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퇴직 고위공직자 ‘대기업으로’…심사 ‘허술’

입력 2013.12.17 (21:29) 수정 2013.12.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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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직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재벌, 대기업과 전직 관료 모두가 만족하는 이른바 공생입니다.

KBS 탐사보도팀이 관련 자료를 모아 분석해봤습니다.

최근 5년 동안 고위퇴직자들이 사기업에 재취업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건수는 모두 1203건이었는데요.

삼성이 압도적 1위였습니다.

모철민 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장차관급 인사들이 즐비합니다.

다음으로는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이 42건으로, 이귀남 전 법무장관,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룹 총수가 구속돼 재판중인 SK와 한화그룹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이들 퇴직자들은 어느부처 출신일까요?

부처별로 30대 그룹에 재취업하는 비율을 따져보니 의외로 고용노동부가 1위였습니다.

바로 삼성그룹이 고위 퇴직자들을 대거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경제검찰이라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를 이었고, 검찰과 국정원 역시 55%가 30대 그룹으로 향했습니다.

청와대 출신은 38%였지만 행정관 등 낮은 직급 인사들도 퇴직 후 안정된 직장을 찾았습니다.

현재 재취업 심사대상자는 자본금 50억원,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인 기업에 취업하려는 퇴직자들입니다.

그러면 만약 고위퇴직자가 서류상으로만 소규모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돼 있으면 어떨까요?

재취업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최형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업은행 출신의 최봉식 전 정책금융공사 부사장, 지난 2월 퇴직해 현대그룹에 재취업했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의 손자회사인 산업은행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현대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 올때는 이 분이 대관업무를 담당하러 왔답니다. 사실상 로비스트로 온 건데.."

업무연관성이 높은 회사에 재취업했지만 최 씨는 공직자 윤리위의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서류상으론 그룹 내의 소규모 계열사에 취업한 걸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현대자산운용 직원(음성변조) : "(출근 하신 적이 없으세요?) 이쪽으로는 없으셨어요. (아 그래요?) 대외적으로는 저희 쪽으로 주소가 돼 있을 거예요. 근데 출근은..."

정식 심사를 받았다면 사실상 취업이 불가능했습니다.

<녹취> 최봉식(현대그룹 고문) : "((재취업) 심사를 받으셨나요? ) ..... (이렇게 피하실 게 아니라, 실제로 고문 역할을 하고 계시잖아요.)"

<인터뷰> 김민재(안행부 공직윤리관실 과장) : "(심사대상이 아닌 작은) 계열사로 뽑아놓고 우회적으로 활용하면 현재 저희 인력으로는 적발 방식으로 잡아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이런 변칙 취업으로 퇴직 공직자들을 데려가고 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 5년 동안 공직자 윤리위에 재취업하겠다고 신고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93%가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사실상 무사통과인 셈인데요.

심사는 차관급 정부위원 4명, 민간위원 7명이 하고 있습니다.

이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취재진이 단독으로 입수해 살펴보니 이렇게 통과율이 높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전직 심사위원이 윤리위 규정을 어기고 무단취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1년 퇴직한 이귀남 전 법무장관.

기업 4곳에 사외이사와 고문으로 재취업했지만 3곳에 대해서는 사전 심사를 받지 않아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적발됐습니다.

<녹취> 공직자 윤리위 관계자(음성변조) : "현대다이모스하고 한국투자증권은 적발되자마자 퇴사하신 거고, 우리증권은 퇴사를 안했던 거죠. (그래서 과태료를 무셨죠?) 그렇죠."

취재진이 입수한 공직자 윤리위 심사위원 명단, 이 전 장관은 지난 2009년 법무차관 시절 윤리위 심사위원이었습니다.

<녹취> 공직자 윤리위 관계자(음성변조) : "심사위원까지 하셨는데 임의취업을 세 건이나.. (그건 제가 판단할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직자윤리위 정부 심사위원 33명중 11명은 이 전 장관처럼 퇴직 뒤 본인들도 재취업 심사를 받았습니다.

역대 민간위원은 23명. 이 가운데 13명은 법조계 인사로 대부분 로펌 소속이었습니다.

공직에 있었던 인사도 상당수였습니다.

<인터뷰> 김기식(국회 정무위원) : "(민간위원은) 공직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해야 되는 거거든요. 왜냐면 본인이 공직자였기 때문에 진짜 이건 로비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위공직자 재취업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사위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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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퇴직 고위공직자 ‘대기업으로’…심사 ‘허술’
    • 입력 2013-12-17 21:27:07
    • 수정2013-12-22 07: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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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전직 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재벌, 대기업과 전직 관료 모두가 만족하는 이른바 공생입니다.

KBS 탐사보도팀이 관련 자료를 모아 분석해봤습니다.

최근 5년 동안 고위퇴직자들이 사기업에 재취업하겠다며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건수는 모두 1203건이었는데요.

삼성이 압도적 1위였습니다.

모철민 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장차관급 인사들이 즐비합니다.

다음으로는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 그룹이 42건으로, 이귀남 전 법무장관,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룹 총수가 구속돼 재판중인 SK와 한화그룹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이들 퇴직자들은 어느부처 출신일까요?

부처별로 30대 그룹에 재취업하는 비율을 따져보니 의외로 고용노동부가 1위였습니다.

바로 삼성그룹이 고위 퇴직자들을 대거영입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경제검찰이라는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뒤를 이었고, 검찰과 국정원 역시 55%가 30대 그룹으로 향했습니다.

청와대 출신은 38%였지만 행정관 등 낮은 직급 인사들도 퇴직 후 안정된 직장을 찾았습니다.

현재 재취업 심사대상자는 자본금 50억원,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인 기업에 취업하려는 퇴직자들입니다.

그러면 만약 고위퇴직자가 서류상으로만 소규모 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돼 있으면 어떨까요?

재취업 심사제도의 문제점을 최형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업은행 출신의 최봉식 전 정책금융공사 부사장, 지난 2월 퇴직해 현대그룹에 재취업했습니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의 손자회사인 산업은행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현대그룹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 올때는 이 분이 대관업무를 담당하러 왔답니다. 사실상 로비스트로 온 건데.."

업무연관성이 높은 회사에 재취업했지만 최 씨는 공직자 윤리위의 심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서류상으론 그룹 내의 소규모 계열사에 취업한 걸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현대자산운용 직원(음성변조) : "(출근 하신 적이 없으세요?) 이쪽으로는 없으셨어요. (아 그래요?) 대외적으로는 저희 쪽으로 주소가 돼 있을 거예요. 근데 출근은..."

정식 심사를 받았다면 사실상 취업이 불가능했습니다.

<녹취> 최봉식(현대그룹 고문) : "((재취업) 심사를 받으셨나요? ) ..... (이렇게 피하실 게 아니라, 실제로 고문 역할을 하고 계시잖아요.)"

<인터뷰> 김민재(안행부 공직윤리관실 과장) : "(심사대상이 아닌 작은) 계열사로 뽑아놓고 우회적으로 활용하면 현재 저희 인력으로는 적발 방식으로 잡아내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른 대기업들도 이런 변칙 취업으로 퇴직 공직자들을 데려가고 있지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지난 5년 동안 공직자 윤리위에 재취업하겠다고 신고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93%가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사실상 무사통과인 셈인데요.

심사는 차관급 정부위원 4명, 민간위원 7명이 하고 있습니다.

이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요.

취재진이 단독으로 입수해 살펴보니 이렇게 통과율이 높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전직 심사위원이 윤리위 규정을 어기고 무단취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리포트>

지난 2011년 퇴직한 이귀남 전 법무장관.

기업 4곳에 사외이사와 고문으로 재취업했지만 3곳에 대해서는 사전 심사를 받지 않아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적발됐습니다.

<녹취> 공직자 윤리위 관계자(음성변조) : "현대다이모스하고 한국투자증권은 적발되자마자 퇴사하신 거고, 우리증권은 퇴사를 안했던 거죠. (그래서 과태료를 무셨죠?) 그렇죠."

취재진이 입수한 공직자 윤리위 심사위원 명단, 이 전 장관은 지난 2009년 법무차관 시절 윤리위 심사위원이었습니다.

<녹취> 공직자 윤리위 관계자(음성변조) : "심사위원까지 하셨는데 임의취업을 세 건이나.. (그건 제가 판단할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공직자윤리위 정부 심사위원 33명중 11명은 이 전 장관처럼 퇴직 뒤 본인들도 재취업 심사를 받았습니다.

역대 민간위원은 23명. 이 가운데 13명은 법조계 인사로 대부분 로펌 소속이었습니다.

공직에 있었던 인사도 상당수였습니다.

<인터뷰> 김기식(국회 정무위원) : "(민간위원은) 공직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해야 되는 거거든요. 왜냐면 본인이 공직자였기 때문에 진짜 이건 로비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위공직자 재취업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사위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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