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퍼스트’…어디까지?

입력 2015.01.04 (17:06) 수정 2015.01.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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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언론사치고 디지털 전략을 앞에 내세우지 않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콘텐츠의 제작, 유통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다 해서 ‘디지털 퍼스트’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올해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미디어 인사이드에서도 새해 첫 순서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구영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구영희 기자, 사실 그 동안 신문은 1면에 뭘 쓸까, 방송 뉴스는 저녁 종합뉴스의 머리기사를 뭐로 할까, 이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역량을 집중해 왔지 않습니까.

하지만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 이 같은 관행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죠?

<답변>
네, 언론사들은 신문이나 방송에 내보낼 기사와는 별도로, 디지털의 속성에 맞는 전용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중요한 기사를 디지털 매체에 먼저 보도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 ‘원전 회의록’ 입니다.

한국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싼 복잡한 내용을 웹툰으로 풀어냈습니다.

32개의 책갈피를 펼치면 자세한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퍼스트의 첫 단계로 언론들은 사진과 영상, 그래픽까지 디지털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진순(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 "디지털 퍼스트란, 디지털의 가치 디지털의 속성을 잘 수렴해서 디지털을 최우선적으로 적용하고 평가해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종이, TV 브라운관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수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인 온라인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모바일 매체의 비중이 커지면서, 모바일에 맞춰 형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SBS의 카드 뉴스는 스크롤을 내려서 봐야 하는 장문의 기사 대신, 그래픽이나 사진, 짧은 글로 구성된 화면을 옆으로 밀어서 볼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중요한 이슈를 키워드별로 나눠 관련 기사와 동영상,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까지 연결해 볼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한국일보의 ‘눈사람 인터뷰’는 기존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가 주로 PC에 맞춰 제작된 것과 달리, 모바일에서도 최적화된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첫 화면도, 다른 언론사와 달리, 모바일 의존도가 높은 젊은 층에 맞췄습니다.

<인터뷰> 최진주(한국일보 디지털뉴스팀장) :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뉴스도 보여줘야 된다라는 식으로 저희는 생각했던 거고요. 글만 쭉 제목을 텍스트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강렬한 이미지로 이미지 몇 장을 보여주면서 사람들한테 한번 보시라고..."

속도 면에서도 디지털을 우선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녹취> 뉴스 9시(10.24/정수영) : "국회가 단통법 제정과정에서 소비자의 이익보다는 삼성 보호 대책에 집중한 사실이 국회 속기록에 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났습니다."

KBS는 이 같은 내용을 방송 뉴스 전에 인터넷에 자세히 분석해 공개했습니다.

먼저 온라인상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9시 뉴스에 방송한 겁니다.

산악 사고 6천7백 건을 분석해 만든 산악사고 지도도 인터넷 기사가 먼저였습니다.

<인터뷰> 송종문(KBS 디지털뉴스국장) : "옛날엔 방송에 안 나간 것을 인터넷에 내는 것은 마치 정보 유출하는 것처럼 인식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에 먼저 낸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이 줄었고요. 궁극적으로는 어떤 매체든 우리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전달할 거냐라는 것이 중심이지 언론사 내부에서 정해놓은 서열이나 순서란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조직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인력 재배치를 통해 디지털팀의 전담 인원을 늘리고, 편집국장 출신 등의 고참기자들에게 ‘디지털 라이터’를 맡겼습니다.

<인터뷰> 최원형(한겨레 노동조합 미디어국장) : "편집국장이 예전에는 신문 지면을 만드는 걸 위주로 편집회의를 하고 이런 흐름이었다면 요즘엔 오전에 온라인 콘텐츠까지 포괄한 편집회의를 하고 저희가 융합 편집국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얘길 하고 있거든요."

<질문>
이렇게 언론사들이 달라지고 있는 건 아무래도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 아닙니까?

<답변>
네, 디지털 매체, 특히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함께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변화는 언론사들의 생존 문제가 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 선고를 하던 날, 방송은 해당 소식을 생중계했고, 인터넷에선 관련 기사가 실시간으로 쏟아졌습니다.

이날 하루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뉴스만 5천여 건.

다음날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관련 소식을 머리기사로 전했지만, 이미 대부분의 독자들은 통합진보당의 해산 소식을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볼 수 있는 환경에서는, TV 앞에 앉거나 신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인터뷰> 이기쁨(서울 성산동) : "종이신문 같은 경우에는 곁에 있으면 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사거나 찾아서 봐야 되는 거니까 불편해서 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탁민웅(서울 상수동) : "모바일을 통해서 뉴스를 많이 보는 것 같고요. 사건이나 정보 이런 것들을 실시간으로 바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2013년부터 이미, 신문 기사를 읽는 경로로 모바일 기기가 1위로 올라섰습니다.

신문기사를 신문으로 읽는 경우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 등에 이어 3위였습니다.

<인터뷰> 김위근(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이전까지 온라인 미디어 뉴스가 PC를 기반한 웹의 환경이라면 지금은 모바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인터넷에서 기존 언론사의 영향력은 미미합니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의 71.5%가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에서 클릭한 반면, 처음부터 기존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간 경우는 7.4%뿐입니다.

특히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읽은 사람 중 3분의 2는 원래 기사를 쓴 언론사가 어디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질문>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존 매체들의 생존경쟁,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을 텐데, 외국 언론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답변>
네, 특히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퍼스트를 강조한 혁신 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해외에서도 논의가 활발한데요, 무엇보다 독자, 시청자를 우선하는 변화가 눈에 띕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용자의 뉴스 소비 행태를 분석하는 ‘패키지 매퍼’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기사에 대해 그 순간 독자들의 클릭 패턴을 분석하고 바로 편집에 활용합니다.

가디언도 ‘오펀’이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 기기나 접속 경로별로 유입량을 분석하고, 관심있는 콘텐츠는 SNS 등을 통해 더 확산시킵니다.

이용자를 분석하는 것은, 그만큼 이용자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최진순(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 "많은 정보들 중에서 선별해서 독자들이 먼저 정보를 소비하고 좋은 건 다른 친구들에게 공유도 하고 그만큼 수용자의 영향력, 힘이 커졌거든요. 그래서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과거 전통 매체가 갖고 있던 영향력 권한이 이제는 수용자들에게 이전된 것이죠."

기존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함께 활용해 상승효과를 노리는 전략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해 차기 대선주자인 크리스티 뉴저지 주 주지사가 스캔들에 휘말리자, 미국 ABC방송은 방송 전 블로그에서 독점 인터뷰를 예고하고 관련 기사 링크를 모아 온라인 기사를 썼습니다.

TV 뉴스에서 방송을 한 뒤에는 방송되지 않은 영상까지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다시 밤 뉴스에서는 심층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김위근(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콘텐츠 유형에 따라서 사회적 함의를 크게 가진다든지 속보성이 중요하다든지 이런 측면에서 블로그에 먼저 글을 올린다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든지, 뉴스 콘텐츠의 유형별로 특성별로 유통망을 다각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죠."

<질문>
국내외 언론에서 많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초기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 않습니까?

<답변>
네, 디지털 시대에 언론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조직 내부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100년 전통의 미국의 정치 잡지 ‘더 뉴 리퍼블릭’은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에게 인수된 이후 2년 만에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디지털을 우선한다며 깊이 있는 정치 뉴스보다 클릭 수를 높일 만한 가벼운 뉴스를 늘리도록 했고, 이런 변화에 10명의 에디터가 집단 퇴사했습니다. 발행횟수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한겨레에서도 내부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 기자가 SNS에 올린 글을 인터넷 한겨레가 머리기사로 쓴 것이 발단이 돼 본질적인 문제제기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최원형(한겨레 노동조합 미디어국장) : "그런 기사들이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경향들이 있다고 판단을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우리가 신문에서 지켜왔던 저널리즘 원칙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들이 있었고요. 온라인에서 특화된 콘텐츠가 존재할 순 있지만 그게 사람들이 많이 봐야 좋은 기사는 아니다."

또 기자 개인도 변해야 하지만, 회사 차원의 인력과 자원의 재분배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인터뷰> 송종문(KBS 디지털뉴스 국장) : "곳곳에서 여러 언론사가 디지털 퍼스트 과정에서 충돌을 겪고 있고요. 쉽게 말해서 너무나 바빠서 디지털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거죠. 그런 문제는 매체에 대한 효율화를 통해서 업무 부담을 줄여가면서 새로운 매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유를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요."

PC에서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언론사들이 어떻게 독자적 수익 모델을 찾을 것인가도 큰 과젭니다.

<인터뷰> 최진주(한국일보 디지털뉴스팀장) : "눈앞의 것만 보면 결국은 어뷰징하고 광고 많이 붙이는 것 밖에 답은 없거든요. 근데 그것은 끝이 있어요. 언론사의 어떤 신뢰라든지, 공정성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그런 독자의 믿음이나 로열티를 높여서 그걸 통해서 다양한 수익사업을 전개하는 게 사실 언론사에서는 수익 모델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디지털 매체의 발전은 개별 언론사들에게는 위기일 수 있지만, 저널리즘의 위기는 아닙니다.

달라진 수용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고,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전하려는 노력이 더해질 때, 언론사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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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퍼스트’…어디까지?
    • 입력 2015-01-04 17:08:05
    • 수정2015-01-04 17:29:16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요즘 언론사치고 디지털 전략을 앞에 내세우지 않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콘텐츠의 제작, 유통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다 해서 ‘디지털 퍼스트’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올해도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미디어 인사이드에서도 새해 첫 순서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구영희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구영희 기자, 사실 그 동안 신문은 1면에 뭘 쓸까, 방송 뉴스는 저녁 종합뉴스의 머리기사를 뭐로 할까, 이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역량을 집중해 왔지 않습니까.

하지만 디지털 퍼스트 전략이 이 같은 관행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죠?

<답변>
네, 언론사들은 신문이나 방송에 내보낼 기사와는 별도로, 디지털의 속성에 맞는 전용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중요한 기사를 디지털 매체에 먼저 보도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 ‘원전 회의록’ 입니다.

한국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싼 복잡한 내용을 웹툰으로 풀어냈습니다.

32개의 책갈피를 펼치면 자세한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퍼스트의 첫 단계로 언론들은 사진과 영상, 그래픽까지 디지털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진순(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 "디지털 퍼스트란, 디지털의 가치 디지털의 속성을 잘 수렴해서 디지털을 최우선적으로 적용하고 평가해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종이, TV 브라운관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수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인 온라인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모바일 매체의 비중이 커지면서, 모바일에 맞춰 형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SBS의 카드 뉴스는 스크롤을 내려서 봐야 하는 장문의 기사 대신, 그래픽이나 사진, 짧은 글로 구성된 화면을 옆으로 밀어서 볼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중요한 이슈를 키워드별로 나눠 관련 기사와 동영상,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까지 연결해 볼 수 있는 모바일 전용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한국일보의 ‘눈사람 인터뷰’는 기존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가 주로 PC에 맞춰 제작된 것과 달리, 모바일에서도 최적화된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첫 화면도, 다른 언론사와 달리, 모바일 의존도가 높은 젊은 층에 맞췄습니다.

<인터뷰> 최진주(한국일보 디지털뉴스팀장) :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뉴스도 보여줘야 된다라는 식으로 저희는 생각했던 거고요. 글만 쭉 제목을 텍스트로 나열하는 게 아니라 강렬한 이미지로 이미지 몇 장을 보여주면서 사람들한테 한번 보시라고..."

속도 면에서도 디지털을 우선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녹취> 뉴스 9시(10.24/정수영) : "국회가 단통법 제정과정에서 소비자의 이익보다는 삼성 보호 대책에 집중한 사실이 국회 속기록에 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 드러났습니다."

KBS는 이 같은 내용을 방송 뉴스 전에 인터넷에 자세히 분석해 공개했습니다.

먼저 온라인상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9시 뉴스에 방송한 겁니다.

산악 사고 6천7백 건을 분석해 만든 산악사고 지도도 인터넷 기사가 먼저였습니다.

<인터뷰> 송종문(KBS 디지털뉴스국장) : "옛날엔 방송에 안 나간 것을 인터넷에 내는 것은 마치 정보 유출하는 것처럼 인식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에 먼저 낸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이 줄었고요. 궁극적으로는 어떤 매체든 우리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전달할 거냐라는 것이 중심이지 언론사 내부에서 정해놓은 서열이나 순서란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조직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인력 재배치를 통해 디지털팀의 전담 인원을 늘리고, 편집국장 출신 등의 고참기자들에게 ‘디지털 라이터’를 맡겼습니다.

<인터뷰> 최원형(한겨레 노동조합 미디어국장) : "편집국장이 예전에는 신문 지면을 만드는 걸 위주로 편집회의를 하고 이런 흐름이었다면 요즘엔 오전에 온라인 콘텐츠까지 포괄한 편집회의를 하고 저희가 융합 편집국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얘길 하고 있거든요."

<질문>
이렇게 언론사들이 달라지고 있는 건 아무래도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 아닙니까?

<답변>
네, 디지털 매체, 특히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함께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변화는 언론사들의 생존 문제가 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해산 선고를 하던 날, 방송은 해당 소식을 생중계했고, 인터넷에선 관련 기사가 실시간으로 쏟아졌습니다.

이날 하루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뉴스만 5천여 건.

다음날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관련 소식을 머리기사로 전했지만, 이미 대부분의 독자들은 통합진보당의 해산 소식을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볼 수 있는 환경에서는, TV 앞에 앉거나 신문을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인터뷰> 이기쁨(서울 성산동) : "종이신문 같은 경우에는 곁에 있으면 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사거나 찾아서 봐야 되는 거니까 불편해서 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탁민웅(서울 상수동) : "모바일을 통해서 뉴스를 많이 보는 것 같고요. 사건이나 정보 이런 것들을 실시간으로 바로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2013년부터 이미, 신문 기사를 읽는 경로로 모바일 기기가 1위로 올라섰습니다.

신문기사를 신문으로 읽는 경우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 등에 이어 3위였습니다.

<인터뷰> 김위근(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이전까지 온라인 미디어 뉴스가 PC를 기반한 웹의 환경이라면 지금은 모바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인터넷에서 기존 언론사의 영향력은 미미합니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의 71.5%가 포털사이트 메인 페이지에서 클릭한 반면, 처음부터 기존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간 경우는 7.4%뿐입니다.

특히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읽은 사람 중 3분의 2는 원래 기사를 쓴 언론사가 어디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질문>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존 매체들의 생존경쟁,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을 텐데, 외국 언론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답변>
네, 특히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퍼스트를 강조한 혁신 보고서를 내놓은 이후, 해외에서도 논의가 활발한데요, 무엇보다 독자, 시청자를 우선하는 변화가 눈에 띕니다.

뉴욕타임스는 이용자의 뉴스 소비 행태를 분석하는 ‘패키지 매퍼’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모든 기사에 대해 그 순간 독자들의 클릭 패턴을 분석하고 바로 편집에 활용합니다.

가디언도 ‘오펀’이라는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 기기나 접속 경로별로 유입량을 분석하고, 관심있는 콘텐츠는 SNS 등을 통해 더 확산시킵니다.

이용자를 분석하는 것은, 그만큼 이용자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최진순(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 "많은 정보들 중에서 선별해서 독자들이 먼저 정보를 소비하고 좋은 건 다른 친구들에게 공유도 하고 그만큼 수용자의 영향력, 힘이 커졌거든요. 그래서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과거 전통 매체가 갖고 있던 영향력 권한이 이제는 수용자들에게 이전된 것이죠."

기존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함께 활용해 상승효과를 노리는 전략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해 차기 대선주자인 크리스티 뉴저지 주 주지사가 스캔들에 휘말리자, 미국 ABC방송은 방송 전 블로그에서 독점 인터뷰를 예고하고 관련 기사 링크를 모아 온라인 기사를 썼습니다.

TV 뉴스에서 방송을 한 뒤에는 방송되지 않은 영상까지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다시 밤 뉴스에서는 심층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김위근(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 "콘텐츠 유형에 따라서 사회적 함의를 크게 가진다든지 속보성이 중요하다든지 이런 측면에서 블로그에 먼저 글을 올린다거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든지, 뉴스 콘텐츠의 유형별로 특성별로 유통망을 다각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죠."

<질문>
국내외 언론에서 많은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초기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 않습니까?

<답변>
네, 디지털 시대에 언론의 역할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조직 내부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과제가 있습니다.

100년 전통의 미국의 정치 잡지 ‘더 뉴 리퍼블릭’은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에게 인수된 이후 2년 만에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디지털을 우선한다며 깊이 있는 정치 뉴스보다 클릭 수를 높일 만한 가벼운 뉴스를 늘리도록 했고, 이런 변화에 10명의 에디터가 집단 퇴사했습니다. 발행횟수도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한겨레에서도 내부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 기자가 SNS에 올린 글을 인터넷 한겨레가 머리기사로 쓴 것이 발단이 돼 본질적인 문제제기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최원형(한겨레 노동조합 미디어국장) : "그런 기사들이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경향들이 있다고 판단을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우리가 신문에서 지켜왔던 저널리즘 원칙이 무너지는 게 아니냐라는 우려들이 있었고요. 온라인에서 특화된 콘텐츠가 존재할 순 있지만 그게 사람들이 많이 봐야 좋은 기사는 아니다."

또 기자 개인도 변해야 하지만, 회사 차원의 인력과 자원의 재분배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인터뷰> 송종문(KBS 디지털뉴스 국장) : "곳곳에서 여러 언론사가 디지털 퍼스트 과정에서 충돌을 겪고 있고요. 쉽게 말해서 너무나 바빠서 디지털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거죠. 그런 문제는 매체에 대한 효율화를 통해서 업무 부담을 줄여가면서 새로운 매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여유를 확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요."

PC에서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포털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언론사들이 어떻게 독자적 수익 모델을 찾을 것인가도 큰 과젭니다.

<인터뷰> 최진주(한국일보 디지털뉴스팀장) : "눈앞의 것만 보면 결국은 어뷰징하고 광고 많이 붙이는 것 밖에 답은 없거든요. 근데 그것은 끝이 있어요. 언론사의 어떤 신뢰라든지, 공정성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그런 독자의 믿음이나 로열티를 높여서 그걸 통해서 다양한 수익사업을 전개하는 게 사실 언론사에서는 수익 모델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디지털 매체의 발전은 개별 언론사들에게는 위기일 수 있지만, 저널리즘의 위기는 아닙니다.

달라진 수용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고, 더 가치 있는 정보를 전하려는 노력이 더해질 때, 언론사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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