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달걀 회수했지만…불신·불안 여전

입력 2017.08.22 (21:10) 수정 2017.08.2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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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한 어린이집의 급식 식단표입니다.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메뉴가 확 바뀌었습니다.

달걀국은 들깨 무국으로, 달걀찜은 돈사태찜으로, 달걀 조림은 두부 조림으로 대체됐습니다.

크림빵 대신 시루떡 단팥빵 대신 약밥 간식도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문제의 달걀은 물론 가공식품까지 회수 또는 폐기에 나섰지만 소비자 불안은 여전합니다.

달걀 공포증 이른바 '에그 포비아'란 신조어도 나왔습니다.

달걀 파동 1주일, 달라진 풍경을 강나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친환경 전문 매장.

영업 시작 전부터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이른바 친환경 달걀을 사려는 손님들입니다.

달걀은 1인당 10개씩.

<녹취> "매니저님, 이거 1인당 하나씩 파는 거예요?"

일반 달걀보다 최대 20% 비싼데도 금세 동납니다.

<인터뷰> 홍현주(서울 양천구) : "아침에 이렇게 문 열기 전에 와야해요. 그렇지 않으면 달걀을 살 수가 없고요. 제가 지금 거의 2주에 한 번씩밖에 달걀을 살 수가 없어요."

반면 대형마트 달걀 매장엔 소비자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정부의 살충제 달걀 전수조사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달걀이 빠진 자리는 두부와 단호박이 차지했고 망고로 달걀 노른자를 만드는 요리법도 등장했습니다.

토스트에 달걀을 빼주는 대신 가격을 깎아주는 매장도 등장했습니다.

<인터뷰> 정정화(서울 영등포구) : "정문에 '저희 달걀은 안전합니다'라고 적어놓긴 하는데, 오히려 그걸 적어놓는 거에 약간 경각심을 느껴서..."

대한 의사협회는 살충제 달걀이 인체에 심각한 유해를 가할 정도로 독성을 가진 건 아니지만 무조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될 상황은 아니라며 하루 달걀 섭취량을 단정한 식약처의 발표는 섣부른 대응이었단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사육 환경 변화 필요”▼

<기자 멘트>

축산 선진국 호주의 대형 마트입니다.

달걀 포장 용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생산 농장의 사육환경이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납니다.

친환경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인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앱까지 등장한 건데요.

유럽 등 선진국에선 산란계 사육환경이 달걀 등급의 주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먹는 달걀은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고 있을까요.

햇빛과 바람이 차단된 곳 6층까지 층층이 쌓여있는 공장형 닭장입니다.

닭 서너 마리가 모여 사는 케이지는 A4 용지로 가려질 정도입니다.

부리는 휘어졌고 발은 꺾이고 스트레스로 탈모 현상까지 나타납니다.

이런 밀집 사육은 병충해에 취약해 이번 달걀 파동의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비용대비 생산성을 높이려는 축산 관행탓에 산란계 농가 95%가 공장형 닭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유럽연합은 2003년부터 공장형 닭장 신축 금지령을 내렸고 미국 7개 주에선 농장 동물 감금 금지법을 시행중입니다.

세계 10위의 육류 소비국인 우리나라도 지향점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밀집 사육의 개선 못지 않게 시급한 과제는 바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친환경 인증제도입니다.

▼수술대 오른 친환경 인증제▼

<리포트>

토종닭을 풀어 키우는 친환경 인증 농가입니다.

농장에 찾아온 한 가족.

흙목욕부터 닭 사료까지 직접 눈으로 확인합니다.

<인터뷰> 김행순(달걀 소비자) : "여러 종류의 닭도 보고 그러니까 너무 믿음도 가고 안전하고...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소비자들 불신이 친환경 인증 농가까지 확대되면서 인증 제도의 신뢰성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친환경 인증을 맡은 민간기관은 60여 곳.

농민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인증서를 발급합니다.

사실상 민간 자율이다보니 심사는 허술합니다.

<녹취>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 : "이웃집 계란 갖다가 무항생제 인증을 받더라고요. 돈을 더 받고 싶은데 자신이 없으니까..."

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사후 관리를 맡지만 퇴직자 상당수가 인증기관에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나 불신을 키웠습니다.

<인터뷰> 김OO(농민) : "안면으로 가는거죠. 전화 잘하고 자주 찾아보고 하는 사람들이 기관에서 관련 부서에 대한 연결을 시켜줘서 특혜를 받는거죠."

달걀 파동으로 무너진 소비자 신뢰 회복의 길은 친환경에 걸맞는 공신력 있는 제도가 첫걸음입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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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달걀 회수했지만…불신·불안 여전
    • 입력 2017-08-22 21:16:14
    • 수정2017-08-22 22: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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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한 어린이집의 급식 식단표입니다.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메뉴가 확 바뀌었습니다.

달걀국은 들깨 무국으로, 달걀찜은 돈사태찜으로, 달걀 조림은 두부 조림으로 대체됐습니다.

크림빵 대신 시루떡 단팥빵 대신 약밥 간식도 달라졌습니다.

정부가 문제의 달걀은 물론 가공식품까지 회수 또는 폐기에 나섰지만 소비자 불안은 여전합니다.

달걀 공포증 이른바 '에그 포비아'란 신조어도 나왔습니다.

달걀 파동 1주일, 달라진 풍경을 강나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친환경 전문 매장.

영업 시작 전부터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은 이른바 친환경 달걀을 사려는 손님들입니다.

달걀은 1인당 10개씩.

<녹취> "매니저님, 이거 1인당 하나씩 파는 거예요?"

일반 달걀보다 최대 20% 비싼데도 금세 동납니다.

<인터뷰> 홍현주(서울 양천구) : "아침에 이렇게 문 열기 전에 와야해요. 그렇지 않으면 달걀을 살 수가 없고요. 제가 지금 거의 2주에 한 번씩밖에 달걀을 살 수가 없어요."

반면 대형마트 달걀 매장엔 소비자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정부의 살충제 달걀 전수조사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달걀이 빠진 자리는 두부와 단호박이 차지했고 망고로 달걀 노른자를 만드는 요리법도 등장했습니다.

토스트에 달걀을 빼주는 대신 가격을 깎아주는 매장도 등장했습니다.

<인터뷰> 정정화(서울 영등포구) : "정문에 '저희 달걀은 안전합니다'라고 적어놓긴 하는데, 오히려 그걸 적어놓는 거에 약간 경각심을 느껴서..."

대한 의사협회는 살충제 달걀이 인체에 심각한 유해를 가할 정도로 독성을 가진 건 아니지만 무조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될 상황은 아니라며 하루 달걀 섭취량을 단정한 식약처의 발표는 섣부른 대응이었단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KBS 뉴스 강나루입니다.

▼“사육 환경 변화 필요”▼

<기자 멘트>

축산 선진국 호주의 대형 마트입니다.

달걀 포장 용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생산 농장의 사육환경이 애니메이션으로 나타납니다.

친환경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인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앱까지 등장한 건데요.

유럽 등 선진국에선 산란계 사육환경이 달걀 등급의 주요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먹는 달걀은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고 있을까요.

햇빛과 바람이 차단된 곳 6층까지 층층이 쌓여있는 공장형 닭장입니다.

닭 서너 마리가 모여 사는 케이지는 A4 용지로 가려질 정도입니다.

부리는 휘어졌고 발은 꺾이고 스트레스로 탈모 현상까지 나타납니다.

이런 밀집 사육은 병충해에 취약해 이번 달걀 파동의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비용대비 생산성을 높이려는 축산 관행탓에 산란계 농가 95%가 공장형 닭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유럽연합은 2003년부터 공장형 닭장 신축 금지령을 내렸고 미국 7개 주에선 농장 동물 감금 금지법을 시행중입니다.

세계 10위의 육류 소비국인 우리나라도 지향점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밀집 사육의 개선 못지 않게 시급한 과제는 바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낸 친환경 인증제도입니다.

▼수술대 오른 친환경 인증제▼

<리포트>

토종닭을 풀어 키우는 친환경 인증 농가입니다.

농장에 찾아온 한 가족.

흙목욕부터 닭 사료까지 직접 눈으로 확인합니다.

<인터뷰> 김행순(달걀 소비자) : "여러 종류의 닭도 보고 그러니까 너무 믿음도 가고 안전하고...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소비자들 불신이 친환경 인증 농가까지 확대되면서 인증 제도의 신뢰성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친환경 인증을 맡은 민간기관은 60여 곳.

농민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인증서를 발급합니다.

사실상 민간 자율이다보니 심사는 허술합니다.

<녹취>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 : "이웃집 계란 갖다가 무항생제 인증을 받더라고요. 돈을 더 받고 싶은데 자신이 없으니까..."

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사후 관리를 맡지만 퇴직자 상당수가 인증기관에 재취업한 사실이 드러나 불신을 키웠습니다.

<인터뷰> 김OO(농민) : "안면으로 가는거죠. 전화 잘하고 자주 찾아보고 하는 사람들이 기관에서 관련 부서에 대한 연결을 시켜줘서 특혜를 받는거죠."

달걀 파동으로 무너진 소비자 신뢰 회복의 길은 친환경에 걸맞는 공신력 있는 제도가 첫걸음입니다.

KBS 뉴스 이윤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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