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오래타기 신기원, 지구 25바퀴

<앵커 멘트>

승용차 한 대로 백만 킬로를 달렸다면 믿겨지십니까.

지구 둘레가 4만 킬로니까, 무려 스물다섯 바퀴를 돈 셈입니다.

고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오래된 초록색 구형 번호판, 기계식 계기판에 추억의 카세트 플레이어 출고된지 17년 된 배기량 천7백 CC짜리 국산 승용차입니다.

누적 주행거리는 99만 킬로미터를 넘었습니다.

<인터뷰> 안진순 : "과연 이 차가 백만이 됐을 때 (계기판이) 0000이 돼야 하는데 그렇게 될지 아니면 9999에서 멈출지 저도 그건 몰라요."

하지만 여전히 새 차 못지 않은 성능을 자랑합니다.

<인터뷰> 주희성(정비사) : "체계적으로 관리를 잘 해왔으니까 백오십만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비결입니다.

중고차 시장을 돌며 단종된 부품을 사모으고 웬만한 소모품을 직접 교체하면서 어느새 차량 전문가로 거듭났습니다.

이제 엔진 소리만 들어도 차량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안진순 씨가 이 차를 처음 만난 건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일자리를 잃고 재기를 위해 퇴직금을 쏟아 부어 마련했습니다.

삶의 벼랑 끝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 자동차와 함께 지구 스물다섯 바퀴의 먼 거리를 달려온 셈입니다.

<인터뷰> 안진순 : "큰 부상없이 운행해왔다는 자체가 저한테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백만, 백오십만 넘도록까지 안전하게 운행했으면 좋겠고요."

자동차로 백만 킬로미터, 가정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한 가장의 삶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