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계약갱신청구권’…민간임대아파트 건설사의 꼼수

입력 2022.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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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계약 갱신 청구권' 사용을 강요했다" vs "아니다"

충북 청주의 한 민간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인근 부동산 사무실에서 KBS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충북 청주의 한 민간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인근 부동산 사무실에서 KBS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입자가 원한다면 집주인과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청구권).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세입자의 권리 보호입니다. 그런데 전셋집이 아닌 '민간 임대아파트'에서 갱신청구권 사용을 강제했는지를 두고, 입주민들과 건설사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민간임대아파트 ‘계약갱신청구 강요’…“분양 위한 꼼수” [2022년 6월 28일/ KBS 9시 뉴스]
‘계약갱신 강요’ 임대아파트…당국 “계약 무효·과태료 처분” [2022년 7월 8일/ KBS 7시 뉴스]

■ "2년 더 거주할 수 있는데…건설사가 '갱신청구권' 사용 요구!"

충북 청주의 한 민간임대아파트에서 일어난 문제인데요. 이 민간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는 900여 세대 입주민들은 모두 임차인 신분입니다. 임대인은 당연히 이 아파트의 건설사가 되겠죠. 정확한 표현은 '임대사업자'입니다.

이 아파트의 임대 의무 기간은 총 4년. 통상 2년 마다 임대 계약서를 쓰긴 하지만, 월 임대료를 석 달 이상 연체하거나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대받는 등의 특별한 퇴거 사유가 없는 한 입주민들은 임대 의무 기간 4년을 모두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대 2년 차에 이 건설사와 임대차 재계약을 맺은 입주민들이 국토교통부와 청주시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2년 차 재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건설사로부터 갱신청구권 사용을 강요당해, 어쩔 수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가 이유였습니다.

"갱신청구권 사용을 하지 않고서라도 당연히 2년 더 살 수 있는데, 억울하다"는 겁니다. 입주민들은 이 청구권을 미리 쓰게 만들어 2년 뒤 분양 시점에는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건설사의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입주민이 서명한 임대차 계약서에는 ‘갱신요구권 행사’를 명시한 특약이 포함됐다. [KBS그래픽: 오은지]입주민이 서명한 임대차 계약서에는 ‘갱신요구권 행사’를 명시한 특약이 포함됐다. [KBS그래픽: 오은지]

■ 계약서에 넣은 '계약갱신청구권'…"서명할 수밖에 없었어요."

KBS가 입주민 계약서를 확인해봤습니다. 특약 제4조, '갱신요구권(청구권)을 행사한 결과 체결한 갱신계약이다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입주민들은 "이미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부터 안내문 등을 통해 건설사의 갱신청구권 사용 요구가 있었다"며,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파트에서 퇴거될 수 있다는 ' 임대차 계약갱신 신청서'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럼, 입주민들은 왜 이 계약서에 서명했을까?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대출 연장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입주 당시, 보증금 약 2억 원 정도의 일부 금액 또는 전체를 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당장 2년 만기가 다가오는 대출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건설사와 맺은 재계약서가 필요했던 겁니다.

임대아파트에 계속 거주하고 싶었던 입주민들은 대출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갱신청구권을 써달라는 건설사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충북 청주시 주택관리팀 이영수 팀장(왼)이 KBS 취재진에게 “건설사에 과태료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충북 청주시 주택관리팀 이영수 팀장(왼)이 KBS 취재진에게 “건설사에 과태료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약 무효"…청주시, 건설사에 '과태료 처분'

"갱신청구권 사용 권리를 빼앗겼다"는 입주민들의 민원을 받은 청주시, 곧장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KBS가 확인한 계약서의 특약 제4조가 문제였습니다. 건설사가 표준계약서에 추가한 별도의 특약, '갱신요구권(청구권)을 행사한 결과 체결하는 갱신계약이다'라는 조항은 입주민들과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강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이는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을 위반한 불공정 계약이라고 청주시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사가 '임대차계약신고서'와 함께 제출하게 될 900여 세대의 계약서에 대해서도 청주시는 반려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또, 시는 "'건설사가 갱신청구권 사용을 쓰지 않겠다'는 일부 입주민에게 재계약을 거절한 것이 확인됐다"며, "민간임대특별법 제45조 위반으로 500만 원의 과태료도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민간임대특별법 제45조는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이 의무를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기간에는 임대차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절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민간임대정책과 정천우 과장(가운데)이 KBS 취재진에게 ‘계약 무효’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국토교통부 민간임대정책과 정천우 과장(가운데)이 KBS 취재진에게 ‘계약 무효’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국토교통부 "유사 피해 사례 없어야!"

이번 민간임대아파트에서 벌어진 갱신청구권 분쟁을 계기로 국토교통부는 각 시·도에 「임대차계약 신고 수리 시 유의사항 안내」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공문에서 국토교통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계약갱신요구권의 사용은 임차인의 권리에 해당하며, 임대사업자가 사용을 요구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며, "합의되지 않은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을 계약서 특약에 명시하는 경우에는 계약 무효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각 시·도에서는 임대사업자가 임대차계약 신고를 접수할 때 임차인 동의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KBS와의 통화에서 "이는 유사 피해 사례가 없도록 하려는 조치"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충북 청주의 한 민간임대아파트에는 현재 900여 세대가 입주해 있다.충북 청주의 한 민간임대아파트에는 현재 900여 세대가 입주해 있다.

■ 건설사 "자발적으로 체결한 계약…행정 소송 검토"

KBS는 이번 취재 과정에서 해당 건설사 측과도 여러 차례 통화하며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건설사는 "갱신청구권 사용을 강제한 적이 없다"며, "입주민들에게 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고 안내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갱신청구권 사용'이 명시된 계약서 특약 또한, 입주민들이 확인한 뒤 자발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건데요.

"계약 자체가 무효가 아니므로 행정 당국의 계약서 반려 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며, "행정 당국의 처분 결정에 따라 행정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번 재계약(갱신계약) 체결 과정에서 관련 법률이 정한 모든 절차와 요건을 철저히 검토, 확인하고 준수함으로써 하등의 위법이나 부당함이 없도록 처리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KBS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북 청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임대아파트에서의 계약갱신청구권 강제 논란, 그리고 민간임대주택법의 제도적 허점 등을 연속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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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3 06:00:39
    취재K
"'계약 갱신 청구권' 사용을 강요했다" vs "아니다"
충북 청주의 한 민간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인근 부동산 사무실에서 KBS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입자가 원한다면 집주인과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청구권).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세입자의 권리 보호입니다. 그런데 전셋집이 아닌 '민간 임대아파트'에서 갱신청구권 사용을 강제했는지를 두고, 입주민들과 건설사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민간임대아파트 ‘계약갱신청구 강요’…“분양 위한 꼼수” [2022년 6월 28일/ KBS 9시 뉴스]
‘계약갱신 강요’ 임대아파트…당국 “계약 무효·과태료 처분” [2022년 7월 8일/ KBS 7시 뉴스]

■ "2년 더 거주할 수 있는데…건설사가 '갱신청구권' 사용 요구!"

충북 청주의 한 민간임대아파트에서 일어난 문제인데요. 이 민간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는 900여 세대 입주민들은 모두 임차인 신분입니다. 임대인은 당연히 이 아파트의 건설사가 되겠죠. 정확한 표현은 '임대사업자'입니다.

이 아파트의 임대 의무 기간은 총 4년. 통상 2년 마다 임대 계약서를 쓰긴 하지만, 월 임대료를 석 달 이상 연체하거나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대받는 등의 특별한 퇴거 사유가 없는 한 입주민들은 임대 의무 기간 4년을 모두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임대 2년 차에 이 건설사와 임대차 재계약을 맺은 입주민들이 국토교통부와 청주시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2년 차 재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건설사로부터 갱신청구권 사용을 강요당해, 어쩔 수 없이 계약서에 서명했다"가 이유였습니다.

"갱신청구권 사용을 하지 않고서라도 당연히 2년 더 살 수 있는데, 억울하다"는 겁니다. 입주민들은 이 청구권을 미리 쓰게 만들어 2년 뒤 분양 시점에는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건설사의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입주민이 서명한 임대차 계약서에는 ‘갱신요구권 행사’를 명시한 특약이 포함됐다. [KBS그래픽: 오은지]
■ 계약서에 넣은 '계약갱신청구권'…"서명할 수밖에 없었어요."

KBS가 입주민 계약서를 확인해봤습니다. 특약 제4조, '갱신요구권(청구권)을 행사한 결과 체결한 갱신계약이다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입주민들은 "이미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부터 안내문 등을 통해 건설사의 갱신청구권 사용 요구가 있었다"며,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파트에서 퇴거될 수 있다는 ' 임대차 계약갱신 신청서'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럼, 입주민들은 왜 이 계약서에 서명했을까?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대출 연장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입주 당시, 보증금 약 2억 원 정도의 일부 금액 또는 전체를 은행에서 대출받았는데, 당장 2년 만기가 다가오는 대출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건설사와 맺은 재계약서가 필요했던 겁니다.

임대아파트에 계속 거주하고 싶었던 입주민들은 대출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갱신청구권을 써달라는 건설사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충북 청주시 주택관리팀 이영수 팀장(왼)이 KBS 취재진에게 “건설사에 과태료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약 무효"…청주시, 건설사에 '과태료 처분'

"갱신청구권 사용 권리를 빼앗겼다"는 입주민들의 민원을 받은 청주시, 곧장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KBS가 확인한 계약서의 특약 제4조가 문제였습니다. 건설사가 표준계약서에 추가한 별도의 특약, '갱신요구권(청구권)을 행사한 결과 체결하는 갱신계약이다'라는 조항은 입주민들과 합의되지 않은 것으로 강제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이는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을 위반한 불공정 계약이라고 청주시는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건설사가 '임대차계약신고서'와 함께 제출하게 될 900여 세대의 계약서에 대해서도 청주시는 반려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또, 시는 "'건설사가 갱신청구권 사용을 쓰지 않겠다'는 일부 입주민에게 재계약을 거절한 것이 확인됐다"며, "민간임대특별법 제45조 위반으로 500만 원의 과태료도 처분했다"고 밝혔습니다.

민간임대특별법 제45조는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이 의무를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기간에는 임대차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절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민간임대정책과 정천우 과장(가운데)이 KBS 취재진에게 ‘계약 무효’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국토교통부 "유사 피해 사례 없어야!"

이번 민간임대아파트에서 벌어진 갱신청구권 분쟁을 계기로 국토교통부는 각 시·도에 「임대차계약 신고 수리 시 유의사항 안내」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공문에서 국토교통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계약갱신요구권의 사용은 임차인의 권리에 해당하며, 임대사업자가 사용을 요구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며, "합의되지 않은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을 계약서 특약에 명시하는 경우에는 계약 무효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각 시·도에서는 임대사업자가 임대차계약 신고를 접수할 때 임차인 동의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KBS와의 통화에서 "이는 유사 피해 사례가 없도록 하려는 조치"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충북 청주의 한 민간임대아파트에는 현재 900여 세대가 입주해 있다.
■ 건설사 "자발적으로 체결한 계약…행정 소송 검토"

KBS는 이번 취재 과정에서 해당 건설사 측과도 여러 차례 통화하며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건설사는 "갱신청구권 사용을 강제한 적이 없다"며, "입주민들에게 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고 안내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갱신청구권 사용'이 명시된 계약서 특약 또한, 입주민들이 확인한 뒤 자발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건데요.

"계약 자체가 무효가 아니므로 행정 당국의 계약서 반려 처분은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며, "행정 당국의 처분 결정에 따라 행정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이번 재계약(갱신계약) 체결 과정에서 관련 법률이 정한 모든 절차와 요건을 철저히 검토, 확인하고 준수함으로써 하등의 위법이나 부당함이 없도록 처리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KBS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충북 청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임대아파트에서의 계약갱신청구권 강제 논란, 그리고 민간임대주택법의 제도적 허점 등을 연속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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