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가보니…

입력 2014.10.22 (07:01) 수정 2014.10.2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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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쿠니...풀리지 않는 갈등 풀 수 없는 숙제

한국과 일본 두나라 사이에 가장 큰 감정적 대립을 낳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일 것이다.

도쿄 중심가 치요다 구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이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의 중심에 선 종교 시설로 입구에는 일본내 어느 신사에서나 볼 수 있는 '도리이'로 불리는 거대한 구조물이 버티고 서있다.

'도리이'라면 일본말로는 새들이 머무는 곳, 보금자리 정도의 뜻이겠지만 이는 거대한 두개의 기둥과 이를 가로로 연결하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도리이 밖은 불경한 현세 , 즉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고 그 안쪽은 신성한 영계로 사자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개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도리이 위에는 현세와 영계를 넘나드는 새의 조각을 올려놓았다.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10월 18일...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추계 예대제[가을제사]가 열리는 날로 예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 볼 수 있었다. 첫 인상은 우리 종묘 제례를 보는 듯 한일 두나라 모두 죽은 영혼에 대해 산 자가 예를 표하는 의식이 주는 느낌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은 일본인 특유의 영혼에 대한 사고와 인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모두 알다 시피 메이지 유신 이후 천황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바친 사람들, 그러니까 일본내 내전이 됐던 외국과 벌인 전쟁이 됐던 구별 없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영령을 신격화해 모시고 있다.

일본인들의 영혼 숭배에 대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사의 경내 한 켠에 말과 개 비둘기 상이 있는 것이 보여 연유를 물었더니, 전쟁중에 죽은 동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이란다. 사람은 물론 동물 심지어 식물들에게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것이 일본인들의 사생관이라는 설명이었다.


<사진> 군마상

천황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바친 자기나라 사람들을 기린다는 데 옆나라에서 감놔라 배놔라 시비 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일본이 벌인 대표적인 침략 전쟁이라 할 수 있는 태평양 전쟁을 통해,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긴 도조 히데끼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웃나라는 일본 총리와 각료들이 A급 전범들의 영령이 모셔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 정부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 모습

■ 영혼 분사는 강물에 쏟은 차를 다시 찻잔에 담는것?

신사 관계자는, 한국 언론 진흥 재단과 한일 미래 포럼등이 주최한 한일 언론인 포럼 참석차 이곳을 찾은 기자단에게 전범 분사 문제와 관련해 "영혼을 어떻게 분사"하느냐며 분사는 전혀 가능한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영을 모신뒤 나중에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람조차도 그대로 명부에 실어놓고 있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덧 붙였다.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이 신사에 모셔져 있다니...???

더구나 그 사람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니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다. 한번 흐르는 강물에 차를 쏟아 부었는데 이를 어떻게 다시 되담을 수 있겠느냐며 신사에 모셔지는 모든 영들이 한꺼번에 합쳐졌으므로 분리해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와 대박... 그렇다면 전범들에 대한 분사는 죽은 사람 살려내라는 요구처럼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웃나라의 불편한 심기와는 아랑곳 없이 이곳에 참배를 계속하는 일본의 속마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진> 전쟁 박물관 모습

그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사 경내의 전쟁 박물관 유슈칸에서는 "대동아 전쟁 70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A급 전범들이 벌인 태평양 전쟁을 마치 아시아의 이익을 위해 싸운 것처럼 대동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주는 데, 야스쿠니 입구에는 가미가제 특공대를 싣고 미 전함으로 돌진했던 제로 전투기가 전시돼 있었다.

대일본 제국과 천황을 위해 이 한목숨 기꺼이 바치겠다며, 나중에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며 전장에 나선 병사들의 유서를 비롯해 지아비에 부담이 되지 않기위해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며 자녀들을 데리고 아내가 자살하면서 남긴 유서 등 섬뜩한 내용과 당시 위용을 자랑하던 대포등 각종 유품과 사료들로 그득했다.



임진왜란 당시 현해탄을 건너 쳐들어 온 왜군 장수들이 입었던 갑옷과 귀신 모습의 가면은 영화 명량이나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KBS TV 드라마를 통해 매우 낯익은 것이었다.

여기에다 아직도 시퍼렇게 날이 서려있는 사무라이들의 칼들도 무서운 음기를 내뿜으며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그들이 호국 영령을 기리는 종교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야스쿠니 신사 바로 옆에 이처럼 일본이 저지른 침략 전쟁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보며, 일본은 과연 이웃나라가 입은 피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되묻고 싶어졌다.

영혼을 분리할 수 없다며 참배를 강행하는 일본의 태도가 주변국의 불편한 심사를 헤아리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오만으로 비쳐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일본 정치인들이 모를리 없을 텐데...

이제라도 일본 정치인들에게 전범이 아닌 호국 영령들만의 추모의 장을 새로이 만드는 것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결코 잊을 수 없는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첫 걸음이 된다는 인식을 갖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평화로운 나라, 안정된 나라라는 뜻을 지닌 야스쿠니가 갈등과 분란의 불씨가 되고 있는 현실을 이곳에 머물고 있는 영령들은 어떤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을 지 ...하는 상념에 잠시나마 빠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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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가보니…
    • 입력 2014-10-22 07:01:39
    • 수정2014-10-22 15:46:18
    취재후·사건후
■ 야스쿠니...풀리지 않는 갈등 풀 수 없는 숙제

한국과 일본 두나라 사이에 가장 큰 감정적 대립을 낳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일 것이다.

도쿄 중심가 치요다 구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이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의 중심에 선 종교 시설로 입구에는 일본내 어느 신사에서나 볼 수 있는 '도리이'로 불리는 거대한 구조물이 버티고 서있다.

'도리이'라면 일본말로는 새들이 머무는 곳, 보금자리 정도의 뜻이겠지만 이는 거대한 두개의 기둥과 이를 가로로 연결하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도리이 밖은 불경한 현세 , 즉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고 그 안쪽은 신성한 영계로 사자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개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도리이 위에는 현세와 영계를 넘나드는 새의 조각을 올려놓았다.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10월 18일...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추계 예대제[가을제사]가 열리는 날로 예식이 진행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 볼 수 있었다. 첫 인상은 우리 종묘 제례를 보는 듯 한일 두나라 모두 죽은 영혼에 대해 산 자가 예를 표하는 의식이 주는 느낌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은 일본인 특유의 영혼에 대한 사고와 인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모두 알다 시피 메이지 유신 이후 천황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바친 사람들, 그러니까 일본내 내전이 됐던 외국과 벌인 전쟁이 됐던 구별 없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영령을 신격화해 모시고 있다.

일본인들의 영혼 숭배에 대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사의 경내 한 켠에 말과 개 비둘기 상이 있는 것이 보여 연유를 물었더니, 전쟁중에 죽은 동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이란다. 사람은 물론 동물 심지어 식물들에게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것이 일본인들의 사생관이라는 설명이었다.


<사진> 군마상

천황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바친 자기나라 사람들을 기린다는 데 옆나라에서 감놔라 배놔라 시비 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일본이 벌인 대표적인 침략 전쟁이라 할 수 있는 태평양 전쟁을 통해, 한국.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긴 도조 히데끼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웃나라는 일본 총리와 각료들이 A급 전범들의 영령이 모셔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진> 정부 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 모습

■ 영혼 분사는 강물에 쏟은 차를 다시 찻잔에 담는것?

신사 관계자는, 한국 언론 진흥 재단과 한일 미래 포럼등이 주최한 한일 언론인 포럼 참석차 이곳을 찾은 기자단에게 전범 분사 문제와 관련해 "영혼을 어떻게 분사"하느냐며 분사는 전혀 가능한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곳에 영을 모신뒤 나중에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람조차도 그대로 명부에 실어놓고 있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덧 붙였다.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이 신사에 모셔져 있다니...???

더구나 그 사람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니 이해가 안가는 일이었다. 한번 흐르는 강물에 차를 쏟아 부었는데 이를 어떻게 다시 되담을 수 있겠느냐며 신사에 모셔지는 모든 영들이 한꺼번에 합쳐졌으므로 분리해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와 대박... 그렇다면 전범들에 대한 분사는 죽은 사람 살려내라는 요구처럼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웃나라의 불편한 심기와는 아랑곳 없이 이곳에 참배를 계속하는 일본의 속마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진> 전쟁 박물관 모습

그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사 경내의 전쟁 박물관 유슈칸에서는 "대동아 전쟁 70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A급 전범들이 벌인 태평양 전쟁을 마치 아시아의 이익을 위해 싸운 것처럼 대동아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주는 데, 야스쿠니 입구에는 가미가제 특공대를 싣고 미 전함으로 돌진했던 제로 전투기가 전시돼 있었다.

대일본 제국과 천황을 위해 이 한목숨 기꺼이 바치겠다며, 나중에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며 전장에 나선 병사들의 유서를 비롯해 지아비에 부담이 되지 않기위해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며 자녀들을 데리고 아내가 자살하면서 남긴 유서 등 섬뜩한 내용과 당시 위용을 자랑하던 대포등 각종 유품과 사료들로 그득했다.



임진왜란 당시 현해탄을 건너 쳐들어 온 왜군 장수들이 입었던 갑옷과 귀신 모습의 가면은 영화 명량이나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KBS TV 드라마를 통해 매우 낯익은 것이었다.

여기에다 아직도 시퍼렇게 날이 서려있는 사무라이들의 칼들도 무서운 음기를 내뿜으며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그들이 호국 영령을 기리는 종교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야스쿠니 신사 바로 옆에 이처럼 일본이 저지른 침략 전쟁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보며, 일본은 과연 이웃나라가 입은 피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려는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되묻고 싶어졌다.

영혼을 분리할 수 없다며 참배를 강행하는 일본의 태도가 주변국의 불편한 심사를 헤아리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오만으로 비쳐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일본 정치인들이 모를리 없을 텐데...

이제라도 일본 정치인들에게 전범이 아닌 호국 영령들만의 추모의 장을 새로이 만드는 것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결코 잊을 수 없는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첫 걸음이 된다는 인식을 갖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평화로운 나라, 안정된 나라라는 뜻을 지닌 야스쿠니가 갈등과 분란의 불씨가 되고 있는 현실을 이곳에 머물고 있는 영령들은 어떤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을 지 ...하는 상념에 잠시나마 빠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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