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클럽에서 울리는 ‘가야금 소리’

입력 2015.03.31 (11:52) 수정 2015.03.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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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국악이야? 가야금 소리 신기하다.”

라이브 음악을 들으러 친구와 클럽을 찾은 직장인 김민희(29)씨는 처음 본 낯선 무대가 궁금했다. 휴대전화를 꺼낸 김 씨는 ‘숨(su:m)’이라는 이름을 검색해 본 후, 친구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이 팀 해외에서 유명한가 봐.”

그렇다. 이 여성듀오는 해외 유수의 음악 페스티벌에 초대받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여성 듀오 ‘숨’이다. 이 팀은 최근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 행사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최근 홍대 거리에 전통악기 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선비의 악기를 연주하는 ‘거문고 팩토리’는 지난 연말 쏟아지는 공연 홍수 속에서 전석매진의 열기를 이어갔다. ‘거문고 팩토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젊은 세대는 전통음악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우리의 음악은 사람들의 편견을 호기심으로 바꿔왔다”고 말했다.

홍대의 라이브 클럽에서 울리는 피리와 가야금, 거문고 소리는 우리 음악의 달라진 위치를 말해준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을 만났다.


(영상 설명 : '숨(su:m)' 유튜브 영상)

◆ “퓨전국악? 그냥 우리 음악인데”

“퓨전국악이요? 글쎄요. 그냥 우리 음악인데, 지금 이 시대의 음악이겠죠.”

무대 밖에서 만난 ‘숨(su:m)’ 박지하 대표는 카리스마가 돋보이던 공연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밝은 목소리로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했다.

박 대표는 “도구와 바탕은 국악이지만, 음악의 스타일이나 감성은 지금 이 시대를 말하고 있다”며 “제 또래 여성들의 생각과 감정, 일상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거문고 팩토리’의 이정석 대표 역시 같은 설명이다. 거문고 팩토리의 음악이 퓨전 국악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퓨전 국악이라는 말은 가장 멀리하고 싶은 용어”라며 “국악 연주자들이 직접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이지만, 동 시대적인 음악이라고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전통음악을 배우고 익혀왔지만 자신들 역시 국악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해외에선 월드뮤직 스타, 한국에서는?

‘숨’과 ‘거문고 팩토리’ 모두 데뷔 9년~10년 차 중견 음악그룹이다. 두 팀 모두 주요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거문고 팩토리’는 2012년 월드 뮤직 시장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워멕스(WOMEX)’에 공식 초청되며 본격적인 해외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7개국 투어 공연을 했고, 2013년에는 영국의 ‘K-뮤직 페스티벌(K-Music Festival)’에 초청돼 카도칸홀에서 단독 공연을 했다. 2집 앨범을 발표한 지난해에는 스웨덴과 캐나다 등 해외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숨’ 역시 매년 6~7개의 월드 뮤직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있다. 2013년 ‘워멕스(WOMEX)’, 2014년 영국 ‘워매드(WOMAD)’와 벨기에 ‘스핑크스 믹스드(Sfinks Mixed)’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고, 폴란드에서 열린 ‘크로스컬쳐페스티벌(Cross Culture Festival)’에서는 최고 공연팀에 선정됐다. 가장 최근 참가한 미국 ‘SXSW’에서는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정식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했고, 객석의 기립박수를 받아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무엇이 이들을 자꾸만 밖으로 이끄는지 궁금했다. ‘거문고 팩토리’ 이정석 대표는 “해외에서 만난 수많은 뮤지선이 우리의 악기와 음악에 관심을 보인다”며 “전통음악은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공연 환경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는 뮤지션이 공연만 하면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환경이지만, 국내에서는 저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홍대 공연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확인한 만큼 올해는 국내 무대를 늘려갈 계획을 밝혔다.


(영상 설명 : '거문고 팩토리' 유튜브 영상)

◆ 파격 변신? 기본에 충실한 우리 음악

‘거문고 팩토리’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거침없이 잘라버린 거문고 탓이었다. 이들은 길이 1m 정도의 짧아진 거문고를 뜯고 튕기며 다채로운 선율을 선보인다. 전통악기의 파격 변신은 어떻게 나왔을까.

이 대표는 “아주 간단해요. 거문고는 꼭 앉아서 연주해야 하는데, 길이를 줄이고 기타처럼 메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대중에게 거문고가 관심을 받지 못하니 우리가 다가가자 생각했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악기 개발은 실로폰 거문고, 첼로 거문고, 전자 거문고까지 이르렀다.

처음 이들의 음악에 대해 전통에서 너무 벗어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사라진 거문고 연주법을 복원해 선보인 ‘잊혀진 거문고 산조의 명인들’ 앨범은 국악계의 인정을 받을 만했다.

‘숨’의 경우 생황과 가야금, 피리와 양금까지 다양한 전통 악기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피리가 전공인 박 대표는 생황과 양금 등 연주 분야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낯선 악기가 만들어낸 선율은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이다. 지난해 선보인 2집 앨범에서 ‘숨’은 아리랑을 재해석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국악에서 탈피하고 싶었지만, 우리 장단과 전통 연주 기법을 통해 우리 선율과 정서를 담게 됐다”며 “아리랑이긴 하지만 도시에서 부르는 아리랑, 지금 이 시대의 아리랑”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의 음악에 대해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 감독은 “동양적 창조론을 이상적으로, 현대적으로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달라진 것은 뮤지션만이 아니다. 국립국악원의 이용객 분석을 보면 젊어진 우리 음악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50대(19.2%)와 60대(24.4%)에 집중됐던 이용객이 올해 30대(25.3%)와 40대(31%)로 젊어진 것이다.

국립국악원 이승재 주무관은 “‘숨’과 ‘거문고 팩토리’, ‘잠비나이’ 등 젊은 국악 그룹은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며 “실력 있는 뮤지션의 활약에 국내 국악 소비층도 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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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31 11:52:22
    • 수정2015-03-31 14: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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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국악이야? 가야금 소리 신기하다.”

라이브 음악을 들으러 친구와 클럽을 찾은 직장인 김민희(29)씨는 처음 본 낯선 무대가 궁금했다. 휴대전화를 꺼낸 김 씨는 ‘숨(su:m)’이라는 이름을 검색해 본 후, 친구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이 팀 해외에서 유명한가 봐.”

그렇다. 이 여성듀오는 해외 유수의 음악 페스티벌에 초대받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여성 듀오 ‘숨’이다. 이 팀은 최근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SXSW)’ 행사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최근 홍대 거리에 전통악기 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선비의 악기를 연주하는 ‘거문고 팩토리’는 지난 연말 쏟아지는 공연 홍수 속에서 전석매진의 열기를 이어갔다. ‘거문고 팩토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젊은 세대는 전통음악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우리의 음악은 사람들의 편견을 호기심으로 바꿔왔다”고 말했다.

홍대의 라이브 클럽에서 울리는 피리와 가야금, 거문고 소리는 우리 음악의 달라진 위치를 말해준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을 만났다.


(영상 설명 : '숨(su:m)' 유튜브 영상)

◆ “퓨전국악? 그냥 우리 음악인데”

“퓨전국악이요? 글쎄요. 그냥 우리 음악인데, 지금 이 시대의 음악이겠죠.”

무대 밖에서 만난 ‘숨(su:m)’ 박지하 대표는 카리스마가 돋보이던 공연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밝은 목소리로 자신들의 음악을 소개했다.

박 대표는 “도구와 바탕은 국악이지만, 음악의 스타일이나 감성은 지금 이 시대를 말하고 있다”며 “제 또래 여성들의 생각과 감정, 일상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거문고 팩토리’의 이정석 대표 역시 같은 설명이다. 거문고 팩토리의 음악이 퓨전 국악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퓨전 국악이라는 말은 가장 멀리하고 싶은 용어”라며 “국악 연주자들이 직접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이지만, 동 시대적인 음악이라고 설명하고 싶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전통음악을 배우고 익혀왔지만 자신들 역시 국악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해외에선 월드뮤직 스타, 한국에서는?

‘숨’과 ‘거문고 팩토리’ 모두 데뷔 9년~10년 차 중견 음악그룹이다. 두 팀 모두 주요 월드뮤직 페스티벌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거문고 팩토리’는 2012년 월드 뮤직 시장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워멕스(WOMEX)’에 공식 초청되며 본격적인 해외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독일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7개국 투어 공연을 했고, 2013년에는 영국의 ‘K-뮤직 페스티벌(K-Music Festival)’에 초청돼 카도칸홀에서 단독 공연을 했다. 2집 앨범을 발표한 지난해에는 스웨덴과 캐나다 등 해외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숨’ 역시 매년 6~7개의 월드 뮤직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있다. 2013년 ‘워멕스(WOMEX)’, 2014년 영국 ‘워매드(WOMAD)’와 벨기에 ‘스핑크스 믹스드(Sfinks Mixed)’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고, 폴란드에서 열린 ‘크로스컬쳐페스티벌(Cross Culture Festival)’에서는 최고 공연팀에 선정됐다. 가장 최근 참가한 미국 ‘SXSW’에서는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정식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했고, 객석의 기립박수를 받아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무엇이 이들을 자꾸만 밖으로 이끄는지 궁금했다. ‘거문고 팩토리’ 이정석 대표는 “해외에서 만난 수많은 뮤지선이 우리의 악기와 음악에 관심을 보인다”며 “전통음악은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공연 환경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는 뮤지션이 공연만 하면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환경이지만, 국내에서는 저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홍대 공연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확인한 만큼 올해는 국내 무대를 늘려갈 계획을 밝혔다.


(영상 설명 : '거문고 팩토리' 유튜브 영상)

◆ 파격 변신? 기본에 충실한 우리 음악

‘거문고 팩토리’가 처음 주목받은 것은 거침없이 잘라버린 거문고 탓이었다. 이들은 길이 1m 정도의 짧아진 거문고를 뜯고 튕기며 다채로운 선율을 선보인다. 전통악기의 파격 변신은 어떻게 나왔을까.

이 대표는 “아주 간단해요. 거문고는 꼭 앉아서 연주해야 하는데, 길이를 줄이고 기타처럼 메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대중에게 거문고가 관심을 받지 못하니 우리가 다가가자 생각했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악기 개발은 실로폰 거문고, 첼로 거문고, 전자 거문고까지 이르렀다.

처음 이들의 음악에 대해 전통에서 너무 벗어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사라진 거문고 연주법을 복원해 선보인 ‘잊혀진 거문고 산조의 명인들’ 앨범은 국악계의 인정을 받을 만했다.

‘숨’의 경우 생황과 가야금, 피리와 양금까지 다양한 전통 악기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피리가 전공인 박 대표는 생황과 양금 등 연주 분야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낯선 악기가 만들어낸 선율은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이다. 지난해 선보인 2집 앨범에서 ‘숨’은 아리랑을 재해석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국악에서 탈피하고 싶었지만, 우리 장단과 전통 연주 기법을 통해 우리 선율과 정서를 담게 됐다”며 “아리랑이긴 하지만 도시에서 부르는 아리랑, 지금 이 시대의 아리랑”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의 음악에 대해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 감독은 “동양적 창조론을 이상적으로, 현대적으로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달라진 것은 뮤지션만이 아니다. 국립국악원의 이용객 분석을 보면 젊어진 우리 음악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해 50대(19.2%)와 60대(24.4%)에 집중됐던 이용객이 올해 30대(25.3%)와 40대(31%)로 젊어진 것이다.

국립국악원 이승재 주무관은 “‘숨’과 ‘거문고 팩토리’, ‘잠비나이’ 등 젊은 국악 그룹은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며 “실력 있는 뮤지션의 활약에 국내 국악 소비층도 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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