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위헌선고 가능성…재심청구 이어지나

입력 2015.02.24 (16:19) 수정 2015.02.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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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오는 26일 간통죄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간통죄에 대한 다섯번째 판단인 이번 선고에서 헌재가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선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는데, 이 경우 당사자들의 재심 청구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26일 간통죄에 대한 위헌선고를 내린다. 헌재가 위헌여부를 결정하는 조항은 형법 241조 1항이다.

이 조항은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했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있어 양형이 비교적 센 편이다.

하지만 이 조항에 대해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부간의 문제를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고,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 비밀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여성단체와 보수 단체들은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성 관념이 문란해질 수 있고, 여성 보호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존치론을 주장해 왔다.



헌재는 과거 이 조항에 대해 1990∼2008년 네 차례나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위헌과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의 수에는 변화가 있었다. 합헌과 위헌비율이 6대3→6대3→8대1→4대5로 변했다.

즉 1990년에는 위헌 의견이 3명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4명)을 넘어섰다.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헌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도 간통죄가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1947년), 독일(1969년), 프랑스(1975년)도 간통죄를 폐지했고, 미국에서도 10여개 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간통죄가 없다. 간통죄가 아직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스위스, 이스라엘,그리스 그리고 이슬람 국가 정도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 추세에 따라 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혼란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간통죄를 둘러싼 많은 비판에도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법적 혼란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원칙적으로 민법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위헌결정이 난 시점부터 해당 법률이 효력을 잃는다. 반면 형법은 시민 권리 보호를 위해 법률 제정 시점부터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는 게 원칙이다.

이 원칙을 적용할 경우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간통죄로 처벌받은 10만 명이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난다면 당연히 법원은 10만 명에 대해 재심에서 무죄결정을 내릴 것이고, 이들에게는 수천억원대의 형사 보상금이 지급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혼란을 우려해 지난해 5월 국회는 헌법재판소법을 손질해 놨다.

종전 헌법재판소법 47조는 법이 제정된 때까지 위헌 조항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규정했지만,지난해 5월 법 개정으로 '종전 합헌 결정이 있은 날의 다음 날'까지로 소급 범위가 줄었다.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나타난 것 같은 법적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이 있었다.

이에 따라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간통죄로 처벌받은 약 10만명 중 대부분은 재심이나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마지막 종전 합헌 결정이 난 2008년 10월 이후 형을 확정받은 사람 수천명은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 여성 권리 보호는 어떻게 받나

형벌인 간통죄가 폐지되더라도 배우자 있는 사람이 간통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 위자료 청구 등 민사·가사소송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전망이다. 형사처벌이 사라지는 만큼 법원이 위자료 등 금전적 배상 책임을 더욱 강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법에서는 간통을 ‘부부 간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보고, 간통을 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대의 간통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은 배우자는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법원은 상간자도 간통한 자의 배우자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우고 있다.

한 변호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법원은 부부간의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때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했지만, 간통죄가 없어진다며 이 기준 자체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확실한 증거나 자백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간통죄와는 달리 위자료 등을 산정하는 가사 재판은 간접적인 증거만으로도 간통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박선영 한국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간통죄가 위헌 결정을 받을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이혼시 위자료를 올리는 등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성매매법도 영향받나

헌재가 간통죄 조항을 위헌으로 볼 경우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올해로 시행 10년째인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성을 심리하고 있다. 심판 대상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성매매 여성과 업주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반면 학계와 여성계가 성매매 산업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간통죄와 쟁점이 무관치 않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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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4 16:19:43
    • 수정2015-02-24 16:36:33
    정치
헌법재판소가 오는 26일 간통죄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간통죄에 대한 다섯번째 판단인 이번 선고에서 헌재가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선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는데, 이 경우 당사자들의 재심 청구가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26일 간통죄에 대한 위헌선고를 내린다. 헌재가 위헌여부를 결정하는 조항은 형법 241조 1항이다.

이 조항은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했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있어 양형이 비교적 센 편이다.

하지만 이 조항에 대해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부부간의 문제를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고,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 비밀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여성단체와 보수 단체들은 간통죄를 폐지할 경우 성 관념이 문란해질 수 있고, 여성 보호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존치론을 주장해 왔다.



헌재는 과거 이 조항에 대해 1990∼2008년 네 차례나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위헌과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의 수에는 변화가 있었다. 합헌과 위헌비율이 6대3→6대3→8대1→4대5로 변했다.

즉 1990년에는 위헌 의견이 3명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4명)을 넘어섰다.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헌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선진국에서도 간통죄가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1947년), 독일(1969년), 프랑스(1975년)도 간통죄를 폐지했고, 미국에서도 10여개 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간통죄가 없다. 간통죄가 아직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스위스, 이스라엘,그리스 그리고 이슬람 국가 정도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 추세에 따라 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혼란은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간통죄를 둘러싼 많은 비판에도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법적 혼란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원칙적으로 민법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위헌결정이 난 시점부터 해당 법률이 효력을 잃는다. 반면 형법은 시민 권리 보호를 위해 법률 제정 시점부터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는 게 원칙이다.

이 원칙을 적용할 경우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간통죄로 처벌받은 10만 명이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난다면 당연히 법원은 10만 명에 대해 재심에서 무죄결정을 내릴 것이고, 이들에게는 수천억원대의 형사 보상금이 지급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혼란을 우려해 지난해 5월 국회는 헌법재판소법을 손질해 놨다.

종전 헌법재판소법 47조는 법이 제정된 때까지 위헌 조항의 효력이 상실되도록 규정했지만,지난해 5월 법 개정으로 '종전 합헌 결정이 있은 날의 다음 날'까지로 소급 범위가 줄었다.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나타난 것 같은 법적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이 있었다.

이에 따라 형법이 제정된 1953년 이후 간통죄로 처벌받은 약 10만명 중 대부분은 재심이나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마지막 종전 합헌 결정이 난 2008년 10월 이후 형을 확정받은 사람 수천명은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 여성 권리 보호는 어떻게 받나

형벌인 간통죄가 폐지되더라도 배우자 있는 사람이 간통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 위자료 청구 등 민사·가사소송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전망이다. 형사처벌이 사라지는 만큼 법원이 위자료 등 금전적 배상 책임을 더욱 강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법에서는 간통을 ‘부부 간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보고, 간통을 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대의 간통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은 배우자는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다. 법원은 상간자도 간통한 자의 배우자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우고 있다.

한 변호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법원은 부부간의 위자료 액수를 산정할때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했지만, 간통죄가 없어진다며 이 기준 자체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확실한 증거나 자백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간통죄와는 달리 위자료 등을 산정하는 가사 재판은 간접적인 증거만으로도 간통을 인정받을 수 있다.

박선영 한국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간통죄가 위헌 결정을 받을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이혼시 위자료를 올리는 등의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성매매법도 영향받나

헌재가 간통죄 조항을 위헌으로 볼 경우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올해로 시행 10년째인 성매매 특별법의 위헌성을 심리하고 있다. 심판 대상 조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성매매 여성과 업주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반면 학계와 여성계가 성매매 산업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간통죄와 쟁점이 무관치 않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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