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으로 자란 손기정 월계관수 묘목

입력 2005.09.30 (09:06) 수정 2005.09.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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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말살 사건으로 유명한 손기정옹의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식 사진(첨부사진① 참조)을 보면 손기정옹이 두 손에 나무 묘목 한 그루를 들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일명 '손기정 월계관수(樹)'로 불리는 나무입니다.
작은 화분에 담겨있는 이 묘목은 당시 2위와 3위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오직 우승자만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메달보다 오히려 더 값진, 실질적으로 우승을 상징하는 나무였습니다.
손기정옹은 이 묘목을 귀국할 때까지 잘 관리해 모교인 양정고보에 심었습니다.
손기정옹의 월계관수 묘목이 70여년의 세월의 풍상을 견뎌내고 무럭 무럭 자라 거대한 나무(첨부사진② 참조)로 성장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모읍니다.
이 나무는 양정학교가 1991년 서울 양천구 목동으로 이전한 뒤 손기정옹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서울 중구 만리동의 '손기정 체육공원'안에 있습니다.
손기정옹의 마라톤 제패 기념물 중에서 이 나무 만큼 잘 보존된 것도 없을 정도로, 이 나무는 위엄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나무높이는 약 15m이며, 직경은 55㎝, 수관폭은 동쪽 6.2m, 서쪽 4.4m, 북쪽 5.2m, 남쪽 5.7m에 달합니다.
이 묘목에는 사연이 많습니다. 손기정옹은 당시 독일 총통이었던 히틀러로부터 이 묘목을 받은 뒤 마라톤 우승자에게 주어진 특전인 60여일 간의 세계 크루즈 여행을 다니는 내내 마치 자신의 피붙이인양 잘 보살폈습니다. 그리고 귀국한 뒤에도 물을 주며 애지중지 가꾸는 등 그 어떤 물건보다 귀중하게 돌봤습니다.
손기정기념재단 강형구 이사장이 들려준 이 나무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 나무가 해방 후의 혼란기와 한국전쟁 등 격동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지금까지 아무 탈없이 자라고 있는 것은 손기정옹의 남다른 애착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나무는 사실 월계수가 아닙니다. 북미 원산의 참나무입니다.
고대 올림픽에서는 월계수로 관을 만들어 승리자에게 명예의 상장으로 주었습니다. 그리고 근대 올림픽에서는 초기에 메달만 수여했습니다. 그러다가 베를린 올림픽 대회에서 처음으로 메달과 함께 월계관을 씌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히틀러는 월계수가 아니라 미국산 참나무로 만든 월계관과 화분에 담긴 월계관수를 우승자에게 주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인해 이 나무는 월계수가 아닌 월계관수로 불립니다.
손기정옹은 시상식 때 침울한 표정으로 유니폼의 일장기가 보이지 않도록 이 월계관수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등 그 누구보다 강한 민족의식과 애국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나무는 1982년 11월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5호로 지정됐습니다.
서울시는 이 나무를 '8월의 서울시 문화재' 로 선정해 나무 앞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편 손기정 기념재단은 손기정옹 타계 3주년을 맞아 대한적십자사, 파주시와 공동으로 오는 11월27일 파주 임진각 일대에서 '손기정평화마라톤'대회(www.sonkijung.co.kr)를 열어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준 손기정옹의 정신을 기립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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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목으로 자란 손기정 월계관수 묘목
    • 입력 2005-09-30 09:06:51
    • 수정2005-09-30 09:10:23
    연합뉴스

일장기 말살 사건으로 유명한 손기정옹의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식 사진(첨부사진① 참조)을 보면 손기정옹이 두 손에 나무 묘목 한 그루를 들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일명 '손기정 월계관수(樹)'로 불리는 나무입니다. 작은 화분에 담겨있는 이 묘목은 당시 2위와 3위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오직 우승자만이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메달보다 오히려 더 값진, 실질적으로 우승을 상징하는 나무였습니다. 손기정옹은 이 묘목을 귀국할 때까지 잘 관리해 모교인 양정고보에 심었습니다. 손기정옹의 월계관수 묘목이 70여년의 세월의 풍상을 견뎌내고 무럭 무럭 자라 거대한 나무(첨부사진② 참조)로 성장해 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모읍니다. 이 나무는 양정학교가 1991년 서울 양천구 목동으로 이전한 뒤 손기정옹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된 서울 중구 만리동의 '손기정 체육공원'안에 있습니다. 손기정옹의 마라톤 제패 기념물 중에서 이 나무 만큼 잘 보존된 것도 없을 정도로, 이 나무는 위엄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나무높이는 약 15m이며, 직경은 55㎝, 수관폭은 동쪽 6.2m, 서쪽 4.4m, 북쪽 5.2m, 남쪽 5.7m에 달합니다. 이 묘목에는 사연이 많습니다. 손기정옹은 당시 독일 총통이었던 히틀러로부터 이 묘목을 받은 뒤 마라톤 우승자에게 주어진 특전인 60여일 간의 세계 크루즈 여행을 다니는 내내 마치 자신의 피붙이인양 잘 보살폈습니다. 그리고 귀국한 뒤에도 물을 주며 애지중지 가꾸는 등 그 어떤 물건보다 귀중하게 돌봤습니다. 손기정기념재단 강형구 이사장이 들려준 이 나무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 나무가 해방 후의 혼란기와 한국전쟁 등 격동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지금까지 아무 탈없이 자라고 있는 것은 손기정옹의 남다른 애착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나무는 사실 월계수가 아닙니다. 북미 원산의 참나무입니다. 고대 올림픽에서는 월계수로 관을 만들어 승리자에게 명예의 상장으로 주었습니다. 그리고 근대 올림픽에서는 초기에 메달만 수여했습니다. 그러다가 베를린 올림픽 대회에서 처음으로 메달과 함께 월계관을 씌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히틀러는 월계수가 아니라 미국산 참나무로 만든 월계관과 화분에 담긴 월계관수를 우승자에게 주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인해 이 나무는 월계수가 아닌 월계관수로 불립니다. 손기정옹은 시상식 때 침울한 표정으로 유니폼의 일장기가 보이지 않도록 이 월계관수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등 그 누구보다 강한 민족의식과 애국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나무는 1982년 11월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5호로 지정됐습니다. 서울시는 이 나무를 '8월의 서울시 문화재' 로 선정해 나무 앞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편 손기정 기념재단은 손기정옹 타계 3주년을 맞아 대한적십자사, 파주시와 공동으로 오는 11월27일 파주 임진각 일대에서 '손기정평화마라톤'대회(www.sonkijung.co.kr)를 열어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워준 손기정옹의 정신을 기립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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