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2부작] 1부 “요양병원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5.05.12 (22:02) 수정 2015.05.1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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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만 달면 내 부모를 모셔도 좋은 요양병원인가?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이후 정부는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런데 스프링클러만 달면 내 부모 모셔도 괜찮은 요양병원이 되는 걸까? 장성 요양병원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내 부모가 겪어도 좋은 일들이었을까?

장성요양병원 당직일지엔 무엇이?

취재진은 문을 닫은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당직일지와 회의록, 인계장 등을 분석했다. 경찰이 수사를 위해 압수했었지만 기록을 상세히 분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록들에는 이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일들이 날짜별로 비교적 상세히 기록돼 있다. 시사기획 창은 전문가들과 함께 이 기록들에 따라 장성요양병원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재구성했다.

별관에 불이 나던 날, 본관에선 노인 6명이 묶여 있었다는 기록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이후, 노인환자들이 묶여있어서 대피할 수 없었다는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간호조무사들이 업무교대를 하면서 남긴 기록에 따르면 별관에서 불이 나던 날, 환자 47명이 있던 본관의 한 병동에는 적어도 6명이 묶여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른바 ‘RT’, 즉 억제대 요법(Restraint Therapy)이다. 6명 중 한 명은 ‘상시 RT’라고 기록돼 있다. 24시간 묶여 있었다는 뜻이다. 불법이다.

왜 묶었을까?

수액 주사를 맞으면서 줄을 뽑아버렸다고 묶고, 기저귀를 뜯고 변을 만졌다고 묶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고 묶은 것으로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병원 측의 편의에 따라 묶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식들이 면회를 오는 날은 호강하는 날?

보호자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자식들은 요양병원에 있는 자신의 부모가 묶이는지, 안 묶이는지를 알기 어렵다. 시사기획 창이 입수한 기록에는 ‘보호자가 면회 오면 억제대를 풀고 밖으로 모시라’고 적혀있다. 뿐만 아니라 ‘ 알콜을 뿌려 악취를 제거’하고 병실을 청소하고 환자를 ‘주물러’드리라고 돼 있다. 또 ‘노인은 병원선택권이 없고’, ‘병원선택권이 있는 자식들’을 ‘공략’하라는 대목도 나온다.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에 묶여있던 노인들에게 자식들이 면회를 오는 날이 호강하는 날이었던 셈이다.

내 부모를 모셔도 좋은 요양병원은?

시사기획 창이 요양병원 몇 곳을 잠입취재한 결과,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리하기 힘든 노인환자들을 묶어놓고, 간병인들은 막말을 쏟아냈다. 내 부모를 모셔도 좋을 만한 요양병원은 찾기 어려웠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요양병원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는 바람에, 10년 전만 해도 없었던 요양병원이 최근 7~8년 사이에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2015년 5월 현재 1,300여 개로 일본보다도 많아졌다.

앞으로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사기획 창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연속 기획 2부작 '존엄한 요양' 편을 방송한다. 5월 12일(화)에 KBS1TV를 통해 방송될 1부 '요양병원에선 무슨일이?'에서는 장성요양병원 화재1년을 맞아 당직일지 등을 통해 장성요양병원의 당시 환자 관리 실태를 돌아보고 최근 요양병원들의 신체 결박 등의 불법 관리 실태를 고발한다. 이어 5월19일(화)에 방송되는 2부 '존엄을 돌보는 요양병원'에서는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늘어나게 된 수익 구조적인 배경과 초고령 사회 일본 요양병원들의 '존엄케어'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심도깊게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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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5-12 23: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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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남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이후 정부는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런데 스프링클러만 달면 내 부모 모셔도 괜찮은 요양병원이 되는 걸까? 장성 요양병원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내 부모가 겪어도 좋은 일들이었을까?

장성요양병원 당직일지엔 무엇이?

취재진은 문을 닫은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당직일지와 회의록, 인계장 등을 분석했다. 경찰이 수사를 위해 압수했었지만 기록을 상세히 분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록들에는 이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일들이 날짜별로 비교적 상세히 기록돼 있다. 시사기획 창은 전문가들과 함께 이 기록들에 따라 장성요양병원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재구성했다.

별관에 불이 나던 날, 본관에선 노인 6명이 묶여 있었다는 기록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 이후, 노인환자들이 묶여있어서 대피할 수 없었다는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간호조무사들이 업무교대를 하면서 남긴 기록에 따르면 별관에서 불이 나던 날, 환자 47명이 있던 본관의 한 병동에는 적어도 6명이 묶여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른바 ‘RT’, 즉 억제대 요법(Restraint Therapy)이다. 6명 중 한 명은 ‘상시 RT’라고 기록돼 있다. 24시간 묶여 있었다는 뜻이다. 불법이다.

왜 묶었을까?

수액 주사를 맞으면서 줄을 뽑아버렸다고 묶고, 기저귀를 뜯고 변을 만졌다고 묶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고 묶은 것으로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병원 측의 편의에 따라 묶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식들이 면회를 오는 날은 호강하는 날?

보호자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자식들은 요양병원에 있는 자신의 부모가 묶이는지, 안 묶이는지를 알기 어렵다. 시사기획 창이 입수한 기록에는 ‘보호자가 면회 오면 억제대를 풀고 밖으로 모시라’고 적혀있다. 뿐만 아니라 ‘ 알콜을 뿌려 악취를 제거’하고 병실을 청소하고 환자를 ‘주물러’드리라고 돼 있다. 또 ‘노인은 병원선택권이 없고’, ‘병원선택권이 있는 자식들’을 ‘공략’하라는 대목도 나온다.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에 묶여있던 노인들에게 자식들이 면회를 오는 날이 호강하는 날이었던 셈이다.

내 부모를 모셔도 좋은 요양병원은?

시사기획 창이 요양병원 몇 곳을 잠입취재한 결과,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리하기 힘든 노인환자들을 묶어놓고, 간병인들은 막말을 쏟아냈다. 내 부모를 모셔도 좋을 만한 요양병원은 찾기 어려웠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요양병원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는 바람에, 10년 전만 해도 없었던 요양병원이 최근 7~8년 사이에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2015년 5월 현재 1,300여 개로 일본보다도 많아졌다.

앞으로는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사기획 창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연속 기획 2부작 '존엄한 요양' 편을 방송한다. 5월 12일(화)에 KBS1TV를 통해 방송될 1부 '요양병원에선 무슨일이?'에서는 장성요양병원 화재1년을 맞아 당직일지 등을 통해 장성요양병원의 당시 환자 관리 실태를 돌아보고 최근 요양병원들의 신체 결박 등의 불법 관리 실태를 고발한다. 이어 5월19일(화)에 방송되는 2부 '존엄을 돌보는 요양병원'에서는 요양병원이 우후죽순 늘어나게 된 수익 구조적인 배경과 초고령 사회 일본 요양병원들의 '존엄케어'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심도깊게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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