소속 이효연 기자(필자)가 KBS가 실시한 코로나19 여론조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날 이 보도 이후 자가격리자가 돼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KBS 복지팀 소속 이효연 기자(필자)가 KBS가 실시한 코로나19 여론조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날 이 보도 이후 자가격리자가 돼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 ‘장애인의 날’ 기획 취재 중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

시작은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획 아이템 보도를 앞두고서였습니다.

KBS 뉴스에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이 제공됩니다. 수어통역사, 이분들의 이야기를 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한글 자막 서비스는만을 제공하는 건, 들을 수 있는 청인들에게 영어 자막을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수어가 모국어와 같기 때문에 방송 화면에 수어 통역이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만족스러워 한다고도 했습니다.

수어통역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대신 전해들을 수 있고, 수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도 도움이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취재를 준비했습니다. 꼭 보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어통역사 몇분을 섭외해 인터뷰했고, 수어통역의 어려움과 청각장애인들이 수어 통역을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취재… 불가피하게 인터뷰 당사자 마스크 벗어

그런데, 기자가 인터뷰했던 수어통역사들 중 한 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KBS도 내부 방역 수칙 준수 지침이 철저한 편이기 때문에 모든 방송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진행하도록 돼 있습니다. 실내에서 2미터 이상 거리를 둘 수 없으면 반드시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인터뷰 당사자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인터뷰란 점에서 기자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수어통역사의 입모양을 보고 의미를 전달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수어 통역사와 2미터 거리를 두고 앉고 취재진은 마스크를 쓰고, 수어통역사는 마스크를 벗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가 그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 그들의 권리라는 것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수어통역사의 표정과 입모양을 TV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진자를 인터뷰해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서 기자는 자가격리에 들어갔다.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진자를 인터뷰해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서 기자는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 코로나19 취재기자 ‘자가격리자’가 되다

수어통역사를 인터뷰 한 건 4월 16일 금요일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수어통역사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들은 건 22일 목요일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즉각 사내 역학 조사가 실시됐고, 수어통역사의 이동 경로를 따라 접촉자들의 명단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이름도, KBS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보건소에 전달됐습니다.

수어통역사의 확진 소식을 들은 즉시 짐을 싸고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바로 제 거주지인 서울 강서구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020년 1월 20일 대한민국에서 처음 나온 그날부터 지금까지 KBS 복지팀 소속으로 코로나19 취재를 전담해왔습니다.

확진자와 관련된 기사들을 써 왔고, 또 그만큼 많은 자가격리자 관련 기사도 다루었습니다. 그런 제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 앞에 줄을 서 있으니 만감이 교차하며 수 없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그렇게 코로나19는 성큼, 그리고 가까이 다가와 있었던 겁니다.

코로나19 취재기자의 자가격리 생활기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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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리생활기]① 불가피했던 그날 인터뷰, 그래서 시작된 ‘자가격리’ 취재
    • 입력 2021-04-27 14:30:37
    • 수정2021-04-27 14:31:02
    취재K
KBS 복지팀 소속 이효연 기자(필자)가 KBS가 실시한 코로나19 여론조사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날 이 보도 이후 자가격리자가 돼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 ‘장애인의 날’ 기획 취재 중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

시작은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획 아이템 보도를 앞두고서였습니다.

KBS 뉴스에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이 제공됩니다. 수어통역사, 이분들의 이야기를 전해보고 싶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에게 한글 자막 서비스는만을 제공하는 건, 들을 수 있는 청인들에게 영어 자막을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수어가 모국어와 같기 때문에 방송 화면에 수어 통역이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만족스러워 한다고도 했습니다.

수어통역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대신 전해들을 수 있고, 수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도 도움이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취재를 준비했습니다. 꼭 보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수어통역사 몇분을 섭외해 인터뷰했고, 수어통역의 어려움과 청각장애인들이 수어 통역을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취재… 불가피하게 인터뷰 당사자 마스크 벗어

그런데, 기자가 인터뷰했던 수어통역사들 중 한 분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KBS도 내부 방역 수칙 준수 지침이 철저한 편이기 때문에 모든 방송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지키며 진행하도록 돼 있습니다. 실내에서 2미터 이상 거리를 둘 수 없으면 반드시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인터뷰 당사자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인터뷰란 점에서 기자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수어통역사의 입모양을 보고 의미를 전달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수어 통역사와 2미터 거리를 두고 앉고 취재진은 마스크를 쓰고, 수어통역사는 마스크를 벗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어가 그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 그들의 권리라는 것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수어통역사의 표정과 입모양을 TV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확진자를 인터뷰해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서 기자는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 코로나19 취재기자 ‘자가격리자’가 되다

수어통역사를 인터뷰 한 건 4월 16일 금요일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수어통역사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들은 건 22일 목요일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즉각 사내 역학 조사가 실시됐고, 수어통역사의 이동 경로를 따라 접촉자들의 명단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이름도, KBS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보건소에 전달됐습니다.

수어통역사의 확진 소식을 들은 즉시 짐을 싸고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바로 제 거주지인 서울 강서구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020년 1월 20일 대한민국에서 처음 나온 그날부터 지금까지 KBS 복지팀 소속으로 코로나19 취재를 전담해왔습니다.

확진자와 관련된 기사들을 써 왔고, 또 그만큼 많은 자가격리자 관련 기사도 다루었습니다. 그런 제가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 앞에 줄을 서 있으니 만감이 교차하며 수 없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그렇게 코로나19는 성큼, 그리고 가까이 다가와 있었던 겁니다.

코로나19 취재기자의 자가격리 생활기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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