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식객·타짜·각시탈’ 창작의 비밀 공개

입력 2015.04.23 (06: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만화책’,‘만화영화’보다는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시대다. PC나 모바일을 통해 쓱쓱 밀어서 보는 웹툰은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와 영화의 성공도 웹툰에 대한 재평가에 일조했다.

국내 웹툰 작가들의 성공 때문일까. ‘웹툰의 원조’격 되는 만화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이현세와 허영만 등 1세대 만화가들은 이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평가받고, 미술관에서는 만화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비해 비주류로 평가받던 만화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다.

◆ 허영만 작가 40년 만화 인생, 창작의 아이콘으로 조명

많이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이불 밑에서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즐거움은 중독성이 강하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작가가 정성스레 그려낸 그림에는 손맛이 느껴지는 아날로그의 매력이 있다.

지금은 만화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지만, 말 그대로 춥고 외로웠던 시절부터 40년간 오롯이 만화만 그린 장인이 있다. 90년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 만화영화 장르에 한 획을 그었고, 영화 ‘타짜’와 ‘식객’, 드라마 ‘각시탈’의 성공까지 이끌었다. 만화가 허영만 얘기다.

이달 29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는 만화가 허영만의 40년 만화 인생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만화가를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40년간 허영만 화백이 그린 15만 장의 원화와 5,000장이 넘는 드로잉에서 500여 점을 선별해 공개한다. 창작을 위해 기록한 취재노트, 소소한 일상을 그린 만화 일기 등 작가의 ‘창작의 비밀’을 추적한다.

전시장은 첫 히트작품 <각시탈>부터 90년대 전국의 동심을 사로잡은 <날아라 슈퍼보드>, 90년대 청춘을 그린 <비트>, 8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타짜> 등 주요 작품을 테마로 구성된다.

1970년대 그렸던 초판본 원화, 분과 펜으로 수정된 그림, 글귀를 하나하나 따서 붙인 말풍선 등은 당시의 제작환경을 말해준다.

특별한 것은 허영만에 대한 오마주 작품이 함께하는 것이다. 전시 총감독을 맡은 한원석 작가는 창작이 시작되는 허 화백의 손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을 완성했다. 또 팝아티스트 이동기 작가는 대형 평면 작품을 통해 만화가 현대미술에서 어떻게 실험적인 형식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 해외 유명캐릭터 한국 명화를 입다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만화로 재해석한 작품도 있다.

지난 7일부터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명화여행 전>에는 낯익은 작품이 눈에 띈다. 조선 시대 서당의 모습을 그린 김홍도의 ‘서당’, 단옷날 풍경을 그린 신윤복의 ‘단오풍경’ 등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속 등장인물이 모두 만화 캐릭터인 것. 그림 ‘스승과 그의 제자들’은 훌쩍거리는 학생 뒤로 보이는 선생님, 양옆에 앉아 웃고 있는 학생들까지 김홍도의 그림과 흡사하지만,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패러디 작품이다.

이는 브라질의 유명 만화 작가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80)의 작품이다. ‘남미의 월드 디즈니’로 평가받는 그는 세계에서 명화와 명작으로 손꼽히는 예술작품을 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다시 제작했다. 아이들의 이해를 도우려는 작가의 의도였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 모니카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모니카는 이번 한국 전시를 앞두고 조선의 미인으로 변신했다.



아시아에서 첫선을 보이는 이번 전시는 탄생 80주년을 맞는 만화 거장의 작품 250점을 소개한다. 모니카 캐릭터를 넣어 다시 그린 세계 명화와 조각 51점과 원작과 오리지널 드로잉 50여 점 등이 포함됐다.

세계 명화를 만화캐릭터로 재해석하고, 만화가의 인생을 조명하는 것에서 달라진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웹툰 시장의 성장과 성공으로 만화 전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며 “대중 만화 시장을 이끌었던 1세대 만화 콘텐츠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소스로 활용되며 문화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화평론가 박석환 한국 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그동안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며 만화에 대한 상업적 평가는 있었지만, 문화콘텐츠로서의 평가는 부족했다”며 “허영만, 이상무, 이현세 등 한국 만화를 선도한 만화가들에 대한 문화적 평가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허영만 ‘식객·타짜·각시탈’ 창작의 비밀 공개
    • 입력 2015-04-23 06:03:48
    문화
‘만화책’,‘만화영화’보다는 웹툰이나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시대다. PC나 모바일을 통해 쓱쓱 밀어서 보는 웹툰은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장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와 영화의 성공도 웹툰에 대한 재평가에 일조했다. 국내 웹툰 작가들의 성공 때문일까. ‘웹툰의 원조’격 되는 만화에 대한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이현세와 허영만 등 1세대 만화가들은 이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평가받고, 미술관에서는 만화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비해 비주류로 평가받던 만화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다. ◆ 허영만 작가 40년 만화 인생, 창작의 아이콘으로 조명 많이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이불 밑에서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즐거움은 중독성이 강하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작가가 정성스레 그려낸 그림에는 손맛이 느껴지는 아날로그의 매력이 있다. 지금은 만화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지만, 말 그대로 춥고 외로웠던 시절부터 40년간 오롯이 만화만 그린 장인이 있다. 90년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 만화영화 장르에 한 획을 그었고, 영화 ‘타짜’와 ‘식객’, 드라마 ‘각시탈’의 성공까지 이끌었다. 만화가 허영만 얘기다. 이달 29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는 만화가 허영만의 40년 만화 인생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만화가를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40년간 허영만 화백이 그린 15만 장의 원화와 5,000장이 넘는 드로잉에서 500여 점을 선별해 공개한다. 창작을 위해 기록한 취재노트, 소소한 일상을 그린 만화 일기 등 작가의 ‘창작의 비밀’을 추적한다. 전시장은 첫 히트작품 <각시탈>부터 90년대 전국의 동심을 사로잡은 <날아라 슈퍼보드>, 90년대 청춘을 그린 <비트>, 8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타짜> 등 주요 작품을 테마로 구성된다. 1970년대 그렸던 초판본 원화, 분과 펜으로 수정된 그림, 글귀를 하나하나 따서 붙인 말풍선 등은 당시의 제작환경을 말해준다. 특별한 것은 허영만에 대한 오마주 작품이 함께하는 것이다. 전시 총감독을 맡은 한원석 작가는 창작이 시작되는 허 화백의 손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을 완성했다. 또 팝아티스트 이동기 작가는 대형 평면 작품을 통해 만화가 현대미술에서 어떻게 실험적인 형식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 해외 유명캐릭터 한국 명화를 입다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의 그림을 만화로 재해석한 작품도 있다. 지난 7일부터 경기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명화여행 전>에는 낯익은 작품이 눈에 띈다. 조선 시대 서당의 모습을 그린 김홍도의 ‘서당’, 단옷날 풍경을 그린 신윤복의 ‘단오풍경’ 등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속 등장인물이 모두 만화 캐릭터인 것. 그림 ‘스승과 그의 제자들’은 훌쩍거리는 학생 뒤로 보이는 선생님, 양옆에 앉아 웃고 있는 학생들까지 김홍도의 그림과 흡사하지만,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패러디 작품이다. 이는 브라질의 유명 만화 작가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80)의 작품이다. ‘남미의 월드 디즈니’로 평가받는 그는 세계에서 명화와 명작으로 손꼽히는 예술작품을 만화 캐릭터를 이용해 다시 제작했다. 아이들의 이해를 도우려는 작가의 의도였다.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 모니카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모니카는 이번 한국 전시를 앞두고 조선의 미인으로 변신했다. 아시아에서 첫선을 보이는 이번 전시는 탄생 80주년을 맞는 만화 거장의 작품 250점을 소개한다. 모니카 캐릭터를 넣어 다시 그린 세계 명화와 조각 51점과 원작과 오리지널 드로잉 50여 점 등이 포함됐다. 세계 명화를 만화캐릭터로 재해석하고, 만화가의 인생을 조명하는 것에서 달라진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웹툰 시장의 성장과 성공으로 만화 전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며 “대중 만화 시장을 이끌었던 1세대 만화 콘텐츠는 과거와 달리 다양한 소스로 활용되며 문화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화평론가 박석환 한국 영상대학교 만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그동안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며 만화에 대한 상업적 평가는 있었지만, 문화콘텐츠로서의 평가는 부족했다”며 “허영만, 이상무, 이현세 등 한국 만화를 선도한 만화가들에 대한 문화적 평가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