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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가짜 아닙니다”…눈덩이 의혹 ‘특수 방화복 게이트’ 진실은?
입력 2015.03.07 (07:02) 수정 2015.03.07 (10:18) 취재후
[취재후] “가짜 아닙니다”…눈덩이 의혹 ‘특수 방화복 게이트’ 진실은?
최근 전국 일선 소방관서에 가짜 방화복이 무더기 납품됐다는 정부 발표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제가 된 미검사 특수방화복을 가장 많이 납품한 업체 대표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우리는 절대 가짜를 납품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미검사 제품과 인증 받은 옷을 가져가서 시험해 보세요. 특수방화복은 옷감이 특수해서 가짜를 만드는 게 더 돈이 들거예요. 소방복 검사하는 절차가 법 따로 현실 따로예요. 제발 가짜를 만든 업체라는 식으로 해서 저희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미검사 제품에서 가짜 또는 짝퉁으로 돌변한 특수방화복 납품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언론 보도에 나온 기사 제목들이다.

* 소방관 특수방화복 무검사품 대량 유통 ‘충격’(2015.2.10)
->국민안전처, 2개 업체 고발
* 소방서에 '가짜 방화복' 무더기 공급...착용중지 (2015.2.15)
->국민안전처, 특수방화복 2개 업체 추가 적발
* 이완구 총리 "가짜 방화복은 범죄행위…국조실서 챙길 것”(2015.2.18)
->국민안전처, 미검사 방화복 만9천 벌 전량 소방 현장서 퇴출
* 행정법원,‘착용 보류 방화복’납품업체, 1심 판결까지 납품(2015.3.5)

그리고 오늘 (3.6) 국민안전처는 특수방화복 뿐 아니라 일반 피복인 기동복과 근무복 등 KFI(한국소방산업기술원) 검사를 받지 않은 피복제품이 모두 6만여 점으로 납품업체 16개 업체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발조치와 별도로 소방장비 검사 및 납품시스템 전반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납품업체를 형사고발 했는데 또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했다는 얘기는 정부쪽에서도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국민안전처는 이번 사태가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문제의 제품이 가짜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여전히 '미검사' 제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에 안 맞는 검사와 인증 절차

그럼 이번에는 납품업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납품업체는 소방복의 경우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구매계약이 성사되면 한 달 안에 납품을 해야 한다고 한다. (기동복 등은 70일 이상) 그런데 KFI에 검사를 의뢰하고 합격해 인증 도장을 받을 때까지 7일~1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50만 원이 넘는 특수복의 경우 1벌은 파괴검사를 하고 2벌은 KFI로 가져가 추가검사를 한다고 한다.


<표 1> 현행 방화복 검사 절차 (자료:국민안전처)

해당 업체는 계약이 성사돼 처음 전국의 소방서로 납품될 때는 모든 검사와 인증 절차를 밟았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다음 부터다.

각 소방서에서 교환(주로 사이즈) 요청이 들어오는 데 많을 때는 거의 절반 정도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이즈 교환이 오는 이유는 군복의 경우 9호 사이즈가 가장 작고 1호 사이즈가 제일 큰데, 소방복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또 간부와 비간부 옷이 다르다고 한다.

결국 한번 500벌을 납품하면 그 뒤로 몇달 동안 하루에 1~2벌씩 소방서에서 교환요청이 들어오고 다행히 맞는 사이즈 재고가 있을 경우 바로 보내주지만 없을 경우 새로 만들어서 우편으로 보낸다고 한다. 이 때 검사를 안 받아 인증도장이 안 찍힌 옷이 공급되는 것이다.

법대로 한다면 이 경우에도 KFI에 검사를 요청하고 인증을 받아 나가야 하지만 '인증 필요 없으니까 빨리 보내달라'는 소방관의 요청도 있는데다 일주일 이상씩 걸리고 파괴도 하고 수거해 검사도 하는 인증절차를 다시 밟는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또 검사와 인증에는 수수료가 들어간다. 업체 입장에선 이미 수수료를 내고 출고된 제품에 대해 단순 사이즈 교환 때도 또 수수료(3만여원)를 내야 한다면 납품업체가 매우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한 벌에 50만 원이 넘는 옷을 검사할 때마다 '파괴'할 거냐고 되묻는다.


<표2>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검사 수수료(자료:국민안전처)

후진적 검사 절차와 정부의 '갑질?'

기자 입장에서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첫번째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 뉴스는 '쓸까 말까' 하는 수준의 그저그런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첫 보도에는 KFI의 검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상세하게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미검사'가 '가짜'로 바뀐 후에는 여러 언론사를 통해 관련 내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 됐고, 급기야 국무총리까지 관심을 가지는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후 공무원의 대응방식은 상상에 맡기겠다.

국민안전처가 소방용품을 검사할 수 있는 전문산하기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가짜나 불량'이 아닌 '미검사' 제품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해당 제품이 가짜인 증거를 못잡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검찰에 고발이 된 이상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아직은 미지수다. 해당업체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취재가 안 된 어떤 비리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법과 규정에 따라 일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도 일단 문제가 공개적으로 커진 이상 스스로 문제를 덮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위신 때문에, 또는 실책을 덮기 위해 힘 없는 납품업체가 실제 행위 이상의 불이익을 받아도 안될 것이다

☞ 관련기사 <소방 특수방화복 검사·납품시스템 감사 의뢰>
  • [취재후] “가짜 아닙니다”…눈덩이 의혹 ‘특수 방화복 게이트’ 진실은?
    • 입력 2015.03.07 (07:02)
    • 수정 2015.03.07 (10:18)
    취재후
[취재후] “가짜 아닙니다”…눈덩이 의혹 ‘특수 방화복 게이트’ 진실은?
최근 전국 일선 소방관서에 가짜 방화복이 무더기 납품됐다는 정부 발표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제가 된 미검사 특수방화복을 가장 많이 납품한 업체 대표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우리는 절대 가짜를 납품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미검사 제품과 인증 받은 옷을 가져가서 시험해 보세요. 특수방화복은 옷감이 특수해서 가짜를 만드는 게 더 돈이 들거예요. 소방복 검사하는 절차가 법 따로 현실 따로예요. 제발 가짜를 만든 업체라는 식으로 해서 저희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미검사 제품에서 가짜 또는 짝퉁으로 돌변한 특수방화복 납품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언론 보도에 나온 기사 제목들이다.

* 소방관 특수방화복 무검사품 대량 유통 ‘충격’(2015.2.10)
->국민안전처, 2개 업체 고발
* 소방서에 '가짜 방화복' 무더기 공급...착용중지 (2015.2.15)
->국민안전처, 특수방화복 2개 업체 추가 적발
* 이완구 총리 "가짜 방화복은 범죄행위…국조실서 챙길 것”(2015.2.18)
->국민안전처, 미검사 방화복 만9천 벌 전량 소방 현장서 퇴출
* 행정법원,‘착용 보류 방화복’납품업체, 1심 판결까지 납품(2015.3.5)

그리고 오늘 (3.6) 국민안전처는 특수방화복 뿐 아니라 일반 피복인 기동복과 근무복 등 KFI(한국소방산업기술원) 검사를 받지 않은 피복제품이 모두 6만여 점으로 납품업체 16개 업체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발조치와 별도로 소방장비 검사 및 납품시스템 전반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납품업체를 형사고발 했는데 또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했다는 얘기는 정부쪽에서도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국민안전처는 이번 사태가 불거진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문제의 제품이 가짜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여전히 '미검사' 제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에 안 맞는 검사와 인증 절차

그럼 이번에는 납품업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납품업체는 소방복의 경우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구매계약이 성사되면 한 달 안에 납품을 해야 한다고 한다. (기동복 등은 70일 이상) 그런데 KFI에 검사를 의뢰하고 합격해 인증 도장을 받을 때까지 7일~1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50만 원이 넘는 특수복의 경우 1벌은 파괴검사를 하고 2벌은 KFI로 가져가 추가검사를 한다고 한다.


<표 1> 현행 방화복 검사 절차 (자료:국민안전처)

해당 업체는 계약이 성사돼 처음 전국의 소방서로 납품될 때는 모든 검사와 인증 절차를 밟았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다음 부터다.

각 소방서에서 교환(주로 사이즈) 요청이 들어오는 데 많을 때는 거의 절반 정도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이즈 교환이 오는 이유는 군복의 경우 9호 사이즈가 가장 작고 1호 사이즈가 제일 큰데, 소방복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또 간부와 비간부 옷이 다르다고 한다.

결국 한번 500벌을 납품하면 그 뒤로 몇달 동안 하루에 1~2벌씩 소방서에서 교환요청이 들어오고 다행히 맞는 사이즈 재고가 있을 경우 바로 보내주지만 없을 경우 새로 만들어서 우편으로 보낸다고 한다. 이 때 검사를 안 받아 인증도장이 안 찍힌 옷이 공급되는 것이다.

법대로 한다면 이 경우에도 KFI에 검사를 요청하고 인증을 받아 나가야 하지만 '인증 필요 없으니까 빨리 보내달라'는 소방관의 요청도 있는데다 일주일 이상씩 걸리고 파괴도 하고 수거해 검사도 하는 인증절차를 다시 밟는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또 검사와 인증에는 수수료가 들어간다. 업체 입장에선 이미 수수료를 내고 출고된 제품에 대해 단순 사이즈 교환 때도 또 수수료(3만여원)를 내야 한다면 납품업체가 매우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한 벌에 50만 원이 넘는 옷을 검사할 때마다 '파괴'할 거냐고 되묻는다.


<표2>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검사 수수료(자료:국민안전처)

후진적 검사 절차와 정부의 '갑질?'

기자 입장에서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첫번째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 뉴스는 '쓸까 말까' 하는 수준의 그저그런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첫 보도에는 KFI의 검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상세하게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미검사'가 '가짜'로 바뀐 후에는 여러 언론사를 통해 관련 내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 재생산 됐고, 급기야 국무총리까지 관심을 가지는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후 공무원의 대응방식은 상상에 맡기겠다.

국민안전처가 소방용품을 검사할 수 있는 전문산하기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가짜나 불량'이 아닌 '미검사' 제품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해당 제품이 가짜인 증거를 못잡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검찰에 고발이 된 이상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아직은 미지수다. 해당업체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취재가 안 된 어떤 비리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법과 규정에 따라 일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도 일단 문제가 공개적으로 커진 이상 스스로 문제를 덮거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위신 때문에, 또는 실책을 덮기 위해 힘 없는 납품업체가 실제 행위 이상의 불이익을 받아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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