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K] 전주천 둔치에 버려진 양심…산책하며 쓰레기 주워요

입력 2021.09.07 (19:42) 수정 2021.09.0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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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주천 둔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쓰레기가 보이네"]

시민들의 산책 명소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어르신들의 운동 코스로도 사랑받는 전주천 둔치.

[오성택/전주시 평화동 : "가까이에 자연이 있으니까 아주 좋죠. 공기도 맑고 오염이 안 돼서 좋아요."]

[양원용/전주시 진북동 :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저희들한테는 아주 큰 보배죠. 이런 환경이 계속 지속이 된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시설이고 좋습니다."]

[김용채/전주시 인후동 : "자연을 벗 삼아서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이러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동물의 생명이 살아있는 곳, 철새 어류 등 많은 동물들이 활동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납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불편한 듯 쳐다는 보지만 선뜻 손을 내밀기는 쉽지 않죠.

일주일에 한두 번 천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다는 남매가 있습니다.

[김채연·김상우/쓰레기 줍는 남매 : "저희 산책하러 나왔는데 그 김에 쓰레기도 같이 주우려고 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걸음을 따라가 봤습니다.

보통의 산책과 다르지 않지만, 몇 가지 준비물이 눈에 띕니다.

빨아서 다시 쓸 수 있는 장갑과 작은 종량제봉투.

그리고 쓰레기를 찾아 쉬지 않고 두리번거리는 시선입니다.

["아, 여기 있다."]

["저기 내려가서 담배꽁초 주워와. 어? 저기도 있어."]

남매가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건 3년 전, 스웨덴에서 시작된 환경운동 줍깅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던 때부텁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아빠가 활동 줍깅이라는 것을 아셔가지고 동생이랑 먼저 하고, 좋은 활동인 것 같다해 가지고 저희 가족까지 다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럽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세월이 쌓여 이제는 어느 장소에 어떤 쓰레기가 많은지까지 훤히 알게 됐습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사람들이 멈춰있는 곳, 운동기구 있는 곳이나 아니면 계단 내려올 때 길 쪽, 그쪽에 담배꽁초도 많고요. 쓰레기도 많은 것 같아요."]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 거리에 가장 많이 버려진 쓰레기는 담배꽁초. 길에서 먹고 마신 뒤 버려지는 일회용컵이 그 뒤를 잇습니다.

사람들이 머물고 간 자리에 남겨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흔적들.

["얼마큼 주웠어? (이만큼) 누나도. 담배꽁초가 정말 많은 것 같아."]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담배꽁초가 섞이면 더러워질 수 있어가지고. 담배꽁초가 진짜 많거든요. 그래서 얘(담배꽁초)는 따로 해야 될 것 같아서 쓰레기 따로 담배꽁초 따로 줍고 있어요."]

전주천 둔치는 특히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곳입니다.

전주시에 따르면 공공근로자들이 전주천 산책로에서 줍는 쓰레기가 하루 무려 2.2톤에 달합니다.

약 1.2톤의 초목쓰레기를 제외하면 플라스틱과 비닐 등 1톤에 가까운 생활쓰레기가 매일 불법 투기되고 있는 겁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왜 쓰레기통이 있는데 길에 쓰레기를 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줍는 사람 따로 버리는 사람 따로인 현실. 그래도 요즘엔 집게와 봉투를 들고 걷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전주천 쓰레기 줍는 시민 : "많이 주웠더라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들이 줍는다니까 대견하죠."]

누군가 같은 마음으로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 내일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

["상우야 너 런지 알아? (알지) 쓰레기 주울 때 런지를 하면서 하면 칼로리소모가 더 많이 된대. 해볼래?"]

그 믿음과 기대를 마음에 담고 아이들은 환경을 위한 실천을 오늘도 즐기고 있습니다.

["하고 그렇지. 런지. 줍는 거야.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가 치워진 거리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왜가리도 보고 오리도 보고 너구리나 수달 같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요."]

사계절 피고 지는 이름 모를 꽃과 풀, 그리고 전주천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야생동물들.

남매는 이 아름다운 생명들이 여기 변함없이,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그런 동물들이 여기 천변에서 사는데 쓰레기도 많잖아요. 그래서 그 동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지만 행동은 늘 머뭇거려지는 우리들.

남매의 선한 영향력이 곳곳에서 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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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K] 전주천 둔치에 버려진 양심…산책하며 쓰레기 주워요
    • 입력 2021-09-07 19:42:58
    • 수정2021-09-07 20:01:43
    뉴스7(전주)
오늘, 전주천 둔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쓰레기가 보이네"]

시민들의 산책 명소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어르신들의 운동 코스로도 사랑받는 전주천 둔치.

[오성택/전주시 평화동 : "가까이에 자연이 있으니까 아주 좋죠. 공기도 맑고 오염이 안 돼서 좋아요."]

[양원용/전주시 진북동 : "우리가 자전거를 타고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저희들한테는 아주 큰 보배죠. 이런 환경이 계속 지속이 된다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시설이고 좋습니다."]

[김용채/전주시 인후동 : "자연을 벗 삼아서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이러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동물의 생명이 살아있는 곳, 철새 어류 등 많은 동물들이 활동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납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불편한 듯 쳐다는 보지만 선뜻 손을 내밀기는 쉽지 않죠.

일주일에 한두 번 천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다는 남매가 있습니다.

[김채연·김상우/쓰레기 줍는 남매 : "저희 산책하러 나왔는데 그 김에 쓰레기도 같이 주우려고 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걸음을 따라가 봤습니다.

보통의 산책과 다르지 않지만, 몇 가지 준비물이 눈에 띕니다.

빨아서 다시 쓸 수 있는 장갑과 작은 종량제봉투.

그리고 쓰레기를 찾아 쉬지 않고 두리번거리는 시선입니다.

["아, 여기 있다."]

["저기 내려가서 담배꽁초 주워와. 어? 저기도 있어."]

남매가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건 3년 전, 스웨덴에서 시작된 환경운동 줍깅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던 때부텁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아빠가 활동 줍깅이라는 것을 아셔가지고 동생이랑 먼저 하고, 좋은 활동인 것 같다해 가지고 저희 가족까지 다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럽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세월이 쌓여 이제는 어느 장소에 어떤 쓰레기가 많은지까지 훤히 알게 됐습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사람들이 멈춰있는 곳, 운동기구 있는 곳이나 아니면 계단 내려올 때 길 쪽, 그쪽에 담배꽁초도 많고요. 쓰레기도 많은 것 같아요."]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의 조사 결과, 거리에 가장 많이 버려진 쓰레기는 담배꽁초. 길에서 먹고 마신 뒤 버려지는 일회용컵이 그 뒤를 잇습니다.

사람들이 머물고 간 자리에 남겨져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흔적들.

["얼마큼 주웠어? (이만큼) 누나도. 담배꽁초가 정말 많은 것 같아."]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담배꽁초가 섞이면 더러워질 수 있어가지고. 담배꽁초가 진짜 많거든요. 그래서 얘(담배꽁초)는 따로 해야 될 것 같아서 쓰레기 따로 담배꽁초 따로 줍고 있어요."]

전주천 둔치는 특히 쓰레기가 많이 버려지는 곳입니다.

전주시에 따르면 공공근로자들이 전주천 산책로에서 줍는 쓰레기가 하루 무려 2.2톤에 달합니다.

약 1.2톤의 초목쓰레기를 제외하면 플라스틱과 비닐 등 1톤에 가까운 생활쓰레기가 매일 불법 투기되고 있는 겁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왜 쓰레기통이 있는데 길에 쓰레기를 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줍는 사람 따로 버리는 사람 따로인 현실. 그래도 요즘엔 집게와 봉투를 들고 걷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전주천 쓰레기 줍는 시민 : "많이 주웠더라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들이 줍는다니까 대견하죠."]

누군가 같은 마음으로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 내일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

["상우야 너 런지 알아? (알지) 쓰레기 주울 때 런지를 하면서 하면 칼로리소모가 더 많이 된대. 해볼래?"]

그 믿음과 기대를 마음에 담고 아이들은 환경을 위한 실천을 오늘도 즐기고 있습니다.

["하고 그렇지. 런지. 줍는 거야.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가 치워진 거리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왜가리도 보고 오리도 보고 너구리나 수달 같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요."]

사계절 피고 지는 이름 모를 꽃과 풀, 그리고 전주천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야생동물들.

남매는 이 아름다운 생명들이 여기 변함없이,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김채연/쓰레기 줍는 남매 : "그런 동물들이 여기 천변에서 사는데 쓰레기도 많잖아요. 그래서 그 동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지만 행동은 늘 머뭇거려지는 우리들.

남매의 선한 영향력이 곳곳에서 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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