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기사’에 중독된 언론

입력 2014.03.23 (17:09) 수정 2014.03.2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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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포털 사이트 이용하시다 보면 실시간 검색어 한 번쯤 클릭해 보셨을텐데요.

이러한 실시간 검색어를 뒤쫓아 생산되는 검색어 남용기사, 이른바 기사 '어뷰징'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클릭 수가 올라갈수록 광고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이런 현상을 낳은 원인일텐데요.

저널리즘 원칙은 무시된 채, 상업 논리에 빠진 인터넷 저널리즘의 실태에 대해 이민영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이민영 기자 어뷰징 기사, 쉽게 말해 검색어 남용 기사로 해석이 가능할 텐데요. 이런 기사들이 주로 어떤 분야에서 많이 나타나나요?

<답변>
네. 먼저 어뷰징이라는 단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어뷰징은 사전적으로는 남용이나 오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비슷한 기사의 반복적인 전송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어뷰징 기사들은 연예계 관련 소식이나 가십, 선정적인 내용 등 대중들의 말초적인 관심을 쉽게 끄는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6일 오전, 한 연예매체가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와 아이스하키 선수 김원중과의 열애설을 보도하자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김연아의 이름이 올라오면서 불과 한 시간 만에 관련기사 100여 건이 쏟아졌습니다.

이날 김연아의 열애설에 대한 관련기사는 하루 동안 무려 2000건 가까이 생산됐습니다.

대부분 최초 보도한 기사를 교묘하게 베껴 쓰거나 짜깁기하고, 동일한 내용을 제목만 바꿔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로 분류되는 것들입니다.

최근에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같은 대형 언론사들도 어뷰징 기사 생산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선닷컴(3.6) : 김연아-김원중 열애 인정, ‘유건’이 이어줬나? 김연아-김원중 열애 인정, “유건이 이어줬어?” 김연아-김원중 열애 인정, “유건이 오작교?”

동아닷컴(3.6) : 김연아, 김원중과 열애 인정해...“아쉽지만 축하해요!” 김연아, 김원중과 열애 인정...“이제는 놓아줘야 겠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소식만 어뷰징 기사에 이용되는 건 아닙니다.

지난 5일 sbs 리얼리티프로그램 <짝>의 출연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련 검색어가 포털 사이트 상위권에 올라오자 인터넷 매체들이 쏟아낸 관련기사는 하룻동안 877건에 달했습니다.

‘충격, ’경악‘ 등 자극적인 용어는 물론, 이용자들의 관심을 계속해서 끌기 위해 제목과 본문 내용이 다른 낚시성 기사나 네티즌들의 자극적인 의견을 제목에 사용한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뷰징 기사 생산에는 인턴기자들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바이라인 즉 기자 이름을 적는 란에는 기자 이름 대신 해당 언론사나 온라인 팀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기사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뷰징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는 근무 시간은 물론 퇴근 후에도 집에서 새벽 2~3시까지 기사를 작성해 적게는 하루 40개에서 많게는 70개까지 썼다며 어뷰징 기사 생산의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인터뷰> 어뷰징 기사 작성 기자 (목소리변조) : “솔직히 어떤 매체에서 단독기사가 터지면 그건 자기들 기사가 아니니까 안 쓰는 게 맞잖아요? 아니면 후속 기사를 쓴다거나. 그런데 지금 같은 입장에서는 검색어에 맞춰서 기사를 써야 되니까 자기들이 쓸 수 없는 기사도 한 번 베껴서 써야 되고 그런 부분이죠.”

어뷰징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 역시 이런 관행이 잘못된 걸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어뷰징 기사 작성 기자 (목소리변조) : “제가 그 회사에 있을 때도 이런 걸로 불만을 가져서 그런 식으로 퇴사했던 기자들도 많고요, 또 이런 불만 같은 거 제기하면 보통 위에서는 그렇게 얘기를 하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질문> 네. 사실 이러한 기사들이 논란이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최근 들어 더 극심해지고 있다고요?

<답변>
네. 포털 사이트들이 뉴스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언론사와 포털 간의 갈등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포털사이트가 뉴스편집 방식을 바꿨지만 어뷰징 기사의 폐해는 오히려 심화됐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009년, 언론사와 공생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시행했습니다.

<인터뷰> 최진순(기자/한국경제/건국대 겸임교수) : “언론사와 이용자들의 포털뉴스 편집권에 대한 불만이 폭증하면서 사회적으로 합의한 서비스가 뉴스캐스트입니다. 그러니까 언론사에게 뉴스편집권을 넘겨주겠다 그래서 뉴스캐스트는 언론사의 뉴스제목이 먼저 노출되는데 이 제목은 언론사들이 편집해서 송고한 뉴스 제목이 노출된 거였거든요”

뉴스캐스트 서비스 이후 언론사 홈페이지로의 네티즌 유입량이 늘어나자, 접속량이 곧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매체들은 노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화제성 기사 양산에 몰두했습니다.

<인터뷰> 강정수(박사/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 “우리나라의 경우 유입의 수치가 방문자가 아니라 어떤 방문자인가를 규명하고 이것의 기준에 맞춰서 광고주들과 대화하고 광고단가를 측정하는 기술들이 발전되어 있지 못하다보니까 유일하게 방문자 수로 모든 걸 측정하다보니 어뷰징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의 선정적인 경쟁이 갈수록 극심해지자 지난해 4월, 네이버는 뉴스서비스 방식을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다시 한 번 전환했습니다.

언론사를 먼저 선택해야 뉴스를 볼 수 있는 만큼 트래픽 경쟁에서 벗어날 거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뉴스스탠드로 바뀌면서 언론사들의 트래픽 수가 많게는 30% 가까이 급감하자 접속량을 늘리기 위해 어뷰징 기사 양산에 더욱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뷰> 김위근(연구원/한국언론진흥재단) : “네이버의 뉴스 시스템들이 유통시스템이 바뀌는 상황에서 트래픽들이 상당히 떨어져버렸거든요. 그럼 그 트래픽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은 검색을 통해서 뉴스를 찾아볼 때 어떤 제목의 어뷰징이나 내용의 어뷰징이란 것을 일차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네이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어뷰징 기사가 극심해진 것은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방식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네이버 서면 답변 : “특정 서비스 때문에 어뷰징이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있고 스탠드 정책변경이 있어도 어뷰징에 나서지 않는 언론들이 다수 있습니다.”

<질문> 네. 이 같은 현상의 1차적인 원인은 역시 이러한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 언론사한테 있을 텐데요. 그런데 포털이 이런 현상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뉴스 유통에서 포털의 영향력이 매우 큰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포털 역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국내 인터넷 뉴스 이용 점유율은 90%이상 네이버와 다음 두 포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포털 회사들은 어뷰징 기사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다음은 제휴 방침에 어뷰징 기사를 남용하면 제휴를 중단하도록 되어 있고, 24시간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밝혔습니다.

네이버 역시,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제휴평가위원회가 1년에 한 번씩 재평가를 하고 있고 제휴계약을 체결할 때 어뷰징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명시한다고 했지만,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최진순(기자/한국경제) : “자율기구들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최소한 최근의 포털을 통한 기사 어뷰징같은 사회적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허울 좋은 형식적으로 갖춰진 자율기구가 아니라 과도한 뉴스 어뷰징을 하는 언론사에겐 확실한 제재를 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자율기구 서비스 정책들이 수립되는 그런 자율기구가 만들어져야 될 것 같고요”

네이버는 이에 대해 어뷰징 기사는 뉴스 검색에 노출되는 350여 개의 매체 중 10개 남짓한 일부 매체의 문제라며, 어뷰징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언론사들의 의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 서면 답변 : “몇몇 언론이 어뷰징을 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언론사들이 숫자로 보면 좀 더 많습니다. 때문에 어뷰징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언론사들의 절대적인 의지와 협조인 듯합니다.”

<질문> 이민영 기자 그런데 외국의 언론 선진국들 역시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 유통을 하고 있는데도 어뷰징 기사 논란은 없지 않나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미국의 포털사이트인 야후 역시 네이버나 다음 등의 실시간 검색어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뷰징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미국의 대형 포털사이트인 야후의 홈페이지입니다.

화면 오른쪽에 '트렌딩나우'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보이고, 검색어를 클릭하면 관련 기사 2~3개가 홈페이지 상단에 노출되지만 어뷰징 기사는 아닙니다.

<인터뷰> 강정수(박사/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 “검색에서 어뷰징을 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 규정이 강력하다는 것 그래서 시장 자율적으로 조율하는 힘이 있다는 거하고, 두 번째는 검색에 대한 유입보다 SNS를 통한 유입이 힘을 점점 갖게 되면서 SNS를 통한 기사에는 어뷰징이 약화되는 이런 현상들이 어뷰징 현상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적 개선과 대형포털사이트에 의존한 뉴스 유통 경로를 다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더불어 언론의 사명과 윤리 의식 회복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위근(연구원/한국언론진흥재단) : “어뷰징 기사가 사라진다고 하면 또 다른 제3의 어뷰징 기사와 비슷한 유형의 기사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짧은 단기적인 제재보다 저널리스트 윤리나 이런 회복에 대한 운동들이 사실 언론계에 좀 더 일어나야 되는 현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변상욱(대기자/CBS 콘텐츠 본부장) : “오늘의 어뷰징 기사는 살짝 살짝 윤색하거나 똑같은 기사를 제목만 달리하거나 해서 수치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진행이 되지만 그 다음에 들이닥칠 단계는 언론의 엄청난 왜곡과 조작 기사가 기다리고 있는 거죠. 지금 자정에 의해서 이것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아마 저널리즘은 많이 무너질 겁니다”

어뷰징 기사, 검색어 기사는 상호 신뢰를 무너뜨리고 다양한 여론형성을 침해하는 공멸행위입니다.

지금과 같은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어뷰징 기사가 당장은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용자 중심의 다양한 관점의 기사가 선택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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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어 기사’에 중독된 언론
    • 입력 2014-03-23 17:15:14
    • 수정2014-03-23 17:52:22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포털 사이트 이용하시다 보면 실시간 검색어 한 번쯤 클릭해 보셨을텐데요.

이러한 실시간 검색어를 뒤쫓아 생산되는 검색어 남용기사, 이른바 기사 '어뷰징'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클릭 수가 올라갈수록 광고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이런 현상을 낳은 원인일텐데요.

저널리즘 원칙은 무시된 채, 상업 논리에 빠진 인터넷 저널리즘의 실태에 대해 이민영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이민영 기자 어뷰징 기사, 쉽게 말해 검색어 남용 기사로 해석이 가능할 텐데요. 이런 기사들이 주로 어떤 분야에서 많이 나타나나요?

<답변>
네. 먼저 어뷰징이라는 단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어뷰징은 사전적으로는 남용이나 오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비슷한 기사의 반복적인 전송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어뷰징 기사들은 연예계 관련 소식이나 가십, 선정적인 내용 등 대중들의 말초적인 관심을 쉽게 끄는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6일 오전, 한 연예매체가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와 아이스하키 선수 김원중과의 열애설을 보도하자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 김연아의 이름이 올라오면서 불과 한 시간 만에 관련기사 100여 건이 쏟아졌습니다.

이날 김연아의 열애설에 대한 관련기사는 하루 동안 무려 2000건 가까이 생산됐습니다.

대부분 최초 보도한 기사를 교묘하게 베껴 쓰거나 짜깁기하고, 동일한 내용을 제목만 바꿔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이른바 ‘어뷰징 기사’로 분류되는 것들입니다.

최근에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같은 대형 언론사들도 어뷰징 기사 생산에 나서고 있습니다.

조선닷컴(3.6) : 김연아-김원중 열애 인정, ‘유건’이 이어줬나? 김연아-김원중 열애 인정, “유건이 이어줬어?” 김연아-김원중 열애 인정, “유건이 오작교?”

동아닷컴(3.6) : 김연아, 김원중과 열애 인정해...“아쉽지만 축하해요!” 김연아, 김원중과 열애 인정...“이제는 놓아줘야 겠네!”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소식만 어뷰징 기사에 이용되는 건 아닙니다.

지난 5일 sbs 리얼리티프로그램 <짝>의 출연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련 검색어가 포털 사이트 상위권에 올라오자 인터넷 매체들이 쏟아낸 관련기사는 하룻동안 877건에 달했습니다.

‘충격, ’경악‘ 등 자극적인 용어는 물론, 이용자들의 관심을 계속해서 끌기 위해 제목과 본문 내용이 다른 낚시성 기사나 네티즌들의 자극적인 의견을 제목에 사용한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어뷰징 기사 생산에는 인턴기자들까지 동원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바이라인 즉 기자 이름을 적는 란에는 기자 이름 대신 해당 언론사나 온라인 팀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기사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뷰징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는 근무 시간은 물론 퇴근 후에도 집에서 새벽 2~3시까지 기사를 작성해 적게는 하루 40개에서 많게는 70개까지 썼다며 어뷰징 기사 생산의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인터뷰> 어뷰징 기사 작성 기자 (목소리변조) : “솔직히 어떤 매체에서 단독기사가 터지면 그건 자기들 기사가 아니니까 안 쓰는 게 맞잖아요? 아니면 후속 기사를 쓴다거나. 그런데 지금 같은 입장에서는 검색어에 맞춰서 기사를 써야 되니까 자기들이 쓸 수 없는 기사도 한 번 베껴서 써야 되고 그런 부분이죠.”

어뷰징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들 역시 이런 관행이 잘못된 걸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어뷰징 기사 작성 기자 (목소리변조) : “제가 그 회사에 있을 때도 이런 걸로 불만을 가져서 그런 식으로 퇴사했던 기자들도 많고요, 또 이런 불만 같은 거 제기하면 보통 위에서는 그렇게 얘기를 하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질문> 네. 사실 이러한 기사들이 논란이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최근 들어 더 극심해지고 있다고요?

<답변>
네. 포털 사이트들이 뉴스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언론사와 포털 간의 갈등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포털사이트가 뉴스편집 방식을 바꿨지만 어뷰징 기사의 폐해는 오히려 심화됐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2009년, 언론사와 공생을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뉴스캐스트 서비스를 시행했습니다.

<인터뷰> 최진순(기자/한국경제/건국대 겸임교수) : “언론사와 이용자들의 포털뉴스 편집권에 대한 불만이 폭증하면서 사회적으로 합의한 서비스가 뉴스캐스트입니다. 그러니까 언론사에게 뉴스편집권을 넘겨주겠다 그래서 뉴스캐스트는 언론사의 뉴스제목이 먼저 노출되는데 이 제목은 언론사들이 편집해서 송고한 뉴스 제목이 노출된 거였거든요”

뉴스캐스트 서비스 이후 언론사 홈페이지로의 네티즌 유입량이 늘어나자, 접속량이 곧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매체들은 노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화제성 기사 양산에 몰두했습니다.

<인터뷰> 강정수(박사/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 “우리나라의 경우 유입의 수치가 방문자가 아니라 어떤 방문자인가를 규명하고 이것의 기준에 맞춰서 광고주들과 대화하고 광고단가를 측정하는 기술들이 발전되어 있지 못하다보니까 유일하게 방문자 수로 모든 걸 측정하다보니 어뷰징이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의 선정적인 경쟁이 갈수록 극심해지자 지난해 4월, 네이버는 뉴스서비스 방식을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다시 한 번 전환했습니다.

언론사를 먼저 선택해야 뉴스를 볼 수 있는 만큼 트래픽 경쟁에서 벗어날 거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뉴스스탠드로 바뀌면서 언론사들의 트래픽 수가 많게는 30% 가까이 급감하자 접속량을 늘리기 위해 어뷰징 기사 양산에 더욱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겁니다.

<인터뷰> 김위근(연구원/한국언론진흥재단) : “네이버의 뉴스 시스템들이 유통시스템이 바뀌는 상황에서 트래픽들이 상당히 떨어져버렸거든요. 그럼 그 트래픽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은 검색을 통해서 뉴스를 찾아볼 때 어떤 제목의 어뷰징이나 내용의 어뷰징이란 것을 일차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네이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어뷰징 기사가 극심해진 것은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방식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네이버 서면 답변 : “특정 서비스 때문에 어뷰징이 발생했다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있고 스탠드 정책변경이 있어도 어뷰징에 나서지 않는 언론들이 다수 있습니다.”

<질문> 네. 이 같은 현상의 1차적인 원인은 역시 이러한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 언론사한테 있을 텐데요. 그런데 포털이 이런 현상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답변>
네. 뉴스 유통에서 포털의 영향력이 매우 큰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 포털 역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국내 인터넷 뉴스 이용 점유율은 90%이상 네이버와 다음 두 포털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포털 회사들은 어뷰징 기사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다음은 제휴 방침에 어뷰징 기사를 남용하면 제휴를 중단하도록 되어 있고, 24시간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밝혔습니다.

네이버 역시,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제휴평가위원회가 1년에 한 번씩 재평가를 하고 있고 제휴계약을 체결할 때 어뷰징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명시한다고 했지만,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최진순(기자/한국경제) : “자율기구들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최소한 최근의 포털을 통한 기사 어뷰징같은 사회적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허울 좋은 형식적으로 갖춰진 자율기구가 아니라 과도한 뉴스 어뷰징을 하는 언론사에겐 확실한 제재를 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자율기구 서비스 정책들이 수립되는 그런 자율기구가 만들어져야 될 것 같고요”

네이버는 이에 대해 어뷰징 기사는 뉴스 검색에 노출되는 350여 개의 매체 중 10개 남짓한 일부 매체의 문제라며, 어뷰징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언론사들의 의지라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 서면 답변 : “몇몇 언론이 어뷰징을 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언론사들이 숫자로 보면 좀 더 많습니다. 때문에 어뷰징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언론사들의 절대적인 의지와 협조인 듯합니다.”

<질문> 이민영 기자 그런데 외국의 언론 선진국들 역시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 유통을 하고 있는데도 어뷰징 기사 논란은 없지 않나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미국의 포털사이트인 야후 역시 네이버나 다음 등의 실시간 검색어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어뷰징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미국의 대형 포털사이트인 야후의 홈페이지입니다.

화면 오른쪽에 '트렌딩나우'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보이고, 검색어를 클릭하면 관련 기사 2~3개가 홈페이지 상단에 노출되지만 어뷰징 기사는 아닙니다.

<인터뷰> 강정수(박사/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 “검색에서 어뷰징을 하는 행위에 대한 벌칙 규정이 강력하다는 것 그래서 시장 자율적으로 조율하는 힘이 있다는 거하고, 두 번째는 검색에 대한 유입보다 SNS를 통한 유입이 힘을 점점 갖게 되면서 SNS를 통한 기사에는 어뷰징이 약화되는 이런 현상들이 어뷰징 현상을 전반적으로 줄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적 개선과 대형포털사이트에 의존한 뉴스 유통 경로를 다변화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더불어 언론의 사명과 윤리 의식 회복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위근(연구원/한국언론진흥재단) : “어뷰징 기사가 사라진다고 하면 또 다른 제3의 어뷰징 기사와 비슷한 유형의 기사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짧은 단기적인 제재보다 저널리스트 윤리나 이런 회복에 대한 운동들이 사실 언론계에 좀 더 일어나야 되는 현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변상욱(대기자/CBS 콘텐츠 본부장) : “오늘의 어뷰징 기사는 살짝 살짝 윤색하거나 똑같은 기사를 제목만 달리하거나 해서 수치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진행이 되지만 그 다음에 들이닥칠 단계는 언론의 엄청난 왜곡과 조작 기사가 기다리고 있는 거죠. 지금 자정에 의해서 이것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아마 저널리즘은 많이 무너질 겁니다”

어뷰징 기사, 검색어 기사는 상호 신뢰를 무너뜨리고 다양한 여론형성을 침해하는 공멸행위입니다.

지금과 같은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어뷰징 기사가 당장은 관심을 끌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이용자 중심의 다양한 관점의 기사가 선택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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