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입력 2004.10.10 (14:39) 수정 2004.10.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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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건강이 나빠진 차성복 할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이 부쩍 늘었다는데요. 눈감기 전 북의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는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을 오늘 <부치지 못한 편지>에 담았습니다.

차성복·허숙연 부부

병을 고치기 위해 가족들의 곁을 떠나왔던 차성복, 허숙연 부부. 그 때 그 길이 가족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인터뷰]
(남한으로) 와서 2년인가, 3년인가 있다가 6.25전쟁이 났거든요. 가족들한테 돌아가는 것은 2~3년 이면 통일이 될테니 내가 우선 남한으로 가서 병을 고치고, 통일이 되면 가족을 만나지 않겠나... 그래서 쉽게 생각하고 왔죠. 쉽게 생각하고 왔는데...

백발 성성한 노인이 된 부부는 반평생을 마음속으로만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걱정하며 살고 있습니다. 결혼사진 속의 사람들도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이 더 많겠지요? 자식 뒷바라지에 고생만 하셨던 어머님의 소식조차 알 수 없는 노부부는 이 무심한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할아버지 인터뷰]
어머니를 못 모시고 왔잖아요. 그 일을 눈 감기 전에는 못 잊을 거에요. 아무것도 못 가지고 왔는데, 내 아내가 어머니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왔어요.

[할머니 영상편지]
어머니! 저 막내며느리 숙연이에요. 여기 남쪽으로 넘어 올 때 어머니한테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린 것 죄송해요. 그때 너무 철이 없었나봐요. 그리고 형님, 시누님 죄송해요. 어머님을 형제분들한테만 맡겨놓고
저희는 병 나아서 살겠다고 온 것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고 송구스러워요.

[할아버지 영상편지]
어머니! 저희들은 여기 와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날게 됐는데 어머니가 아직까지 세상에 계실 리가 없겠지만 형님께도 그렇고 정말 죄송한 것 뿐입니다. 앞으로 하늘나라에 가서 만나야겠다 하는 생각 밖에 없어요. 세상에 태어났다가 자식의 도리를 다 못한 것을 어머님,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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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치지 못한 편지
    • 입력 2004-10-10 14:38:38
    • 수정2004-10-11 11:04:26
    남북의 창
요즘 들어 건강이 나빠진 차성복 할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이 부쩍 늘었다는데요. 눈감기 전 북의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는 할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을 오늘 <부치지 못한 편지>에 담았습니다. 차성복·허숙연 부부 병을 고치기 위해 가족들의 곁을 떠나왔던 차성복, 허숙연 부부. 그 때 그 길이 가족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인터뷰] (남한으로) 와서 2년인가, 3년인가 있다가 6.25전쟁이 났거든요. 가족들한테 돌아가는 것은 2~3년 이면 통일이 될테니 내가 우선 남한으로 가서 병을 고치고, 통일이 되면 가족을 만나지 않겠나... 그래서 쉽게 생각하고 왔죠. 쉽게 생각하고 왔는데... 백발 성성한 노인이 된 부부는 반평생을 마음속으로만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걱정하며 살고 있습니다. 결혼사진 속의 사람들도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이 더 많겠지요? 자식 뒷바라지에 고생만 하셨던 어머님의 소식조차 알 수 없는 노부부는 이 무심한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할아버지 인터뷰] 어머니를 못 모시고 왔잖아요. 그 일을 눈 감기 전에는 못 잊을 거에요. 아무것도 못 가지고 왔는데, 내 아내가 어머니 사진을 한 장 가지고 왔어요. [할머니 영상편지] 어머니! 저 막내며느리 숙연이에요. 여기 남쪽으로 넘어 올 때 어머니한테 제대로 인사도 못 드린 것 죄송해요. 그때 너무 철이 없었나봐요. 그리고 형님, 시누님 죄송해요. 어머님을 형제분들한테만 맡겨놓고 저희는 병 나아서 살겠다고 온 것 생각하면 너무 죄송하고 송구스러워요. [할아버지 영상편지] 어머니! 저희들은 여기 와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날게 됐는데 어머니가 아직까지 세상에 계실 리가 없겠지만 형님께도 그렇고 정말 죄송한 것 뿐입니다. 앞으로 하늘나라에 가서 만나야겠다 하는 생각 밖에 없어요. 세상에 태어났다가 자식의 도리를 다 못한 것을 어머님, 용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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