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기자 참수는 ‘피의 보복’

입력 2014.08.20 (18:23) 수정 2014.08.2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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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기자가 이라크 반군인 '이슬람 국가(IS)'로부터 참수 당했다.

IS는 오늘(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8일 미국이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이후 12일 만이다.

IS는 참수 영상에서 "진짜 살인자는 미국 지도자들"이라고 했다. IS는 또 다른 미국인 기자를 다음 희생자로 지목했다. IS가 미국인 기자를 살해한 것은 미군의 공습에 대한 복수다.

미군의 공습이 시작된 뒤 IS의 기세는 확연히 꺾였다.



IS는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포함해 북부 지역을 장악하며 현지 최대 규모의 댐인 모술 댐을 손에 넣었다. 모술 댐은 100만명이 넘는 인근 주민에 식수, 전력을 공급하는 주요 시설이다. IS가 점령한 지역은 이라크 국토 전체의 약 30%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군 공습 이후 IS는 주요 거점을 잃었다. 미군은 전투기, 무인기를 동원해 이라크 북부를 중심으로 공습을 시행했다.

그 결과, IS가 보유한 무장차, 장갑차 등 무기가 파괴됐으며,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자치정부는 모술 댐을 탈환했다.

미군 공습으로 큰 타격을 입은 IS는 미국에 대한 '피의 보복'을 예고했으며, 오늘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 미 “대량 학살, 지켜볼 수 없어”…3년 만에 공격



미국이 이라크 반군을 공습한 것은 민간인에 대한 대량학살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년 12월 이라크 전쟁 종결을 선언하며 현지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 그 후 약 3년 만에 이라크 공습을 승인한 것은 IS에 의한 대량학살 위험을 못 본 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IS는 이라크 내전을 치르면서 야지디족 등 소수부족, 기독교도에 대한 살해 위협을 지속했다. IS를 피해 피란길에 올랐던 기독교인, 야지디족 등 10만여명은 북부 산악지대에 고립돼 아사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제노사이드(대량학살범죄)'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은 학살 행위를 피하도록 돕는 일을 외면할 수 없다"며 "잠재적인 제노사이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고 했다.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미군의 공습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을 지지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현재의 국면을 전환하는 효과도 있다.

미군의 공습은 이라크 내 자국민 보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IS의 공격으로 쿠르드 민병대가 퇴각하면서 쿠르드 자치주 수도인 에르빌이 IS에 장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르빌에는 미국 영사관과 수십명의 미국 외교관이 있다. IS가 에르빌을 장악할 수 없도록 미군이 나선 것이다.

◆ ‘범종파적 정부 수립 실패’ 갈등 증폭 원인



이라크 반군이 무력 투쟁을 벌인 이유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새로 들어선 시아파 정권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후세인 정권이 물러난 이후 이라크에서는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지난 14일 퇴진)가 권력을 장악했다. 미국은 친미 성향인 알말리키 전 총리에게 '범종파적 국가'를 세우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이라크 내 다양한 부족, 종파를 통합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를 구성하는 데 수니파를 배제했으며 시아파 중심의 정책을 폈다.

알말리키 정권은 오랫동안 권력을 잡아왔던 수니파의 군과 경찰을 강제 해산시켰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무기가 새 정권의 관리 안에 들어오지 못한 채 쫓겨난 군, 경찰의 손에 남았다. IS를 포함해 수니파 반군이 극단적인 투쟁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진5.누리 알말리키 전 이라크 총리>

알말리키 전 총리는 수니파 반군이 득세하는 이라크-시리아 국경지대를 사실상 방치했다. 그 지역은 알말리키 전 총리의 통치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IS는 큰 출혈 없이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할 수 있었다. IS는 지난 6월 말 시리아와 이라크를 포함한 영토에 이슬람 율법에 의해 통치되는 '이슬람국가'라는 이름의 국가를 세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IS가 이라크 정권을 차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군의 개입으로 IS의 세력 확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인 참수를 통해 IS가 얻는 것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장세원 단국대 중동학과 교수는 "반군 습격을 승인한 미국은 자국민의 피해를 일부분 예상했을 것"이라며 "미국인 기자 참수로 인해 군사 작전이 후퇴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IS는 극단적인 잔인성 등으로 반군 내에서도 반발이 있다"며 "이번 일로 IS에 대한 이라크 내 반대 여론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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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8-20 18:23:52
    • 수정2014-08-20 19:14:32
    국제


미국인 기자가 이라크 반군인 '이슬람 국가(IS)'로부터 참수 당했다.

IS는 오늘(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8일 미국이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이후 12일 만이다.

IS는 참수 영상에서 "진짜 살인자는 미국 지도자들"이라고 했다. IS는 또 다른 미국인 기자를 다음 희생자로 지목했다. IS가 미국인 기자를 살해한 것은 미군의 공습에 대한 복수다.

미군의 공습이 시작된 뒤 IS의 기세는 확연히 꺾였다.



IS는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포함해 북부 지역을 장악하며 현지 최대 규모의 댐인 모술 댐을 손에 넣었다. 모술 댐은 100만명이 넘는 인근 주민에 식수, 전력을 공급하는 주요 시설이다. IS가 점령한 지역은 이라크 국토 전체의 약 30%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군 공습 이후 IS는 주요 거점을 잃었다. 미군은 전투기, 무인기를 동원해 이라크 북부를 중심으로 공습을 시행했다.

그 결과, IS가 보유한 무장차, 장갑차 등 무기가 파괴됐으며,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자치정부는 모술 댐을 탈환했다.

미군 공습으로 큰 타격을 입은 IS는 미국에 대한 '피의 보복'을 예고했으며, 오늘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 미 “대량 학살, 지켜볼 수 없어”…3년 만에 공격



미국이 이라크 반군을 공습한 것은 민간인에 대한 대량학살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년 12월 이라크 전쟁 종결을 선언하며 현지에서 미군을 철수시켰다. 그 후 약 3년 만에 이라크 공습을 승인한 것은 IS에 의한 대량학살 위험을 못 본 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IS는 이라크 내전을 치르면서 야지디족 등 소수부족, 기독교도에 대한 살해 위협을 지속했다. IS를 피해 피란길에 올랐던 기독교인, 야지디족 등 10만여명은 북부 산악지대에 고립돼 아사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제노사이드(대량학살범죄)'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은 학살 행위를 피하도록 돕는 일을 외면할 수 없다"며 "잠재적인 제노사이드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다'고 했다.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미군의 공습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을 지지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현재의 국면을 전환하는 효과도 있다.

미군의 공습은 이라크 내 자국민 보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IS의 공격으로 쿠르드 민병대가 퇴각하면서 쿠르드 자치주 수도인 에르빌이 IS에 장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르빌에는 미국 영사관과 수십명의 미국 외교관이 있다. IS가 에르빌을 장악할 수 없도록 미군이 나선 것이다.

◆ ‘범종파적 정부 수립 실패’ 갈등 증폭 원인



이라크 반군이 무력 투쟁을 벌인 이유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새로 들어선 시아파 정권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후세인 정권이 물러난 이후 이라크에서는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전 총리(지난 14일 퇴진)가 권력을 장악했다. 미국은 친미 성향인 알말리키 전 총리에게 '범종파적 국가'를 세우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이라크 내 다양한 부족, 종파를 통합하는 데 실패했다. 정부를 구성하는 데 수니파를 배제했으며 시아파 중심의 정책을 폈다.

알말리키 정권은 오랫동안 권력을 잡아왔던 수니파의 군과 경찰을 강제 해산시켰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무기가 새 정권의 관리 안에 들어오지 못한 채 쫓겨난 군, 경찰의 손에 남았다. IS를 포함해 수니파 반군이 극단적인 투쟁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진5.누리 알말리키 전 이라크 총리>

알말리키 전 총리는 수니파 반군이 득세하는 이라크-시리아 국경지대를 사실상 방치했다. 그 지역은 알말리키 전 총리의 통치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IS는 큰 출혈 없이 이라크 북부 지역을 장악할 수 있었다. IS는 지난 6월 말 시리아와 이라크를 포함한 영토에 이슬람 율법에 의해 통치되는 '이슬람국가'라는 이름의 국가를 세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IS가 이라크 정권을 차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군의 개입으로 IS의 세력 확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인 참수를 통해 IS가 얻는 것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장세원 단국대 중동학과 교수는 "반군 습격을 승인한 미국은 자국민의 피해를 일부분 예상했을 것"이라며 "미국인 기자 참수로 인해 군사 작전이 후퇴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IS는 극단적인 잔인성 등으로 반군 내에서도 반발이 있다"며 "이번 일로 IS에 대한 이라크 내 반대 여론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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