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포트] 사라진 현종 ‘어보’ 미국서 찾았다

입력 2013.05.28 (21:15) 수정 2013.05.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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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면에 나오는 도장은 어보라는 왕실 도장입니다.

행정용 도장인 국새와 달리, 왕과 왕비가 승하하거나, 세자책봉 같은 중요한 순간에 예물로 바치는 의례용 도장입니다.

금으로 만들면 금보, 옥으로 만들면 옥보라고 합니다.

손잡이는 주로 거북이나 용 모양이고, 바닥엔 왕의 공덕을 새깁니다.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게 바로 명장이 똑같이 만든 어보인데요.

아주 묵직합니다.

정부는 이 어보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셀때는 과라고 하는데요.

현재 기록으로 확인된 어보는 모두 3백 75과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50과를 6.25 전쟁때 분실했습니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KBS 취재진이 이 사라진 어보들 가운데 하나를 미국에서 찾아냈습니다.

최초로 확인한 도난 어보, 탐사보도팀 김민철 기자가 발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LA에 사는 고미술품 수집가 로버트 무어씨, LA 박물관에 한국 유물 250여점을 50억원에 판 것으로 알려진 큰 손입니다.

무어씨 집에서 찾아낸 어보 하나.

<인터뷰> 로버트 무어(고미술품 수집가) : "코네티컷에서 샀어요. 약10년, 15년전에 밸런 갤러리란 회사에서 샀어요."

왕세자지인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조선 왕들은 세자 책봉 때 모두 '왕세자인' 넉 자를 새겼지만, 제18대 현종만 '왕세자지인’5자를 새겼습니다.

조각 양식도 현종 전후 시기의 것들과 유사하고,‘인수’라 불리는 끈의 상태도 진품임을 확인시켜 줍니다.

<인터뷰> 서준(인수) : "(끈)를 저렇게까지 가짜로 만들어서 다시 매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무어 씨는 앞서 지난 2천년 문정왕후 어보를 LA 박물관에 팔기도 했습니다.

이들 어보는 대부분 6.25 전쟁 와중에 미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언론들은 전쟁 직후 조선의 어보가 약탈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우리 대사관 측도 미국 측에 어보를 찾는 것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어보 외에 최초의 지폐인 호조태환권 원판과 황실 양탄자 등도 6.25 전쟁 때 미국으로 흘러 들었습니다.

<인터뷰> 혜문 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 "한국문화재들이 미군범죄에 의해서 파괴됐다라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분명히 문제제기할 시점이 됐다."

이 곳 미국에 소재한 한국 문화재의 숫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파악한 것만 4만점에 이릅니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일본과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20개 나라에 우리 문화재 약 15만점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많은 국외 문화재를 되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조성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설법하는 광경을 담은 '석가영산회도',

임진왜란 직전인 1592년 1월에 그려진 것으로 예술성과 학술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인터뷰> 문명대(한국미술사연구소장) : " 얼굴이 갸름하고 신체가 늘씬하고, 고귀하게 생겼어요. 당시로선 최고급의 불화입니다."

전란 중에 왜군이 강탈해 간 것으로 보이는 이 불화가 최근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작품의 가치와 더불어 주목받는 것은 환수 방식입니다.

일본 교토의 한 사찰에 보관돼온 이 그림을 한 고미술연구자가 찾아내 매입을 위해 사찰 측을 2년 넘게 설득했습니다.

<녹취> 주승진(불화 매입) : "(한국으로 가는 걸) 허락했다가 또 얼마 있다가 또 바꾸고. 그럴 때마다 애간장이 탔죠."

약탈해 갔으니 돌려달라는 감정적인 대응은 실효성이 없고 기증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조용한 설득과 매입'이 효과적인 환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인터뷰> 정우택(동국대 박물관장) : "왜 이것을 우리에게 돌려줘야 하는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그들에게 차분하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해외에서 돌아온 문화재는 만 점이 채 안됩니다.

아직 15만 점이 넘는 우리 문화재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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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리포트] 사라진 현종 ‘어보’ 미국서 찾았다
    • 입력 2013-05-28 21:20:19
    • 수정2013-05-28 21: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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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화면에 나오는 도장은 어보라는 왕실 도장입니다.

행정용 도장인 국새와 달리, 왕과 왕비가 승하하거나, 세자책봉 같은 중요한 순간에 예물로 바치는 의례용 도장입니다.

금으로 만들면 금보, 옥으로 만들면 옥보라고 합니다.

손잡이는 주로 거북이나 용 모양이고, 바닥엔 왕의 공덕을 새깁니다.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게 바로 명장이 똑같이 만든 어보인데요.

아주 묵직합니다.

정부는 이 어보들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셀때는 과라고 하는데요.

현재 기록으로 확인된 어보는 모두 3백 75과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50과를 6.25 전쟁때 분실했습니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KBS 취재진이 이 사라진 어보들 가운데 하나를 미국에서 찾아냈습니다.

최초로 확인한 도난 어보, 탐사보도팀 김민철 기자가 발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LA에 사는 고미술품 수집가 로버트 무어씨, LA 박물관에 한국 유물 250여점을 50억원에 판 것으로 알려진 큰 손입니다.

무어씨 집에서 찾아낸 어보 하나.

<인터뷰> 로버트 무어(고미술품 수집가) : "코네티컷에서 샀어요. 약10년, 15년전에 밸런 갤러리란 회사에서 샀어요."

왕세자지인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조선 왕들은 세자 책봉 때 모두 '왕세자인' 넉 자를 새겼지만, 제18대 현종만 '왕세자지인’5자를 새겼습니다.

조각 양식도 현종 전후 시기의 것들과 유사하고,‘인수’라 불리는 끈의 상태도 진품임을 확인시켜 줍니다.

<인터뷰> 서준(인수) : "(끈)를 저렇게까지 가짜로 만들어서 다시 매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무어 씨는 앞서 지난 2천년 문정왕후 어보를 LA 박물관에 팔기도 했습니다.

이들 어보는 대부분 6.25 전쟁 와중에 미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언론들은 전쟁 직후 조선의 어보가 약탈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우리 대사관 측도 미국 측에 어보를 찾는 것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어보 외에 최초의 지폐인 호조태환권 원판과 황실 양탄자 등도 6.25 전쟁 때 미국으로 흘러 들었습니다.

<인터뷰> 혜문 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 "한국문화재들이 미군범죄에 의해서 파괴됐다라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분명히 문제제기할 시점이 됐다."

이 곳 미국에 소재한 한국 문화재의 숫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파악한 것만 4만점에 이릅니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민철입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일본과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20개 나라에 우리 문화재 약 15만점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많은 국외 문화재를 되찾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조성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설법하는 광경을 담은 '석가영산회도',

임진왜란 직전인 1592년 1월에 그려진 것으로 예술성과 학술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인터뷰> 문명대(한국미술사연구소장) : " 얼굴이 갸름하고 신체가 늘씬하고, 고귀하게 생겼어요. 당시로선 최고급의 불화입니다."

전란 중에 왜군이 강탈해 간 것으로 보이는 이 불화가 최근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작품의 가치와 더불어 주목받는 것은 환수 방식입니다.

일본 교토의 한 사찰에 보관돼온 이 그림을 한 고미술연구자가 찾아내 매입을 위해 사찰 측을 2년 넘게 설득했습니다.

<녹취> 주승진(불화 매입) : "(한국으로 가는 걸) 허락했다가 또 얼마 있다가 또 바꾸고. 그럴 때마다 애간장이 탔죠."

약탈해 갔으니 돌려달라는 감정적인 대응은 실효성이 없고 기증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조용한 설득과 매입'이 효과적인 환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인터뷰> 정우택(동국대 박물관장) : "왜 이것을 우리에게 돌려줘야 하는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그들에게 차분하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해외에서 돌아온 문화재는 만 점이 채 안됩니다.

아직 15만 점이 넘는 우리 문화재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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