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빗나간 모정…딸 남자 친구 살해 후 유기

입력 2014.01.16 (08:35) 수정 2014.01.1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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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50대 여성이 자신의 딸을 괴롭히던 딸의 남자친구를 살해했다며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4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수사도 종결된 시점에서 이 여성은 왜 자수를 한 걸까요?

김기흥 기자가 자세히 취재하셨죠?

<기자 멘트>

이 사건은 실종 사건이었습니다.

경찰이 1년 6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종결되고 말았는데요.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던 50대 여성이 갑작스럽게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오면서 사건의 실체가 4년 만에 드러났는데요.

완전 범죄를 꿈꾸며 4년 동안 지켜온 어머니의 비밀.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평창의 한적한 국도.

지난 14일, 경찰이 국도 인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남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였습니다.

<현장음> : “저게 뭐야? 방수제야? 옷이다. 옷이죠. 옷. 옷이네. 옷 나왔다.”

흙더미를 파헤치자 서서히 드러난 시신. 48살, 양 모씨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시신의) 완전한 부패는 일어나지 않았고, 어느 정도 머리카락도 있었고, 그리고 옷도 발견됐고...“

지난 2009년 11월, 경기도 수원의 한 경찰서엔 양 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가족의 신고전화가 접수됐습니다.

양 씨는 경기도 화성에 사는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발생지가 화성 향남이기 때문에 화성서부서로 이첩을 했고 피해자가 범죄 혐의와 관련돼서 없어진 것이 입증이 안돼서 약 1년 6개월 정도 수사를 하다가 (종결됐습니다.)“

미궁에 빠진 실종 사건!

새 국면으로 접어든 건 지난 13일 저녁 7시 쯤.

경찰 앞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부텁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계속 밤마다 그런 꿈을 꿨대요. 피가 나오는 꿈을... (숨진 양 씨의) 얼굴이 떠오르고 ...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경찰에 자수를 했다.“

밤마다 4년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이 여성은 58살의 김 모씨였는데요.

경찰조사에서 그녀는 딸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딸을 괴롭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자백했습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남자가 계속 술을 마시고 그러면서 행패를 부리고 주사가 심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김 씨의 딸이) 계속 헤어지려고 그랬던 것이죠.“

50대 여성이면서 몸무게 50㎏에 왜소한 체격인 김 씨가 건장한 체격의 양 씨를 혼자서 상대하기란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2009년 9월 27일 밤. 차도,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이 공터에서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여기는 공장이 많으니까 차가 (좀) 다니지 사람은 몇 명 안 다녀요.“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여기가 거의 종점이니까, 종점이니까...”

김 씨의 주장대로 양 씨가 평소에도 폭력을 행사했다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단둘이 만나기란 부담스러웠을 텐데요.

먼저, 사건 당일, 김 씨의 행적부터 되짚어 봤습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전날 (강원도) 평창에 있는 펜션으로 일행 4명이 놀러 갔어요. 아는 사람끼리... 거기서 지역 특산물인 더덕이 좋다고 하니까 더덕을 사서 자기 딸한테 갖다주기 위해서 (경기도 화성시) 향남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강원도에 놀러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던 김 씨.

딸이 남자친구에게 맞고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함께 있던 김 씨의 동거남과 동거남의 후배가 듣게 되는데요.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일행 세 명이 내려오면서 그럼 (김 씨의) 딸을 (양 씨가) 괴롭히니까 우리들이 남자친구를 한번 만나서 얘기를 한번 해보겠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기자 멘트>

김 씨는 일행과 함께 그 길로 딸의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살인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으며 김씨는 뒤늦게 왜 이런 사실을 털어놨을까요?

<리포트>

김 씨가 경찰에 자수를 하면서 김 씨의 동거남과 동거남의 후배가 경찰에 잇따라 체포됐습니다.

<인터뷰> 김 ○○ (피의자/ 음성변조); “처음부터 살해할 용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요?) 그냥 한번 혼내주려고... 만나서 얘기한 후에 혼을 내든지 하려고 만났습니다.“

김 씨를 도운 공범 동거남과 동거남의 후배는 그저 양 씨를 따끔하게 혼내주려고만 했을 뿐,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겁니다.

그날 양 씨와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술에 취해 약속 장소에 양 씨가 나타났고, 그 자리에는 김 씨 외에 동거남과 동거남의 후배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먼저, 김 씨가 양 씨에게 딸을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하자, 양 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김 씨 일행과 양 씨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급기야 일행이 휘두르는 둔기에 양 씨가 부상을 입고 말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 ○○ (피의자/ 음성변조): “(양 씨가) 저희 집사람한테도 상소리를 하고 심지어 애들까지 가만 안 놔두겠고...“

결국, 김 씨 일행은 다친 양 씨를 차로 옮겨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김 씨의 동거남은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후배 한 명을 더 끌어들여 그 길로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습니다.

딸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친 어머니 김 씨.

하지만, 정작 딸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딸은 엄마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것에 대해서 계속 울면서 그럴 리가 없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머니 김 씨는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걸까요?

사건 이후, 동거남은 김 씨를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김 씨는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 동거남의 입막음을 하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억 원에 이르게 됐다고 합니다.

결국, 김 씨는 동거남의 계속된 협박과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경찰에 자수를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양 씨를) 죽인 이후부터 계속 지속적으로 협박해서 엄마의 말에 의하면 5억 원 정도를 지금까지 돈을 갖다줬다 이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진짜? 엄마가 (딸의) 남자친구를? 말도 안 돼.”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무섭죠.”

경찰은 김 씨와 동거남을 포함한 공범 세 명에 대해 살인과 시신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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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빗나간 모정…딸 남자 친구 살해 후 유기
    • 입력 2014-01-16 08:37:13
    • 수정2014-01-16 09: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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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 50대 여성이 자신의 딸을 괴롭히던 딸의 남자친구를 살해했다며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4년 전에 있었던 일이고 수사도 종결된 시점에서 이 여성은 왜 자수를 한 걸까요?

김기흥 기자가 자세히 취재하셨죠?

<기자 멘트>

이 사건은 실종 사건이었습니다.

경찰이 1년 6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종결되고 말았는데요.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던 50대 여성이 갑작스럽게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오면서 사건의 실체가 4년 만에 드러났는데요.

완전 범죄를 꿈꾸며 4년 동안 지켜온 어머니의 비밀.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평창의 한적한 국도.

지난 14일, 경찰이 국도 인근의 한 야산에서 실종된 남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였습니다.

<현장음> : “저게 뭐야? 방수제야? 옷이다. 옷이죠. 옷. 옷이네. 옷 나왔다.”

흙더미를 파헤치자 서서히 드러난 시신. 48살, 양 모씨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시신의) 완전한 부패는 일어나지 않았고, 어느 정도 머리카락도 있었고, 그리고 옷도 발견됐고...“

지난 2009년 11월, 경기도 수원의 한 경찰서엔 양 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가족의 신고전화가 접수됐습니다.

양 씨는 경기도 화성에 사는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 (음성변조); “발생지가 화성 향남이기 때문에 화성서부서로 이첩을 했고 피해자가 범죄 혐의와 관련돼서 없어진 것이 입증이 안돼서 약 1년 6개월 정도 수사를 하다가 (종결됐습니다.)“

미궁에 빠진 실종 사건!

새 국면으로 접어든 건 지난 13일 저녁 7시 쯤.

경찰 앞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오면서 부텁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계속 밤마다 그런 꿈을 꿨대요. 피가 나오는 꿈을... (숨진 양 씨의) 얼굴이 떠오르고 ...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경찰에 자수를 했다.“

밤마다 4년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이 여성은 58살의 김 모씨였는데요.

경찰조사에서 그녀는 딸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딸을 괴롭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자백했습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남자가 계속 술을 마시고 그러면서 행패를 부리고 주사가 심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김 씨의 딸이) 계속 헤어지려고 그랬던 것이죠.“

50대 여성이면서 몸무게 50㎏에 왜소한 체격인 김 씨가 건장한 체격의 양 씨를 혼자서 상대하기란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2009년 9월 27일 밤. 차도, 사람도 잘 다니지 않는 이 공터에서 일어났습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여기는 공장이 많으니까 차가 (좀) 다니지 사람은 몇 명 안 다녀요.“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여기가 거의 종점이니까, 종점이니까...”

김 씨의 주장대로 양 씨가 평소에도 폭력을 행사했다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단둘이 만나기란 부담스러웠을 텐데요.

먼저, 사건 당일, 김 씨의 행적부터 되짚어 봤습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전날 (강원도) 평창에 있는 펜션으로 일행 4명이 놀러 갔어요. 아는 사람끼리... 거기서 지역 특산물인 더덕이 좋다고 하니까 더덕을 사서 자기 딸한테 갖다주기 위해서 (경기도 화성시) 향남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강원도에 놀러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던 김 씨.

딸이 남자친구에게 맞고 있다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함께 있던 김 씨의 동거남과 동거남의 후배가 듣게 되는데요.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일행 세 명이 내려오면서 그럼 (김 씨의) 딸을 (양 씨가) 괴롭히니까 우리들이 남자친구를 한번 만나서 얘기를 한번 해보겠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기자 멘트>

김 씨는 일행과 함께 그 길로 딸의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살인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으며 김씨는 뒤늦게 왜 이런 사실을 털어놨을까요?

<리포트>

김 씨가 경찰에 자수를 하면서 김 씨의 동거남과 동거남의 후배가 경찰에 잇따라 체포됐습니다.

<인터뷰> 김 ○○ (피의자/ 음성변조); “처음부터 살해할 용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요?) 그냥 한번 혼내주려고... 만나서 얘기한 후에 혼을 내든지 하려고 만났습니다.“

김 씨를 도운 공범 동거남과 동거남의 후배는 그저 양 씨를 따끔하게 혼내주려고만 했을 뿐,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겁니다.

그날 양 씨와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술에 취해 약속 장소에 양 씨가 나타났고, 그 자리에는 김 씨 외에 동거남과 동거남의 후배가 있었다고 하는데요.

먼저, 김 씨가 양 씨에게 딸을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하자, 양 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김 씨 일행과 양 씨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급기야 일행이 휘두르는 둔기에 양 씨가 부상을 입고 말았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김 ○○ (피의자/ 음성변조): “(양 씨가) 저희 집사람한테도 상소리를 하고 심지어 애들까지 가만 안 놔두겠고...“

결국, 김 씨 일행은 다친 양 씨를 차로 옮겨 살해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김 씨의 동거남은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 후배 한 명을 더 끌어들여 그 길로 강원도 평창으로 향했습니다.

딸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친 어머니 김 씨.

하지만, 정작 딸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딸은 엄마가 범행에 가담했다는 것에 대해서 계속 울면서 그럴 리가 없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머니 김 씨는 뒤늦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걸까요?

사건 이후, 동거남은 김 씨를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김 씨는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 동거남의 입막음을 하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억 원에 이르게 됐다고 합니다.

결국, 김 씨는 동거남의 계속된 협박과 빚 독촉에 시달리다, 경찰에 자수를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터뷰> 이길영 (경정/ 화성서부경찰서); “(양 씨를) 죽인 이후부터 계속 지속적으로 협박해서 엄마의 말에 의하면 5억 원 정도를 지금까지 돈을 갖다줬다 이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진짜? 엄마가 (딸의) 남자친구를? 말도 안 돼.”

<인터뷰> 주민 (음성변조): “무섭죠.”

경찰은 김 씨와 동거남을 포함한 공범 세 명에 대해 살인과 시신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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