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바람 없는 곳에 풍력발전기…수십억 낭비

입력 2015.05.19 (17:47) 수정 2015.05.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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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발전기를 세워라! 왜?

2011년 9월 아라뱃길 인천터미널에 풍력발전기 2기가 들어섭니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신 분들이라면 영종대교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에 있는 풍력발전기를 보셨을 겁니다. 이 풍력발전기를 짓는데 모두 74억 원이 들었습니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이 풍력발전기로 연간 발전량 3633MWh, 그러니까 4인 가구 기준으로 1000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경제성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풍력발전은 당연히 바람이 많은 곳에 세워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래서 풍력발전기를 세우기 전에는 적어도 1년 이상 그 지역의 풍속을 계산하고, 그 결과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수공이 풍속이 가장 높은 6개월만 측정을 한 겁니다. 그리고 평균 풍속 4.4m/s,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 비용대비 수익을 계산해보니 1.02가 나왔다며 사업을 밀어붙였습니다. 사실 1.02라는 숫자도 사업성이 높다는 걸 의미하진 않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100억을 투자하면 2억 원 정도를 벌 수 있다는 말이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풍력발전기 2기는 세워집니다. 2012년 5월 아라뱃길이 개통하기 전, 그리고 경인항이 개항하는 시점에 딱 맞춰서 말입니다.



그렇게 아라뱃길은 풍력발전기도 멋지게 돌아가는 상태에서 당시 임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대대적인 개통식을 거행합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아라뱃길 개통 기념사에서 "4면의 바다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바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 역사의 과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왜 유명한 말이냐고요? 3면이 아닌 4면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 궁금했습니다 “지금까지 실적은요?”

궁금했습니다. 이 풍력발전기, 계속 돌아가고 있지만 과연 예상처럼 수익을 내고 있을까?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2013년 이 풍력발전기는 2268MWh의 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는 1776.3MWh의 전기를 생산했죠. 일단 처음 3633MWh를 생산할 거라 예상한 수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겁니다. 그런데 숫자가 나오니 좀 복잡해지죠. 저도 그랬습니다. 이 1776.3MWh라는 수치가 또 궁금해진 겁니다. 그래서 풍력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3000kWh 풍력발전기로 연간 1776.3M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게 어떤 의미입니까?" 답은 금방 나왔습니다. "이용률이 6.47% 정도가 나오네요. 어? 여기는 풍력을 하면 안되는 곳인데요. 그냥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풍력발전기를 꽂은 겁니다."

■ 30년 꼬박 돌려야 원금 회수…수명은 20년

지금 수공은 어떻게 말을 할까요? 지난해 생산된 전기1776.3MWh 중 일부는 다시 풍력발전기를 돌리는 데 쓰였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전력거래소에 판매됐습니다. 그리고 발전 수익으로 수공은 지난해 2억 5천만 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많은 거 아니냐고요?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이 발전기 2기를 세우는 데 74억 원이 들었습니다. 발전기를 유지.보수.관리하는데 쓰이는 비용이 전혀 없다고 해도 1년 2억 5천만 원으로 들인 돈 74억 원을 채우려면 적어도 30년 가까이 걸립니다. 30년을 꼬박 돌려야 그나마 들인 돈을 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풍력발전기 수명이 20년이라는 데 있습니다.



■ “그러니까…바람이 안 불어요”

수공에서 이 발전기 시설을 담당하시는 분께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실적이 안나오나요? 돌아온 답은 간단했습니다. "바람이 안 불어서요." ...허탈했습니다. 그렇죠 바람이 안 부니까 당연히 풍력발전기 실적이 안 나오는 거죠. 물어본 제가 바보가 됐습니다. 실제로 처음 4.4m/s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했었죠. 지난해 이 지역의 평균 풍속은 3.7m/s 였습니다. 발전기가 돌기 시작하는 풍속이 3.5m/s입니다. 겨우겨우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답은 나왔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풍속이 부풀려졌습니다. 그러니까 예상했던 전기 생산이 안되고 있는 거고요. 그래서 들인 돈도 건지지 못한 채, 왜 세웠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풍력발전기는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누가 풍력발전기를 세우자고 했을까요? 누가 지시했을까요? 왜 세우고 싶었을까요? 그러니까 누가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싶어서 풍속을 부풀렸을까요? 질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차라리 취재진에게 "바람이 불지 않아서요"라고 말한 관계자 분은 솔직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이렇게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억 원의 세금낭비를 하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74억 원을 조금이나마 메꾸기 위해 없는 바람에도 풍력발전기만 꾸역꾸역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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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퍼] 바람 없는 곳에 풍력발전기…수십억 낭비
    • 입력 2015-05-19 17:47:54
    • 수정2015-05-19 21: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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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력발전기를 세워라! 왜?

2011년 9월 아라뱃길 인천터미널에 풍력발전기 2기가 들어섭니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신 분들이라면 영종대교를 건너기 직전 오른쪽에 있는 풍력발전기를 보셨을 겁니다. 이 풍력발전기를 짓는데 모두 74억 원이 들었습니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이 풍력발전기로 연간 발전량 3633MWh, 그러니까 4인 가구 기준으로 1000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경제성이 있다는 거였습니다. 풍력발전은 당연히 바람이 많은 곳에 세워야 하는 게 상식입니다. 그래서 풍력발전기를 세우기 전에는 적어도 1년 이상 그 지역의 풍속을 계산하고, 그 결과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수공이 풍속이 가장 높은 6개월만 측정을 한 겁니다. 그리고 평균 풍속 4.4m/s,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 비용대비 수익을 계산해보니 1.02가 나왔다며 사업을 밀어붙였습니다. 사실 1.02라는 숫자도 사업성이 높다는 걸 의미하진 않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100억을 투자하면 2억 원 정도를 벌 수 있다는 말이거든요. 어쨌든 그렇게 풍력발전기 2기는 세워집니다. 2012년 5월 아라뱃길이 개통하기 전, 그리고 경인항이 개항하는 시점에 딱 맞춰서 말입니다.



그렇게 아라뱃길은 풍력발전기도 멋지게 돌아가는 상태에서 당시 임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대대적인 개통식을 거행합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아라뱃길 개통 기념사에서 "4면의 바다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바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 역사의 과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왜 유명한 말이냐고요? 3면이 아닌 4면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 궁금했습니다 “지금까지 실적은요?”

궁금했습니다. 이 풍력발전기, 계속 돌아가고 있지만 과연 예상처럼 수익을 내고 있을까?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2013년 이 풍력발전기는 2268MWh의 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는 1776.3MWh의 전기를 생산했죠. 일단 처음 3633MWh를 생산할 거라 예상한 수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겁니다. 그런데 숫자가 나오니 좀 복잡해지죠. 저도 그랬습니다. 이 1776.3MWh라는 수치가 또 궁금해진 겁니다. 그래서 풍력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3000kWh 풍력발전기로 연간 1776.3MWh의 전기를 생산했다. 이게 어떤 의미입니까?" 답은 금방 나왔습니다. "이용률이 6.47% 정도가 나오네요. 어? 여기는 풍력을 하면 안되는 곳인데요. 그냥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풍력발전기를 꽂은 겁니다."

■ 30년 꼬박 돌려야 원금 회수…수명은 20년

지금 수공은 어떻게 말을 할까요? 지난해 생산된 전기1776.3MWh 중 일부는 다시 풍력발전기를 돌리는 데 쓰였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전력거래소에 판매됐습니다. 그리고 발전 수익으로 수공은 지난해 2억 5천만 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많은 거 아니냐고요? 처음 말씀드렸다시피 이 발전기 2기를 세우는 데 74억 원이 들었습니다. 발전기를 유지.보수.관리하는데 쓰이는 비용이 전혀 없다고 해도 1년 2억 5천만 원으로 들인 돈 74억 원을 채우려면 적어도 30년 가까이 걸립니다. 30년을 꼬박 돌려야 그나마 들인 돈을 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풍력발전기 수명이 20년이라는 데 있습니다.



■ “그러니까…바람이 안 불어요”

수공에서 이 발전기 시설을 담당하시는 분께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실적이 안나오나요? 돌아온 답은 간단했습니다. "바람이 안 불어서요." ...허탈했습니다. 그렇죠 바람이 안 부니까 당연히 풍력발전기 실적이 안 나오는 거죠. 물어본 제가 바보가 됐습니다. 실제로 처음 4.4m/s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했었죠. 지난해 이 지역의 평균 풍속은 3.7m/s 였습니다. 발전기가 돌기 시작하는 풍속이 3.5m/s입니다. 겨우겨우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답은 나왔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풍속이 부풀려졌습니다. 그러니까 예상했던 전기 생산이 안되고 있는 거고요. 그래서 들인 돈도 건지지 못한 채, 왜 세웠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풍력발전기는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누가 풍력발전기를 세우자고 했을까요? 누가 지시했을까요? 왜 세우고 싶었을까요? 그러니까 누가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싶어서 풍속을 부풀렸을까요? 질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차라리 취재진에게 "바람이 불지 않아서요"라고 말한 관계자 분은 솔직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이렇게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억 원의 세금낭비를 하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74억 원을 조금이나마 메꾸기 위해 없는 바람에도 풍력발전기만 꾸역꾸역 돌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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