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쉰의 중소기업 사장, 변호사 되다

입력 2021.04.29 (06:02) 수정 2021.04.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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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53살 처음 치른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신희동 씨.50살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53살 처음 치른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신희동 씨.

50살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53살 처음 치른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신희동씨 53살의 나이에 변호사 합격증을 거머쥔 남성이 있습니다.


광주의 한 중소기업 대표이사인 신희동 씨입니다. 신 씨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평생을 산업분야에만 종사해왔습니다.


그런 신 씨가 돌연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하도급 계약 해지한 원청에 맞서 직접 소송 준비


신 씨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결심한 땐 2018년이었습니다. 당시 신 씨의 나이는 50살이었습니다.

오십 평생을 산업분야에만 매달려왔던 신 씨였습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화학회사를 거쳐 중소기업 대표를 맡았습니다.


이런 신 씨가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일감을 주는 원청이 하도급 계약을 갑자기 해지하자 법적 소송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신 씨가 고용한 변호사는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대기업인 원청에 맞서 싸운 경험이 없었던데다 수임료에 비해 소송이 까다롭고 복잡했기 때문입니다.

신 씨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공부했던 흔적이 담긴 전공교재신 씨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공부했던 흔적이 담긴 전공교재
결국, 신 씨는 직접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변호사의 도움 없이 600여 쪽에 달하는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런 통보를 받아야 하는지 억울했고, 억울함을 법적인 판단으로 입증해 내는 건 더 어려웠습니다. 결국 5개월이 넘는 실랑이 끝에, 원청이 하도급계약을 원상복구 하는 걸로 갈등은 일단락됐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동기들과 단체복을 입고 찍은 사진법학전문대학원 동기들과 단체복을 입고 찍은 사진
이는 신 씨가 아예 법학전문대학원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습니다.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지방 산업도시 인근에 모여있지만, 이들의 억울함을 대변할 변호사는 드뭅니다.


신 씨는 중소기업을 대변할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신 씨는 2018년, 법학전문대학원 동기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최연장자 입학생이 됐습니다.



■ 올해 치른 첫 시험에서 '합격'…하루 13시간 공부에 매달려

신희동 씨가 공부했던 독서실 책상.신희동 씨가 공부했던 독서실 책상.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건 생소한 '법률 용어'였습니다. 법학 용어사전을 끼고 살았습니다. 처음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법전 한 장을 읽는데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학년 1학기 땐 가족이 아파, 학업과 시험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신 씨가 적은 변호사 모의시험 답안지신 씨가 적은 변호사 모의시험 답안지
하지만 포기란 없었습니다. 3학년 땐 다시 하루 13시간씩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아침 8시에 학교로 가 밤 10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졸업자격시험에 응시한 166명 중에서 25등을 차지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치른 변호사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증을 거머쥐었습니다. 신 씨는 "조금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합격을 예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신 씨가 얼마나 확신을 하고 치열하게 공부해왔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 "선한 영향력 행사하는 가난한 변호사 될 것"

신 씨의 아버지와 아내는 신 씨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난한 변호사가 돼라"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고 합니다. 신 씨의 꿈은 중소기업을 돕는 변호사가 되는 것입니다.


신 씨는 과거 홀로 원청과 맞서야 했던 설움을 회상하며, 지방 산업도시 인근에서 기업 관련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50살의 나이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첫 변호사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한 신희동 씨.


그의 꿈은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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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 쉰의 중소기업 사장, 변호사 되다
    • 입력 2021-04-29 06:02:25
    • 수정2021-04-29 11:44:59
    취재K
50살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53살 처음 치른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신희동 씨.

50살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53살 처음 치른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신희동씨 53살의 나이에 변호사 합격증을 거머쥔 남성이 있습니다.


광주의 한 중소기업 대표이사인 신희동 씨입니다. 신 씨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평생을 산업분야에만 종사해왔습니다.


그런 신 씨가 돌연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 하도급 계약 해지한 원청에 맞서 직접 소송 준비


신 씨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결심한 땐 2018년이었습니다. 당시 신 씨의 나이는 50살이었습니다.

오십 평생을 산업분야에만 매달려왔던 신 씨였습니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뒤 화학회사를 거쳐 중소기업 대표를 맡았습니다.


이런 신 씨가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일감을 주는 원청이 하도급 계약을 갑자기 해지하자 법적 소송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신 씨가 고용한 변호사는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대기업인 원청에 맞서 싸운 경험이 없었던데다 수임료에 비해 소송이 까다롭고 복잡했기 때문입니다.

신 씨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공부했던 흔적이 담긴 전공교재결국, 신 씨는 직접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변호사의 도움 없이 600여 쪽에 달하는 서류를 작성했습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런 통보를 받아야 하는지 억울했고, 억울함을 법적인 판단으로 입증해 내는 건 더 어려웠습니다. 결국 5개월이 넘는 실랑이 끝에, 원청이 하도급계약을 원상복구 하는 걸로 갈등은 일단락됐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동기들과 단체복을 입고 찍은 사진 이는 신 씨가 아예 법학전문대학원을 가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됐습니다.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지방 산업도시 인근에 모여있지만, 이들의 억울함을 대변할 변호사는 드뭅니다.


신 씨는 중소기업을 대변할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신 씨는 2018년, 법학전문대학원 동기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최연장자 입학생이 됐습니다.



■ 올해 치른 첫 시험에서 '합격'…하루 13시간 공부에 매달려

신희동 씨가 공부했던 독서실 책상.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어려운 건 생소한 '법률 용어'였습니다. 법학 용어사전을 끼고 살았습니다. 처음엔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법전 한 장을 읽는데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2학년 1학기 땐 가족이 아파, 학업과 시험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신 씨가 적은 변호사 모의시험 답안지하지만 포기란 없었습니다. 3학년 땐 다시 하루 13시간씩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아침 8시에 학교로 가 밤 10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졸업자격시험에 응시한 166명 중에서 25등을 차지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치른 변호사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증을 거머쥐었습니다. 신 씨는 "조금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합격을 예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신 씨가 얼마나 확신을 하고 치열하게 공부해왔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 "선한 영향력 행사하는 가난한 변호사 될 것"

신 씨의 아버지와 아내는 신 씨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난한 변호사가 돼라"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고 합니다. 신 씨의 꿈은 중소기업을 돕는 변호사가 되는 것입니다.


신 씨는 과거 홀로 원청과 맞서야 했던 설움을 회상하며, 지방 산업도시 인근에서 기업 관련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50살의 나이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첫 변호사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한 신희동 씨.


그의 꿈은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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