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란 작가, 46년 안방극장에 인생을 담다

입력 2014.12.16 (16:28) 수정 2014.12.1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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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를 그려내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죠.

인간군상이 펼쳐가는 사랑과 믿음, 갈등과 애환, 또 용서와 치유 등 우리가 겪어온 또는 겪었음직한 감정들이 날줄과 씨줄로 촘촘히 얽혀 있는 그런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계속 스쳐가는 것이 바로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을 또는 남의 감정을 이입해 보게 되는데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렇게 기가 막힌 드라마 원고를 써내는지 오늘은 그 주인공을 만나볼까 합니다.

얼마전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최고영예 은관문화훈장을 받으신 분입니다.

박정란 작가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별말씀을요.

-조금 전 저희들이 화면에서 뵀는데 은관문화훈장, 그동안 상 워낙 많이 받으셨잖아요, 그렇죠?

-상은 많이 받았는데 훈장은 처음입니다.

-훈장은 처음이시죠?훈장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에서 정말 그동안에 공적을 인정해서 주는 어마어마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놀랐어요.

-소회가 좀 남다르셨겠어요.

-아니요, 저는 우리 협회에서 연락을 받았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말이 돼? 그랬어요.

저는 훈장 그러면 무공훈장이 머리에 있나 봐요.

-화랑무공훈장 이런 거.

-그래서 내가 나라를 위해서 뭘 했어? 나 전쟁터에 나간 적도 없는데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문화훈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제 소감은 그거예요.

과분하다.

그때 수훈 소감을 말할 때도 과분합니다였고 지금 생각해도 저한테는 참 과분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그렇게 겸손하게 말씀을 하시지만 나라에서는 전쟁터에서 나가서 싸운 분들만큼 공이 크시다, 이렇게 평가한 것 아니겠습니까?그렇죠?

-너무 황송하죠, 뭐.

-드라마 작가 1세대시죠.

-1세대는 아니고 제가 생각할 때 한 2세대쯤 되지 않을까 싶어요.

-2세대 정도.

같은 연배 분들이.

-지금은 뭐 김수현 씨 정도고.

그전에 한의사 선생님, 이호 선생님, 조남사 선생님, 어마어마한 선생님들이 1세대였고.

-선배님들이시고.

-한참 선생님이죠, 선배 정도가 아니라.

그리고 저희가 한 2세대쯤 된다고 말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이제 소위 텔레비전 드라마의 전성기를 이루신 분들이 이제 바로 선생님 세대들이지 않습니까? 저희들이 사실은 저도 화면에서 스튜디오에서 처음 선생님 뵈면서 선생님께서 쓰셨던 드라마를 저도 많이 보고 자란 세대로서 굉장히 젊으셨겠다 생각을 했는데 저보다 좀 연배가 위셔서 사실은 좀 놀랐습니다.

-훨씬 위죠.

제가 20대에 작가됐는데 지금 40년을 넘게 작가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나이가 많을 수밖에 없죠.

-우리 이승현 아나운서가 우리 박정란 작가님 어떤 분인지 조사를 좀 했다고 합니다.

소개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앉아서 앞에서 직접 뵈니까 빛이 나시는 것 같은데요.

요리사라면 요리로 스포츠선수라면 운동으로 작가님이라면 작품으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46년 동안의 긴 시간이 말해 주는 정말 다수의 작품들이 있는데요.

저희가 작품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건 무슨 드라마입니까?

-1989년 11월부터 90년까지 1TV에서 방영이 됐던 울밑에 선 봉선화입니다.

전인화 씨의 얼굴이 보이시죠? 개화기 격동의 생을 살아온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인데요.

한국방송대상 또 백상예술대상을 받았습니다.

다음 작품은 곰탕입니다.

설날 특집극이었고요.

한국판 여자 일색으로 13살 어린 나이에 시집간 여인이 아흔 살을 바라보면서 지난 삶을 독백으로 돌이켜 보는 내용입니다.

해외에서 뉴욕페스티벌, 또 월드페스티벌, 휴스턴 특집극 부문에서 수상을 한 작품이었습니다.

-김혜수 씨가 주인공이네요.

-다음은 백정의 딸인데요.

유준상, 추상미 씨의 얼굴이 보이시죠.

역경을 이겨낸 백정의 딸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또 ABU대상과 역시 휴스턴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란 손수건.

2003년에 KBS에서 방영된 일일연속극입니다.

젊은이들의 사랑, 배신 그리고 화해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데요.

역시 남녀평등방송상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고 저에게는 연정훈 씨, 한가인 씨를 이어줬던 작품이다라고 해서 기억이 남습니다.

-비교적 최근 드라마로서 저도 아직 기억이 새롭습니다.

또요.

-한 작품 더 있는데 보시죠.

사랑해, 울지 마.

또 엄마의 정원 등 최근까지 왕성한 작품활동 이어가고 계시고요.

이 사진은 얼마 전 2014 은관문화훈장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하는 장면입니다.

-선생님의 대표작만 쭉 지금 이승현 아나운서가 소개를 했는데 그동안 쓰신 작품이 몇 편이나 되십니까?

-제가 데뷔하고 한 7년은 라디오 드라마만 썼어요.

그래가지고 75년부터 TV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는데 제가 제목만 그냥 쭉 훑어봤어요.

그런데 대강 한 40편 정도.

드라마, TV 드라마만.

-TV 드라마가.

그게 한 1년씩 쭉 가는 거죠, 대개?

-한 6, 7개월.

-6, 7개월.

그런데 지금 화면을 쭉 보면서 느낀 게 주로 여성문제, 여성이 주인공이고 아주 어떻게 하면 우리 전통 가정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애환이랄까.

그런 걸 주로 많이 다루신 것 같은데 주로 그런 걸 다루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작가는 가수도 마찬가지지만 제일 잘 부를 수 있는 장르를 불러야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여자의 이야기를 제일 제가 잘 쓸 것 같아서 그렇고.

또 하나는 제가 은근히 여성우월주의예요.

그래서 세상을 이어가는 것도 여자의 힘,엄마의 힘이라는 어떤 자부심이 있어요.

어떤 역경을 견뎌서라도 자식을 낳아가면서 그 시대를 지켜가는 게 엄마, 여자 아닌가.

그래서 그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인의 삶이 드라마에 나오는 삶하고는 사실은 굉장히 다르시지 않습니까?

-네, 다르죠.

-아주 평탄하게 살아오셨잖아요, 그렇죠?

-그런 편이죠.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어렵게 산 여인들의 삶을 잘 이해를 하실 수 있는지 좀 궁금합니다.

-작가는 그렇잖아요.

다 경험할 수는 없지만 대신 책이나 여러 가지로 경험, 간접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 또 저 자신을 등장인물에 많이 투입을 해서 생각을 하면서.

저 같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해가요.

-그런 건 이제 작가적 상상력이고.

-그렇죠.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겁니까? 저희들이 여러 편을 보여줬는데.

-저는 옛날에 KBS에서 일요시추에이션 드라마가 있었어요.

딸이 더 좋아라는.

그 작품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역시 울 밑에선 봉선화가 마음에 들고.

그다음에 시청률로 좀 히트를 쳤던 내일을 잊으리라는 드라마 그런 정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들이 자료조사를 좀 해 보니까 우리 시청자들이 다시 보고 싶은, 다시 꼭 보고 싶은 드라마 거기에 울밑에 선 봉선화가 있더라고요.

저희들이 화면을 좀 준비를 좀 했습니다.

잠깐 한번 보실까요?

-국도 다 넘기고 뭘 먹자는 거야?너는 코도 없냐? 국이 넘어서 타는 냄새가 나는데도 몰라?정신을 어디다 놓고 일을 하는 거야?

-좀 악덕시어머니.

-금방 나와서 봤는데.

-금방 나와서 봤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많이 끓어넘쳤다는 거야? 이제는 시어미까지 속여 넘길 작정이냐?가지가지로구나.

음식은 정성이다.

불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는 줄 아니? 시집온 지가 2년인데 계속 이런 소리를 하게 해야겠어?-죄송해요, 어머니.

치마저고리를 좀 다리느라고 그랬어요.

-좀 실감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사실 우리네 여인들이 저런 과정을 다 겪어서 살아온 거잖아요.

그렇죠?-그렇죠.

-저 작품을 통해서 말씀하시고 싶었던 게 뭡니까?

-저것도 역시 마찬가지예요.

전인화라는 나약한 어떤 해방, 여성반란사건까지 이어지는 어떤 질곡의 삶을 끝내 이겨내는 그런 여인의 삶을 그리고 싶었어요.

-굉장히 그 말씀을 하시니까.

저게 그러니까 일제시대 때부터.

-1926년부터 1948년까지.

-제가 이제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야말로 한편의 드라마다.

망국 그다음에 해외망명, 독립운동 그리고 다시 광복, 또 혁명도 있었죠, 쿠데타도 있었죠.

그리고 산업화, 민주화를 겪으면서 이게 뭐 정말 역동의 현대사고 파란만장한데 왜 이걸 이렇게 통사적으로 그려낸 그런 드라마가 좀 별로 없을까 싶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여인을 통해서 바로 그 시대를 그려내신 거네요.

-네.

그래서 그게 무대도 순천이었어요.

순천이.

-여순반란사건의 주무대고.

-그런 사건도 있고.

그래서 순천을 무대로 해서 그려진.

-당시 이제 저 드라마 주인공들이 그 순천지역의 사투리도 맛깔나게 썼다 그런 얘기를 제가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건 어떻게 연구를 하셨습니까? 지금 선생님은 표준말을 정확하게 쓰시는데.

-저는 5살부터 15살까지 순천에서 살았어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이 순천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때 들었던 사투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던 걸 썼고 이제 저희 이모나 엄마는 사투리를 많이 쓰셨어요.

그러면 전화해서 서울말로 제가 물어봐요.

이런 말을 사투리로 어떻게 해요 그러면 이렇게 말을 해 줘요.

그렇게 해서 자꾸.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시는 거네요, 그렇죠?

-많이 했죠.

자료도 많이 필요했고, 시대적인 자료.

-그렇죠.

드라마가 사실 그런 세세한 부분들, 디테일이 아주 사실과 가까워야 또 설득력 있는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그래야지 진실성도 표현이 되고.

-저희들이 장면 하나 또 준비를 했는데요.

-이번에는 노란손수건입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호주제 폐지 등 사회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또 기여한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함께 보시죠.

-그러니까 말이야.

호적에 올리자는 거 아니냐.

내가 변호사를 만났다.

호적은 상민회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거란다.

-말도 안 돼요.

-아니, 법이 그런데 어떻게 말이 안 되냐?

-이제 와 당신이 그걸 왜 따져, 왜 따져!지민이가 원하는 건 자기를 만든 아빠가 아니라 자기를 사랑하는 아빠야.

당신은 우리 지민이를 죽인 사람이야, 죽인 사람이라고.

그런데 우리 지민이가 그런 아빠를 원할 것 같아?원할 것 같냐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실은 사실이야.

내가 지민이 아빠야.

-나쁜 놈, 이 나쁜 놈아!-저 장면이 이태란 씨가 미혼모로 아들을 낳고 키우고 있는데 갑자기 김호진 씨가 와서 대려가니까 현행법률상 내가 아빠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고 실제로 시청자 게시판에 엄청난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렇죠?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저 드라마를 통해서 말하시고 싶었던 게 뭡니까?

-저는 여인의 삶을 말하고 싶었는데 이 여자의 삶을 그리다 보니까 그런 문제에 부딪힌 거예요.

-법적, 제도적으로 얽매여 있는 양성 불평등.

-아버지가 지우라고 그런 걸 안 지우고 혼자 낳아서 키웠는데 애가 크니까 욕심이 나니까 그걸 무조건 데려갈 수 있는 게 그때의 법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제가 무슨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이슈화시키고자 쓴 건 아니고 드라마 내용을 하다 보니까 그런 문제가 대두가 되고.

그때 한창 호적제 폐지가 국회에 상정될 때마다 그게 안 됐어요.

많은 유린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반대를 해서.

그런데 저 드라마가 나가면서 시청자들이 그냥 불같이 다 일어나서 우리 시청 앞에서 서명운동하자, 우리 다 나간다.

그러면서 막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언론에서도 저한테 전화를 해서 자기는 몰랐다는 거예요.

기자님도 몰랐다.

이게 사실이냐.

진짜 아버지면 키우지 않았고 인정하지 않았지만 무조건 데려갈 수가 있냐.

그런데 그때는 그렇게 됐어요.

그래가지고 그분도 내가 딸이 둘인데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이 법은 고쳐야 된다 그래서 엄청난 호응이 있어가지고 그때 호주제 폐지가 결정이 됐어요.

-결국 드라마가 엄청난 힘을 발휘한 거군요, 그렇죠?

-그렇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선생님께서 드라마를 통해서 담고 싶은 가치가 여성의 인습타파, 사회적 굴레 극복 이런 겁니까?

-저는 그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들고 얘기를 하지 않아요.

-그랬는데.

-삶을 가지고 얘기를 하면 그때그때 어떤 사회적인 문제와 부딪히게 되고 그러면 그 주인공 여자가 적극적으로 그 나쁜 사회와 싸우고 인고하고.

그렇게 쓰는 편이에요, 저는.

-그러니까 그 드라마를 사는 주인공들의 어떤 치열한 삶을 통해서 그 속에서 어떤 사랑이라든가.

-결과적으로 보면 그걸 통해서 뭐라 그럴까.

메시지가 전달되는 거죠.

-갈등구조는 주로 그러니까 사회적 인습을 가지고 갈등구조를 그려내신 거네요.

그렇죠?

-저는 인습으로 아니고 사랑으로 갈등을 그리는데.

사랑이라는 문제가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시키더라고요.

-그러면 나중에 거기에 용서라고 하는 그런 것도 담으신 겁니까?화해도.

-그건 저의 주제예요.

-그래요?

-사랑과 용서와 화해.

-사랑과 갈등, 배신, 용서 이런 식으로 코드를 잡죠, 대개.

-알겠습니다.

또 사진을 몇 장 준비했다고요, 이승현 아나운서.

-이번에 준비한 사진 또 보면서 어떤 사진인지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울밑에 선 봉선화 출연진과 찍으신 사진인데요.

어떤 사진인가요, 선생님?

-지금 배우들 얼굴이 제가 시력이 나빠서 자세히 안 보이는데 누구누구가 있는지요?

-저기 사미자 씨도 보이고요.

강효실 선생님도 보이고 김미숙, 전인화,권기선 또 여러 분 다 거기 계셨죠.

-그렇군요.

다음 사진 좀 볼까요?

-여배우들과 함께하신 사진이네요.

-맨 오른쪽이 전인화 씨인가요?

-네, 전인화, 강효실 선생 그다음에 김은경 씨.

지금 출연을 잘 안 하시는데 그리고 맨 왼쪽이 김미숙 씨.

권기선 씨 이렇게.

-이 사진은 어디 출연 사진입니까?

-이건 80년대 중반에 KBS에서 미망인이라는 주말연속극을 했을 때 노주현 씨도 있고 이효춘 씨도 있고.

-낯익은 얼굴이 보이네요.

-이 사진은 저희 작가협회의 김수현 씨가 이사장이고 제가 부이사장을 맡았을 때 우리가 여자가 처음으로 이사장이 됐거든요.

그랬을 때 조금 색다르게 조금 파티처럼 해 보자, 총회를.

그래가지고 우리 한복을 입고 나가자 그렇게 제안을 해가지고 저희들이.

가운데 있는 분은 한복을 안 입으셨는데 이근미 지금 현재 이사장이에요.

그리고 김수현 씨하고 제가 그 옆에.

-박 선생님도 그 이후에 이사장님을 하셨죠?

-네, 했죠.

-작가협회 이사장을 하시고.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작가생활 46년.

-지금 많은 배우들이 함께 나왔는데 혹시 다양한 배우들을 경험해 보셨지만 이 배우만큼은 참 흡족하다라고 생각하셨던 분이 있었나요, 선생님?

-저는 옛날에는 그런 게 있었어요.

신문사에서 신년이면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를 질문하는 작가들이나 관계자들한테 그런 게 있었어요.

저 절대 말 안 했어요.

나는 말 못 해요.

이럴 때는 이 배우가 잘하고 저럴 때는 저 배우가 잘하는데 상처받을 거 아니에요.

그렇죠?그래서 제가 대답을 안 하는데 오늘은.

오늘도 안 하겠습니다.

-그렇습니까?오늘은 하실 것 같았는데.

-아니요.

안 할래요.

-선생님 모셨으니까 또 작가협회 이사장도 하셨고 원로시니까 제가 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요즘 시청자들, 특히 국민들이 지적들을 많이 합니다.

왜 이렇게 막장드라마가 많냐.

꼭 그렇게밖에 쓸 수밖에 없느냐, 이 각박한 생활에 드라마가 저희들이 아까 얘기를 했습니다만 뭔가 용서와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과 통합 그런 따뜻한 가족, 건강한 가족을 그려내는 게 아니라 가장 병든 모습을 그려서 시청자들의 어떤 단세포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저는 그 책임이 방송국과 시청자에게 있다고 봐요.

-작가들한테 있는 게 아닙니까?

-아니죠.

-저희들한테.

-방송국에서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요.

그 기준은 뭐냐 그러면 시청률이 잣대잖아요.

평가의 잣대가 시청률이 되는 바람에 더 자극적으로, 더 자극적으로 이렇게 자꾸 가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나쁜 식품을 만드는 제조회사도 있고 불량식품이라고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건 방송국에서는 물론 시청자들이 그걸 외면하면 안 만드시겠죠.

그런데 시청자들이 좋아하니까.

그리고 시청자라는 게 즐거워하고 싶고 재미있게 보고 싶고 그러니까 그 시청자의 비위를 맞추다 보니까 자꾸자꾸 이제.

-알겠습니다.

제가 그러면 반론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일단 방송국이 책임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가 좀 사과를 먼저 좀 드리고요.

반대로 작가들이 어떤 그런 극적인 요소 없이 이야기를 잘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서 이렇게 아주 극악한 요소를 집어넣는 게 아닌가.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지는 않습니까?

-네.

그렇게 극악적으로 하기가 더 어려워요, 사실은.

그런데 지금도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게 시나리오를 여러 작가가 내잖아요.

그러면 자극적이고 극성이 강한 게 선택이 돼요.

그러면 따뜻하고 그런 드라마는 밀려나게 돼 있어요.

-선생님 분석으로는 첫째, 둘째 가릴 것 없이 시청자과 방송사가 책임이 있다.

-만드는 거죠.

그리고 안 팔리면 방송국에서 안 만든다고 그럴 게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YWCA 이런 데 시청자 모임에도 간 적도 있지만 보지 마세요 이래요.

막장드라마가 그렇게 싫으면 안 보시면 안 만듭니다.

-자꾸 보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네.

그런데 어떤 감독하고 저 한번 대판 싸운 적이 있는데 이 감독이 뭐라고 그랬냐 그러면 이쪽에서 정말 석학이 명강의를 하고 있고 이쪽에서 스트립쇼를 한다 자기는 이쪽을 본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감독하고 대판 싸웠어요.

당신하고 일 안 한다, 나는.

그렇게 돼 있어요, 사정이.

-알겠습니다.

저희들이 반성을 할 게 많다는 걸 오늘 선생님 말씀을 새겨듣겠습니다.

앞으로 또 현역으로서 계속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작품들을 쓰고 싶으십니까?

-글쎄요, 저는 사실은 지난번에 엄마의 정원을 쓰면서 은퇴를 할까 생각을 했어요.

그만 쓸까.

-그래서는 되겠습니까?

-이제 나이가 많아지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 젊었을 때의 감성이나 이런 것은 마모가 돼갈지 모르지만 나이를 먹어서 보이는 인생이 있어요.

젊어서는 보지 못하는 그 깊은 인간을 보는 눈이 생겼어요.

그러면 한 번쯤 더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뭐라고 할까, 사람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거나 그 가치관을 뒤집어놓는 드라마를 안 쓰고 싶거든요.

그래서 여자 얘기일 것 같고 홈드라마일 것 같고 따뜻한 드라마일 것 같아요, 다음 작품.

-알겠습니다.

저희들이 기대를 좀 하겠습니다.

작가의 역량이 한 국가의 국민들의 문화의식 수준을 높인다 이런 얘기 많이 들었는데요.

오늘 선생님 뵈면서 큰 기대를 해도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얼마 전 이런 질문을 제가 좀 드려본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꼭 들어가야 될 양념이 뭔지 아느냐 하는 건데요.

가족, 사랑, 갈등과 용서, 우정.

그런데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희망이다, 이런 답을 들었습니다.

드라마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그 희망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하는 말입니다.

드라마처럼 저희도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의 삶에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바라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읽는다.

황상무의 시사진단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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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란 작가, 46년 안방극장에 인생을 담다
    • 입력 2014-12-16 17:05:51
    • 수정2014-12-16 17:39:26
    시사진단
-드라마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갖 이야기를 그려내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죠.

인간군상이 펼쳐가는 사랑과 믿음, 갈등과 애환, 또 용서와 치유 등 우리가 겪어온 또는 겪었음직한 감정들이 날줄과 씨줄로 촘촘히 얽혀 있는 그런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계속 스쳐가는 것이 바로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을 또는 남의 감정을 이입해 보게 되는데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렇게 기가 막힌 드라마 원고를 써내는지 오늘은 그 주인공을 만나볼까 합니다.

얼마전 대중문화예술인들의 최고영예 은관문화훈장을 받으신 분입니다.

박정란 작가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모시게 돼서 영광입니다.

-별말씀을요.

-조금 전 저희들이 화면에서 뵀는데 은관문화훈장, 그동안 상 워낙 많이 받으셨잖아요, 그렇죠?

-상은 많이 받았는데 훈장은 처음입니다.

-훈장은 처음이시죠?훈장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에서 정말 그동안에 공적을 인정해서 주는 어마어마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놀랐어요.

-소회가 좀 남다르셨겠어요.

-아니요, 저는 우리 협회에서 연락을 받았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말이 돼? 그랬어요.

저는 훈장 그러면 무공훈장이 머리에 있나 봐요.

-화랑무공훈장 이런 거.

-그래서 내가 나라를 위해서 뭘 했어? 나 전쟁터에 나간 적도 없는데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문화훈장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제 소감은 그거예요.

과분하다.

그때 수훈 소감을 말할 때도 과분합니다였고 지금 생각해도 저한테는 참 과분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그렇게 겸손하게 말씀을 하시지만 나라에서는 전쟁터에서 나가서 싸운 분들만큼 공이 크시다, 이렇게 평가한 것 아니겠습니까?그렇죠?

-너무 황송하죠, 뭐.

-드라마 작가 1세대시죠.

-1세대는 아니고 제가 생각할 때 한 2세대쯤 되지 않을까 싶어요.

-2세대 정도.

같은 연배 분들이.

-지금은 뭐 김수현 씨 정도고.

그전에 한의사 선생님, 이호 선생님, 조남사 선생님, 어마어마한 선생님들이 1세대였고.

-선배님들이시고.

-한참 선생님이죠, 선배 정도가 아니라.

그리고 저희가 한 2세대쯤 된다고 말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이제 소위 텔레비전 드라마의 전성기를 이루신 분들이 이제 바로 선생님 세대들이지 않습니까? 저희들이 사실은 저도 화면에서 스튜디오에서 처음 선생님 뵈면서 선생님께서 쓰셨던 드라마를 저도 많이 보고 자란 세대로서 굉장히 젊으셨겠다 생각을 했는데 저보다 좀 연배가 위셔서 사실은 좀 놀랐습니다.

-훨씬 위죠.

제가 20대에 작가됐는데 지금 40년을 넘게 작가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나이가 많을 수밖에 없죠.

-우리 이승현 아나운서가 우리 박정란 작가님 어떤 분인지 조사를 좀 했다고 합니다.

소개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이렇게 앉아서 앞에서 직접 뵈니까 빛이 나시는 것 같은데요.

요리사라면 요리로 스포츠선수라면 운동으로 작가님이라면 작품으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46년 동안의 긴 시간이 말해 주는 정말 다수의 작품들이 있는데요.

저희가 작품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건 무슨 드라마입니까?

-1989년 11월부터 90년까지 1TV에서 방영이 됐던 울밑에 선 봉선화입니다.

전인화 씨의 얼굴이 보이시죠? 개화기 격동의 생을 살아온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 드라마인데요.

한국방송대상 또 백상예술대상을 받았습니다.

다음 작품은 곰탕입니다.

설날 특집극이었고요.

한국판 여자 일색으로 13살 어린 나이에 시집간 여인이 아흔 살을 바라보면서 지난 삶을 독백으로 돌이켜 보는 내용입니다.

해외에서 뉴욕페스티벌, 또 월드페스티벌, 휴스턴 특집극 부문에서 수상을 한 작품이었습니다.

-김혜수 씨가 주인공이네요.

-다음은 백정의 딸인데요.

유준상, 추상미 씨의 얼굴이 보이시죠.

역경을 이겨낸 백정의 딸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또 ABU대상과 역시 휴스턴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노란 손수건.

2003년에 KBS에서 방영된 일일연속극입니다.

젊은이들의 사랑, 배신 그리고 화해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데요.

역시 남녀평등방송상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고 저에게는 연정훈 씨, 한가인 씨를 이어줬던 작품이다라고 해서 기억이 남습니다.

-비교적 최근 드라마로서 저도 아직 기억이 새롭습니다.

또요.

-한 작품 더 있는데 보시죠.

사랑해, 울지 마.

또 엄마의 정원 등 최근까지 왕성한 작품활동 이어가고 계시고요.

이 사진은 얼마 전 2014 은관문화훈장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하는 장면입니다.

-선생님의 대표작만 쭉 지금 이승현 아나운서가 소개를 했는데 그동안 쓰신 작품이 몇 편이나 되십니까?

-제가 데뷔하고 한 7년은 라디오 드라마만 썼어요.

그래가지고 75년부터 TV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는데 제가 제목만 그냥 쭉 훑어봤어요.

그런데 대강 한 40편 정도.

드라마, TV 드라마만.

-TV 드라마가.

그게 한 1년씩 쭉 가는 거죠, 대개?

-한 6, 7개월.

-6, 7개월.

그런데 지금 화면을 쭉 보면서 느낀 게 주로 여성문제, 여성이 주인공이고 아주 어떻게 하면 우리 전통 가정에서 살아온 여성들의 애환이랄까.

그런 걸 주로 많이 다루신 것 같은데 주로 그런 걸 다루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작가는 가수도 마찬가지지만 제일 잘 부를 수 있는 장르를 불러야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여자의 이야기를 제일 제가 잘 쓸 것 같아서 그렇고.

또 하나는 제가 은근히 여성우월주의예요.

그래서 세상을 이어가는 것도 여자의 힘,엄마의 힘이라는 어떤 자부심이 있어요.

어떤 역경을 견뎌서라도 자식을 낳아가면서 그 시대를 지켜가는 게 엄마, 여자 아닌가.

그래서 그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인의 삶이 드라마에 나오는 삶하고는 사실은 굉장히 다르시지 않습니까?

-네, 다르죠.

-아주 평탄하게 살아오셨잖아요, 그렇죠?

-그런 편이죠.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어렵게 산 여인들의 삶을 잘 이해를 하실 수 있는지 좀 궁금합니다.

-작가는 그렇잖아요.

다 경험할 수는 없지만 대신 책이나 여러 가지로 경험, 간접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 또 저 자신을 등장인물에 많이 투입을 해서 생각을 하면서.

저 같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해가요.

-그런 건 이제 작가적 상상력이고.

-그렇죠.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어떤 겁니까? 저희들이 여러 편을 보여줬는데.

-저는 옛날에 KBS에서 일요시추에이션 드라마가 있었어요.

딸이 더 좋아라는.

그 작품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역시 울 밑에선 봉선화가 마음에 들고.

그다음에 시청률로 좀 히트를 쳤던 내일을 잊으리라는 드라마 그런 정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들이 자료조사를 좀 해 보니까 우리 시청자들이 다시 보고 싶은, 다시 꼭 보고 싶은 드라마 거기에 울밑에 선 봉선화가 있더라고요.

저희들이 화면을 좀 준비를 좀 했습니다.

잠깐 한번 보실까요?

-국도 다 넘기고 뭘 먹자는 거야?너는 코도 없냐? 국이 넘어서 타는 냄새가 나는데도 몰라?정신을 어디다 놓고 일을 하는 거야?

-좀 악덕시어머니.

-금방 나와서 봤는데.

-금방 나와서 봤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많이 끓어넘쳤다는 거야? 이제는 시어미까지 속여 넘길 작정이냐?가지가지로구나.

음식은 정성이다.

불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는 줄 아니? 시집온 지가 2년인데 계속 이런 소리를 하게 해야겠어?-죄송해요, 어머니.

치마저고리를 좀 다리느라고 그랬어요.

-좀 실감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사실 우리네 여인들이 저런 과정을 다 겪어서 살아온 거잖아요.

그렇죠?-그렇죠.

-저 작품을 통해서 말씀하시고 싶었던 게 뭡니까?

-저것도 역시 마찬가지예요.

전인화라는 나약한 어떤 해방, 여성반란사건까지 이어지는 어떤 질곡의 삶을 끝내 이겨내는 그런 여인의 삶을 그리고 싶었어요.

-굉장히 그 말씀을 하시니까.

저게 그러니까 일제시대 때부터.

-1926년부터 1948년까지.

-제가 이제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야말로 한편의 드라마다.

망국 그다음에 해외망명, 독립운동 그리고 다시 광복, 또 혁명도 있었죠, 쿠데타도 있었죠.

그리고 산업화, 민주화를 겪으면서 이게 뭐 정말 역동의 현대사고 파란만장한데 왜 이걸 이렇게 통사적으로 그려낸 그런 드라마가 좀 별로 없을까 싶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여인을 통해서 바로 그 시대를 그려내신 거네요.

-네.

그래서 그게 무대도 순천이었어요.

순천이.

-여순반란사건의 주무대고.

-그런 사건도 있고.

그래서 순천을 무대로 해서 그려진.

-당시 이제 저 드라마 주인공들이 그 순천지역의 사투리도 맛깔나게 썼다 그런 얘기를 제가 본 적이 있는데 그런 건 어떻게 연구를 하셨습니까? 지금 선생님은 표준말을 정확하게 쓰시는데.

-저는 5살부터 15살까지 순천에서 살았어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이 순천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때 들었던 사투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던 걸 썼고 이제 저희 이모나 엄마는 사투리를 많이 쓰셨어요.

그러면 전화해서 서울말로 제가 물어봐요.

이런 말을 사투리로 어떻게 해요 그러면 이렇게 말을 해 줘요.

그렇게 해서 자꾸.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시는 거네요, 그렇죠?

-많이 했죠.

자료도 많이 필요했고, 시대적인 자료.

-그렇죠.

드라마가 사실 그런 세세한 부분들, 디테일이 아주 사실과 가까워야 또 설득력 있는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그래야지 진실성도 표현이 되고.

-저희들이 장면 하나 또 준비를 했는데요.

-이번에는 노란손수건입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호주제 폐지 등 사회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또 기여한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함께 보시죠.

-그러니까 말이야.

호적에 올리자는 거 아니냐.

내가 변호사를 만났다.

호적은 상민회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거란다.

-말도 안 돼요.

-아니, 법이 그런데 어떻게 말이 안 되냐?

-이제 와 당신이 그걸 왜 따져, 왜 따져!지민이가 원하는 건 자기를 만든 아빠가 아니라 자기를 사랑하는 아빠야.

당신은 우리 지민이를 죽인 사람이야, 죽인 사람이라고.

그런데 우리 지민이가 그런 아빠를 원할 것 같아?원할 것 같냐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사실은 사실이야.

내가 지민이 아빠야.

-나쁜 놈, 이 나쁜 놈아!-저 장면이 이태란 씨가 미혼모로 아들을 낳고 키우고 있는데 갑자기 김호진 씨가 와서 대려가니까 현행법률상 내가 아빠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고 실제로 시청자 게시판에 엄청난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그렇죠?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저 드라마를 통해서 말하시고 싶었던 게 뭡니까?

-저는 여인의 삶을 말하고 싶었는데 이 여자의 삶을 그리다 보니까 그런 문제에 부딪힌 거예요.

-법적, 제도적으로 얽매여 있는 양성 불평등.

-아버지가 지우라고 그런 걸 안 지우고 혼자 낳아서 키웠는데 애가 크니까 욕심이 나니까 그걸 무조건 데려갈 수 있는 게 그때의 법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제가 무슨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이슈화시키고자 쓴 건 아니고 드라마 내용을 하다 보니까 그런 문제가 대두가 되고.

그때 한창 호적제 폐지가 국회에 상정될 때마다 그게 안 됐어요.

많은 유린들이나 이런 사람들이 반대를 해서.

그런데 저 드라마가 나가면서 시청자들이 그냥 불같이 다 일어나서 우리 시청 앞에서 서명운동하자, 우리 다 나간다.

그러면서 막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언론에서도 저한테 전화를 해서 자기는 몰랐다는 거예요.

기자님도 몰랐다.

이게 사실이냐.

진짜 아버지면 키우지 않았고 인정하지 않았지만 무조건 데려갈 수가 있냐.

그런데 그때는 그렇게 됐어요.

그래가지고 그분도 내가 딸이 둘인데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이 법은 고쳐야 된다 그래서 엄청난 호응이 있어가지고 그때 호주제 폐지가 결정이 됐어요.

-결국 드라마가 엄청난 힘을 발휘한 거군요, 그렇죠?

-그렇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선생님께서 드라마를 통해서 담고 싶은 가치가 여성의 인습타파, 사회적 굴레 극복 이런 겁니까?

-저는 그렇게 사회적인 문제를 들고 얘기를 하지 않아요.

-그랬는데.

-삶을 가지고 얘기를 하면 그때그때 어떤 사회적인 문제와 부딪히게 되고 그러면 그 주인공 여자가 적극적으로 그 나쁜 사회와 싸우고 인고하고.

그렇게 쓰는 편이에요, 저는.

-그러니까 그 드라마를 사는 주인공들의 어떤 치열한 삶을 통해서 그 속에서 어떤 사랑이라든가.

-결과적으로 보면 그걸 통해서 뭐라 그럴까.

메시지가 전달되는 거죠.

-갈등구조는 주로 그러니까 사회적 인습을 가지고 갈등구조를 그려내신 거네요.

그렇죠?

-저는 인습으로 아니고 사랑으로 갈등을 그리는데.

사랑이라는 문제가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시키더라고요.

-그러면 나중에 거기에 용서라고 하는 그런 것도 담으신 겁니까?화해도.

-그건 저의 주제예요.

-그래요?

-사랑과 용서와 화해.

-사랑과 갈등, 배신, 용서 이런 식으로 코드를 잡죠, 대개.

-알겠습니다.

또 사진을 몇 장 준비했다고요, 이승현 아나운서.

-이번에 준비한 사진 또 보면서 어떤 사진인지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울밑에 선 봉선화 출연진과 찍으신 사진인데요.

어떤 사진인가요, 선생님?

-지금 배우들 얼굴이 제가 시력이 나빠서 자세히 안 보이는데 누구누구가 있는지요?

-저기 사미자 씨도 보이고요.

강효실 선생님도 보이고 김미숙, 전인화,권기선 또 여러 분 다 거기 계셨죠.

-그렇군요.

다음 사진 좀 볼까요?

-여배우들과 함께하신 사진이네요.

-맨 오른쪽이 전인화 씨인가요?

-네, 전인화, 강효실 선생 그다음에 김은경 씨.

지금 출연을 잘 안 하시는데 그리고 맨 왼쪽이 김미숙 씨.

권기선 씨 이렇게.

-이 사진은 어디 출연 사진입니까?

-이건 80년대 중반에 KBS에서 미망인이라는 주말연속극을 했을 때 노주현 씨도 있고 이효춘 씨도 있고.

-낯익은 얼굴이 보이네요.

-이 사진은 저희 작가협회의 김수현 씨가 이사장이고 제가 부이사장을 맡았을 때 우리가 여자가 처음으로 이사장이 됐거든요.

그랬을 때 조금 색다르게 조금 파티처럼 해 보자, 총회를.

그래가지고 우리 한복을 입고 나가자 그렇게 제안을 해가지고 저희들이.

가운데 있는 분은 한복을 안 입으셨는데 이근미 지금 현재 이사장이에요.

그리고 김수현 씨하고 제가 그 옆에.

-박 선생님도 그 이후에 이사장님을 하셨죠?

-네, 했죠.

-작가협회 이사장을 하시고.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작가생활 46년.

-지금 많은 배우들이 함께 나왔는데 혹시 다양한 배우들을 경험해 보셨지만 이 배우만큼은 참 흡족하다라고 생각하셨던 분이 있었나요, 선생님?

-저는 옛날에는 그런 게 있었어요.

신문사에서 신년이면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장 잘한다고 생각하는 배우를 질문하는 작가들이나 관계자들한테 그런 게 있었어요.

저 절대 말 안 했어요.

나는 말 못 해요.

이럴 때는 이 배우가 잘하고 저럴 때는 저 배우가 잘하는데 상처받을 거 아니에요.

그렇죠?그래서 제가 대답을 안 하는데 오늘은.

오늘도 안 하겠습니다.

-그렇습니까?오늘은 하실 것 같았는데.

-아니요.

안 할래요.

-선생님 모셨으니까 또 작가협회 이사장도 하셨고 원로시니까 제가 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요즘 시청자들, 특히 국민들이 지적들을 많이 합니다.

왜 이렇게 막장드라마가 많냐.

꼭 그렇게밖에 쓸 수밖에 없느냐, 이 각박한 생활에 드라마가 저희들이 아까 얘기를 했습니다만 뭔가 용서와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과 통합 그런 따뜻한 가족, 건강한 가족을 그려내는 게 아니라 가장 병든 모습을 그려서 시청자들의 어떤 단세포적인 감정을 자극한다.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저는 그 책임이 방송국과 시청자에게 있다고 봐요.

-작가들한테 있는 게 아닙니까?

-아니죠.

-저희들한테.

-방송국에서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요.

그 기준은 뭐냐 그러면 시청률이 잣대잖아요.

평가의 잣대가 시청률이 되는 바람에 더 자극적으로, 더 자극적으로 이렇게 자꾸 가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가 나쁜 식품을 만드는 제조회사도 있고 불량식품이라고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이건 방송국에서는 물론 시청자들이 그걸 외면하면 안 만드시겠죠.

그런데 시청자들이 좋아하니까.

그리고 시청자라는 게 즐거워하고 싶고 재미있게 보고 싶고 그러니까 그 시청자의 비위를 맞추다 보니까 자꾸자꾸 이제.

-알겠습니다.

제가 그러면 반론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일단 방송국이 책임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제가 좀 사과를 먼저 좀 드리고요.

반대로 작가들이 어떤 그런 극적인 요소 없이 이야기를 잘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서 이렇게 아주 극악한 요소를 집어넣는 게 아닌가.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지는 않습니까?

-네.

그렇게 극악적으로 하기가 더 어려워요, 사실은.

그런데 지금도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게 시나리오를 여러 작가가 내잖아요.

그러면 자극적이고 극성이 강한 게 선택이 돼요.

그러면 따뜻하고 그런 드라마는 밀려나게 돼 있어요.

-선생님 분석으로는 첫째, 둘째 가릴 것 없이 시청자과 방송사가 책임이 있다.

-만드는 거죠.

그리고 안 팔리면 방송국에서 안 만든다고 그럴 게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YWCA 이런 데 시청자 모임에도 간 적도 있지만 보지 마세요 이래요.

막장드라마가 그렇게 싫으면 안 보시면 안 만듭니다.

-자꾸 보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네.

그런데 어떤 감독하고 저 한번 대판 싸운 적이 있는데 이 감독이 뭐라고 그랬냐 그러면 이쪽에서 정말 석학이 명강의를 하고 있고 이쪽에서 스트립쇼를 한다 자기는 이쪽을 본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감독하고 대판 싸웠어요.

당신하고 일 안 한다, 나는.

그렇게 돼 있어요, 사정이.

-알겠습니다.

저희들이 반성을 할 게 많다는 걸 오늘 선생님 말씀을 새겨듣겠습니다.

앞으로 또 현역으로서 계속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어떤 작품들을 쓰고 싶으십니까?

-글쎄요, 저는 사실은 지난번에 엄마의 정원을 쓰면서 은퇴를 할까 생각을 했어요.

그만 쓸까.

-그래서는 되겠습니까?

-이제 나이가 많아지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 젊었을 때의 감성이나 이런 것은 마모가 돼갈지 모르지만 나이를 먹어서 보이는 인생이 있어요.

젊어서는 보지 못하는 그 깊은 인간을 보는 눈이 생겼어요.

그러면 한 번쯤 더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뭐라고 할까, 사람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거나 그 가치관을 뒤집어놓는 드라마를 안 쓰고 싶거든요.

그래서 여자 얘기일 것 같고 홈드라마일 것 같고 따뜻한 드라마일 것 같아요, 다음 작품.

-알겠습니다.

저희들이 기대를 좀 하겠습니다.

작가의 역량이 한 국가의 국민들의 문화의식 수준을 높인다 이런 얘기 많이 들었는데요.

오늘 선생님 뵈면서 큰 기대를 해도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나와 주셔서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얼마 전 이런 질문을 제가 좀 드려본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꼭 들어가야 될 양념이 뭔지 아느냐 하는 건데요.

가족, 사랑, 갈등과 용서, 우정.

그런데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희망이다, 이런 답을 들었습니다.

드라마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그 희망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하는 말입니다.

드라마처럼 저희도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의 삶에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바라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읽는다.

황상무의 시사진단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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