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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돌 윌리엄과 나은이의 공통점은?
윌리엄과 나은이
윌리엄과 나은이의 힐링타임
일요일 밤만 되면 TV가 따뜻해집니다. 샘 해밍턴 씨의 아들 윌리엄. 귀여운 말 한마디에 심쿵하고 눈물 한 방울 흘릴 때 시청자들 눈도 뜨거워집니다. 박주호 씨 딸 나은이는 또 어떻습니까. 모델 뺨치는 외모에 여러 외국어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다 가졌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에요. KBS 효자 프로그램입니다.
백인에 잘사는데 다문화 가정?
윌리엄과 나은이를 보시는 수많은 시청자는 혹시 이 친구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셨나요? 통계 분류상 윌리엄과 나은이는 '다문화 학생'입니다. 네 다문화 가정 출신 다문화 학생입니다. 인종적으로는 백인 계통, 경제적으로는 중산층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방금 머릿속에 떠올리신 '다문화'하고는 거리가 있죠?
"다문화 83% 중하류층 일것"... 현실은?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에 다문화 인식 조사를 해봤습니다. 전국의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이 대상이었는데요, 다문화 가정의 사회경제적 계층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4%는 중하층, 29%는 하류층일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본인이 인종적인 편견이 있다고 "솔직히" 대답한 사람도 64%에 달했습니다. '다문화=못사는 중국/동남아 사람'이라는거죠.

그런데 2015년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다문화 가정 10곳 중 4곳은 월평균 가구 소득이 300만 원 이상입니다. 2015년 대한민국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329만 원, 중위소득(전체 근로자를 한 줄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소득)이 241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다문화 가정의 83%가 중하류층일 거라는 편견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편견 속에 늘어가는 다문화 학생
편견은 곧바로 다문화 학생들을 차별하는 이유가 돼줍니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은 "말이 어눌하거나 가난하거나 하면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인데, 다문화 아이들일수록 다른 조건 때문에 차별을 겪기 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 다문화 학생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처음 10만 명을 넘었고 올해는 12만 명도 돌파했습니다. 내년에는 다문화 초등학생만 10만 명을 넘길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 문제없고 공식적으로 이 땅에 사는 친구들입니다. 다문화 학생들이 많아진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또 우리 교육 현실은 얼마나 준비돼 있을까요?
다문화 영상1
특별할 것 없는 등굣길,
하나만 빼고...
찬바람 불기 시작한 등굣길, 한 초등학교 정문 앞으로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아버지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합니다. 고급 외제차에서 내리는 친구들도 있네요. 정문에 선 교장 선생님은 "사랑합니다"며 인사를 건넵니다. 여느 학교의 오전 8시 30분과 다를 것 없는 모습. 그런데 정문을 지난 남학생 두 명, 유창한 중국어로 대화하며 교실로 향합니다.
서울인데도 학생 72%가 다문화
서울 대동초등학교. 1980년부터 대림동을 지켜온 터줏대감입니다. '코리안 메시' 이승우 선수가 축구선수의 꿈을 키운 곳으로 유명하죠. 그런데 요즘 이 학교, 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다문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초등학교. 전교생의 72%가 다문화 학생입니다. 공립초등학교를 채운 다문화 학생들, 수업시간은 어떤지 6학년 교실에 들어가 봤습니다.
"선생님이 부탁해볼까요?
아무도 없어요?"
1교시 수학 시간. '우주의 언어' 수학 앞에 지구 어느 곳에서 태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퀴즈로 진행되는 수업에 모두 신나게 참여했습니다. 더하기 빼기에 웃고 곱하기 나누기에 우는, 영락없는 초등학생의 모습입니다.

2교시 사회 시간이 되면서 수업 분위기가 살짝 애매해졌습니다. 민주, 정치 등등의 개념을 골든벨 형식으로 수업하는데, 중도입국 학생들은 어디서 손을 들어야 할지 어리둥절합니다. 한국어가 서투르다 보니 낄 수가 없는 겁니다.

가라앉던 수업 분위기는 3교시 국어 시간에 이르러 기어이 '갑분싸'에 도달하고야 맙니다. 언어의 벽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집니다. 떠듬떠듬 읽어 나가는 국어교과서는 암호책 그 자체입니다. 한글 대신 한자로 답을 써넣는 친구도 나옵니다.
발표할 사람을 찾는 선생님 질문엔 대답이 없습니다. 선생님 표정에도 난처한 모습이 살짝 비칩니다.
한국어 배우는 중도입국 학생들
이 학교에는 예비학교라는 게 있습니다. 따로 한국어를 배우는 수업인데 주로 중도입국 학생들이 참여합니다. 중도입국 학생은 외국에서 나고 자라다가 취학연령을 넘겨서 우리나라에 입국한 학생들입니다.

아이들은 평소엔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듣다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예비학교 수업을 듣습니다. 기자가 찾은 날엔 3~6학년 학생 11명이 한 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교실에서 조용하던 친구들이 예비학교에서는 말문이 터집니다. 물론 중국어로요.

선생님이 한국어로 설명하면 강사가 중국어로 통역을 해줍니다. 아이들은 두 가지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조금씩 조금씩 한국어를 익혀나가고 있었습니다.
다문화는 현실,
'다국적 국제학교'로 변신
대동초등학교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지난 4년 새 2배 급증했습니다. 다문화 특성화 학교로 지정돼 수업을 잘한다고 소문나자 학생들이 몰린겁니다. 아들딸 좋은 학교 보내고 싶은 건 다문화 가정 부모들도 똑같거든요. 다문화 학생이 많아지자 한국 학생들이 전학을 떠나버리는 웃지 못할 현상도 나타났다고 합니다.

수업이 끝난 뒤 만난 김민경 선생님은 "처음 부임 왔을 때 대부분이 외국인 이름으로 적혀있는 학생 명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김 선생님이 맡은 6학년 한 학급의 학생은 15명. 이 가운데 12명이 다문화 학생입니다.

최영남 교장 선생님은 '다문화 학교' 가 아니라 '다국적 국제학교'로 대동초를 소개했습니다. 다문화라는 표현 속 편견이 싫다는 겁니다. 부임 첫해인 교장 선생님은 "한국 아이들이 중국 문화도 체험하고 쉬는 시간에 한국어와 중국어가 상존하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시골 지역에는 다문화 100% 학교도 등장
사실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는 건 서울 대동초만이 아닙니다. 서울 강북구와 중구, 중랑구 등 곳곳에서 다문화 학생이 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에서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90%를 넘는 곳도 나왔습니다. 농어촌에는 이미 다문화 학생들로만 채워진 분교도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아직 학교갈 나이가 되지 않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수는 11만 명입니다. 해마다 취학하는 다문화 학생 수는 만 명 정도인데,전문가들은 곧 2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요 지역별 다문화 학생 비율
(시군구별,초등학교 기준, 단위:%)
서울 금천구
9.2
서울 영등포구
8.5
강원 횡성군
12.1
경기 안산시
8.3
충북 보은군
18.9
충남 청양군
16
경북 영양군
19.3
전북 진안군
20.4
대구 서구
6.9
전남 함평군
16.9
경남 산청군
15.9
부산 동구
5.7
지역별 다문화 비율
"저 중국말 못해요"
다문화도 제각각
다문화 학생 수가 많아지다 보니 다문화라는 한 단어로 묶을 수 없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다문화 학생들은 '그나마' 학교에 적응하기 쉽습니다. 이들은 본인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모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경우도 태반입니다.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LA 한인타운의 교포 2, 3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학교에서 큰 문제가 되는 건 중도입국 학생입니다. 뒤늦게 한국에 오다 보니 언어가 문제입니다. 수업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제대로 못 배우고 사회로 나가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교실 속 다문화 현상. 다음 기사에서는 정확한 실태를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학생 없어 폐교? 다문화 학생만 6년 연속 증가
증가하는 다문화 학생
학생 없으면 문 닫아야죠
학생이 줄어 운영이 안된다며 서울 은혜초등학교가 올해 초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에서 학생수 감소로 폐교한 첫 사례입니다. 한달에 3만명도 태어나지 않는 저출산 쇼크는 서울이라고 봐주지 않습니다.

태어나는 아이가 없으니 학생도 줄어듭니다. 올해 전국 초중고등학생은 558만 4249명입니다. 지난해보다 14만여명 감소했습니다. 학생수는 앞으로 계속 쪼그라들 전망됩니다.

하지만 꾸준히 교실을 채우며 늘어가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바로 다문화 가정 출신 학생입니다.
어느덧 12만여명, 매년 늘어나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래 다문화 학생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전체 다문화 학생은 12만 2212명입니다. 지난해 처음 10만명에 턱걸이했습니다. 일년만에 만2천명 넘게 늘었습니다.

초등학교에서의 증가 폭이 가장 도드라집니다. 내년엔 다문화 초등학생만 10만명을 넘길 전망입니다. 2012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중학생은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연도별 다문화 학생 수
연도별 다문화 학생 수
교실 속 다문화 학생 비율도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미 전국 초등학생 100명 중 3.4명은 다문화 학생입니다. 일년만에 0.3%p 높아졌습니다.

1편 기사에서 보여드린 사례가 좀 '센 것'이긴 했죠. 하지만 일반 학교를 보더라고 '다문화 교실' 또는 '글로벌 교실'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시골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서울-경남 순,
서울에선 구로구 등 인접 3구 집중
다문화 학생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요.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초등학교를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전국 시도 가운데에서는 경기도가 22183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서울과 경남, 경북 등의 순이었습니다.
다문화 초등학생 수(명)
다문화 초등학생 수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경기도에서는 '외국인 1번지'로 꼽히는 안산시에 역시 다문화 학생이 가장 많습니다.

서울에서는 구로구·금천구·영등포구에 전체 다문화 학생의 30% 정도가 몰려있습니다. 중국동포들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경남에선 창원시, 경북에선 경주시에 가장 많은 다문화 학생이 재학중이었습니다. 인천의 경우 '차이나타운'이 있는 중구 보다는 부평구에 다문화 학생이 많은 것이 눈에 띄네요.

도시규모를 기준으로 할때, 대도시-중소도시-읍면지역-도서벽지로 갈수록 전체 학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문화=중국계?" 절반의 정답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다문화 가정은 대부분 중국 출신입니다. 다문화 학생 역시 중국계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신조사 결과는 좀 달랐습니다.

부모의 출신 국적별 다문화 학생 비율을 조사해봤습니다. 베트남이 전체의 29.1%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서 중국(한국계 제외)이 22.3%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필리핀 11.5%, 중국(한국계) 10.2%, 일본 8.5% 순이었습니다.
부모 출신국적별 다문화 학생 비율
부모 출신국적별 다문화 학생 비율
2012년 첫 조사 당시만 해도 베트남은 7.3%에 그쳤습니다. 이후 매년 급등세를 보이며 이미 지난해 단일 최다 국적지로 뛰어올랐습니다.

물론 전체 중국 국적 다문화 학생(한국계 포함) 비율은 32.5%로 가장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숫자로는 베트남 다문화 학생보다 4천여명 많은데 그칩니다. 급등세를 고려하면 '대세는 베트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도시는 중국,
시골은 베트남계가 다수
베트남과 중국(한국계 포함)을 모두 합하면 전체 다문화 학생의 62%에 달합니다. 3명 중 2명은 이들 학생이라는 건데, 머무르는 곳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베트남계 부모를 둔 다문화 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곳은 경북(45%)-경남(42%)-울산(38%) 순입니다. 가장 적게 거주하는 곳은 경기(18%)-인천(17%)-서울(13%) 순입니다.

중국 부모(한국계 포함)을 둔 다문화 학생은 어떨까요? 서울(51%)-경기(43%)-인천(42%)순으로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전남(19%)-경남(22%)-강원(24%)에는 적게 거주하고 있습니다.
베트남계 거주지(%)
베트남계 거주지
중국계(한국계 포함) 거주지(%)
중국계(한국계 포함) 거주지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을 두고 두 국적지가 명확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계는 상공업이 번창한 수도권에, 결혼이주여성이 주류인 베트남계는 농촌지역에 자리잡은 것이 자녀들에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겠죠?
한류 따라 다시 늘어나는
베트남 신부
최근 통계청이 눈에 띄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중국 국적 외국인 신부가 가장 많았지만, 2016년부터는 베트남 국적 외국인 신부가 가장 많아졌다는 겁니다.(2017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최근 동남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으로 한때 주춤했던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과의 국제결혼이 다시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국인 배우자 국적별 비율
외국인 배우자 국적별 비율
외국인 남편까지 합해 외국인 배우자의 국적별 비율을 계산해보면 여전히 중국 국적자와의 다문화 결혼이 가장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베트남 국적 혼인건수가 크게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베트남 다문화 가정이 제일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러하다면 이들 가정의 자녀가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7~8년 뒤부터는, 베트남계 다문화 학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중국계를 제치고 교실에서도 최대다수가 되는 것입니다.
이미 시작된 다문화 교실,
학교는 얼마나 준비됐나?
베트남과 중국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다문화 학생은 양적인 면은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변동이 많습니다. 우리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이상 변화를 잘 반영하는 섬세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다문화 학생은 물론 한국 국적 학생을 위해서도 말이죠.

하지만 학교 현장은 과연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요? 다음 기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돈은 많이 쓰지만 "다시는 맡고 싶지 않아요“
증가하는 다문화 학생
지난달 인천의 한 중학생이 또래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뒤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피해자는 러시아 국적 어머니를 둔 다문화 학생 A군입니다.
다문화 학생 5%는
학교폭력 희생자
A군이 다문화 학생이라서 피해를 봤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다문화 학생들이 학교폭력에 노출돼 있는 건 사실입니다. 2015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다문화 학생 5%가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대략 4천 명 정도 되네요.
두루뭉술 전수조사,
정확한 집계 못 해
교육부는 2012년부터 1년에 2차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전수조사지만 다문화 학생 관련 항목은 아예 없습니다. 교육부 조사인데도 다문화 '학생' 관련 내용을 알 수 없는 겁니다. 그나마 실태를 보려면 여가부가 3년마다 하는 조사를 참고해야 합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관련 법상 다문화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고 학교폭력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따로 항목을 두진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 과목 10점대”
학교폭력보다 더 큰 문제는 학교수업입니다.

서울 구로지역 중학교에서 다문화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K선생님의 얘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다문화 학생, 그중에서도 외국에서 나고 자라다 취학연령에 한국에 온 중도입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매우 낮다는 겁니다.

K 선생님은 "중도입국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 공부가 어려워져 대부분 과목이 100점 만점에 10점대"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학업에 흥미를 잃고 학교를 겉돌게 된다고 조심스레 얘기했습니다.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 가정 학생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건 다문화 학생들의 학업중단율이 한국 학생들보다 늘 높은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무너지는 교실은 한국 학생에게도 다문화 학생에게도 좋을게 없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요?
구글 번역기 켜놓고 상담하기도
학업 성취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언어장벽입니다. 이에 따라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집중 교육을 위해 전국 197개 학교에서 '예비학교'가 운영 중입니다. 정규교원이 수업을 이끌면 통역강사(이중언어 강사)가 실시간으로 통역해줍니다.

그런데 2만 명 훌쩍 넘는 중도입국학생·외국인 가정 학생을 위한 통역강사는 전국에 650명 뿐입니다.

게다가 학생들 국적이 다양하다 보니 학교에 상주하는 통역강사와 학생들의 '미스매치' 현상도 생깁니다. 그래서 담임교사가 구글 번역기를 켜놓고 상담을 진행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연출됩니다.
lost in translation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야 할 것은 있는 예비학교도 문제입니다.감사원이 전국의 예비학교 운영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서울만 놓고 봐도 중도입국 학생이 10명이 넘는데도 예비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학교가 93개나 됐습니다. 인천도 25개 학교가 이런 상황입니다. 이렇게 예비학교가 필요한데도 설치되지 않은 학교가 전국에 269개나 있었습니다.

없어도 될 예비학교를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인천에는 중도입국 학생이 5명도 안 되는데 예비학교를 두고 있는 학교가 네 군데나 됐습니다. 강원 지역 예비학교 8곳은 전부 중도입국 학생 10명 이하인 학교에 설치돼있습니다.

다른 부처와 정책이 중복되기도 합니다. 교육부는 2009년부터 대학생 멘토링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이 다문화 학생을 찾아가 공부를 가르쳐 주는 정책입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도 방문교육지도사가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1:1로 개별수업을 하는 자녀생활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실상 똑같죠?
10년간 1,200억 투입…
역차별 논란도
어쨌거나 다문화 학생을 위한 예산은 크게 늘고 있습니다. 2008년 39억 원이었던 교육부 다문화 사업 예산은 2018년 172억여 원으로 늘었습니다. 10년 새 4.4배나 커졌습니다.

예산이 늘다 보니 역차별 논란도 벌어집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무분별한 혜택을 중단해 달라는 글이 120여 개에 달합니다.
세금은 똑같이 내는데 혜택은 다문화 가정이 먼저라는 겁니다. 보육료 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0순위, 다문화 대입 전형 전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합니다.
교사마저 “다문화학교 다신 오고 싶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 교원들마저 다문화 학생 비율 높은 지역에 부임하길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다문화 비율이 높은 학교에서 근무 중인 서울 한 초등학교의 C 선생님. "중도입국학생이 한 명 전입을 오면 학교생활이 서툰 1학년을 담임교사가 1대 1로 지도해야 하는 식"이라며 "다문화 업무를 다시는 맡고 싶지 않아 하는 분위기"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C선생님은 "다문화 정책학교로 지정되면 입소문이 나 한두 달에 한 명꼴로 다문화 학생이 추가되다 보니 일선 교사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돈은 많이 쓰지만 생활지도와 학업지도 모두 힘에 부치고 있는 상황. 힘들게 중고등학교를 통과한 다문화 학생들의 대학가는 길은 과연 순탄할까요? 다음 기사에서 다문화 학생들의 솔직한 경험담을 들어보겠습니다.
포기와 좌절 사이 "저도 대학가고 싶어요"
증가하는 다문화 학생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몰라요"
20년 전 남편을 따라 입국한 한국계 중국인 고 아무개씨. 쌍둥이 딸의 고3 진학을 앞두고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겨울만 지나면 말 그대로 수험생 엄마가 되는데 입시준비에 자신이 없습니다. 구 씨는 “먹고 사느라 돈 벌기에 바빠서 아는 게 없다”고 합니다. 아이들 학원이나 과외도 정보가 없고, 학교 상담을 가도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른다는 겁니다.

올 한해 수험생 엄마였던 김성현 씨는 자신의 무능이 원망스럽습니다. 수시 1차에서 죄다 떨어지고 수시 2차 결과를 기다리는 아들에게 미안합니다. 20년 전 중국에서 온 김 씨는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지만, 입시 정보를 이해하기에는 힘들었다"면서 "다른 엄마들처럼 챙겨줬어야 했는데,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지난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교육 기부박람회. 그곳에서 만난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들은 입을 모아 '정보 부족'을 호소했습니다.

'대학에 가기 위한 3요소'로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을 꼽습니다. 물론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복잡한 한국의 입시제도에서 정보의 중요성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다문화 학생들은 대학 가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 걸까요?
중고등학교 같이 다니는데
대학진학은 '뚝'
초등학교라는 출발점은 비슷합니다. 다문화 학생의 초중고등학교 취학률은 한국 국적 학생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추세를 보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조금씩 차이가 벌어집니다.
다문화가구 자녀의 학교급별 취학률(단위:%)
다문화가구 자녀의 학교급별 취학률
결정적인 차이는 고등교육기관, 즉 대학에 갈 때 발생합니다. 한국 국적 학생보다 대학에 가는 비율이 14.8%p나 낮습니다.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힘에 부쳐 하다가 대학진학을 앞두고는 멈춰 서버린다는 얘기입니다.

다문화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올해 입시를 경험한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쓴다?
대학 가는 '좁은 문'
반명아, 지영하 학생
필리핀인 어머니를 둔 반명아 학생은 막판까지 취업과 진학 사이에서 고민했습니다. 애당초 취업으로 진로를 정하고 특성화 고등학교를 선택했지만, 부모님과 선생님이 대학 진학을 권유했습니다.

가정 형편을 생각할 때 취업이 맞다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돌아가신 아버지는 고졸 학력이 부끄럽다며 자식만큼은 대학에 진학하길 바랐습니다.

3학년 1학기, 뒤늦게 뛰어든 입시는 버거웠습니다. 명아는 "엄마는 말이 서툴고 한국 물정을 잘 모르신다"며 "혼자 정보를 찾았지만, 대부분의 입시 정보가 일반 학생들에 맞춰져 있어 다문화 전형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명아는 특성화고 특별전형과 사회배려전형을 이용해 대학 5곳에 지원했고, 그중 한 곳으로부터 합격 소식을 받았습니다.

타이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고3 학생 지승하 군. 다행히 수도권 4년제 대학 언어학부에 합격했지만,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승하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돼 다시 밟은 한국 땅은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환경의 간극은 시간이 해결해줬지만, 문제는 언어였습니다.

내신은 승하에게 큰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승하는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접하다 보니 읽고 쓰는 것이 어려웠다"면서 "지문을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 대해 아쉬움도 있습니다. 외국어 특기자 전형을 넣으려면 자격증과 외부 수상 실적이 필요한데, 이런 전형이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승하 군은 "학교에서도 다문화 학생을 위한 진로상담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대학 진학해도 적응 힘들어”…
언어의 벽
라리사 학생
명아와 승하의 상황은 그래도 좋은 편입니다. 중도입국학생의 경우, 입시에 대한 막막함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고려인 3세인 마 라리사. 올해 고3이지만 입시는 포기했습니다. 언어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학을 가봤자 대학 수업을 따라갈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선족 아빠와 고려인 엄마, 라리사의 국적은 우즈베키스탄입니다. 부모님이 한국에서 자리 잡는 동안 본국에서 지내던 라리사는 2년 전 한국에 왔습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수업은 외계어와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말부터 배우기 위해 대안학교로 옮겼습니다.

라리사는 "어학원에 들어가 한국어 공부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대학에 꼭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다문화 학생은 예체능 하지 마라?
음보지나 학생
음보 오즈오마 지나, 나이리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고3 학생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위축되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음악이 주는 힘은 컸기에 진로도 실용음악과로 정했습니다.

지나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이지만, 다문화 전형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예체능 계열은 해당 전형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한국인이라서 외국인 전형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지나는 "음악을 하고 싶지만,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경쟁하려니 부족을 느낀다"면서 "다문화 학생에게 예체능 계열 진학은 특히 더 좁은 길 같다"고 말합니다.
다문화 학생만을 위한 입시 정원 '40명'
입시경쟁의 출발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 다문화 학생. 그중에서도 분명히 우수한 인재가 있을 텐데, 대학들은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요?

대부분 대학에서는 '사회배려자 전형', '고른기회전형' 등 다문화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자격이 된다뿐이지 다문화 학생만을 위한 전형은 아닙니다. 선발 인원도 전체 정원의 1~2%에 불과해 경쟁률이 높습니다.

2019년 신입생 모집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전형을 시행한 대학은 전국에서 9곳, 총 모집인원은 40명에 불과합니다. 서울지역은 고려대(3명)와 서울교육대학교(5명) 두 곳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알지 못하면 지원조차 못 하는 '좁은 문'입니다.
다문화가구 자녀 전형 실시 대학
다문화가구 자녀 전형 실시 대학
'다문화'로 묶을 수 없는 다문화
정보의 부재와 언어의 장벽 등 다문화 학생들은 입시 과정에서 다양한 벽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정부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멀기만 한 대학, 어떻게 갈 수 있을까요?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숭의여자고등학교 정제원 선생님은 "다문화 학생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의 교육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는 것이지, 이들을 위한 지원과 제도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다문화 학생이라도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와 중도에 입국한 아이, 중도입국 자녀 역시 그 시기에 따라 처한 환경과 특성이 다른 만큼 각 상황에 맞는 지원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학생 자신도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다문화 전형'을 지원할 수 있는지, 아니면 '외국인 전형'을 지원할 수 있는지부터 알고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문화 대안학교 인천 한누리 학교 문소윤 선생님은 "다문화 학생을 '다문화'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으려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각각의 상황이 다른 만큼, 학생의 진로 역시 다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국가대표 꿈꾸는 '2년 차 한국인', 체조소녀 이서정
체조소녀 이서정
'시몬 바일스'를 꿈꾸는 체조소녀
"다음에 우리도 피부를 검게 칠하고 나오면 우승할 수 있겠네" 미국의 체육선수 시몬 바일스가 흑인 최초로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거머쥐자 '백인' 이탈리아 선수가 비꼬면서 한 말입니다.

지난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며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 기계체조의 여왕. 백인 독무대로 여겨졌던 체조 종목에서 힘든 훈련뿐 아니라 흑인 여성이란 차별과 편견에도 맞서야 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사람들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던 시몬 바일스를 꿈꾸는 소녀가 한국에도 있습니다. 서울 대동초등학교 체조선수 이서정(13)양 입니다.

교실에서 처음 만난 서정이는 인기 많은 보통 학생이었습니다. 쉬는 시간엔 늘 친구들한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고 뛰어놀기를 좋아합니다. 친구들 연애상담을 했다며 성숙한 농담(?)도 하는 서정이는 밝고 평범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다문화 영상2
이 천진난만한 소녀가 체조장에 들어서면 눈빛이 달라집니다. 여섯 살 때 우연히 시작했다는 체조는 소녀의 삶을 바꿔 놓았습니다.

특유의 유연성과 기술 습득력 그리고 강한 정신력으로 힘든 훈련도 척척 소화해냅니다. 지난 5월엔 전국 소년체육대회에서 2단 평행봉 1위, 개인 종합 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제는 '이서정'이란 이름을 대면 모르는 체조 지도자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선수가 됐습니다.
딸 위해 국적 바꾼 부모 마음
한국 아이들과 전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서정이는 다문화 가정 자녀입니다. 서정이의 부모님은 중국 동포입니다. 서울에서 굉장히 유명한 양꼬치 식당을 운영 중입니다. 아마 가보신 분도 계실걸요?
서정이 아버님 식당
아버지 이림빈씨는 중국에서 교사생활을 하다 1997년에 한국에 건너왔습니다. 하지만 사흘 만에 공장에서 일하다 손목이 절단됐습니다.

한국 생활을 포기하려고도 했지만, 대림동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며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강남까지 진출한 나름 성공한 사업가가 됐지만, 오늘의 경제적 여유가 생길 때까지 한국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정착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했기 때문에 첫째 딸(서정이의 언니) 교육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10살 터울인 언니는 학교에서 중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을 받기도 하며 상처를 받았습니다.

막내딸 서정이 만은 한국에서 상처받지 않고 키우려 했습니다. 서정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당시 전국 소년체전 대표로 선발되어 출전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선수만 출전 가능한 대회 규칙상 출전이 좌절됐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아이의 꿈을 도와주지 못하고 방해만 되는 거 같아 속상했던 부모님은 한국으로 귀화를 결심합니다. 국적을 바꾼다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학교의 지원과 지역 사회의 관심으로 서정이와 부모님 모두 한국 국적을 얻게 됐습니다. 서정이는 이제 한국인으로 전국대회를 출전합니다.
절대로 울지 않는다는 '강한 아이'
유치원생 때부터 서정양을 지켜봤던 체조코치 박미라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서정이는 아무리 힘든 훈련을 해도 운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운동하면서 힘든 적은 없는지, 바쁜 부모님 때문에 홀로 밥을 차려 먹기도 또 집을 떠나 전지훈련도 다녀와야 하는데 외롭지 않으냐는 질문에 서정양은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며 자신은 '멋있는' 체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서정양이 생각하는 멋있는 선수란 "힘들어도 안 울고 끝까지 참아낸 다음에 성공하는 그런 사람"이랍니다.
식당일 돕기
이제는 식당일을 돕기도 하는데 주말이면 운동을 일찍 마치고 나와 식당에서 테이블 청소를 하고 밑반찬을 놓고 손님맞이 준비를 합니다. 한국에 정착해 살아남기 위해 바쁜 부모님… 그래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어린 소녀는 그 사이 더 강해져야 했고 이렇게 훌쩍 커버렸습니다.
대한민국 위한 국가대표…
'금메달 길'을 꿈꾼다
서정이는 2006년 한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물어보면 자기는 중국사람이 아니고 한국사람이라고 알고 있더라고요" 서정이 어머니 박송월씨는 어린 서정이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서정양은 본인 국적이 중국이란 사실도 4학년 때 전국소년체육대회 출전이 막히면서 그때 처음 알게 됐다고 합니다. 자신의 부모님이 중국 국적을 가졌던 것일 뿐 다른 게 없는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서정양의 목표는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어 '금메달 길'만 걷겠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이서정 선수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이 소녀의 눈엔 친구들은 다르지 않고 그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든지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정양이 생각하는 다문화는 뭘까요? 그건 '여러 나라 사람이 한 공간에서 즐겁게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박수가 필요해" 군산 구암초의 '특별한' 교육
구암초 아이들
지난해 2월 러시아에서 온 니키타, 매일 아침 7시 반 집을 나섭니다. 초등학교 6학년에게는 다소 이른 시간인데요,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30분 넘는 등굣길은 준희가 함께합니다. 2년 전 베트남에서 온 친구입니다.

니키타와 준희가 다니는 전북 군산시 구암초등학교. 전교생 352명 중 32명이 다문화 학생입니다. 다문화 비율이 특별히 높은 건 아닌데요, 니키타와 준희처럼 장거리 통학하는 다문화 학생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먼 길 마다치 않고 구암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가 직접 구암초에서 하루를 지내봤습니다.
군산 구암초의 특별한 교육
구암초의 '0교시'... 특별한 밥상
니키타와 준희의 아침
구암초의 특별한 수업은 이른 아침 시작됐습니다. 오전 8시 학교 복지실은 식당이 됩니다. 다문화 학생을 포함해 아침을 못 챙기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 측의 배려입니다.

김치볶음밥과 국, 반찬이 차려집니다. 맛있게 먹는 준희와 달리 니키타는 볶음밥 속 김치를 골라냅니다. 아직은 한식이 익숙하지 않은 니키타, 점심 급식 때도 맨밥만 먹기 일쑤입니다.

구암초 아침 밥상은 다문화 학생들을 한식에 적응시키고, 우리의 식사 예절을 가르치려는 뜻도 있습니다.

최한나 교육복지사는 "낯선 음식에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지만, 대체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규수업에 녹아든 '다문화 교육'
4학년 수업
예비학교 과정은 1편 기사에 소개해 드렸던 서울 대동초와 비슷해 보입니다. 구암초만의 특별함은 정규 수업에 있습니다.

4학년 1반의 1교시 수업은 화폐 속 인물을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학생들은 화폐 속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에게서 포용과 배려·용기라는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다문화 학생들을 포용하고 배려하며 용기를 주자는 내용까지 이끌어 냅니다. 정규 교과 과정에 다문화 교육을 녹여낸 겁니다.

담임을 맡은 장인영 선생님은 "전 교육과정에서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학사일정을 계획할 때부터 다문화 교육 과정을 통합 구성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에겐 박수받을 기회가 필요"
다문화 교육은 방과 후에도 계속됩니다. 수업을 마친 준희는 체육관에서 배구 연습을 합니다. 처음 한국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설던 그때, 준희는 배구를 통해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준희는 "배구를 하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면서 "자신도 있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는 배구 외에도 첼로 앙상블 연주, 음악 줄넘기 등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교육과 예체능 교육,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언어가 침묵할 때 음악은 말한다
앙상블
장인영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박수받을 일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언어가 부족한 다문화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좀처럼 박수받을 일이 없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예체능 활동을 통해 학교 대표로 참여할 기회를 주자는 겁니다.

앙상블 활동을 맡은 남궁태민 선생님은 "다문화 학생과 비다문화 학생이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일반 학생의 거부감도 없애고,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울타리 넘어선 동행...
"더 깊이 알아갑니다"
사제동행
선생님과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도 '사제동행'이라는 멘토링 교육을 이어갔습니다. 영화도 보고 롤러스케이트장도 같이 가면서 그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고, 관심과 고민을 알아가는 겁니다.

구암초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다문화 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다문화와 비다문화 학생을 구분하지 말고 서로 섞이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로를 이해하며 다문화 사회를 살아갈 역량을 기르기 위해섭니다.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아닌, '다문화 교육' 그 자체인 셈입니다.

김세찬 교장 선생님은 "그동안 다문화 정책과 교육의 목표가 그들의 적응에만 있었는데, 더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우리 사회가 품고 같이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또 있습니다. 담당 교사가 바뀌어도 교육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도록 하는 겁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단발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반복을 통해 발전시키고 완성하려는 노력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나라들은 어떨까요?
베트남 다문화 학생?
베트남어 교육해줄게
『세계 최고의 교육법』 공동저자 김숙이 박사는 일찍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타이완의 교육을 소개합니다.

중국 본토와의 대립 속 '친구 국가'에 목마른 타이완, 동남아 이주여성들의 "친정외교"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이미 1대1 수업, 통역 지원 등 적극적인 다문화 학생 지원책을 펴고 있는데요, 내년부터는 초등학교에 다문화 모국어 수업을 필수로 도입합니다.

이렇게 되면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일반 타이완 학생은 본토어(민남어,객가어)와 동남아어 수업 중에 하나를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다문화 학생은 자신의 모국어인 동남아어 수업에 참가해야 합니다. 준비된 동남아어 수업은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태국어 등 7개입니다. 부족한 교원은 결혼한 이주 여성에게 교사 양성 교육을 해 해결했다고 하네요.

타이완에서도 문제인 언어장벽을 해체해보자는 시도인데요, 김숙이 박사는 "모국어 교육은 일방적으로 자국의 언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다문화 가족 구성원 간 상호이해를 높이자는 의미"라고 설명합니다.
역설이 살리는 다문화,
"모국어 교육부터"
중국어 수업
모국어 교육은 국내 일부 학교에서도 시작됐습니다. 기자가 찾은 경기도 시흥시 군서초등학교는 다문화 학생 비율이 60%에 이르는 곳입니다. 지난해부터 다양한 언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정규 수업에서 중국어 교육을 깊이 있게 다루고, 방과 후 수업에서 러시아어, 베트남어 교육도 진행하는 식입니다.

군서초 김정식 선생님은 "불과 5년 전, 소수에 그치던 다문화 학생이 다수가 되고,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교실에 많아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고 설명합니다.

다문화 학생 12만 명, 급격히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전문가들은 한국의 다문화 교육에 있어 공유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다문화 교육의 역사가 빠르게 진행된 만큼 현장에서 축적된 좋은 경험을 나눠야 한다는 겁니다.

장덕호 상명대 교수(교육학과)는 "학교 현장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 좋은 방법론이 공유될 기회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다문화 아이들을 끌어안을 준비가 덜 돼 있을 수 있습니다. 다름을 차별하지 않고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포용 교육이 절실해 보입니다. 더이상 변화와 적응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다문화 아이들이 말하는 다문화
전국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아이들은 12만 명.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는가 하면, 취업해 사회로 진출한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커 나가고 있는 아이들, 이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
<인터뷰 찾아보기>
▶ 체조 금메달리스트가 꿈인 이서정 양(서울 대동초 6학년) 0분 6초, 6분 12초
▶ 학교 적응이 힘들었다는 지승하 군(서울 성보고 3학년) 1분 10초
▶ 다문화에 대한 편견이 싫다는 반명아 양(서울 디지텍고 3학년) 2분 21초
▶ 평범한 대학생이 되고 싶다는 라리사 양(인천 한누리학교) 3분 50초
▶ 세계를 무대로 살고 싶다는 지나 양(서울 중경고 3학년) 5분 8초, 6분 32초
교사들 "다문화 현상, 이제 그들만의 문제 아니야"
다문화 학생 12만 명 시대, 매년 1만 명이 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고스란히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고요.
저출산 문제로 한국인 가정 아이들은 줄고 있는데 빈자리를 다문화 아이들이 채워가는 겁니다.
학교 아이들 과반수가 다문화 아이들로 구성된 학교들이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이런 현상을 피부로 느끼는 선생님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교사들의 목소리
<인터뷰 찾아보기>
▶ "똑같은 아이들이죠" (김민경 대동초 교사) 0분 6초
▶ "다문화 학교 다신 맡고싶지 않아" (서울 00초 교사) 1분 14초
▶ "곪아가고 있는 아이들.. 전문가가 없어요" (서울 00중 교사) 2분 26초
▶ "교사들 위한 인센티브 필요" (최영남 서울 대동초 교장) 3분 16초
▶ "한국말보다 비전·꿈부터 갖게끔 해줘야" (문소윤 인천 한누리학교 교사) 3분 35초
▶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경험 필요" (남궁태관 전북 구암초 교사) 3분 56초
▶ "다문화 아이들, 박수받을 기회 필요해" (장인영 전북 구암초 교사) 4분 19초
▶ "같이 나아가야 할 사회"(김세찬 전북 구암초 교장) 4분 53초
팩트체크K
조선족은 강력범죄의 원흉인가?
"조선족은 걸핏하면 칼부림을 한다."
"조선족은 강력범죄의 원흉이다."
"국내 체류 조선족들이 늘어날수록 범죄율도 높아진다."


`중국동포(조선족)=강력범죄'라는 인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깊숙이 퍼졌다. 이런 인식은 길 가던 20대 여성을 살해한 오원춘과 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박춘풍 같은 중국동포 출신 흉악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증폭됐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 피시방 아르바이트생 피살사건 직후에는 "범인이 조선족이다.", "범인의 부모가 조선족이다."라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지만, 해당 주장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살인범이 조선족인지, 한국사람인지를 우선 밝혀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동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영화같은 대중매체에서 묘사되는 모습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영화 '황해'(2010년)와 '신세계'(2013년), '차이나타운'(2014년), '청년경찰'(2017년), '범죄도시'(2017년) 등 흥행과 화제성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영화들은 모두 중국동포를 `무자비한 범죄자'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동포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항간에 떠도는 주장처럼 국내 거주 중국동포들의 강력범죄율이 정말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날까?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외국인밀집지역
전체 범죄자의 2%가 외국인...
중국인이 '최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지난해(2017년) 기준으로 218만명이 넘었다.(불법체류자 수 제외) 인구대비 체류 외국인 비율은 4.2%다. 100명 중 4명이 외국인이란 뜻이다. 한국 체류 외국인 수는 꾸준히 많아지고 있다. 2012년부터 5년간 연평균 8.6%씩 증가했다.
인구대비 체류외국인 현황(2017년 출입국·외국인 정책 통계연보)
체류 외국인을 국적별로 살펴보면 조선족 등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인이 전체의 절반 정도(46.7%·101만여 명)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67%인 68만명 정도가 한국계 중국인이다. 이어 베트남 7.8%(16만9천여 명), 태국 7.0%(15만3천여 명), 미국 6.6%(14만3천여 명), 우즈베키스탄 2.9%(6만2천여 명), 필리핀 2.7%(5만8천여 명) 순으로 많았다.
국적별 체류외국인 구성 비율
국적별 체류외국인 구성 비율 파이차트
체류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외국인 범죄자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 국적별 범죄자 수를 보면 2011년 2만7천여 명이었던 외국인 범죄자 수가 등락을 거듭하며 2016년 4만1천여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가 지난해 3만3천여 명으로 줄었다.

전체 범죄자수에서 외국인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게는 1.3%에서 많게는 2.2% 수준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범죄자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는 사뭇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 2%가 조금 넘는 외국인 범죄자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어딜까?

중국인(한국계 중국인 포함)이 타 외국인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3만 4천 명의 외국인 범죄자 중에서 중국인 범죄자는 1만 9천 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중 중국인이 가장 많다 보니 범죄자 수도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중국인의 범죄율이 높다"는 인식에 영향을 미친 건 분명해 보인다.
국적별 범죄자 수(단위:명)
외국인 범죄자 비중 추이(단위:%)
인구비율로 보면
중국인 범죄자 수는 '중위'
하지만 보다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인구 10만명당 범죄자 검거인원 지수로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국가별로 체류 인구수가 다르기 때문에 '거주 외국인 인구추정치'를 뽑아내 국내 범죄는 물론 각국의 범죄율을 비교적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한 개념이다. 다만 국내 체류 외국인의 성별·연령별 구성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정 후에도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 남성 비율이 5% 높고 60세 이상 인구비율이 10% 정도 낮게 계산된 점은 감안해야 한다. 범죄는 남성, 20~59세 연령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의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계산된 수치라고 보면 된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8월에 발간한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2017)’ 연례보고서를 보면 내국인과 비교해 인구 10만명당 범죄자 검거인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몽골(2016년 기준)이다. 국내 체류 몽골인 10만명당 검거인원이 4천52명으로 전체 외국인 평균치인 1천735명의 2배가 넘었고 내국인 검거인원 지수인 3천495명보다도 많았다. 몽골인의 검거인원 지수가 유독 높게 나타난 부분에 대해선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그 다음으로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순으로 많았고, 중국은 1천923명으로 전체 조사대상 16개국(국적불명의 '기타 국적' 제외) 가운데 7번째로 중위 수준이었다. 중국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지만, 체류 인구가 훨씬 적은 나라들보다 범죄자 검거지수가 낮게 나타난 것이다.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건 일본이다.(체류 외국인의 75%가 여성이라는 점이 영향)

내·외국인 전체로 보면 내국인의 인구 10만명당 검거인원 지수가 외국인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다시말해 인구대비로 봤을 때도 한국인 범죄자가 훨씬 많았다는 얘기다.
2016 내·외국인 국적별 전체범죄
인구 10만명당 검거인원지수 비교
외국인 범죄, 가장 많은 유형은 '폭력'
2011년부터 4년 간 발생한 외국인 범죄의 유형을 살펴보면, '폭력범죄'가 31.6%(32,806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교통범죄 21.9%(22,752명), 지능범죄 10.6%(10,979명), 절도 6.6%(6,828명), 강간·강제추행이 1.6%(1,659명), 강도 0.5%(472명), 살인은 0.3%(340명)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외에 나머지 범죄가 26.9%(27,954명)였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중국의 폭력범죄 비율이 35.7%를 차지해 다른 16개 나라들 중 가장 높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살인 범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베트남이었고 강도 비중은 러시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외국인범죄 국적별 범죄유형별 분포
2011-2014 합산)국적별 범죄자 수
(단위:건,%)
외국인 범죄 유형을 내국인 범죄와 비교해보면 지능·교통범죄의 발생 비율(내국인 47.5% / 외국인 32.5%)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국적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범죄유형이 있는데 중국, 몽골, 방글라데시의 경우 폭력범죄 비중이 높았고, 러시아의 경우 절도 범죄의 비율이 폭력 못지 않게 높았다. 대만은 지능범죄, 미국은 교통범죄,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는 상대적으로 성범죄 발생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형사정책연구원은 이런 점을 고려해 "국적별 범죄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범죄예방·억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밀집지역은 내·외국인 범죄
모두 많아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 구로구, 영등포구,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시흥시 등 4개 지역에서의 범죄율은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정책연구원이 2012년 발간한 연구보고서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 연구'에 따르면 이들 4개 외국인 밀집지역의 2007~2011년 사이 내국인 전체범죄와 5대 범죄의 검거인원 지수는 전국 평균치보다 대부분 현저하게 높았다.

반면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전체 범죄자 검거 지수는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인(중국동포 포함)이 외국인의 95%를 이상을 차지하는 영등포구와 대규모 공단이 있는 시흥시의 경우 해당 기간에 한번도 전국 평균치를 넘지 못했다. 안산시 단원구는 2008~2009년을 제외하면 전국 평균치 아래를 기록했다.

다만 4개 지역 외국인 5대 범죄(살인·절도·강간·강도·폭력)에선 전국 평균치를 크게 상회한 걸로 나타났다. 특히 구로구의 경우 매년 전체 외국인 평균치의 2배에 달했다. 2008년 이후엔 내국인의 5대 범죄자 검거 지수를 앞질렀다. 시흥시도 2011년에 내국인 수치를 앞질렀다.
밀집지역 외국인 5대 범죄(명)
위 4개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외국인 범죄의 대부분도 폭력과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에는 이런 범죄가 지하철역 주변이나 재래시장, 유흥업소 등이 밀집한 지역 등에서 집중해 반복적으로 발생했는데, 이는 개인적·심리적·우발적 요인에 방범시설 부족 등 범죄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적 요인이 겹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정 집단이 모여 사는 곳에서는 범죄가 더 잦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외국인 밀집지역에서의 외국인 범죄율이 모두 높게 나타난 건 아니지만, 5대 범죄에 한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역 내 5대 범죄율이 높게 나타난 원인에 대해선 위에서 밝힌대로 환경적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대림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방범활동 덕에 범죄율이 줄고 있기도 하다. 대림동을 관할하고 있는 영등포경찰서는 2012년과 지난해(2017년) 치안종합성과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역별로 세부적인 범죄 통계를 공개할 순 없지만, 외국인 밀집지역 내 기획수사 확대나 자율방범대 순찰 등의 영향으로 실제 범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족은 강력범죄의 원흉이다"
→ 대체로 사실 아님.
국내에서 발생하는 전체 범죄자 수에서 외국인 범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 정도다.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중국인(중국동포 포함) 범죄자 수가 외국인 중에서 가장 많은 걸로 집계되지만, 이는 중국인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비교적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인구 10만 명 당 범죄자 검거 건수로 환산해 살펴보면 중국인 범죄자 비중은 전체의 중간 수준으로 떨어진다.

살인 등 흉악 범죄가 가장 많을 것이란 일각의 인식과 달리 중국인 범죄는 폭력이 가장 많았다. 다른 외국인 범죄에서도 폭력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에선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범죄율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범죄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요인으로 추론됐다. 다만 외국인의 5대 범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부분에 대해선 추가 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종합해봤을 때 현재로선`조선족이 강력범죄의 원흉'이라는 식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외국인 범죄 통계상으로 중국인 비중이 중간 정도로, 이 가운데서도 중국동포가 강력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 다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고 추가 분석 내용에 따라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 팩트체크K 판정기준
"외국인 살인 증가율은 주목해야"
`외국인의 범죄율은 낮지만 흉악범죄는 더 많이 저지른다'는 일각의 주장과 인식도 존재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부분은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범죄발생률은 내국인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태지만, 살인 범죄 증가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정책연구원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취합한 외국인범죄 유형별 발생 동향을 근거로 "외국인 10만명당 검거인원 지수가 살인 범죄에서 내국인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도도 내국인에 비해 높게 나타나지만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살인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강도범죄를 제외하고 살인과 강도 모두 내국인보다 외국인의 검거인원 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살인의 경우 2배 이상, 많게는 3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전체 범죄 발생에서 외국인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이 2% 남짓, 그 안에서 살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지만, 검거인원 지수에서 살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세로 집계된 부분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외국인범죄의 인구 10만명당
검거인원지수 비교
오랫동안 외국인 범죄 연구를 진행한 최영신 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외국인 범죄에서 살인이 차지하는 비중과 건수는 매우 적지만 이를 비율로 따져보면 유의미한 차이가 생긴다. 외국인 전체 집단이 내국인에 비해 훨씬 적고 인구 구성이 달라 수치가 부풀려지는 통계적 착시가 있긴 하지만, 이런 현상에 대해선 앞으로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특히 "극단적 상황에 처하게 하거나 차별이나 혐오가 강력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확실한 근거가 생기기 전까지는 외국인 범죄에 대해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