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충전] 현대판 젖동냥…위험한 모유 거래

입력 2013.07.02 (08:16) 수정 2013.07.0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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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제도 보도해드렸는데요.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1년 이상' 하게 되면,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요.

네, 모유 수유가 좋다는 건 잘 아실 테고, 그래서 현대판 젖 동냥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좀 꺼림칙한 면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현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기 기자! 아기에게 모유를 주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이 그렇게 간절한가 보네요?

<기자 멘트>

네, 모유는 아토피와 천식은 물론 아이의 정서발달에도 좋은데요.

게다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분유 파동 때문에 최근 모유 수유를 원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유 수유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모유를 구하기도 한다는데요.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는 모유 거래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끝나면 한고비 넘긴 것 같지만, 또 하나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모유 수유인데요.

그저 모유를 먹이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인터뷰> 강명숙(서울시 천호동) : "젖몸살 때문에 많이 고생했죠. 유두도 갈라지고요."

<인터뷰> 김소희(서울시 고덕동) : "아무래도 직장생활 하다 보니까 아이가 먹어야 할 때 제때 못 먹게 되고요."

<인터뷰> 이지혜(경기도 하남시) : "몸이 아플 때는 엄마가 아파도 약을 못 먹겠더라고요."

분유보다 소화도 잘 되고, 면역력 향상, 두뇌 발달에도 좋은 모유를 먹이고 싶지만, 모유 양이 적어서 혹은 엄마가 아파서 등 피치 못할 이유로 못 먹이는 경우도 많은데요.

하지만 어떻게든 모유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현대판 젖동냥에 나선 엄마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모유를 주고받는 엄마들이 많은데요, 과연 안전할까요?

<인터뷰> 서연주(가명/ 인터넷 모유 거래 경험자) : "아기는 모유 먹어도 계속 배고프다고 울고 그런데 양은 부족하고 그래서 엄마들 카페에 글 올라오기에 (사서) 먹인 적 있거든요. 그런데 좀 찜찜하기도 하고 그래서 몇 번 구매하다가 그냥 분유 먹였어요."

실제로 모유의 근원은 혈액입니다.

때문에 혈액으로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 중 일부는 모유로도 전파되기 때문에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는데요. \\

<인터뷰> 배종(강동경희대병원 모자보건센터장) : "모유를 수집하고 다시 제공하는 과정에서 변질의 우려가 있고 제공하는 엄마가 에이즈(AIDS)나 매독이라든지 엄마가 감염되어 있을 때는 모유를 통해 아기한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히 검사받은 모유를 제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올해 2월에 둘째를 낳은 박주희 씨, 아기가 아파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느라 모유를 먹일 환경이 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주희(경기도 평택시) : "첫 달에만 혼합수유를 했고요. 병원에 입원하면서 (모유가) 잘 안 나오고 그래서 못 했어요."

분유를 먹여도 봤지만 아기가 소화를 잘 시키지 못했는데요.

<인터뷰> 박주희(경기도 평택시) : "혹시 아기 엄마들한테 모유 남는 사람 좀 줄 수 없느냐고 물어보다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그랬어요."

박주희 씨 역시 인터넷상에 거래되는 모유도 찾아봤지만 그 안전성이 걱정됐습니다.

그러던 차에 모유은행이란 곳을 알게됐는데요.

하루 평균 16000원의 비용이 들지만 안전한 모유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믿고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주희(경기도 평택시) : "비싸죠. 비싼데 돈이 몇 천 원이 아니라 몇 만 원이 든다 해도 (모유를) 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더라고요."

안전한 모유를 구할 수 있는 모유 은행! 이곳에서는 모유를 기증받아 관리하는데요.

먼저 기부 의사가 있는 산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적합성 심사를 통해 모유를 받습니다.

기증받은 모유는 미생물 검사와 살균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됩니다.

<인터뷰> 박성애(강동경희대병원 모자보건센터 코디네이터) : "이렇게 병에 나누어 담아서 저온 살균기에 넣게 되는데요. 62.5도에서 30분 동안 살균을 하게 됩니다."

저온살균을 한 다음 다시 2차 안정성 검사를 마친 후에 용기에 나눠 담아서 냉동 보관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보관된 모유는 수혜자에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기 때문에 수혜자 선정에 우선 순위가 있는데요, 미숙아, 저체중아, 입양아 등의 경우에 우선 공급됩니다.

모유 은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야 하겠죠.

작년 11월에 출산 후 쭉 모유 수유 중인 정윤수 씨. 지난 3월부터 모유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윤수(경기도 수원시) : "아이 100일을 맞아서요. 아이한테 기념으로 해줄 만한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모유기증 해주면 나중에 혹시나 ‘신랑감도 엄마 젖 먹고 큰 아이야.’ 그런 인연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수유를 하고 난 뒤 다시 유축기로 유축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남을 돕는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습니다.

<인터뷰> 정윤수(경기도 수원시) : "지금 짠 용량하고 날짜, 시간을 적어줘야 해요. 번거로워도 꼭 필요한 아기들이 먹는 거잖아요. 그게 제 아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번거롭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기부한 모유만 26리터. 1.5리터 음료수병으로 17개가량 되는 양입니다.

12개월 미만의 아기를 수유 중인 엄마라면 누구든지 기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정윤수(경기도 수원시) :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 채원이 또래만 한 아이가 먹고 있을 거라는 행복감도 있고요. 딱 이 순간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더 행복하고 즐거운 것 같아요. 다른 엄마들도 이 일에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2008년 5개였던 모유 은행은 현재 단 두 곳만 운영 중인데요.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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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력충전] 현대판 젖동냥…위험한 모유 거래
    • 입력 2013-07-02 08:18:44
    • 수정2013-07-02 0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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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어제도 보도해드렸는데요.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1년 이상' 하게 되면, 알레르기 비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요.

네, 모유 수유가 좋다는 건 잘 아실 테고, 그래서 현대판 젖 동냥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좀 꺼림칙한 면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현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기 기자! 아기에게 모유를 주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이 그렇게 간절한가 보네요?

<기자 멘트>

네, 모유는 아토피와 천식은 물론 아이의 정서발달에도 좋은데요.

게다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분유 파동 때문에 최근 모유 수유를 원하는 엄마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유 수유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모유를 구하기도 한다는데요.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는 모유 거래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끝나면 한고비 넘긴 것 같지만, 또 하나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모유 수유인데요.

그저 모유를 먹이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이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인터뷰> 강명숙(서울시 천호동) : "젖몸살 때문에 많이 고생했죠. 유두도 갈라지고요."

<인터뷰> 김소희(서울시 고덕동) : "아무래도 직장생활 하다 보니까 아이가 먹어야 할 때 제때 못 먹게 되고요."

<인터뷰> 이지혜(경기도 하남시) : "몸이 아플 때는 엄마가 아파도 약을 못 먹겠더라고요."

분유보다 소화도 잘 되고, 면역력 향상, 두뇌 발달에도 좋은 모유를 먹이고 싶지만, 모유 양이 적어서 혹은 엄마가 아파서 등 피치 못할 이유로 못 먹이는 경우도 많은데요.

하지만 어떻게든 모유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현대판 젖동냥에 나선 엄마들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모유를 주고받는 엄마들이 많은데요, 과연 안전할까요?

<인터뷰> 서연주(가명/ 인터넷 모유 거래 경험자) : "아기는 모유 먹어도 계속 배고프다고 울고 그런데 양은 부족하고 그래서 엄마들 카페에 글 올라오기에 (사서) 먹인 적 있거든요. 그런데 좀 찜찜하기도 하고 그래서 몇 번 구매하다가 그냥 분유 먹였어요."

실제로 모유의 근원은 혈액입니다.

때문에 혈액으로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 중 일부는 모유로도 전파되기 때문에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기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는데요. \\

<인터뷰> 배종(강동경희대병원 모자보건센터장) : "모유를 수집하고 다시 제공하는 과정에서 변질의 우려가 있고 제공하는 엄마가 에이즈(AIDS)나 매독이라든지 엄마가 감염되어 있을 때는 모유를 통해 아기한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히 검사받은 모유를 제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죠."

올해 2월에 둘째를 낳은 박주희 씨, 아기가 아파 병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느라 모유를 먹일 환경이 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주희(경기도 평택시) : "첫 달에만 혼합수유를 했고요. 병원에 입원하면서 (모유가) 잘 안 나오고 그래서 못 했어요."

분유를 먹여도 봤지만 아기가 소화를 잘 시키지 못했는데요.

<인터뷰> 박주희(경기도 평택시) : "혹시 아기 엄마들한테 모유 남는 사람 좀 줄 수 없느냐고 물어보다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그랬어요."

박주희 씨 역시 인터넷상에 거래되는 모유도 찾아봤지만 그 안전성이 걱정됐습니다.

그러던 차에 모유은행이란 곳을 알게됐는데요.

하루 평균 16000원의 비용이 들지만 안전한 모유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믿고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주희(경기도 평택시) : "비싸죠. 비싼데 돈이 몇 천 원이 아니라 몇 만 원이 든다 해도 (모유를) 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더라고요."

안전한 모유를 구할 수 있는 모유 은행! 이곳에서는 모유를 기증받아 관리하는데요.

먼저 기부 의사가 있는 산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적합성 심사를 통해 모유를 받습니다.

기증받은 모유는 미생물 검사와 살균을 통해 안전하게 관리됩니다.

<인터뷰> 박성애(강동경희대병원 모자보건센터 코디네이터) : "이렇게 병에 나누어 담아서 저온 살균기에 넣게 되는데요. 62.5도에서 30분 동안 살균을 하게 됩니다."

저온살균을 한 다음 다시 2차 안정성 검사를 마친 후에 용기에 나눠 담아서 냉동 보관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보관된 모유는 수혜자에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기 때문에 수혜자 선정에 우선 순위가 있는데요, 미숙아, 저체중아, 입양아 등의 경우에 우선 공급됩니다.

모유 은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야 하겠죠.

작년 11월에 출산 후 쭉 모유 수유 중인 정윤수 씨. 지난 3월부터 모유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윤수(경기도 수원시) : "아이 100일을 맞아서요. 아이한테 기념으로 해줄 만한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모유기증 해주면 나중에 혹시나 ‘신랑감도 엄마 젖 먹고 큰 아이야.’ 그런 인연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수유를 하고 난 뒤 다시 유축기로 유축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남을 돕는다는 생각에 기분은 좋습니다.

<인터뷰> 정윤수(경기도 수원시) : "지금 짠 용량하고 날짜, 시간을 적어줘야 해요. 번거로워도 꼭 필요한 아기들이 먹는 거잖아요. 그게 제 아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번거롭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기부한 모유만 26리터. 1.5리터 음료수병으로 17개가량 되는 양입니다.

12개월 미만의 아기를 수유 중인 엄마라면 누구든지 기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정윤수(경기도 수원시) : "아프거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 채원이 또래만 한 아이가 먹고 있을 거라는 행복감도 있고요. 딱 이 순간만 할 수 있는 일이라서 더 행복하고 즐거운 것 같아요. 다른 엄마들도 이 일에 많이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2008년 5개였던 모유 은행은 현재 단 두 곳만 운영 중인데요.

정부 차원의 지원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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