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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갇힌 마추픽추를 가다!

<리포트>

지난주 고대 잉카문명의 보고인 페루 마추픽추 일대에 폭우가 내려 철도와 도로, 건물들이 파괴되고 관광객도 수천명이 고립됐다가 구출된 일이 있었죠?

네.. 그런데 현대인이 만든 시설물은 크게 파괴됐지만 수천년 전에 세워진 마추픽추 유적은 끄떡없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합니다.

백진원 특파원이 마추픽추 폭우 현장을 찾았습니다.

<리포트>

두두두두! 헬기에서 내리고.. 취재진을 태운 헬리콥터가 폭우로 고립된 '마추픽추'에 내립니다. 흙탕물이 넘치는 '우루밤바' 강변의 헬기 이착륙장에는 하루 종일 주민과 경찰이 헬기를 기다립니다. 혹시나 올지도 모를 구호품을 받거나 외부로 사람들을 내보내기 위해섭니다.

<인터뷰>모니카(마추픽추 주민) : “강이 넘쳐 심각했죠. 집도 많이 무너지고 우리는 너무 무서워서 빠져나왔습니다.”

<인터뷰>루이스(페루 군경 대령) : “주민 6천명 가운데 6백 명이 이곳을 빠져나갈 겁니다. 나머지는 헬기가 전해주는 식품으로 견뎌야 합니다.”

범람했던 우루밤바 강을 따라 기찻길이 나란히 지나갑니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우루밤바강이 넘치자 지반이 무너져 기찻길이 엿가락처럼 휘었습니다. 이 때문에 마추픽추를 오가는 관광객은 물론 물자의 수송이 끊겼습니다.

마추픽추로 이르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바로 기차이기 때문에, 철도 선로의 붕괴는 모든 것과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인터뷰>아비엘(마추픽추 주민) : “정말 길이 엉망이에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떤 곳은 3km나 길이 없어졌어요.”

거센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강변의 지반이 무너지면서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건물들... 도로가 무너져 강변의 벤치와 가로수는 섬처럼 강 한가운데 떠있습니다. 그런데 차가 다녀야할 길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불을 피우고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구호품을 모아 단체 급식을 하는 겁니다.

<인터뷰>마르따(마추픽추 주민) : “수프를 만들고 있는데 소고기도 닭고기도 없고 야채밖에 없습니다. 국수를 넣은 야채수프가 우리가 가진 전부입니다.”

연료마저 떨어지자 마을 주민들은 강물에 휩쓸려온 나무들을 모아 땔감을 마련합니다.

<인터뷰>다니엘(마추픽추 주민) : “이 나무를 말려서 밥을 지어야죠. 우린 여기에 4~5개월 갇힐 건데 가스가 없거든요”

이번 폭우로 길이 끊기자 마추픽추 기차역이 있는 '아구아 칼리엔테스'라는 마을은 유령의 도시처럼 변했습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식당과 호텔, 공예품 판매로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기 때문입니다.

호텔 걸어 들어가고.. 이곳에서 30년째 호텔을 운영해온 마가리따씨는 요즘 일손을 놓았습니다. 손님이 아예 없자 호텔방의 침대는 세워 놓고 집기는 모두 거둬들였습니다. 가스마저 끊어지자 음식 마련도 힘들어져, 직원까지 모두 내보냈습니다.

<인터뷰>마가리따(호텔 주인) : “관광객이 없으면 주민 모두가 직업을 잃게 될 것입니다. 아무도 일을 못하게 되겠죠.”

아구아 칼리엔테스에서 마추픽추 정상까지 오르는 지그재그 고갯길도 무너졌습니다. 주민들이 안간힘을 다해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언제 길이 뚫릴지 기약하기 힘듭니다.

고대 잉카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채 깊은 산속 절벽 위에 숨어있는 공중 도시, 마추픽추! 잉카인들이 떠나고 1911년 한 역사학자가 발견한 이후, 한 번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맞추픽추가 적막 속에 잠겨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곳으로 오르는 기찻길은 끊기고 주변지역은 황폐해졌지만 정작 고대 잉카문명의 보고인 이곳 마추픽추는 건재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기를 맞아 맞추픽추엔 수시로 비가 쏟아집니다. 그렇지만 2,700 미터 산 정상에 거대한 돌덩어리를 깎아 정교하게 쌓아올린 잉카의 건축물은 폭우에도 끄떡없습니다.

<인터뷰>로시오(국립문화원 직원) : “보시다시피 잉카의 마추픽추는 완벽합니다. 훼손된 곳도 전혀 없고 어디를 보더라도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마추픽추의 관문이자 잉카문명의 중심지인 '쿠스코'! 13세기 잉카의 초대 황제가 세운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는 최고의 신인 태양신에게 해마다 제물을 바치고 풍년을 기원하던 장소로, 온통 황금으로 덮여있던 곳입니다. 그러나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금을 약탈하고 건물을 부순 뒤 잉카의 기단위에 '산토 도밍고' 교회를 지었습니다. 지난 1950년과 1650년 두차례의 대지진 당시 윗부분의 교회는 무너져 피해가 컸지만 잉카시대에 지어진 기단은 견고함을 유지했습니다. 잉카인들의 건축기술이 우수함을 증명한 셈입니다. 무게가 160톤까지 나가는 거대한 화강암들은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졌습니다. 또 수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폭우가 쏟아져도 훼손되지 않는다고 안내원은 말합니다.

<인터뷰>지미(관광안내원) : “잉카유적은 아주 온전합니다. 우기에도 어떤 것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돼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잉카유적이 온전한 것만은 아닙니다. 잉카 이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소금을 생산하고 있는 계곡 속 염전, '살리네라스'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 염전은 산비탈에 흙과 돌을 쌓아 만든 소금밭으로 암염에서 흘러나온 물을 가둬 소금을 생산합니다. 가로, 세로 2~3 미터 크기의 염전이 계곡을 따라 약 400개나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곳 소금 염전은 피해가 컸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면서 보시다시피 대부분의 염전엔 물이 차고 상당수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염전마다 주인이 있고, 한 번 물을 가둬 말릴 때마다 50kg짜리 소금 2자루씩을 생산하는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왔습니다.

<인터뷰>메르세데스(살레나스 염전 주민) : “비가 많이 내려 물이 너무 많이 흘러서 지금 염전이 넘치거나 부서져 버렸어요.”

이른바 '신성한 계곡'을 따라 우루밤바 강이 흐르는 지역엔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집들은 폭삭 무너지거나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진흙 뻘 위에 솟아있는 세면대를 보고서야 집터를 분간할 수 있습니다. 망연자실!, 집 주인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터뷰>마리오(이재민) : “정말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어요.물이 넘치더니 이 곳을 덮쳤어요. 모든 물건이 땅에 묻혀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집과 가축을 잃은 이재민들은 기찻길 옆에 텐트를 치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노숙자 신세가 됐습니다.

<인터뷰>에울로히아(이재민) : “우리집은 떠내려갔어요. 정말 아무 것도 없어요. 어떻게 먹고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관광객들이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페루는 올해 약 4억 달러의 손해를 입어 GDP가 0.6%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관광 수입이 줄어들 경우 17만 5천 명 분의 일자리도 사라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인터뷰>페레즈(페루 통상관광장관) : “관광지는 아무 피해가 없습니다. 마추픽추와 연결하는 길이 뚫려서 관광객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습니다.”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자 페루 정부는 이들을 위해 구호물자를 보내거나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다행히 고대 잉카유적은 훼손되지 않은 채 세계문화유산으로 남게 됐지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기약하기 어려운 내일을 기다리며 마추픽추를 떠나고 있습니다.

입력시간 2010.02.07 (11:06)  최종수정 2010.02.07 (11:41)   백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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