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고개 숙인 종근당 회장…운전기사에 폭언

입력 2017.07.17 (08:36) 수정 2017.07.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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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금요일이죠.

국내 대표적 제약회사, 종근당의 이장한 회장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운전 기사를 상대로 폭언과 막말을 쏟아낸 녹음 파일이 공개되고, 논란이 커지자 기자회견을 연건데요.

"한없이 참담하다", "깊이 성찰하고 자숙하겠다" 2분 가량 읽어내려간 사과문에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 회장은 종근당 창업주인 고 이종근 회장의 장남이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이런 '갑질 논란'이 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국내 대표적 제약회사 종근당의 이장한 회장이 사과문을 읽어 내려갑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저의 행동으로 상처받으신 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운전 기사에게 폭언을 한 녹음 파일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돼 이른바 '갑질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입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네가 뚱해서 00아. 살쪄서 네 차 가지고 다니면서 여자애 데리고 놀러 다니든지 하지 뭐하러 회사에 (다녀.) 0000 아비가 뭐 하는 O인데 제대로 못 가르치고 그러는 거야 이거.”

이 녹음파일을 공개한 건 올들어 두달 동안 이 회장의 차를 운전했던 A 모 씨.

회사 업무 차량을 몰다가 갑자기 이 회장의 수행 기사를 하게 됐습니다.

A씨는 이 회장의 차를 몰기 시작할 때부터 걱정이 앞섰다고 합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어느 회사에 어떤 회장이나 사장이 평판이 나쁘면 소문이 돌죠. (이장한 회장이) 이쪽 계통에 안 좋은 소문이 있는 건 듣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

회사 운전 기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는 이 회장.

A씨는 이 회장의 차를 운전한 지 얼마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폭언을 매일 듣다시피 했습니다. 이 00, 저 00, 야 OO. 사람을 다그치면서 멍청이라고 대 놓고 얘기하니까요. 사람을 하대하고. 계속 그 얘기를 듣다 보면 내가 정말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니까요.”

폭언과 욕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운전에 방해가 정도로 고압적인 말투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신호등) 빨간 불일 때 차가 없고 건너는 사람 없으면 통과해서 빨리 가라. 일정한 속도로 가야 하는 구간에선 왜 천천히 가냐, 빨리 가라, 과속해라. 그럴 때 ‘회장님 이 구간은 속도 단속 구간이라서 일정한 속도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 ‘야, 뭐 이렇게 말이 많냐? 가.’”

신호와 제한 속도, 버스전용 차로 등 교통법규까지 무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벌점이 쌓이면 운전 기사에게 불이익이 가지만, 기사들은 이 회장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상황을) 설명해도 닥치라고 ‘내가 하라면 해, 가라면 가.’ (하면서) 바로 폭언과 욕설이 날아오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차 안이란 좁은 공간에서 이어진 폭언과 막말.

운전기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몸무게가 7킬로그램이나 빠지고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의사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다 보니까 위경련, 복통이 일어난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한 달 열흘 만에 (체중) 7kg이 막 빠지고,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얘기도 못 했습니다.”

회장 수행 기사 일을 하면서 다른 기사들보다 매달 50만 원 정도를 더 받았지만, 회장 가족의 여행 가방을 옮기는 등 사적인 일에 불려다니기도 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회사 측에 사정을 말했는데 그냥 참고 견디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참다못해 일을 그만둘 결심을 했던 그날도 폭언은 이어졌습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네가 속도를 늦추란 말이야 OO. 그냥 똑같은 속도로 가지 말고 대답해. 싫으면 놔두고.”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아닙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이 00이, 윗사람이 얘기하면 대답을 안 하네. 내가 네 똘마니냐 OO? 듣기 싫다는 얘기냐고?”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그건 아닙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00 참 건방지게 정말. 운전하기 싫으면 OO, 그만둬 이 00아.”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한 A씨가 이 회장의 폭언을 외부로 알릴 계획을 밝히자, 다른 기사들의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이 회장의 모역적인 언사에 시달렸던 기사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겁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그렇게 살려면 나가서 그 뭐야 대리기사 운전이나 하고 그러지. 자연스럽게 그렇게 살면 되잖아. 네 부모가 불쌍하다 불쌍해. OO야. 그러니까 자식들이 OOOO들만 뽑아서 OOO들이.”

최근 1년 사이 이 회장의 차를 몰다가 그만둔 수행기사는 기사는 5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중에는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아직 추가 피해자와 폭행 주장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이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사과를 하면서 당사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함선규(서울 마포구) : “그런 사과는 마음의 진정성 이런 게 잘 나타나지 않아서 그래서 사람들이 저건 아닌 거 같다.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인터뷰>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라 해도 실제로는 신분제 사회 같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고 그것이 갑을 관계로 나타나는 것인데 이걸 바로잡으려면 그런 행동에 대해서 확실하게 대가를 치르거나 아주 따끔하게 징벌을 주는 그런 식의 조치가 필요한 거죠.”

경찰은 이 회장의 폭언 논란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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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고개 숙인 종근당 회장…운전기사에 폭언
    • 입력 2017-07-17 08:45:08
    • 수정2017-07-17 09: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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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금요일이죠.

국내 대표적 제약회사, 종근당의 이장한 회장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운전 기사를 상대로 폭언과 막말을 쏟아낸 녹음 파일이 공개되고, 논란이 커지자 기자회견을 연건데요.

"한없이 참담하다", "깊이 성찰하고 자숙하겠다" 2분 가량 읽어내려간 사과문에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 회장은 종근당 창업주인 고 이종근 회장의 장남이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이런 '갑질 논란'이 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국내 대표적 제약회사 종근당의 이장한 회장이 사과문을 읽어 내려갑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저의 행동으로 상처받으신 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운전 기사에게 폭언을 한 녹음 파일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돼 이른바 '갑질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입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네가 뚱해서 00아. 살쪄서 네 차 가지고 다니면서 여자애 데리고 놀러 다니든지 하지 뭐하러 회사에 (다녀.) 0000 아비가 뭐 하는 O인데 제대로 못 가르치고 그러는 거야 이거.”

이 녹음파일을 공개한 건 올들어 두달 동안 이 회장의 차를 운전했던 A 모 씨.

회사 업무 차량을 몰다가 갑자기 이 회장의 수행 기사를 하게 됐습니다.

A씨는 이 회장의 차를 몰기 시작할 때부터 걱정이 앞섰다고 합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어느 회사에 어떤 회장이나 사장이 평판이 나쁘면 소문이 돌죠. (이장한 회장이) 이쪽 계통에 안 좋은 소문이 있는 건 듣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

회사 운전 기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 않았다는 이 회장.

A씨는 이 회장의 차를 운전한 지 얼마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폭언을 매일 듣다시피 했습니다. 이 00, 저 00, 야 OO. 사람을 다그치면서 멍청이라고 대 놓고 얘기하니까요. 사람을 하대하고. 계속 그 얘기를 듣다 보면 내가 정말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니까요.”

폭언과 욕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운전에 방해가 정도로 고압적인 말투가 이어졌습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신호등) 빨간 불일 때 차가 없고 건너는 사람 없으면 통과해서 빨리 가라. 일정한 속도로 가야 하는 구간에선 왜 천천히 가냐, 빨리 가라, 과속해라. 그럴 때 ‘회장님 이 구간은 속도 단속 구간이라서 일정한 속도로 가야 합니다.’ 그러면 ‘야, 뭐 이렇게 말이 많냐? 가.’”

신호와 제한 속도, 버스전용 차로 등 교통법규까지 무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벌점이 쌓이면 운전 기사에게 불이익이 가지만, 기사들은 이 회장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상황을) 설명해도 닥치라고 ‘내가 하라면 해, 가라면 가.’ (하면서) 바로 폭언과 욕설이 날아오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차 안이란 좁은 공간에서 이어진 폭언과 막말.

운전기사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몸무게가 7킬로그램이나 빠지고 응급실에 실려 갔습니다.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의사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다 보니까 위경련, 복통이 일어난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한 달 열흘 만에 (체중) 7kg이 막 빠지고,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얘기도 못 했습니다.”

회장 수행 기사 일을 하면서 다른 기사들보다 매달 50만 원 정도를 더 받았지만, 회장 가족의 여행 가방을 옮기는 등 사적인 일에 불려다니기도 했습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회사 측에 사정을 말했는데 그냥 참고 견디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참다못해 일을 그만둘 결심을 했던 그날도 폭언은 이어졌습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네가 속도를 늦추란 말이야 OO. 그냥 똑같은 속도로 가지 말고 대답해. 싫으면 놔두고.”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아닙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이 00이, 윗사람이 얘기하면 대답을 안 하네. 내가 네 똘마니냐 OO? 듣기 싫다는 얘기냐고?”

<녹취> A 모 씨(전 이장한 회장 수행기사) : “그건 아닙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00 참 건방지게 정말. 운전하기 싫으면 OO, 그만둬 이 00아.”

회사를 그만둘 결심을 한 A씨가 이 회장의 폭언을 외부로 알릴 계획을 밝히자, 다른 기사들의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이 회장의 모역적인 언사에 시달렸던 기사들이 한 둘이 아니었던 겁니다.

<녹취> 이장한(종근당 회장) : “그렇게 살려면 나가서 그 뭐야 대리기사 운전이나 하고 그러지. 자연스럽게 그렇게 살면 되잖아. 네 부모가 불쌍하다 불쌍해. OO야. 그러니까 자식들이 OOOO들만 뽑아서 OOO들이.”

최근 1년 사이 이 회장의 차를 몰다가 그만둔 수행기사는 기사는 5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중에는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아직 추가 피해자와 폭행 주장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이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사과를 하면서 당사자를 직접 만나 사과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함선규(서울 마포구) : “그런 사과는 마음의 진정성 이런 게 잘 나타나지 않아서 그래서 사람들이 저건 아닌 거 같다.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인터뷰>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라 해도 실제로는 신분제 사회 같은 것들이 많이 남아있고 그것이 갑을 관계로 나타나는 것인데 이걸 바로잡으려면 그런 행동에 대해서 확실하게 대가를 치르거나 아주 따끔하게 징벌을 주는 그런 식의 조치가 필요한 거죠.”

경찰은 이 회장의 폭언 논란과 관련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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