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도 ‘터치’ 몇 번만 하면 모텔 예약…숙박 ‘앱’ 책임은?

입력 2021.04.27 (15:28) 수정 2021.04.2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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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모텔 밀집 지역(자료화면)부산의 모텔 밀집 지역(자료화면)

부산 북구에서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 씨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줄어든 매출에 최근에는 신경이 곤두서는 일까지 더해졌습니다.

바로 '숙박 앱'을 통한 예약 때문입니다. 손쉬운 예약으로 손님이 늘었다면 당연히 업주로서는 기뻐해야 할 일 같지만, 속 사정은 따로 있다는데요.

바로 10대들의 숙박 앱 이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씨는 “숙박앱이 미성년자들도 예약이 너무나 쉽게 가능하다”“사실상 미성년자의 예약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있다는 숙박앱을 통해 예약을 해봤는데요. 단순히 만 19세 이상 성인인지를 묻는 안내 문구 정도만 있을 뿐 가명으로도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씨는 이날 숙박 앱을 통해 예약한 고객들의 명단을 보여줬는데요. 한눈에 보기에도 익명인 듯한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숙박 앱은 10대 예약 허용…문제되면 '업주만 처벌'

모텔 내부 모습.(자료화면)모텔 내부 모습.(자료화면)

만약 이들 중 미성년자가 있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은 업주가 져야 합니다. 법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숙박업소 업주 등은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해야 하죠.

만약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손님 중 미성년자를 체크인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해운대의 한 4성급 호텔이 단속에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업주들은 이런 일은 흔하다고 말했는데요.

이 씨는 “손님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나이를 가늠하는 게 예전처럼 쉽지 않다”며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요구하면 불쾌해 하는 경우까지 있어 업주로서는 난감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 막대한 매출 기록한 숙박 앱…"돈벌이에 업주만 고통"


최근 모텔 등을 예약할 때 숙박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며 이런 업주들의 고충도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지적이 여러 차례 반복되어왔고, 범죄에 악용되는 등 논란도 끊이지 않는데 시정 조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계속되는 민원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숙박 앱 운영사들의 책임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공정위도 아직 뾰족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고객이 미성년자인지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업주에게 있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숙박 앱 업체들 역시 자신들은 중개사업자일 뿐이라며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국내 1위와 2위 숙박 앱 업체는 지난해에만 각각 1,900억 원과 1,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모텔 업주 이 씨는 “숙박 앱 업체들은 예약 수수료로만 최소 10%를 받아가며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정작 문제가 불거지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만 한다”며 “숙박 앱 업체의 돈벌이에 왜 우리가 고통을 받아야 하나”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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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도 ‘터치’ 몇 번만 하면 모텔 예약…숙박 ‘앱’ 책임은?
    • 입력 2021-04-27 15:28:45
    • 수정2021-04-27 15:41:44
    취재K
부산의 모텔 밀집 지역(자료화면)
부산 북구에서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 씨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줄어든 매출에 최근에는 신경이 곤두서는 일까지 더해졌습니다.

바로 '숙박 앱'을 통한 예약 때문입니다. 손쉬운 예약으로 손님이 늘었다면 당연히 업주로서는 기뻐해야 할 일 같지만, 속 사정은 따로 있다는데요.

바로 10대들의 숙박 앱 이용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씨는 “숙박앱이 미성년자들도 예약이 너무나 쉽게 가능하다”“사실상 미성년자의 예약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있다는 숙박앱을 통해 예약을 해봤는데요. 단순히 만 19세 이상 성인인지를 묻는 안내 문구 정도만 있을 뿐 가명으로도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씨는 이날 숙박 앱을 통해 예약한 고객들의 명단을 보여줬는데요. 한눈에 보기에도 익명인 듯한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숙박 앱은 10대 예약 허용…문제되면 '업주만 처벌'

모텔 내부 모습.(자료화면)
만약 이들 중 미성년자가 있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은 업주가 져야 합니다. 법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숙박업소 업주 등은 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해야 하죠.

만약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손님 중 미성년자를 체크인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해운대의 한 4성급 호텔이 단속에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업주들은 이런 일은 흔하다고 말했는데요.

이 씨는 “손님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나이를 가늠하는 게 예전처럼 쉽지 않다”며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요구하면 불쾌해 하는 경우까지 있어 업주로서는 난감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 막대한 매출 기록한 숙박 앱…"돈벌이에 업주만 고통"


최근 모텔 등을 예약할 때 숙박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며 이런 업주들의 고충도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지적이 여러 차례 반복되어왔고, 범죄에 악용되는 등 논란도 끊이지 않는데 시정 조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계속되는 민원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숙박 앱 운영사들의 책임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공정위도 아직 뾰족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고객이 미성년자인지를 확인해야 할 의무는 업주에게 있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숙박 앱 업체들 역시 자신들은 중개사업자일 뿐이라며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국내 1위와 2위 숙박 앱 업체는 지난해에만 각각 1,900억 원과 1,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모텔 업주 이 씨는 “숙박 앱 업체들은 예약 수수료로만 최소 10%를 받아가며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정작 문제가 불거지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만 한다”며 “숙박 앱 업체의 돈벌이에 왜 우리가 고통을 받아야 하나”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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