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인왕제색도’에서 ‘황소’까지…그 내역은?

입력 2021.04.28 (15:52) 수정 2021.04.29 (07:1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설왕설래가 많았던 '이건희 컬렉션' 기증 내역이 공개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국보입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국보 제216호로 비가 내린 후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을 그린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을 비롯해 국보 14점과 보물 46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됩니다. 전체 기부내용은 고미술품 등 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것이 2만 천600점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되는 근현대 작품은 1,600점입니다.

기부 내역 가운데 한국 근대화가의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이중섭의 <황소>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등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힐만한 작품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장욱진의 <소녀/나룻배>도 기증 작품입니다.

이중섭 <황소> 1950년대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이중섭 <황소> 1950년대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서양 근현대 그림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인상파 거장 끌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이 눈에 띕니다. 고갱과 르누아르의 작품들도 기증 목록에 포함돼 있습니다.

마르크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Les amoureux aux bouquets rouges>, 1975마르크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Les amoureux aux bouquets rouges>, 1975

끌로드 모네 <수련이있는 연못 Le Bassin Aux Nympheas>, 1919-1920끌로드 모네 <수련이있는 연못 Le Bassin Aux Nympheas>, 1919-1920

이번에 기증되는 작품들은 고미술품은 6월부터, 현대미술품은 8월부터 각각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을 통해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미술품을 공공미술관에 기부해 대중이 접할 수 있게 한 일은 칭찬할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일부 매체의 추측성 보도를 보면, 실제 이번 기부 내역과 차이가 있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과 자코메티,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과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은 기증 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들 작품은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호사가들의 관심의 초점이었는데 기증 대상은 아닙니다.

재계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이런 작품 중 일부는 이미 리움미술관과 재단 등에 출연된 재산이라 기증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이번 기증품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소장품 가운데 일부가 그 대상입니다.

특히 <지옥의 문>은 로댕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이 포함된 대작입니다. 우리나라에 이 작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때 삼성은 '로댕갤러리(나중 이름은 플라토 미술관)'에서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을 상설 전시했지만, 지금은 깊은 수장고에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삼성 리움이 2016년까지 플라토 미술관에서 전시했던 로댕의 <지옥의 문>삼성 리움이 2016년까지 플라토 미술관에서 전시했던 로댕의 <지옥의 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 경우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삼성 일가의 소유다, 아니다 논란이 있었는데 역시 이번 기부 대상은 아닙니다. 현재 이 작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불명확해 보입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행복한 눈물> (1964년)로이 리히텐슈타인 <행복한 눈물> (1964년)

이번 기부는 세금을 대신해서 미술품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상속세 대신 미술품을 내게 하는 '미술품 물납제' 를 도입하는 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계류 중입니다. 다만 기부되는 미술품은 상속재산에는 제외됩니다. 해당 작품에 대한 상속세는 당연히 낼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속세를 납부하고 상속을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세금을 아끼려는 기부라는 판단은 억측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장고로 들어간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은 남습니다. 플라토 미술관이 문을 닫기 전 마지막 날, "앞으로 로댕의 <지옥의 문>은 어디로 가나?"는 기자의 질문에 미술관 해설사는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고 오늘은 선물"이라는 선문답 같은 답을 했습니다. 아마도 미래는 쉽게 추측하기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이번에 기증되는 작품들이 유족들의 뜻에 따라 국민의 재산으로 길이 남겨집니다. 수장고에 잠든 작품들도 잘 관리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건희 컬렉션 ‘인왕제색도’에서 ‘황소’까지…그 내역은?
    • 입력 2021-04-28 15:52:03
    • 수정2021-04-29 07:13:27
    취재K

설왕설래가 많았던 '이건희 컬렉션' 기증 내역이 공개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국보입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국보 제216호로 비가 내린 후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을 그린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을 비롯해 국보 14점과 보물 46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됩니다. 전체 기부내용은 고미술품 등 중앙박물관에 기증되는 것이 2만 천600점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되는 근현대 작품은 1,600점입니다.

기부 내역 가운데 한국 근대화가의 작품도 적지 않습니다.

이중섭의 <황소>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등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힐만한 작품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장욱진의 <소녀/나룻배>도 기증 작품입니다.

이중섭 <황소> 1950년대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서양 근현대 그림도 다수 포함됐습니다. 인상파 거장 끌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과 샤갈의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이 눈에 띕니다. 고갱과 르누아르의 작품들도 기증 목록에 포함돼 있습니다.

마르크 샤갈 <붉은 꽃다발과 연인들 Les amoureux aux bouquets rouges>, 1975
끌로드 모네 <수련이있는 연못 Le Bassin Aux Nympheas>, 1919-1920
이번에 기증되는 작품들은 고미술품은 6월부터, 현대미술품은 8월부터 각각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특별전을 통해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미술품을 공공미술관에 기부해 대중이 접할 수 있게 한 일은 칭찬할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일부 매체의 추측성 보도를 보면, 실제 이번 기부 내역과 차이가 있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과 자코메티, 마크 로스코의 작품들과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은 기증 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들 작품은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호사가들의 관심의 초점이었는데 기증 대상은 아닙니다.

재계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이런 작품 중 일부는 이미 리움미술관과 재단 등에 출연된 재산이라 기증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이번 기증품은 이건희 회장의 개인 소장품 가운데 일부가 그 대상입니다.

특히 <지옥의 문>은 로댕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이 포함된 대작입니다. 우리나라에 이 작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때 삼성은 '로댕갤러리(나중 이름은 플라토 미술관)'에서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을 상설 전시했지만, 지금은 깊은 수장고에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삼성 리움이 2016년까지 플라토 미술관에서 전시했던 로댕의 <지옥의 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의 경우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삼성 일가의 소유다, 아니다 논란이 있었는데 역시 이번 기부 대상은 아닙니다. 현재 이 작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불명확해 보입니다.

로이 리히텐슈타인 <행복한 눈물> (1964년)
이번 기부는 세금을 대신해서 미술품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상속세 대신 미술품을 내게 하는 '미술품 물납제' 를 도입하는 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계류 중입니다. 다만 기부되는 미술품은 상속재산에는 제외됩니다. 해당 작품에 대한 상속세는 당연히 낼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속세를 납부하고 상속을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세금을 아끼려는 기부라는 판단은 억측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장고로 들어간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은 남습니다. 플라토 미술관이 문을 닫기 전 마지막 날, "앞으로 로댕의 <지옥의 문>은 어디로 가나?"는 기자의 질문에 미술관 해설사는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터리고 오늘은 선물"이라는 선문답 같은 답을 했습니다. 아마도 미래는 쉽게 추측하기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이번에 기증되는 작품들이 유족들의 뜻에 따라 국민의 재산으로 길이 남겨집니다. 수장고에 잠든 작품들도 잘 관리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