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자살 충동 절반은 “돈 없어서”

입력 2015.06.22 (05:18) 수정 2015.06.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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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3월18일. 자신의 7세 딸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34세 여성이 경찰에 자수했다. 이 여성은 5년 전 대부업체에서 빌린 1500만 원과 이자를 갚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남편과 별거 중이던 이 여성은 공장에서 일했지만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올해 2월15일. 강원 태백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31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평소 A씨가 취업이 안 돼 힘들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 올해 3월13일. 늦은 밤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한바탕 자살 소동이 있었다. 35세 B씨가 구름다리 난간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앉아 있었다. 자칫하면 수십m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가 진정하도록 설득했고 다행히 B씨는 마음을 돌렸다. 사건 후 B씨는 "취직도 안 되고 삶이 힘들다"며 고통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30대의 자살 충동은 어디서 오는가?



2014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는 응답자의 7.6%였다. 10대(8.0%), 20대(7.7%)와 함께 상대적으로 자살 충동 비율이 높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30대가 자살 충동을 느낀 이유 가운데 47.2%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는 사실이다. 돈이 없어서다. 이는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비율이다.

2012년 조사 당시 30대의 자살 충동의 원인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응답은 42.6%였다. 2년 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자살 충동이 약 5%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자살 충동 비율의 전 연령대 평균이 39.5%에서 37.4%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이 같은 현상은 극심한 취업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30대 실업률은 2012년 3.0%에서 2014년 3.1%로 비슷하지만 다소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실업자는 17만7000명에서 18만3000명으로 늘어난 반면 취업자는 575만6000명에서 57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청년층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구직 기간으로 여겨지는 20대와 달리 30대는 미래를 그려야 하는 시기지만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비전을 갖기 어렵다"며 "연령제한 등으로 20대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제한적인 30대가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크다"고 말했다.

◆소외감 커질 30대, 세심한 관심 필요



실제로 2013년 30대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8.4명으로 20대(18.0명)보다 10.4명이나 많았다.

경제 활동, 일자리 시장에서 겪는 30대의 좌절감이 20대에 비해 매우 크다는 사실이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정 교수는 "'할 수 있다'는 희망감이 20대에 비해 30대에서는 크게 줄어들 게 된다"며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30대는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고 큰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30대는 바쁜 일상 등으로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부모의 그늘 안에 있는 20대와 달리 스스로 미래를 꾸려야 하는 30대부터는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며 "30대에서는 사회생활 등으로 관계가 소원해지는 친구, 지인들이 많아져 소외감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주변인을 인지하고 안전한 길로 이끄는 '게이트 키퍼' 활동에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면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전할 수 있어 자살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자살 충동을 느낀 이들이 마음 놓고 상담할 수 있는 통로로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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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 자살 충동 절반은 “돈 없어서”
    • 입력 2015-06-22 05:18:48
    • 수정2015-06-22 07:50:22
    사회
# 올해 3월18일. 자신의 7세 딸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34세 여성이 경찰에 자수했다. 이 여성은 5년 전 대부업체에서 빌린 1500만 원과 이자를 갚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 남편과 별거 중이던 이 여성은 공장에서 일했지만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올해 2월15일. 강원 태백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31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평소 A씨가 취업이 안 돼 힘들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 올해 3월13일. 늦은 밤 광주 남구 제석산 구름다리에서 한바탕 자살 소동이 있었다. 35세 B씨가 구름다리 난간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앉아 있었다. 자칫하면 수십m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B씨가 진정하도록 설득했고 다행히 B씨는 마음을 돌렸다. 사건 후 B씨는 "취직도 안 되고 삶이 힘들다"며 고통스러운 심경을 토로했다.

◆30대의 자살 충동은 어디서 오는가?



2014년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는 응답자의 7.6%였다. 10대(8.0%), 20대(7.7%)와 함께 상대적으로 자살 충동 비율이 높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30대가 자살 충동을 느낀 이유 가운데 47.2%가 '경제적 어려움'이었다는 사실이다. 돈이 없어서다. 이는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비율이다.

2012년 조사 당시 30대의 자살 충동의 원인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응답은 42.6%였다. 2년 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자살 충동이 약 5%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자살 충동 비율의 전 연령대 평균이 39.5%에서 37.4%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이 같은 현상은 극심한 취업난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30대 실업률은 2012년 3.0%에서 2014년 3.1%로 비슷하지만 다소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실업자는 17만7000명에서 18만3000명으로 늘어난 반면 취업자는 575만6000명에서 57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청년층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구직 기간으로 여겨지는 20대와 달리 30대는 미래를 그려야 하는 시기지만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비전을 갖기 어렵다"며 "연령제한 등으로 20대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제한적인 30대가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크다"고 말했다.

◆소외감 커질 30대, 세심한 관심 필요



실제로 2013년 30대 인구 10만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8.4명으로 20대(18.0명)보다 10.4명이나 많았다.

경제 활동, 일자리 시장에서 겪는 30대의 좌절감이 20대에 비해 매우 크다는 사실이 통계로 나타난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정 교수는 "'할 수 있다'는 희망감이 20대에 비해 30대에서는 크게 줄어들 게 된다"며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30대는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고 큰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30대는 바쁜 일상 등으로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부모의 그늘 안에 있는 20대와 달리 스스로 미래를 꾸려야 하는 30대부터는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며 "30대에서는 사회생활 등으로 관계가 소원해지는 친구, 지인들이 많아져 소외감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살 위험이 있는 주변인을 인지하고 안전한 길로 이끄는 '게이트 키퍼' 활동에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면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전할 수 있어 자살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자살 충동을 느낀 이들이 마음 놓고 상담할 수 있는 통로로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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