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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비빔밥 NO~” 미국인은 이해 못하는 ‘건강한 한식’
입력 2015.03.24 (19:22) 수정 2015.03.25 (08:48) 취재후
[취재후] “비빔밥 NO~” 미국인은 이해 못하는 ‘건강한 한식’
“미국에서 감동받았어요. 한식 세계화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한식재단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입니다. 최근 미국의 한 한식당에 갔더니 손님 80%가 미국인이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한식당을 찾는 외국인 수가 늘어나는 것이 한식 정책의 목적일까요? 정부의 한식 세계화사업이 7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1200억 원의 나랏돈이 쓰이지만 정작 세금을 낸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무엇인지, 정책의 방향성은 무엇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넉 달 동안의 취재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 미국인에게 한식은?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받아들이는 한식의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았습니다. 세계적인 미식도시로 꼽히는 만큼 정부가 2009년부터 한식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공’을 들인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식당에서 북적이는 미국인 손님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 한식당 업주들과 음식전문가들도 6년 전보다 한식당을 찾는 미국인이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에 '김치벨트’라며 한식당 밀집지역을 추천하는 기사가 실리는 등 언론에서 한식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미국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음식은 김치도, 떡볶이도, 비빔밥도 아니었습니다. Korean BBQ(한국식 바베큐)’로 불리는 불고기와 갈비였습니다. 한식당마다 수십 가지 메뉴가 있어도 간판에는 'Korean BBQ'를 적어놓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2007년, 2010년, 2011년에 이뤄진 <미국인의 한식 선호도 연구>에서도 1위는 'Korean BBQ'였습니다. 취향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인에게 친숙한 식재료(고기)와 조리법(구이)을 사용했지만 독특한 한국식 양념이 더해져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어도 인기를 얻은 겁니다. 미국인들은 한식의 맛으로 고기양념에서 느낀 단맛과 김치의 매운맛을 떠올렸습니다.



때문에 세계적인 레스토랑 추천서인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점을 받은 한식당의 쉐프는 "미국인들은 한식을 건강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 우리만 알고 있는 ‘건강한 한식’

앞서 한식재단 관계자가 보고 감동 받았다던 광경도 미국인들이 불고기와 갈비를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습니다. 한식의 인기가 높아졌다지만 그것이 한식정책의 성과인가 하는 점입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한식의 건강함이 웰빙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트렌드와 맞고, 세계인의 음식으로 인정받을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시작됐지만 정작 미국인이 받아들이는 한식은 '다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한식재단 관계자조차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알린 한식은 떡볶이와 비빔밥, 김치 등 단편적인 음식 위주였습니다. '건강한 한식'은 여전히 한국인들만 알고 있는 것 아닐까요? 갈비를 먹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쨌든 한식은 건강하다'고 생각해주기를 기대하는 걸까요?

뉴욕타임스의 음식전문기자 멜리사 클라크는‘음식은 강요할 수 없다. 상대방의 관심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무조건 음식을 홍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비빔밥을 예로 들어‘통밀이 아니라 흰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비빔밥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비빔밥에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서 건강하다는 것은 ‘한국식’생각일 뿐 미국의 소비자들은 이미 비빔밥에 들어가는 밥 하나까지도 꼼꼼히 따지고 있었습니다.

◆ 정체성 모호한 ‘한식 정책’



한식 정책을 세우는 농식품부나,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한식재단은 여전히‘건강한 한식’을 알리는 것이 기본방향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보하는 한식을 보면 무엇을 말하려는 지 애매합니다. 2013년부터 따져봐도 외신에게, 혹은 해외식품박람회 등에서 소개한 한식은 발효음식, 사찰음식, 궁중음식, 연변조선족음식까지 다양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한식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합니다. 어떤 한식문화를 내세워야 할지는 밑그림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 한식 세계화를 왜 하는가?



우리나라의 한식정책은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통해 식품 수출까지 성과를 내고 있는 일본과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참고해 만들어졌습니다.

한식정책의 주관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인 이유도 정책 목표가 식품을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음식으로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그들의 식탁에 한국산 식품을 올리겠다는 것이지요. 한식정책을 통해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입니다.

하지만 이런 목표에 맞는 중장기 로드맵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탭니다.

한식의 '건강함'이 경쟁력이라고 판단했다면 무엇이 건강한 한식인지, 또 한식의 어떤 점을 강조해야 상대방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느끼고‘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한 철저하고 일관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문가들 가운데는 갈비처럼 '건강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더라도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식의 '매력'을 부각시켜 식품산업과 연결되도록 정책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음식은 먹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맛있다고 해도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습니다. 때문에 한식 세계화에 굳이 정부가 나서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제 그에 대한 답을 정부가 해 줘야할 때입니다.

'한식은 다양한데 이 음식도 맛있고 저 음식도 맛있습니다' 라고 알리는 것은 굳이 국가가 나서지 않아도 '한식당'들이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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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5.03.25 (08:48)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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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감동받았어요. 한식 세계화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한식재단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입니다. 최근 미국의 한 한식당에 갔더니 손님 80%가 미국인이었다는 게 이유입니다. 한식당을 찾는 외국인 수가 늘어나는 것이 한식 정책의 목적일까요? 정부의 한식 세계화사업이 7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1200억 원의 나랏돈이 쓰이지만 정작 세금을 낸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무엇인지, 정책의 방향성은 무엇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넉 달 동안의 취재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 미국인에게 한식은?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외국에서 받아들이는 한식의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았습니다. 세계적인 미식도시로 꼽히는 만큼 정부가 2009년부터 한식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공’을 들인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식당에서 북적이는 미국인 손님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 한식당 업주들과 음식전문가들도 6년 전보다 한식당을 찾는 미국인이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에 '김치벨트’라며 한식당 밀집지역을 추천하는 기사가 실리는 등 언론에서 한식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미국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인들을 사로잡은 음식은 김치도, 떡볶이도, 비빔밥도 아니었습니다. Korean BBQ(한국식 바베큐)’로 불리는 불고기와 갈비였습니다. 한식당마다 수십 가지 메뉴가 있어도 간판에는 'Korean BBQ'를 적어놓은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2007년, 2010년, 2011년에 이뤄진 <미국인의 한식 선호도 연구>에서도 1위는 'Korean BBQ'였습니다. 취향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미국인에게 친숙한 식재료(고기)와 조리법(구이)을 사용했지만 독특한 한국식 양념이 더해져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어도 인기를 얻은 겁니다. 미국인들은 한식의 맛으로 고기양념에서 느낀 단맛과 김치의 매운맛을 떠올렸습니다.



때문에 세계적인 레스토랑 추천서인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점을 받은 한식당의 쉐프는 "미국인들은 한식을 건강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 우리만 알고 있는 ‘건강한 한식’

앞서 한식재단 관계자가 보고 감동 받았다던 광경도 미국인들이 불고기와 갈비를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습니다. 한식의 인기가 높아졌다지만 그것이 한식정책의 성과인가 하는 점입니다. 한식세계화사업은 '한식의 건강함이 웰빙을 추구하는 세계적인 트렌드와 맞고, 세계인의 음식으로 인정받을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시작됐지만 정작 미국인이 받아들이는 한식은 '다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한식재단 관계자조차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알린 한식은 떡볶이와 비빔밥, 김치 등 단편적인 음식 위주였습니다. '건강한 한식'은 여전히 한국인들만 알고 있는 것 아닐까요? 갈비를 먹는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쨌든 한식은 건강하다'고 생각해주기를 기대하는 걸까요?

뉴욕타임스의 음식전문기자 멜리사 클라크는‘음식은 강요할 수 없다. 상대방의 관심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무조건 음식을 홍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비빔밥을 예로 들어‘통밀이 아니라 흰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비빔밥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비빔밥에는 채소가 많이 들어가서 건강하다는 것은 ‘한국식’생각일 뿐 미국의 소비자들은 이미 비빔밥에 들어가는 밥 하나까지도 꼼꼼히 따지고 있었습니다.

◆ 정체성 모호한 ‘한식 정책’



한식 정책을 세우는 농식품부나,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한식재단은 여전히‘건강한 한식’을 알리는 것이 기본방향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보하는 한식을 보면 무엇을 말하려는 지 애매합니다. 2013년부터 따져봐도 외신에게, 혹은 해외식품박람회 등에서 소개한 한식은 발효음식, 사찰음식, 궁중음식, 연변조선족음식까지 다양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한식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합니다. 어떤 한식문화를 내세워야 할지는 밑그림조차 없다고 했습니다.

◆ 한식 세계화를 왜 하는가?



우리나라의 한식정책은 ‘자국 음식의 세계화’를 통해 식품 수출까지 성과를 내고 있는 일본과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참고해 만들어졌습니다.

한식정책의 주관부처가 '농림축산식품부'인 이유도 정책 목표가 식품을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음식으로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그들의 식탁에 한국산 식품을 올리겠다는 것이지요. 한식정책을 통해 얻게 되는 경제적 효과입니다.

하지만 이런 목표에 맞는 중장기 로드맵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탭니다.

한식의 '건강함'이 경쟁력이라고 판단했다면 무엇이 건강한 한식인지, 또 한식의 어떤 점을 강조해야 상대방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느끼고‘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을 지에 대한 철저하고 일관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전문가들 가운데는 갈비처럼 '건강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더라도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식의 '매력'을 부각시켜 식품산업과 연결되도록 정책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음식은 먹는 사람이 결정합니다. 맛있다고 해도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습니다. 때문에 한식 세계화에 굳이 정부가 나서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제 그에 대한 답을 정부가 해 줘야할 때입니다.

'한식은 다양한데 이 음식도 맛있고 저 음식도 맛있습니다' 라고 알리는 것은 굳이 국가가 나서지 않아도 '한식당'들이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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