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일제, 대학·해군까지 광범위 ‘생체 실험’

입력 2014.01.21 (21:27) 수정 2014.01.2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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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가 흔히 `마루타' 부대로 알고 있는 `731' 부대의 부서진 건물입니다.

이곳에서는 사람의 손을 얼리는 동상실험과 순식간에 수만 명을 죽이는 독가스 실험, 인체를 갈기갈기 찢는 수술 등 잔인한 생체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서울에 있던 경성제국대 의대에서 이처럼 인간성을 말살하는 마루타 생체실험을 한 박사학위 논문이 처음으로 발견됐습니다.

도쿄 박재우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일본 국회 도서관에서 최근 발견된 논문들입니다.

경성제국대 의대생이 8.15 해방 직후 학위를 받은 것으로, 생체실험을 통해 말라리아균 감염 상태와 치료제를 연구했습니다.

731부대장인 `이시이 중장'이 이 실험을 지도했습니다.

<인터뷰> 니시야마 가쓰오(시가의대 명예교수) : "치료 목적이 아니라, 세균무기 개발이라고 하는 비인도적인 목적으로 연구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들은 모두 발표된 지 6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비밀 문건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경성제국대는 당시 일본이 만든 9개 제국대학 가운데 하나로, 일본이 보유한 생체실험 관련 자료는 이번에 공개된 논문 외에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다른 대학에서도 생체실험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1945년 5월, 규슈대 의대 교수와 학생 등 18명은 포로로 잡힌 미군 B29 승무원 8명에 대해 간과 심장 절개수술 등 잔인한 생체실험을 한 뒤 살해했습니다.

이시이 중장이 졸업한 교토 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1930년대부터 무려 23명이 731부대와 관련된 생체실험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1960년에 학위를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교토대 의학부 도서관 관계자 : "논문 열람은 학술연구 목적이 아니면 안 됩니다."

추악한 생체실험의 증거들이 하나 둘 세상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중국 하얼빈의 731부대 전경입니다.

한자로 '밭전'자 모양의 오른쪽 건물이 부대 본부이고, 중간 뜰에 생체실험 대상인 이른바 '마루타'들을 수용했던 감옥이 있었습니다.

전용 비행장을 갖추고, 다롄 등 5곳에 지부를 둔 대규모 생체실험과 화학전 부대였습니다.

이 하얼빈 외에도 일본 육군은 베이징과 난징, 광저우 부대에서도 비열한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또, 싱가포르를 비롯해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과 동남아 야전부대에서는 미군 등 연합군 포로들에게 참혹한 생체실험을 했습니다.

이 같은 생체실험은 일본 육군뿐 아니라 일본 해군도 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드러났습니다.

도쿄 이재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도쿄 도심의 한 의료복지센터, 옛 육군 군의학교와 방역역구실이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731부대를 만든 `이시이' 중장이 생체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마루타'로 추정되는 100여 구의 시신이 나왔고, 아직도 더 많은 유골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나스 시게오 : "731부대.세균전자료센터 이사 "이곳에서 나온 유골은 가공(생체실험)을 한 흔적이 있습니다."

이 붉은색 표지의 논문은 1942년 일본 해군에서 나온 비밀 문건입니다.

옷 속으로 스며들어 살을 썩게 하는 `마스타드'라는 독가스에 대한 생체실험 보고서입니다.

<인터뷰> 니시야마 가쓰오(시가의대 명예교수) : "(독가스에 대한) 방호복을 개발하기 위해 인체실험을 한 것을 정리한 자료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도 731부대 등 잔혹한 생체실험과 세균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731부대를 연상시키는 비행기를 타면서 강한 일본과 극우 군국주의 부활을 부르짖고 있는 아베 정권,

<인터뷰> 아베 신조(일본 총리) : "영토.영공과 일본인의 자존심을 단호하게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잔악한 생체실험 자료를 숨기는 등 전쟁 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아베 총리의 일본 정부는 전쟁 가해자인 A급 전범들의 넋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이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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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일제, 대학·해군까지 광범위 ‘생체 실험’
    • 입력 2014-01-21 21:28:01
    • 수정2014-01-22 07: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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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가 흔히 `마루타' 부대로 알고 있는 `731' 부대의 부서진 건물입니다.

이곳에서는 사람의 손을 얼리는 동상실험과 순식간에 수만 명을 죽이는 독가스 실험, 인체를 갈기갈기 찢는 수술 등 잔인한 생체실험이 진행됐습니다.

서울에 있던 경성제국대 의대에서 이처럼 인간성을 말살하는 마루타 생체실험을 한 박사학위 논문이 처음으로 발견됐습니다.

도쿄 박재우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일본 국회 도서관에서 최근 발견된 논문들입니다.

경성제국대 의대생이 8.15 해방 직후 학위를 받은 것으로, 생체실험을 통해 말라리아균 감염 상태와 치료제를 연구했습니다.

731부대장인 `이시이 중장'이 이 실험을 지도했습니다.

<인터뷰> 니시야마 가쓰오(시가의대 명예교수) : "치료 목적이 아니라, 세균무기 개발이라고 하는 비인도적인 목적으로 연구한 논문입니다."

이 논문들은 모두 발표된 지 6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비밀 문건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경성제국대는 당시 일본이 만든 9개 제국대학 가운데 하나로, 일본이 보유한 생체실험 관련 자료는 이번에 공개된 논문 외에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다른 대학에서도 생체실험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실제로 1945년 5월, 규슈대 의대 교수와 학생 등 18명은 포로로 잡힌 미군 B29 승무원 8명에 대해 간과 심장 절개수술 등 잔인한 생체실험을 한 뒤 살해했습니다.

이시이 중장이 졸업한 교토 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1930년대부터 무려 23명이 731부대와 관련된 생체실험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1960년에 학위를 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인터뷰> 교토대 의학부 도서관 관계자 : "논문 열람은 학술연구 목적이 아니면 안 됩니다."

추악한 생체실험의 증거들이 하나 둘 세상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중국 하얼빈의 731부대 전경입니다.

한자로 '밭전'자 모양의 오른쪽 건물이 부대 본부이고, 중간 뜰에 생체실험 대상인 이른바 '마루타'들을 수용했던 감옥이 있었습니다.

전용 비행장을 갖추고, 다롄 등 5곳에 지부를 둔 대규모 생체실험과 화학전 부대였습니다.

이 하얼빈 외에도 일본 육군은 베이징과 난징, 광저우 부대에서도 비열한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또, 싱가포르를 비롯해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과 동남아 야전부대에서는 미군 등 연합군 포로들에게 참혹한 생체실험을 했습니다.

이 같은 생체실험은 일본 육군뿐 아니라 일본 해군도 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드러났습니다.

도쿄 이재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도쿄 도심의 한 의료복지센터, 옛 육군 군의학교와 방역역구실이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731부대를 만든 `이시이' 중장이 생체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마루타'로 추정되는 100여 구의 시신이 나왔고, 아직도 더 많은 유골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나스 시게오 : "731부대.세균전자료센터 이사 "이곳에서 나온 유골은 가공(생체실험)을 한 흔적이 있습니다."

이 붉은색 표지의 논문은 1942년 일본 해군에서 나온 비밀 문건입니다.

옷 속으로 스며들어 살을 썩게 하는 `마스타드'라는 독가스에 대한 생체실험 보고서입니다.

<인터뷰> 니시야마 가쓰오(시가의대 명예교수) : "(독가스에 대한) 방호복을 개발하기 위해 인체실험을 한 것을 정리한 자료입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도 731부대 등 잔혹한 생체실험과 세균전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731부대를 연상시키는 비행기를 타면서 강한 일본과 극우 군국주의 부활을 부르짖고 있는 아베 정권,

<인터뷰> 아베 신조(일본 총리) : "영토.영공과 일본인의 자존심을 단호하게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잔악한 생체실험 자료를 숨기는 등 전쟁 범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아베 총리의 일본 정부는 전쟁 가해자인 A급 전범들의 넋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이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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