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색 깊던 회장님의 쾌유 비결은?

입력 2014.09.23 (07:00) 수정 2014.09.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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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벌 회장들은 감옥에만 들어가면 아플까.

지난 2월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돼 풀려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다.

김 회장은 지난 9월 20일 오후 인천 백석동 드림파크 승마장을 찾았다.

3남인 동선씨(갤러리아 승마단)가 출전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 마술 단체전을 보기 위해서다.



금메달을 딴 동선씨의 활약에 그는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선글라스와 흰색 줄무늬 셔츠를 입고 경기를 지켜본 김 회장은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다. 아들의 활약에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누구봐도 병자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2월 김 회장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2월 그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파기 환송심 선고를 위해 나타난 사진을 보면 그의 병세는 매우 위중해 보인다. 환자용 침대에 누워 링겔을 꽂은 모습은 영락없는 병자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위장 계열사의 빚을 갚기 위해 회삿돈 3200억원을 부당 지출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2012년 9월 법원은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당시 그의 법정구속 소식은 경제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비리나 횡령으로 구속 기소된 재벌 총수는 많았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재벌총수를 법원이 법정 구속한 사례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재벌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구속 이후 그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완연했다. 이어진 2심과 3심 재판에서 김 회장은 심각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당뇨병과 심한 우울증으로 수감 생활을 하기 어렵다며 그는 휠체어나 환자용 침대에 누워 링겔을 꽂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때는 폐렴, 폐혈증 등으로 위급상황까지 겪었다며 인공호흡기까지 끼고 나왔다.

그의 건강상태는 실제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1심 법정 구속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31억원을 선고해 그를 풀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김 회장이 우리나라 경제에 이바지한 점과 악화된 건강상태를 고려했다”며 석방 이유 중 하나가 김 회장의 건강상태임을 분명히 했다.

석방된 김 회장의 건강은 빠르게 회복했다.

자유의 몸이 되자 그는 미국을 자주 드나들었다. 3월말 신병치료차 미국으로 간 그는 한달 뒤 귀국했다. 이후 2주만에 다시 미국으로 재출국한뒤 8일만에 돌아왔다. 3월말 출국 때만 해도 휠체어를 탔던 그는 5월 19일 재출국할 때는 걸어서 공항을 빠져나갔다. 7월에는 핀란드 헬싱키를 찾아 태양광 시설을 점검했다. 빠른 회복세다.

법원이 명한 3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미 6월말부터 서울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매주 2~3회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벌써 사회봉사명령의 절반 정도를 채웠고, 연말까지는 사회봉사명령을 다 채울 것이라는게 그룹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개활동을 계기로 조만간 김 회장이 복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는 지난 2월 판결 확정과 동시에 한화그룹 계열사 7곳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회장직을 유지 하고 있다.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게 그룹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건강이 어느정도 회복돼 최근 대외활동을 시작했다"며 "이번 경기장 방문은 회사의 활동과는 관계없는, 아들이 출전한 경기를 보기 위한 개인일정일 뿐, 경영복귀 시점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 받을 당시 박지원의원 (왼쪽)과 최근 모습>

과거 사례를 봐도 재벌 총수나 정치인들이 법정에 출두하는 와중에 휠체어 신세를 지거나 수염을 깍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엔 이재현 CJ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이선애 태광그룹 상무 등이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법정에 나올 때마다 휠체어를 타고 안대를 한 모습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됐지만, 최종 대법원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왼쪽부터) 태광 이호진 회장, 태광 이호진 회장의 모친 이선애 상무, CJ 이재현 회장>
 
이들의 ‘아프다’는 의사표시는 고도의 법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구속집행정지(재판중인 경우)나 형 집행정지(형이 확정된 경우)로 풀려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구속집행정지나 형 집행정지를 받더라도 선고 형령이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집행유예로 형이 확정되거나 사면을 받으면 그대로 ‘자유의 몸’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엄정한 법집행이라는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이, 재벌과 힘센 정치인에게도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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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09-24 11: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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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재벌 회장들은 감옥에만 들어가면 아플까.

지난 2월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돼 풀려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화제다.

김 회장은 지난 9월 20일 오후 인천 백석동 드림파크 승마장을 찾았다.

3남인 동선씨(갤러리아 승마단)가 출전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 마술 단체전을 보기 위해서다.



금메달을 딴 동선씨의 활약에 그는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선글라스와 흰색 줄무늬 셔츠를 입고 경기를 지켜본 김 회장은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다. 아들의 활약에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박수를 보냈다. 누구봐도 병자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 2월 김 회장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지난 2월 그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파기 환송심 선고를 위해 나타난 사진을 보면 그의 병세는 매우 위중해 보인다. 환자용 침대에 누워 링겔을 꽂은 모습은 영락없는 병자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위장 계열사의 빚을 갚기 위해 회삿돈 3200억원을 부당 지출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2012년 9월 법원은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당시 그의 법정구속 소식은 경제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비리나 횡령으로 구속 기소된 재벌 총수는 많았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재벌총수를 법원이 법정 구속한 사례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재벌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구속 이후 그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완연했다. 이어진 2심과 3심 재판에서 김 회장은 심각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당뇨병과 심한 우울증으로 수감 생활을 하기 어렵다며 그는 휠체어나 환자용 침대에 누워 링겔을 꽂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때는 폐렴, 폐혈증 등으로 위급상황까지 겪었다며 인공호흡기까지 끼고 나왔다.

그의 건강상태는 실제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1심 법정 구속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31억원을 선고해 그를 풀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김 회장이 우리나라 경제에 이바지한 점과 악화된 건강상태를 고려했다”며 석방 이유 중 하나가 김 회장의 건강상태임을 분명히 했다.

석방된 김 회장의 건강은 빠르게 회복했다.

자유의 몸이 되자 그는 미국을 자주 드나들었다. 3월말 신병치료차 미국으로 간 그는 한달 뒤 귀국했다. 이후 2주만에 다시 미국으로 재출국한뒤 8일만에 돌아왔다. 3월말 출국 때만 해도 휠체어를 탔던 그는 5월 19일 재출국할 때는 걸어서 공항을 빠져나갔다. 7월에는 핀란드 헬싱키를 찾아 태양광 시설을 점검했다. 빠른 회복세다.

법원이 명한 3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이미 6월말부터 서울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매주 2~3회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벌써 사회봉사명령의 절반 정도를 채웠고, 연말까지는 사회봉사명령을 다 채울 것이라는게 그룹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개활동을 계기로 조만간 김 회장이 복귀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는 지난 2월 판결 확정과 동시에 한화그룹 계열사 7곳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회장직을 유지 하고 있다.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게 그룹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건강이 어느정도 회복돼 최근 대외활동을 시작했다"며 "이번 경기장 방문은 회사의 활동과는 관계없는, 아들이 출전한 경기를 보기 위한 개인일정일 뿐, 경영복귀 시점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 받을 당시 박지원의원 (왼쪽)과 최근 모습>

과거 사례를 봐도 재벌 총수나 정치인들이 법정에 출두하는 와중에 휠체어 신세를 지거나 수염을 깍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엔 이재현 CJ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이선애 태광그룹 상무 등이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법정에 나올 때마다 휠체어를 타고 안대를 한 모습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됐지만, 최종 대법원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왼쪽부터) 태광 이호진 회장, 태광 이호진 회장의 모친 이선애 상무, CJ 이재현 회장>
 
이들의 ‘아프다’는 의사표시는 고도의 법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구속집행정지(재판중인 경우)나 형 집행정지(형이 확정된 경우)로 풀려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구속집행정지나 형 집행정지를 받더라도 선고 형령이 줄어드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집행유예로 형이 확정되거나 사면을 받으면 그대로 ‘자유의 몸’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엄정한 법집행이라는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이, 재벌과 힘센 정치인에게도 공정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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