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자막 대란’…“이참에 떳떳하게 보자”

입력 2014.07.01 (15:32) 수정 2014.07.0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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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를 실감케 하는 것 중 하나가 해외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표적 인기 미드(미국 드라마, 이하 미드)에 꼽히는 '섹스 앤드 더 시티(Sex and the city)'는 한국 디저트 시장에 컵케익을 소개했고, 외식업계에 브런치 바람을 몰고 왔다. 여성들은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를 보며 구두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의 사랑에 울고 웃었다.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웬트워스 밀러)는 '석호필'로 불리며 한국에 본격적인 미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미드를 즐기는 이들에게 최신작에 대한 의견과 스포일러를 나누는 것은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불법 콘텐츠 유통으로 매번 도마에 올랐던 해외 드라마 열풍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영리 목적 없는데, 저작권법 위반?

최근 '워너브라더스'와 '20세기폭스' 등 미국 유명 드라마 제작사 6곳이 국내에서 자신의 영상에 한글 자막을 제작·배포한 자막제작자 15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기존의 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번역·영상제작·변형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한 것은 2차 저작물에 해당한다. 2차 저작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번에 고소 대상이 된 15명은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적게는 20개, 많게는 500개가 넘는 드라마 자막을 배포했다. 국내의 '미드' 팬들은 자막제작자들이 제공한 자막을 통해 손쉽게 영상을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의 행동이 영리 목적이 아니어도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배포한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 "언어 장벽 없다"…'미드 열풍' 숨은 주역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채널은 '미드'를 국내 팬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했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시장을 형성하기까지에는 또다른 숨은 주역이 있었다.

인기 있는 미드는 시즌을 거듭하며 장기간 이어진다. 미드 팬으로서는 현지에서 새로운 시즌이 나오기만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라도 빨리 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에 이용자들은 웹하드와 P2P 서비스, 토렌트 등 '어둠의 경로'를 통해 최신작을 주고받았다.

국내 방송사에서 방영해주기까지 기다리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불법적인 경로지만 인터넷을 통한 공유가 빠르기 때문이다. 최신작 영상은 한글 더빙 또는 자막이 없으므로 이 작업 또한 팬들의 몫이였다.

영어에 능통한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직접 영상 자막을 제작해 배포했다. 더 많은 이들과 드라마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나눌수 있기에 일종의 서비스로 시작된 것이다.

미드 시장이 점차 확대되자 미드 공유 전문 사이트가 생겼고, 전문 번역가가 생겼다. 일부 유명 자막 번역자는 멤버를 모아 드림팀을 구성했고, 미드 매니아 층에서도 특정 번역자 버전을 찾아 보는 등 자막 번역가의 영역이 국내 미드 시장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인터넷 서비스의 확대로 영상 공유가 용이해진 것과, 방송국의 도움 없이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게 된 것이 국내 미드 팬들에게 마음 껏 미드를 즐길 수 있는 시장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대규모의 회원을 보유한 사이트에서 활동한 자막 제작자들이 고소 대상에 오르며 제재를 받게 됐다.

◆ '어둠의 경로' 탈출시켜 달라

미국의 제작자 측이 국내 시장 단속에 나서자 미드 팬들은 '자막 대란'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왔다고 밝힌 한 자막제작자는 "'엠군(동영상 서비스)'과 '다음 팟(포털 서비스)'에 총 2만 편 정도 올렸는데, 이번 계기로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영어 못하는데 '미드' 보는 게 잘못이었나", "앞으로는 TV에서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른 시일 안으로 전 시즌 다시보기, 무제한 정액제 등의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침체기가 올 듯"이라며 미드 시장이 위축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우리가 뭐 돈 벌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불법공유 부추기자는 것도 아닌데 왜 고소를 하나", "한국에 미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며 불만도 이어졌다.

이어 "숨어보지 말고 떳떳하게 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달라" , "넷플릭스(Netflix)나 아이튠스(iTunes)처럼 미국 시청자들이 누리는 접근성 정도가 가능하면 좋겠다"며 이참에 대안을 만들어 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은 동영상 VOD 서비스를 통해 해외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콘텐츠 양에 대한 한계가 지적된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수익과 대중성 측면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콘텐츠를 수급해 공급하므로, 이용자들에게는 콘텐츠의 이용 범위가 제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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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01 15:32:54
    • 수정2014-07-01 16: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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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를 실감케 하는 것 중 하나가 해외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표적 인기 미드(미국 드라마, 이하 미드)에 꼽히는 '섹스 앤드 더 시티(Sex and the city)'는 한국 디저트 시장에 컵케익을 소개했고, 외식업계에 브런치 바람을 몰고 왔다. 여성들은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를 보며 구두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의 사랑에 울고 웃었다.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웬트워스 밀러)는 '석호필'로 불리며 한국에 본격적인 미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미드를 즐기는 이들에게 최신작에 대한 의견과 스포일러를 나누는 것은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불법 콘텐츠 유통으로 매번 도마에 올랐던 해외 드라마 열풍에 본격적인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 영리 목적 없는데, 저작권법 위반?

최근 '워너브라더스'와 '20세기폭스' 등 미국 유명 드라마 제작사 6곳이 국내에서 자신의 영상에 한글 자막을 제작·배포한 자막제작자 15명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기존의 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번역·영상제작·변형 등의 방법으로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한 것은 2차 저작물에 해당한다. 2차 저작물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번에 고소 대상이 된 15명은 국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적게는 20개, 많게는 500개가 넘는 드라마 자막을 배포했다. 국내의 '미드' 팬들은 자막제작자들이 제공한 자막을 통해 손쉽게 영상을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의 행동이 영리 목적이 아니어도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배포한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 "언어 장벽 없다"…'미드 열풍' 숨은 주역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채널은 '미드'를 국내 팬에게 소개하는 역할을 했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시장을 형성하기까지에는 또다른 숨은 주역이 있었다.

인기 있는 미드는 시즌을 거듭하며 장기간 이어진다. 미드 팬으로서는 현지에서 새로운 시즌이 나오기만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라도 빨리 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에 이용자들은 웹하드와 P2P 서비스, 토렌트 등 '어둠의 경로'를 통해 최신작을 주고받았다.

국내 방송사에서 방영해주기까지 기다리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불법적인 경로지만 인터넷을 통한 공유가 빠르기 때문이다. 최신작 영상은 한글 더빙 또는 자막이 없으므로 이 작업 또한 팬들의 몫이였다.

영어에 능통한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직접 영상 자막을 제작해 배포했다. 더 많은 이들과 드라마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나눌수 있기에 일종의 서비스로 시작된 것이다.

미드 시장이 점차 확대되자 미드 공유 전문 사이트가 생겼고, 전문 번역가가 생겼다. 일부 유명 자막 번역자는 멤버를 모아 드림팀을 구성했고, 미드 매니아 층에서도 특정 번역자 버전을 찾아 보는 등 자막 번역가의 영역이 국내 미드 시장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인터넷 서비스의 확대로 영상 공유가 용이해진 것과, 방송국의 도움 없이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게 된 것이 국내 미드 팬들에게 마음 껏 미드를 즐길 수 있는 시장을 열어준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대규모의 회원을 보유한 사이트에서 활동한 자막 제작자들이 고소 대상에 오르며 제재를 받게 됐다.

◆ '어둠의 경로' 탈출시켜 달라

미국의 제작자 측이 국내 시장 단속에 나서자 미드 팬들은 '자막 대란'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왔다고 밝힌 한 자막제작자는 "'엠군(동영상 서비스)'과 '다음 팟(포털 서비스)'에 총 2만 편 정도 올렸는데, 이번 계기로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은 "영어 못하는데 '미드' 보는 게 잘못이었나", "앞으로는 TV에서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른 시일 안으로 전 시즌 다시보기, 무제한 정액제 등의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침체기가 올 듯"이라며 미드 시장이 위축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우리가 뭐 돈 벌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불법공유 부추기자는 것도 아닌데 왜 고소를 하나", "한국에 미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며 불만도 이어졌다.

이어 "숨어보지 말고 떳떳하게 볼 수 있는 장을 만들어달라" , "넷플릭스(Netflix)나 아이튠스(iTunes)처럼 미국 시청자들이 누리는 접근성 정도가 가능하면 좋겠다"며 이참에 대안을 만들어 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은 동영상 VOD 서비스를 통해 해외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콘텐츠 양에 대한 한계가 지적된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수익과 대중성 측면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콘텐츠를 수급해 공급하므로, 이용자들에게는 콘텐츠의 이용 범위가 제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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