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에 갇힌 선거보도
<앵커 멘트>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 관련 보도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각 정당에서 내놓는 총선용 공약이나, 당내 공천과정을 전하는 방식은 그간의 선거보도 관행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유권자 중심의 정책선거로 도약하기 위해선 우선 언론의 선거보도 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총선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김성주 기자와 진단해봅니다.
<질문> 김기자,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잇따라 각종 정책공약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언론들의 정치보도도 크게 늘고 있는데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나요?
<답변>
네, 총선을 앞둔 각 정당들은 아직 공식 공약집은 내놓지않은 상탭니다.
다만 논의중인 정책들을 일부 발표하고는 있는데요.
언론들은 이런 설익은 정책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재벌 개혁’이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재벌 개혁 공약을 내놓고 있고, 언론은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KBS(1.27) : “한나라당은 '경제 민주화'를 당 정강정책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습니다. 거대 경제세력인 재벌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 경제'를 실현하겠다며 정책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녹취> SBS(1.27) : “현 정부가 폐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 재벌개혁을 선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복지’도 뜨거운 관심사입니다. 새누리당은 ‘평생맞춤형 복지’, 민주통합당은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청년, 일자리, 주거를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2.2) : "한나라당이 4.11 총선 공약으로 현재 평균 9만 원 수준인 병사들의 월급을 40만 원 선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녹취> 동아 (2.6) :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현재 6.2% 수준인 전체 주택 대비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5년간 10~15%로 올리는 주택정책을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문제는 이렇게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공약들 중 상당수는 정당 안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달 29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에서 유종일 위원장은 재벌세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발언에 언론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녹취> KBS(1.29) :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이른바 재벌세 도입. 재벌의 자회사 주식 배당금 등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중과세라는 논란이 일자, 민주통합당은 다음날 ‘재벌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새누리당이 추진중인 것으로 보도된 전월세 가격 상한제도 마찬가집니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가 전세나 월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전월세 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직접 나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란만 일었습니다.
<녹취>국민일보(2.14) : “권 장관은...(중략)...상한제를 시행한다면 전세공급을 지연시키고 이로 인해 서민과 세입자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책공약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한 보도들도 구체적인 분석과 대안제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초중고교 아침 무상급식과 만 5세 이상 아동의 무상교육, 단계적 무상의료 실시 등 사회안전망 강화 공약을 검토하자 언론들은 앞다투어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싸잡아 비판에 나섰습니다.
예산마련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퍼주기 식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중앙(1.30) :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연일 새로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중략)...요즘 정당들이 내놓는 공약을 들여다 보면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거나 추진 과정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큰 것이 많다. 한마디로 표심을 잡겠다는 욕심이 앞서 앞뒤 가리지 않고 설익은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선심성 공약이란 비판만 있을 뿐, 국민들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책은 어떤 것인지 가려내고 예산확보와 실행방안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한 언론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전문가들은 각 정당이 쏟아내는 정책안을 받아 단순히 전달하거나, 선심성 공약으로 싸잡아 비판하는 방식의 보도관행은 결국 정책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공약을 받아 전하는 수동적 방식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 의제를 적극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공론화해 정책 쟁점을 이끌어 가는 능동적인 선거보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광재(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 "정책 선거라고 하는 것은 정치권이 제시하는 그런 정책 위주로 진행된다고 해서 정책선거가 아니고요. 결국은 우리 한국 사회에 같이 더불어 사는 유권자들이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를 아래로부터 발굴해 내서 선거에 임하는 것이 정책선거라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언론들의 반성과 새로운 보도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질문> 최근 정치보도에서 또 많이 눈에 띄는 게 정당의 공천관련 보도인 것 같은데요, 이 공천 보도들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각 정당들이 공천 작업에 들어가면서 최근 들어서 관련 보도들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당내 갈등 위주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심위 구성부터 본격적인 공천 심사에 이르기까지…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당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충돌입니다.
<녹취> MBC(2.3 뉴스데스크) : “민주통합당이 공천심사위원 15명을 확정했지만 당내 반발이 거셉니다. ”
<녹취> SBS(2.3 8시 뉴스) : “새누리당에서도 파열음이 일었습니다. 쇄신파는 물론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까지 “당명 결정이 비민주적이었다”며….”
심지어 출처가 불분명해 그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공천살생부 보도까지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1.27) : “26일부터 의원회관 주변에 떠돈 명단엔 38명의 공천 부적격자와 4명의 '예비 부적격자' 등 총 42명의 현역 의원 이름이 지역별로 실렸다."
이처럼 언론들이 공천과정에서 벌어지는 당내 갈등에 주목하다 보니, 정작 공천 기준이 합리적으로 마련됐는지 후보자들의 자질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차분히 짚어보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언론의 이런 공천갈등 보도는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와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오수길(고려사이버대 행정학 교수) : "공천을 넘어서야 자기주장을 해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얻게 될 텐데요. 언론에서 그 공천 각축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흥밋거리들. 그리고 다른 부차적인 문제들 위주로 이 지면을 채우다보니까 처음에는 흥미롭게 보던 독자들도 나중에는 정치인들 똑같지 뭐, 하는 정치 불신을 더 가중시키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 준비 안 된 선거용 공약, 그리고 당내 공천갈등에 중심을 둔 선거보도가 여전하다는 건데요. 총선을 앞둔 언론의 이런 보도행태,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지난 18대 총선을 앞둔 정치보도에서도 언론은 비슷한 보도 형태를 보였습니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고, 역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지난 2008년에 치러진 18대 총선. 당시에도 여야는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 복지 등 총선용 공약들을 대거 쏟아냈고 언론들은 이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녹취> 문화(08.3.6) : "한나라당은 선대위원장 직속으로 ‘민생경제특위’를 별도로 두고 물가안정과 규제완화,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분야의 공약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녹취> 경향(08.2.29) : "민주당은 18대 총선 메니페스토의 하나로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후불제를 내걸며 총선 정책 경쟁에도 나섰다."
또, 당시 한나라당에선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으로 격렬한 공천 갈등이 빚어지면서 관련 보도들이 연일 쏟아졌고, 민주당의 공천기준 마련을 둘러싼 갈등도 언론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녹취> SBS(08.2.1 8시 뉴스) : "공천 갈등과 관련해서 당무거부에 들어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오늘(1일) 새벽 전격 기자회견을 갖고 이방호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MBC(08.3.4 뉴스데스크) : “민주당이 공천 문제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비리 전력이 있으면 무조건 안 된다는 공천 기준 때문인데….”
이렇게 공천 다툼이 심화 되면서 총선 준비 일정은 한 달 넘게 늦어졌고,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공약 마련도 부실해졌습니다.
<녹취> 서울신문(08. 3.19) : “이번엔 선거를 20여일 앞두고도 당내에서조차 후보자가 어떻게 정리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당연히 정책은 뒷전이 됐다. ”
일부 언론은 검증보다는 받아쓰기와 충돌에만 집중한 언론들의 보도태도가 이런 결과를 불렀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향(08.3.24/24면) : "공천-낙천 희비극과 거물들의 정치놀이를 보도하고 구경하느라 우리는 토론이나 민의 반영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돌아봐야 합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나 19대 총선을 앞둔 지금 언론들은 다시 각 정당의 비대위 구성과 총선용 정책발표, 그리고 공천갈등으로 이어지는 이벤트 중심의 보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종길(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 “우리 언론들이 정책보도를 한다, 라고 늘 주장을 합니다. 지금도 정책보도를 할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불행히도 선거 때마다 우리 언론들의 선거보도를 통계해보면 정책보도보다는 오히려 가십성이벤트 중심, 그리고 갈등. 언론이 정책보도를 해주지 않을 땐 유권자들이 여전히 이미지, 또는 단순히 자기가 지지한다는 성향 중심의 투표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어제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18대 국회가 마무리됐는데 총선을 앞둔 지금 이 시점에서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지난 국회 활동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평가가 아닐까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검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지난 국회에 대한 냉정한 평가일 겁니다.
유권자들은 언론들이 이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는 지난 달, 18대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률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선 공약 중 이행이 완료된 경우는 35%에 그쳤습니다.
조사는 지역구 국회의원 241명 중 공약이행정보를 제출한 국회의원 19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상당수 의원들은 아예 공약이행 정보조차 제출하지 않았지만 이에 주목한 언론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광재(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 “공약을 내고 있는 정당들조차 지난 18대에 자기들이 제시했던 총선 공약 이행 정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정보 공개하게 해서 평가하고 분석하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이런 언론들의 태도가 우리 사회를 좀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미디어비평 팀이 지난 3주 동안의 5대 일간지와 지상파 3사의 정치관련 보도를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각 정당의 총선용 공약에 대한 보도는 99건에 달했고 공천갈등도 76건으로 보도량이 많았던 반면 18대 국회에 대한 평가보도는 2건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국회 활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선거철마다 검증되지 않는 정책과 공약 보도가 쏟아지는 악순환은 결국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을 흐려 정책선거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정희(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대개 유권자들은 이제 지난 공공정책들에 대한 상당히 세밀한 그런 관찰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한 기준을 마련해 주고 과거에 어떠한 공약과 정책들이 이루어지고 또 이루지 못 했는가 하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려는 노력도 해야 되겠지만 그것을 정말 도와주어야 할 것은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런 공약이나 정책 이런 것에 대한 이행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임했을 땐 상당히 감성적인, 새로운 바람에 의한 투표를 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고 정말 정책선거, 정책의 중심을 둔 정당 활동 이런 것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은 이번엔 정말 새로운 국회를 만들겠다며 이런저런 정책들을 쏟아내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지부지 되기 일쑵니다.
이제 국민들도 그런 사실을 너무 잘알기 때문에 정치권의 공약을 빌 공자가 들어간 공약 이른바 공허한 메아리 정도로 여기기까지 합니다.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우리 언론이 정치권의 일회성 정책발표나 공천싸움에 관심을 집중하기보다는, 국민들이 지금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또 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정책방향은 어떤 것인지를 가려내 선거 의제로 공론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 관련 보도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각 정당에서 내놓는 총선용 공약이나, 당내 공천과정을 전하는 방식은 그간의 선거보도 관행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 때문에 유권자 중심의 정책선거로 도약하기 위해선 우선 언론의 선거보도 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총선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김성주 기자와 진단해봅니다.
<질문> 김기자,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잇따라 각종 정책공약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언론들의 정치보도도 크게 늘고 있는데 어떤 양상을 보이고 있나요?
<답변>
네, 총선을 앞둔 각 정당들은 아직 공식 공약집은 내놓지않은 상탭니다.
다만 논의중인 정책들을 일부 발표하고는 있는데요.
언론들은 이런 설익은 정책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재벌 개혁’이 정치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재벌 개혁 공약을 내놓고 있고, 언론은 관련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KBS(1.27) : “한나라당은 '경제 민주화'를 당 정강정책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습니다. 거대 경제세력인 재벌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 경제'를 실현하겠다며 정책 과제도 제시했습니다."
<녹취> SBS(1.27) : “현 정부가 폐지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 재벌개혁을 선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복지’도 뜨거운 관심사입니다. 새누리당은 ‘평생맞춤형 복지’, 민주통합당은 ‘보편적 복지’를 내세워 청년, 일자리, 주거를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2.2) : "한나라당이 4.11 총선 공약으로 현재 평균 9만 원 수준인 병사들의 월급을 40만 원 선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녹취> 동아 (2.6) :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현재 6.2% 수준인 전체 주택 대비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을 5년간 10~15%로 올리는 주택정책을 추진하겠다” 고 밝혔다."
문제는 이렇게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공약들 중 상당수는 정당 안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달 29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에서 유종일 위원장은 재벌세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정에 없던 깜짝 발언에 언론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녹취> KBS(1.29) :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이른바 재벌세 도입. 재벌의 자회사 주식 배당금 등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게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중과세라는 논란이 일자, 민주통합당은 다음날 ‘재벌세’라는 새로운 세금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새누리당이 추진중인 것으로 보도된 전월세 가격 상한제도 마찬가집니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 12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가 전세나 월세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전월세 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직접 나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해 논란만 일었습니다.
<녹취>국민일보(2.14) : “권 장관은...(중략)...상한제를 시행한다면 전세공급을 지연시키고 이로 인해 서민과 세입자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책공약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접근한 보도들도 구체적인 분석과 대안제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초중고교 아침 무상급식과 만 5세 이상 아동의 무상교육, 단계적 무상의료 실시 등 사회안전망 강화 공약을 검토하자 언론들은 앞다투어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싸잡아 비판에 나섰습니다.
예산마련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퍼주기 식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중앙(1.30) :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연일 새로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중략)...요즘 정당들이 내놓는 공약을 들여다 보면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거나 추진 과정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큰 것이 많다. 한마디로 표심을 잡겠다는 욕심이 앞서 앞뒤 가리지 않고 설익은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선심성 공약이란 비판만 있을 뿐, 국민들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책은 어떤 것인지 가려내고 예산확보와 실행방안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한 언론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전문가들은 각 정당이 쏟아내는 정책안을 받아 단순히 전달하거나, 선심성 공약으로 싸잡아 비판하는 방식의 보도관행은 결국 정책공약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공약을 받아 전하는 수동적 방식보다는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 의제를 적극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공론화해 정책 쟁점을 이끌어 가는 능동적인 선거보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광재(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 "정책 선거라고 하는 것은 정치권이 제시하는 그런 정책 위주로 진행된다고 해서 정책선거가 아니고요. 결국은 우리 한국 사회에 같이 더불어 사는 유권자들이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를 아래로부터 발굴해 내서 선거에 임하는 것이 정책선거라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언론들의 반성과 새로운 보도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질문> 최근 정치보도에서 또 많이 눈에 띄는 게 정당의 공천관련 보도인 것 같은데요, 이 공천 보도들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각 정당들이 공천 작업에 들어가면서 최근 들어서 관련 보도들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당내 갈등 위주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심위 구성부터 본격적인 공천 심사에 이르기까지…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당내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충돌입니다.
<녹취> MBC(2.3 뉴스데스크) : “민주통합당이 공천심사위원 15명을 확정했지만 당내 반발이 거셉니다. ”
<녹취> SBS(2.3 8시 뉴스) : “새누리당에서도 파열음이 일었습니다. 쇄신파는 물론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까지 “당명 결정이 비민주적이었다”며….”
심지어 출처가 불분명해 그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공천살생부 보도까지 잇따르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1.27) : “26일부터 의원회관 주변에 떠돈 명단엔 38명의 공천 부적격자와 4명의 '예비 부적격자' 등 총 42명의 현역 의원 이름이 지역별로 실렸다."
이처럼 언론들이 공천과정에서 벌어지는 당내 갈등에 주목하다 보니, 정작 공천 기준이 합리적으로 마련됐는지 후보자들의 자질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차분히 짚어보는 보도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언론의 이런 공천갈등 보도는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와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오수길(고려사이버대 행정학 교수) : "공천을 넘어서야 자기주장을 해서 자기 생각을 가지고 유권자들의 판단을 얻게 될 텐데요. 언론에서 그 공천 각축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흥밋거리들. 그리고 다른 부차적인 문제들 위주로 이 지면을 채우다보니까 처음에는 흥미롭게 보던 독자들도 나중에는 정치인들 똑같지 뭐, 하는 정치 불신을 더 가중시키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질문> 준비 안 된 선거용 공약, 그리고 당내 공천갈등에 중심을 둔 선거보도가 여전하다는 건데요. 총선을 앞둔 언론의 이런 보도행태,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죠?
<답변>
네, 그렇습니다.
지난 18대 총선을 앞둔 정치보도에서도 언론은 비슷한 보도 형태를 보였습니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고, 역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지난 2008년에 치러진 18대 총선. 당시에도 여야는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 복지 등 총선용 공약들을 대거 쏟아냈고 언론들은 이를 단순히 전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녹취> 문화(08.3.6) : "한나라당은 선대위원장 직속으로 ‘민생경제특위’를 별도로 두고 물가안정과 규제완화,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분야의 공약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다."
<녹취> 경향(08.2.29) : "민주당은 18대 총선 메니페스토의 하나로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후불제를 내걸며 총선 정책 경쟁에도 나섰다."
또, 당시 한나라당에선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으로 격렬한 공천 갈등이 빚어지면서 관련 보도들이 연일 쏟아졌고, 민주당의 공천기준 마련을 둘러싼 갈등도 언론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녹취> SBS(08.2.1 8시 뉴스) : "공천 갈등과 관련해서 당무거부에 들어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오늘(1일) 새벽 전격 기자회견을 갖고 이방호 사무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녹취> MBC(08.3.4 뉴스데스크) : “민주당이 공천 문제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비리 전력이 있으면 무조건 안 된다는 공천 기준 때문인데….”
이렇게 공천 다툼이 심화 되면서 총선 준비 일정은 한 달 넘게 늦어졌고,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공약 마련도 부실해졌습니다.
<녹취> 서울신문(08. 3.19) : “이번엔 선거를 20여일 앞두고도 당내에서조차 후보자가 어떻게 정리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당연히 정책은 뒷전이 됐다. ”
일부 언론은 검증보다는 받아쓰기와 충돌에만 집중한 언론들의 보도태도가 이런 결과를 불렀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경향(08.3.24/24면) : "공천-낙천 희비극과 거물들의 정치놀이를 보도하고 구경하느라 우리는 토론이나 민의 반영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돌아봐야 합니다."
하지만 4년이 지나 19대 총선을 앞둔 지금 언론들은 다시 각 정당의 비대위 구성과 총선용 정책발표, 그리고 공천갈등으로 이어지는 이벤트 중심의 보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종길(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 “우리 언론들이 정책보도를 한다, 라고 늘 주장을 합니다. 지금도 정책보도를 할 것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불행히도 선거 때마다 우리 언론들의 선거보도를 통계해보면 정책보도보다는 오히려 가십성이벤트 중심, 그리고 갈등. 언론이 정책보도를 해주지 않을 땐 유권자들이 여전히 이미지, 또는 단순히 자기가 지지한다는 성향 중심의 투표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 어제 본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18대 국회가 마무리됐는데 총선을 앞둔 지금 이 시점에서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지난 국회 활동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평가가 아닐까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검증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지난 국회에 대한 냉정한 평가일 겁니다.
유권자들은 언론들이 이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는 지난 달, 18대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률을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선 공약 중 이행이 완료된 경우는 35%에 그쳤습니다.
조사는 지역구 국회의원 241명 중 공약이행정보를 제출한 국회의원 19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상당수 의원들은 아예 공약이행 정보조차 제출하지 않았지만 이에 주목한 언론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광재(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 “공약을 내고 있는 정당들조차 지난 18대에 자기들이 제시했던 총선 공약 이행 정보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을 정보 공개하게 해서 평가하고 분석하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이런 언론들의 태도가 우리 사회를 좀 더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미디어비평 팀이 지난 3주 동안의 5대 일간지와 지상파 3사의 정치관련 보도를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각 정당의 총선용 공약에 대한 보도는 99건에 달했고 공천갈등도 76건으로 보도량이 많았던 반면 18대 국회에 대한 평가보도는 2건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국회 활동에 대한 냉정한 평가 없이 선거철마다 검증되지 않는 정책과 공약 보도가 쏟아지는 악순환은 결국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을 흐려 정책선거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이정희(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대개 유권자들은 이제 지난 공공정책들에 대한 상당히 세밀한 그런 관찰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한 기준을 마련해 주고 과거에 어떠한 공약과 정책들이 이루어지고 또 이루지 못 했는가 하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려는 노력도 해야 되겠지만 그것을 정말 도와주어야 할 것은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런 공약이나 정책 이런 것에 대한 이행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임했을 땐 상당히 감성적인, 새로운 바람에 의한 투표를 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고 정말 정책선거, 정책의 중심을 둔 정당 활동 이런 것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권은 이번엔 정말 새로운 국회를 만들겠다며 이런저런 정책들을 쏟아내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흐지부지 되기 일쑵니다.
이제 국민들도 그런 사실을 너무 잘알기 때문에 정치권의 공약을 빌 공자가 들어간 공약 이른바 공허한 메아리 정도로 여기기까지 합니다.
총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우리 언론이 정치권의 일회성 정책발표나 공천싸움에 관심을 집중하기보다는, 국민들이 지금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또 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정책방향은 어떤 것인지를 가려내 선거 의제로 공론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입력시간 2012.02.18 (08:27) 김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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