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받고 인터넷 설치한 공무원…“고발 못 해”

입력 2021.04.28 (07:00) 수정 2021.04.2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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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의 한 중앙부처 공무원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직후 본인의 집에 인터넷을 설치했는데, 설치 기사에게 검사 사실을 알리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확진됐고 설치 기사는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꼬박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해 수입이 반 토막이 났는데요.

공직자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검사는 사실 기사님 오기 직전에…."

대전에 사는 인터넷 설치 기사 이 모 씨는 지난 13일 오전 세종의 한 공무원 임대아파트를 찾았습니다.

미리 예약된 설치 작업을 위해서였습니다. 약 20분 동안 작업을 한 이 씨는 당일 밤 9시쯤 세종시 보건소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주인인 A 씨가 확진돼 이 씨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전화였습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이 씨는 고객과의 통화 도중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A 씨가 인터넷 설치 당일 아침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한 겁니다.

알고 보니 A 씨는 자신이 접촉했던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의 확진 소식을 듣고 당일 아침,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방문 설치 특성상 A 씨의 집을 방문한 뒤 다른 집에도 들르기 때문에 자칫 다른 고객들과 동거 가족까지 감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던 상황.

설치 기사 이 씨는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극심한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또 음성 판정을 받고도 애꿎게 자가격리되면서, 2주 동안 일을 못 한 이 씨는 월 수입이 반가량 줄어드는 피해를 봤습니다.


■ "당시 자가격리 명령받지 않은 상태...고발 요건 성립 안 돼"

A 씨는 지난 13일 아침, 최근 자신과 접촉한 지인이 확진됐다는 사실을 알고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는데요.

이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서 외출하거나 타인을 접촉하지 말라는 보건소의 권고를 어겼습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도 A 씨의 법적 처벌을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건당국은 A 씨를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A 씨를 고발할 요건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 씨가 설치 기사 이 씨를 접촉한 시점에서 A 씨는 서울시 성북구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은 단순 검사자, 즉 자발적 검사자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A 씨에게는 보건소의 자가격리 지침이 권고·요청 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어겨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즉, A 씨는 보건당국의 자가격리 통보를 받기 전 자발적인 검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법적 처벌은 피하게 됐습니다.


■ "검사 사실만 알려줬어도"...A 씨 징계 여부 검토 계획

보건당국이 A 씨를 고발하지 않았어도 A 씨의 행동이 타인의 건강과 생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취재진은 어제(27일) 2주 만에 자가격리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온 이 씨를 만났습니다.

이 씨는 방문 설치를 하는 직업 특성상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는데요. 하루 7~8가구를 방문하는 이 씨는 설치 전후로 손 소독제와 알코올 티슈로 손과 기구를 닦아야 합니다.

1년 넘게 이런 방식으로 일하다 보니 손 피부가 남아날 날이 없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제대로 방역수칙을 지켜온 만큼 허탈한 마음이 큽니다.

이 씨는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만 알려줬어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는데요. 27일 기준 A 씨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천3백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A 씨가 속한 부처는 A 씨가 복귀하는 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해 징계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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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8 07:00:15
    • 수정2021-04-28 08:17:54
    취재K

정부세종청사의 한 중앙부처 공무원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직후 본인의 집에 인터넷을 설치했는데, 설치 기사에게 검사 사실을 알리지 않아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확진됐고 설치 기사는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꼬박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해 수입이 반 토막이 났는데요.

공직자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검사는 사실 기사님 오기 직전에…."

대전에 사는 인터넷 설치 기사 이 모 씨는 지난 13일 오전 세종의 한 공무원 임대아파트를 찾았습니다.

미리 예약된 설치 작업을 위해서였습니다. 약 20분 동안 작업을 한 이 씨는 당일 밤 9시쯤 세종시 보건소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집주인인 A 씨가 확진돼 이 씨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는 전화였습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음성이었지만, 이 씨는 고객과의 통화 도중 황당한 말을 들었습니다.

A 씨가 인터넷 설치 당일 아침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고 한 겁니다.

알고 보니 A 씨는 자신이 접촉했던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의 확진 소식을 듣고 당일 아침,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방문 설치 특성상 A 씨의 집을 방문한 뒤 다른 집에도 들르기 때문에 자칫 다른 고객들과 동거 가족까지 감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던 상황.

설치 기사 이 씨는 진단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극심한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또 음성 판정을 받고도 애꿎게 자가격리되면서, 2주 동안 일을 못 한 이 씨는 월 수입이 반가량 줄어드는 피해를 봤습니다.


■ "당시 자가격리 명령받지 않은 상태...고발 요건 성립 안 돼"

A 씨는 지난 13일 아침, 최근 자신과 접촉한 지인이 확진됐다는 사실을 알고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는데요.

이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서 외출하거나 타인을 접촉하지 말라는 보건소의 권고를 어겼습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도 A 씨의 법적 처벌을 검토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건당국은 A 씨를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A 씨를 고발할 요건이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 씨가 설치 기사 이 씨를 접촉한 시점에서 A 씨는 서울시 성북구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은 단순 검사자, 즉 자발적 검사자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A 씨에게는 보건소의 자가격리 지침이 권고·요청 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어겨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즉, A 씨는 보건당국의 자가격리 통보를 받기 전 자발적인 검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법적 처벌은 피하게 됐습니다.


■ "검사 사실만 알려줬어도"...A 씨 징계 여부 검토 계획

보건당국이 A 씨를 고발하지 않았어도 A 씨의 행동이 타인의 건강과 생계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취재진은 어제(27일) 2주 만에 자가격리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온 이 씨를 만났습니다.

이 씨는 방문 설치를 하는 직업 특성상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는데요. 하루 7~8가구를 방문하는 이 씨는 설치 전후로 손 소독제와 알코올 티슈로 손과 기구를 닦아야 합니다.

1년 넘게 이런 방식으로 일하다 보니 손 피부가 남아날 날이 없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제대로 방역수칙을 지켜온 만큼 허탈한 마음이 큽니다.

이 씨는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만 알려줬어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는데요. 27일 기준 A 씨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천3백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A 씨가 속한 부처는 A 씨가 복귀하는 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해 징계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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