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헉’ ‘충격’ 낚시 글…네티즌이 물고기입니까?

입력 2014.10.1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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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기사는 알바들이 쓰는 거예요.” “(트래픽) 순위 밀리면 위에서 뭐라고 하니까...” “문제는 포털이에요. 포털 검색어요.”

왜 ‘낚시성 기사’들이 인터넷을 '도배'하는지에 대한 취재는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런 종류의 기사를 특히 많이 쏟아내는 인터넷신문사 몇 곳을 골라 접촉을 시도했고, 그 중 네 명의 기자와 직접 연락이 닿았다. 이들은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불만이 상당했기에 솔직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 "취재할 시간이 어딨어요?"...근본 원인은 '포털'

인터넷신문 기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소위 ‘검색어 기사’라는 것은 주로 연예 관련 기사가 많은데, 그 끝에는 작성한 기자 이름 대신 ‘000 연예부’ ‘@@@이슈팀’ 같은 부서명을 달아 놓은 경우가 많다. 왜냐 하면 첫째, 작성자가 정식 기자가 아닌 ‘알바생’이기 때문이거나 둘째,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것이어서 기사 내용에 책임지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알바생들이 우리 사무실 저기 한쪽에 아예 상주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던 A기자와 “취재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계속 ctrl+c/ctrl+v 해서 올리기도 바쁜데...”하던 B기자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포털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날을 세웠다. 포털이 현재 고수하고 있는 뉴스 기사 관련 시스템이, 지금의 폐단을 만들었다는 거다.

◆ 시장 점유율 75%인 네이버는 '블랙홀'

“특히 네이버가 블랙홀이죠.”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관련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문제 인식을 일정 부분 함께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인터넷기사 유통의 70% 이상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로 시장점유율이 75%에 달한 네이버는, ‘블랙홀’로 통했다.

네이버는 다음(DAUM)과 기사가 검색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다음(DAUM)은 관련 검색어끼리 묶여서 결과가 뜨는 반면, 네이버는 똑같은 결과라도 100개면 100개가 낱개로 따로 다 뜬다. 그래서 요즘 협박 사건으로 한창 조사를 받고 있는 모 남자 배우의 경우, 이름을 치면 검색 결과 화면이 백 장을 넘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인터넷신문사 입장에서 보면, 물량공세를 퍼부어야 클릭될 확률이 높아지고, 클릭 수는 곧 광고수입과 직결되니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이런 기사는 어차피 개별 취재를 못 하고 베껴 쓰다 보니 내용은 다 비슷비슷하고, 그 많은 목록 중에 선택받으려면 승부처는 딱 하나 제목일 수밖에 없다. 눈에 띄는 자극적인 ‘낚시성 제목’과 ‘기사 도배’가 탄생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일정 부분 네이버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몇몇 보도를 통해 네이버가 기사 검색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소식이 있어 취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 했다. "구체적으로 밝힌 만한 건 없고,그저 노력 중이라는 것만 알아달라"는 홍보팀의 답변에서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다면 괜한 트집일까?

◆‘헉!’ ‘충격!’보다 더 자극적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헉!’ ‘충격!’ ‘알고 보니...’류의 떡밥에 입질이 줄기 시작했고, 좀 더 강력한 ‘낚시성 제목’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나타난 대표적인 수법이 ‘1) 직접 관련 없는 유명인 끌어들이기 2) 기사내용과 상관없는 소재 언급하기’로 보인다. 지난 12일 KBS '미디어인사이드' 방송에서 다룬 ‘김연아’ ‘효연’ 두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김연아나 효연은 우리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스타, 유명인이다. 일각에선 이들을 공인이라고도 한다. 이런 유명 인사에 대해서 없는 사실을 지어내 ‘허위보도’를 한 것도 아니고, 생판 모르는 남도 아닌 현재와 전 연인에 관한 기사에서 언급한 것을 두고 “잘못된 보도”라고 문제 삼을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 삼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인물이 아닌, 보도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윤리적 비난에 그치지 않고 법적 책임을 물어 처벌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은, 사전적 의미로의 ‘공인(公認)’은 아니지만 사회적 통념상 공인과 같은 범주로 여겨진다. 실제로 연예인과 인기 스포츠 선수, 유력 사업가 같은 유명인을 ‘공인’으로 표현하거나, 그와 같은 의미로 놓고 판시한 판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기획팀을 맡고 있는 양재규 변호사는, 기사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할 땐 대상이 공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상 인물의 어떤 사항을 보도했느냐가 중요한 거죠. 과연 그것이 ‘공적인 관심사항에 해당하는가, 국민의 정당한 알권리에 부합하는가, 공익성이 있는가’ 이렇게 접근해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인’에 대한 보도라도 그 내용이 공적인 관심사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특히 남녀간의 사적인 부분에 해당할 경우 ‘사생활침해’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김연아 씨와 효연 씨처럼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이름과 사진이 노출되면, ‘성명권-초상권 침해’로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

◆“규제보다는 육성·지원” vs “봐줄 만큼 봐줬다”


현재 인터넷신문은 지면신문을 주축으로 하는 일명 ‘닷컴사’와 순수 ‘독립형 인터넷신문’으로 양분돼, 각각의 협회로 운영되고 있다. 심의기관도 따로따로인 데다, 이나마도 아무런 강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현재 단순 등록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향후 진입장벽을 높여 매체 건전성을 담보하고 부실 업체는 정기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는 적극적 개입론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반면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보다 자유롭고 가벼운 특성을 존중하고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규제나 처벌보다는 양분된 협회와 심의기관을 하나로 합치는 등 자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 결국엔 통할 것이란 주장이다.

취재가 끝나고 가장 아쉬운 점은, 정작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지 못 했다는 것!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해법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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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헉’ ‘충격’ 낚시 글…네티즌이 물고기입니까?
    • 입력 2014-10-15 11:59:00
    취재후·사건후
“그런 기사는 알바들이 쓰는 거예요.” “(트래픽) 순위 밀리면 위에서 뭐라고 하니까...” “문제는 포털이에요. 포털 검색어요.” 왜 ‘낚시성 기사’들이 인터넷을 '도배'하는지에 대한 취재는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다. 이런 종류의 기사를 특히 많이 쏟아내는 인터넷신문사 몇 곳을 골라 접촉을 시도했고, 그 중 네 명의 기자와 직접 연락이 닿았다. 이들은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과 불만이 상당했기에 솔직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 "취재할 시간이 어딨어요?"...근본 원인은 '포털' 인터넷신문 기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소위 ‘검색어 기사’라는 것은 주로 연예 관련 기사가 많은데, 그 끝에는 작성한 기자 이름 대신 ‘000 연예부’ ‘@@@이슈팀’ 같은 부서명을 달아 놓은 경우가 많다. 왜냐 하면 첫째, 작성자가 정식 기자가 아닌 ‘알바생’이기 때문이거나 둘째,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것이어서 기사 내용에 책임지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알바생들이 우리 사무실 저기 한쪽에 아예 상주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던 A기자와 “취재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계속 ctrl+c/ctrl+v 해서 올리기도 바쁜데...”하던 B기자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포털에 있다고 한목소리로 날을 세웠다. 포털이 현재 고수하고 있는 뉴스 기사 관련 시스템이, 지금의 폐단을 만들었다는 거다. ◆ 시장 점유율 75%인 네이버는 '블랙홀' “특히 네이버가 블랙홀이죠.”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관련 전문가들도, 이와 같은 문제 인식을 일정 부분 함께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인터넷기사 유통의 70% 이상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로 시장점유율이 75%에 달한 네이버는, ‘블랙홀’로 통했다. 네이버는 다음(DAUM)과 기사가 검색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다음(DAUM)은 관련 검색어끼리 묶여서 결과가 뜨는 반면, 네이버는 똑같은 결과라도 100개면 100개가 낱개로 따로 다 뜬다. 그래서 요즘 협박 사건으로 한창 조사를 받고 있는 모 남자 배우의 경우, 이름을 치면 검색 결과 화면이 백 장을 넘어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인터넷신문사 입장에서 보면, 물량공세를 퍼부어야 클릭될 확률이 높아지고, 클릭 수는 곧 광고수입과 직결되니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이런 기사는 어차피 개별 취재를 못 하고 베껴 쓰다 보니 내용은 다 비슷비슷하고, 그 많은 목록 중에 선택받으려면 승부처는 딱 하나 제목일 수밖에 없다. 눈에 띄는 자극적인 ‘낚시성 제목’과 ‘기사 도배’가 탄생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일정 부분 네이버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요구가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몇몇 보도를 통해 네이버가 기사 검색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소식이 있어 취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 했다. "구체적으로 밝힌 만한 건 없고,그저 노력 중이라는 것만 알아달라"는 홍보팀의 답변에서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졌다면 괜한 트집일까? ◆‘헉!’ ‘충격!’보다 더 자극적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헉!’ ‘충격!’ ‘알고 보니...’류의 떡밥에 입질이 줄기 시작했고, 좀 더 강력한 ‘낚시성 제목’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나타난 대표적인 수법이 ‘1) 직접 관련 없는 유명인 끌어들이기 2) 기사내용과 상관없는 소재 언급하기’로 보인다. 지난 12일 KBS '미디어인사이드' 방송에서 다룬 ‘김연아’ ‘효연’ 두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김연아나 효연은 우리 국민이라면 모를 수 없는 스타, 유명인이다. 일각에선 이들을 공인이라고도 한다. 이런 유명 인사에 대해서 없는 사실을 지어내 ‘허위보도’를 한 것도 아니고, 생판 모르는 남도 아닌 현재와 전 연인에 관한 기사에서 언급한 것을 두고 “잘못된 보도”라고 문제 삼을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 삼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인물이 아닌, 보도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윤리적 비난에 그치지 않고 법적 책임을 물어 처벌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은, 사전적 의미로의 ‘공인(公認)’은 아니지만 사회적 통념상 공인과 같은 범주로 여겨진다. 실제로 연예인과 인기 스포츠 선수, 유력 사업가 같은 유명인을 ‘공인’으로 표현하거나, 그와 같은 의미로 놓고 판시한 판례들이 다수 확인됐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기획팀을 맡고 있는 양재규 변호사는, 기사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할 땐 대상이 공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상 인물의 어떤 사항을 보도했느냐가 중요한 거죠. 과연 그것이 ‘공적인 관심사항에 해당하는가, 국민의 정당한 알권리에 부합하는가, 공익성이 있는가’ 이렇게 접근해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인’에 대한 보도라도 그 내용이 공적인 관심사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특히 남녀간의 사적인 부분에 해당할 경우 ‘사생활침해’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김연아 씨와 효연 씨처럼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이름과 사진이 노출되면, ‘성명권-초상권 침해’로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 ◆“규제보다는 육성·지원” vs “봐줄 만큼 봐줬다” 현재 인터넷신문은 지면신문을 주축으로 하는 일명 ‘닷컴사’와 순수 ‘독립형 인터넷신문’으로 양분돼, 각각의 협회로 운영되고 있다. 심의기관도 따로따로인 데다, 이나마도 아무런 강제성이 없다. 이 때문에 현재 단순 등록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향후 진입장벽을 높여 매체 건전성을 담보하고 부실 업체는 정기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는 적극적 개입론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반면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보다 자유롭고 가벼운 특성을 존중하고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규제나 처벌보다는 양분된 협회와 심의기관을 하나로 합치는 등 자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 결국엔 통할 것이란 주장이다. 취재가 끝나고 가장 아쉬운 점은, 정작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지 못 했다는 것!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해법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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