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노숙 청소년 범죄에 무방비 노출

입력 2007.05.2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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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원의 한 남자 고등학교에서 소녀 시신이 발견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신원파악이 되지 않아 경찰이 무연고 화장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소녀는 역에서 만난 노숙자들이 돈을 훔쳐갔다는 이유로 끌고 가 집단 폭행을 당해 숨졌습니다.

구경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사망한 피해자의 신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모양이죠?

<리포트>

경찰은 피해자의 지문이 확인되지 않아, 주민등록이 안 된 미성년자이며, 가출한 청소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붙잡힌 피의자들은 어처구니없게도 단돈 2만원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요.

숨진 소녀처럼 날씨가 풀리면서 가출 청소년들이 노숙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가출 청소년들을 만나봤습니다.

지난 14일 새벽 5시 반쯤 수원의 한 남자고등학교 건물 앞에서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육00 (발견자) : “학교 주변 순찰을 돌다가 시신을 발견한 거야. 내가 혹시나 싶어서 발로 한번 건드려 봤어요.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더라고요.”

사건 다음날 경찰은 수원역 부근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29살 정 모씨 등 2명을 붙잡았습니다.

이들은 노숙을 하며 알고 지내는 가출청소년의 돈 2만원이 사라지자, 피해자가 훔쳐간 것으로 생각해 학교로 끌고 가 40여분동안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것입니다.

<인터뷰> 박00 (음성변조, 피의자) : “2만원이 없어졌다고 청소년들이 (다른) 여자를 의심한 거죠. 처음에는 (피해자) 얼굴과 옷이 똑같으니까 (훔친 게) 저 여자구나 혼자 생각을 했어요.”

경찰 조사결과 숨진 피해자는 노숙하는 청소년들의 돈을 훔친 이와 비슷한 옷을 입어 누명을 썼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노숙자 정 씨는 숨진 피해자가 계속 거짓말을 한다며 폭행했습니다.

<인터뷰> 정00 (음성변조, 피의자) : “자꾸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져갔으면 가져갔다고 얘기하라고 했는데, (피해자가) 자기는 돈을 안 가져갔다고 계속 그러니까 저도 모르게 때린 거죠.”

피해자의 유일한 소지품인 검정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던 여벌의 겉옷과 속옷입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피해자가 적어도 1주일이상 노숙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미성년자인 듯 지문도 등록되지 않아 아직 정확한 신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규호 경사 (수원 남부경찰서) : “피해자 인상착의나 옷차림 그리고 주변에 옷이 떨어져 있고, 안경이 떨어져 있는 걸로 봐서 노숙자로 판명이 (되고), 가출 청소년, 가출인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데...”

취재진은 가출청소년들이 많이 모인다는 경기도의 한 기차역을 찾았습니다.

새벽 2시를 훌쩍 넘긴 시간, 대합실의 의자는 물론 구석진 곳이라면 주차장까지 노숙자들 차지입니다.

새벽시간이었지만, 10대 청소년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가출청소년 (음성변조) : “솔직히 부모님하고 사이도 안 좋고, 학교에서도 안 좋아서 (나왔으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 취재할 건 없는데요.”

노숙자들과 가출청소년들은 서로 안면을 트고 지내고, 심지어 애인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편의점 직원 : “(가출청소년들은) 담배 같은 경우 나이 많은 노숙자한테 얻어 피우고 그래요. (담배를) 대신 사다주고 그래요. 아저씨가.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들끼리 서로 사귀었다가 헤어지고 하고 그래요.”

집을 나온 18살 최 모군은 주로 역에서 밤을 지새운다고 합니다. 이 시간에 달리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지금 여자 친구는 잠깐 어디 갔고요, (둘이 여기서 자요?) 아마 날 밝기 전까진 여기 있을 것 같은데...”

최 군처럼 역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2,30여명의 가출 청소년들은 보통 3,4년 이상 집을 떠나 생활하고 있습니다. 같은 처지이다 보니 남녀 청소년들이 함께 어울려 노숙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최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대충 아는 아이들만 열 명이 좀 넘고, 저 빼고는 다 오래 됐던데, 집 나온 지. 연도로 끊어요, 3년, 4년 이렇게 되니까.”

거리에서 생활하다보니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여자아이들을 유혹하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폭력 같은 거 (여기) 나와 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괜히 시비 붙어서 (싸우고) 해요. (여자들은) 아저씨들이 괜히 와서 술 사준다고 하고 여관 데려가는 거죠.”

이들 가운데는 보호관찰중인 청소년도 있습니다. 17살 이 모양은 경찰서에 들락날락 거린 것만 5번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그냥 나쁜 짓도 하고, 차량 털이요. 셀 수 없이 많이 했어요. 가위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이번에는 정신 차리고 보호관찰 받고 있어요.”

특히 가출한 여자 청소년들은 성매매의 유혹에도 쉽게 빠져듭니다.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인데, 그렇게 한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그만두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이 주변에 남자들도 많은데 아이들 말 들어보면 다 접근한다고 하던데요. 미성년자 따지겠어요? 그래서 돈을 10만원 준다면 받고... 돈 때문에...”

이양처럼 거리에서 노숙을 경험했던 10대 소녀들을 만나봤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잘 곳도 마땅치 않았던 이들에게 노숙 생활은 어땠을까요?

이들은 결국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점점 범죄의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00 (음성변조, 가출 청소년) : “돈 찾으러 많이 다녔죠. 갈취하러 많이 다닌 것 같아요. 갈취할 때는 우선 강해보여야 되잖아요. 목소리 깔고, ‘얼마 있냐?’ 하면서......구걸할 때는 어른들한테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하면서 (돈 구하고)......”

돈이 생기면 찜질방 같은 곳에서 자고, 돈이 없으면 노숙을 반복했지만, 김양은 당시 그런 생활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몰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00 (음성변조, 가출 청소년) : “그때는 (위험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친구들도 많았고, 돈 없으면 갈취하면 되고, 돈 생기면 술 마시고, 찜질방 가서 잠자고...”

18살 강 모양도 노숙생활을 하다 큰일을 당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갈 곳 없어 거리 에서 보낸 시간은 기억하기도 싫을 정도로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뷰> 강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공원에서) 어떤 아저씨가 와서 집 나왔냐고 하면서 (말거니까) 그래서 집 나왔다고 했는데, (아저씨가) 돈 빌려주면 그거(성관계) 하자는 식으로 말하거든요. 무서웠어요.”

집을 나와 거리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10만 여명이나 됩니다. 이들 가운데는 몇 년씩 장기 노숙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특히 10대 소녀 노숙자들의 경우 성매매와 폭력에 방치되다 시피 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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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5-21 08: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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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수원의 한 남자 고등학교에서 소녀 시신이 발견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신원파악이 되지 않아 경찰이 무연고 화장처리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소녀는 역에서 만난 노숙자들이 돈을 훔쳐갔다는 이유로 끌고 가 집단 폭행을 당해 숨졌습니다. 구경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사망한 피해자의 신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모양이죠? <리포트> 경찰은 피해자의 지문이 확인되지 않아, 주민등록이 안 된 미성년자이며, 가출한 청소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붙잡힌 피의자들은 어처구니없게도 단돈 2만원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는데요. 숨진 소녀처럼 날씨가 풀리면서 가출 청소년들이 노숙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가출 청소년들을 만나봤습니다. 지난 14일 새벽 5시 반쯤 수원의 한 남자고등학교 건물 앞에서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터뷰> 육00 (발견자) : “학교 주변 순찰을 돌다가 시신을 발견한 거야. 내가 혹시나 싶어서 발로 한번 건드려 봤어요.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더라고요.” 사건 다음날 경찰은 수원역 부근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29살 정 모씨 등 2명을 붙잡았습니다. 이들은 노숙을 하며 알고 지내는 가출청소년의 돈 2만원이 사라지자, 피해자가 훔쳐간 것으로 생각해 학교로 끌고 가 40여분동안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것입니다. <인터뷰> 박00 (음성변조, 피의자) : “2만원이 없어졌다고 청소년들이 (다른) 여자를 의심한 거죠. 처음에는 (피해자) 얼굴과 옷이 똑같으니까 (훔친 게) 저 여자구나 혼자 생각을 했어요.” 경찰 조사결과 숨진 피해자는 노숙하는 청소년들의 돈을 훔친 이와 비슷한 옷을 입어 누명을 썼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노숙자 정 씨는 숨진 피해자가 계속 거짓말을 한다며 폭행했습니다. <인터뷰> 정00 (음성변조, 피의자) : “자꾸 거짓말하지 말라고 가져갔으면 가져갔다고 얘기하라고 했는데, (피해자가) 자기는 돈을 안 가져갔다고 계속 그러니까 저도 모르게 때린 거죠.” 피해자의 유일한 소지품인 검정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던 여벌의 겉옷과 속옷입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피해자가 적어도 1주일이상 노숙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미성년자인 듯 지문도 등록되지 않아 아직 정확한 신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염규호 경사 (수원 남부경찰서) : “피해자 인상착의나 옷차림 그리고 주변에 옷이 떨어져 있고, 안경이 떨어져 있는 걸로 봐서 노숙자로 판명이 (되고), 가출 청소년, 가출인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데...” 취재진은 가출청소년들이 많이 모인다는 경기도의 한 기차역을 찾았습니다. 새벽 2시를 훌쩍 넘긴 시간, 대합실의 의자는 물론 구석진 곳이라면 주차장까지 노숙자들 차지입니다. 새벽시간이었지만, 10대 청소년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가출청소년 (음성변조) : “솔직히 부모님하고 사이도 안 좋고, 학교에서도 안 좋아서 (나왔으니까) 그런 거에 대해서 취재할 건 없는데요.” 노숙자들과 가출청소년들은 서로 안면을 트고 지내고, 심지어 애인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편의점 직원 : “(가출청소년들은) 담배 같은 경우 나이 많은 노숙자한테 얻어 피우고 그래요. (담배를) 대신 사다주고 그래요. 아저씨가.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기들끼리 서로 사귀었다가 헤어지고 하고 그래요.” 집을 나온 18살 최 모군은 주로 역에서 밤을 지새운다고 합니다. 이 시간에 달리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최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지금 여자 친구는 잠깐 어디 갔고요, (둘이 여기서 자요?) 아마 날 밝기 전까진 여기 있을 것 같은데...” 최 군처럼 역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2,30여명의 가출 청소년들은 보통 3,4년 이상 집을 떠나 생활하고 있습니다. 같은 처지이다 보니 남녀 청소년들이 함께 어울려 노숙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최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대충 아는 아이들만 열 명이 좀 넘고, 저 빼고는 다 오래 됐던데, 집 나온 지. 연도로 끊어요, 3년, 4년 이렇게 되니까.” 거리에서 생활하다보니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기도 하고, 노골적으로 여자아이들을 유혹하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인터뷰> 최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폭력 같은 거 (여기) 나와 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보니까 괜히 시비 붙어서 (싸우고) 해요. (여자들은) 아저씨들이 괜히 와서 술 사준다고 하고 여관 데려가는 거죠.” 이들 가운데는 보호관찰중인 청소년도 있습니다. 17살 이 모양은 경찰서에 들락날락 거린 것만 5번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그냥 나쁜 짓도 하고, 차량 털이요. 셀 수 없이 많이 했어요. 가위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이번에는 정신 차리고 보호관찰 받고 있어요.” 특히 가출한 여자 청소년들은 성매매의 유혹에도 쉽게 빠져듭니다. 한 번에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인데, 그렇게 한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그만두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이 주변에 남자들도 많은데 아이들 말 들어보면 다 접근한다고 하던데요. 미성년자 따지겠어요? 그래서 돈을 10만원 준다면 받고... 돈 때문에...” 이양처럼 거리에서 노숙을 경험했던 10대 소녀들을 만나봤습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잘 곳도 마땅치 않았던 이들에게 노숙 생활은 어땠을까요? 이들은 결국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점점 범죄의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00 (음성변조, 가출 청소년) : “돈 찾으러 많이 다녔죠. 갈취하러 많이 다닌 것 같아요. 갈취할 때는 우선 강해보여야 되잖아요. 목소리 깔고, ‘얼마 있냐?’ 하면서......구걸할 때는 어른들한테 ‘차비가 없어서 그러는데...’하면서 (돈 구하고)......” 돈이 생기면 찜질방 같은 곳에서 자고, 돈이 없으면 노숙을 반복했지만, 김양은 당시 그런 생활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몰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00 (음성변조, 가출 청소년) : “그때는 (위험을)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친구들도 많았고, 돈 없으면 갈취하면 되고, 돈 생기면 술 마시고, 찜질방 가서 잠자고...” 18살 강 모양도 노숙생활을 하다 큰일을 당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합니다. 갈 곳 없어 거리 에서 보낸 시간은 기억하기도 싫을 정도로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인터뷰> 강00 (음성변조, 가출청소년) : “(공원에서) 어떤 아저씨가 와서 집 나왔냐고 하면서 (말거니까) 그래서 집 나왔다고 했는데, (아저씨가) 돈 빌려주면 그거(성관계) 하자는 식으로 말하거든요. 무서웠어요.” 집을 나와 거리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은 10만 여명이나 됩니다. 이들 가운데는 몇 년씩 장기 노숙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특히 10대 소녀 노숙자들의 경우 성매매와 폭력에 방치되다 시피 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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