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도광산 징용 명부, 내가 사료 수집”…日 전직 공무원 첫 증언

입력 2024.04.29 (21:50) 수정 2024.04.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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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사도광산입니다.

일본 에도시대부터 금을 캐온 곳으로 산업 유산의 가치가 있다는게 추진 이유인데, 오는 7월 등재 여부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사도광산은 2차대전 당시, 전쟁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조선인 천5백여 명이 강제동원된 현장이기도 합니다.

당시 조선인들의 숙소와 명부 등 강제동원의 흔적을 KBS가 보도하기도 했죠.

이 사도광산에 징용됐던 조선인들의 명부를 직접 사료로 만들었던 일본 공무원이 그 명부의 존재 사실을 KBS에 처음으로 증언했습니다.

일본 지종익 특파원이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1983년 니가타현이 니가타현사를 집필하기 위해 수집한 사도광산 내부 자료 목록입니다.

자료를 촬영한 일시와 원본 소장자 등이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개의 항목은 까맣게 칠해져 비공개 처리됐습니다.

직접 목록을 작성했던 82살의 전직 공무원은 가려진 부분에 '조선인 명부'라고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 니가타현 공무원/조선인 명부 확인 : "(조선인의 이름을 봤습니까?) 봤죠. 연령 그리고 출신지. 무슨 남도라든지.. 제가 직접 손으로 이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조선인의 이름과 나이 등이 기재된 종이 수십 장이 책의 형태로 만들어져, 기록된 조선인은 수백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니가타현 공무원/조선인 명부 확인 : "(한 장, 두 장 정도?) 아니에요. 그 정도가 아닙니다. 책 형태, 종이 묶음이었어요. (수십 장은 있었다는 거죠?) 네."]

1990년대 초반 니가타현립문서관의 초대 부관장이 된 이 전직 공무원은 당시 자료 원소유자였던 사도광산 측이 명부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니가타현 공무원/조선인 명부 확인 : "반드시 (소유자의) 공개 의사를 확인했습니다. "이 부분은 안 됩니다" 라고 답이 온 거죠."]

지난해 명부를 갖고 있다고 인정했던 니가타현 측은 말을 바꿨습니다.

[니가타 현립 문서관 전 부관장 : "거짓말로 '없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허가가 있으면 볼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니가타 현립 문서관 부관장 : "있는지 없는지를 포함해서 대답할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어야 했습니다."]

80여 년 동안 공개된 적 없는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의 공식 명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니가타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사명환 김철/그래픽:채상우 최창준/자료조사:문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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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사도광산 징용 명부, 내가 사료 수집”…日 전직 공무원 첫 증언
    • 입력 2024-04-29 21:50:46
    • 수정2024-04-29 22:16:44
    뉴스 9
[앵커]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사도광산입니다.

일본 에도시대부터 금을 캐온 곳으로 산업 유산의 가치가 있다는게 추진 이유인데, 오는 7월 등재 여부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사도광산은 2차대전 당시, 전쟁 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조선인 천5백여 명이 강제동원된 현장이기도 합니다.

당시 조선인들의 숙소와 명부 등 강제동원의 흔적을 KBS가 보도하기도 했죠.

이 사도광산에 징용됐던 조선인들의 명부를 직접 사료로 만들었던 일본 공무원이 그 명부의 존재 사실을 KBS에 처음으로 증언했습니다.

일본 지종익 특파원이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1983년 니가타현이 니가타현사를 집필하기 위해 수집한 사도광산 내부 자료 목록입니다.

자료를 촬영한 일시와 원본 소장자 등이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개의 항목은 까맣게 칠해져 비공개 처리됐습니다.

직접 목록을 작성했던 82살의 전직 공무원은 가려진 부분에 '조선인 명부'라고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 니가타현 공무원/조선인 명부 확인 : "(조선인의 이름을 봤습니까?) 봤죠. 연령 그리고 출신지. 무슨 남도라든지.. 제가 직접 손으로 이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조선인의 이름과 나이 등이 기재된 종이 수십 장이 책의 형태로 만들어져, 기록된 조선인은 수백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니가타현 공무원/조선인 명부 확인 : "(한 장, 두 장 정도?) 아니에요. 그 정도가 아닙니다. 책 형태, 종이 묶음이었어요. (수십 장은 있었다는 거죠?) 네."]

1990년대 초반 니가타현립문서관의 초대 부관장이 된 이 전직 공무원은 당시 자료 원소유자였던 사도광산 측이 명부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전 니가타현 공무원/조선인 명부 확인 : "반드시 (소유자의) 공개 의사를 확인했습니다. "이 부분은 안 됩니다" 라고 답이 온 거죠."]

지난해 명부를 갖고 있다고 인정했던 니가타현 측은 말을 바꿨습니다.

[니가타 현립 문서관 전 부관장 : "거짓말로 '없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허가가 있으면 볼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니가타 현립 문서관 부관장 : "있는지 없는지를 포함해서 대답할 수 없다고 말씀을 드렸어야 했습니다."]

80여 년 동안 공개된 적 없는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의 공식 명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니가타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사명환 김철/그래픽:채상우 최창준/자료조사:문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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