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자력자강 전위’ 돌격대…제재 돌파구 될까?

입력 2017.10.21 (08:08) 수정 2017.10.2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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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끔 북한 영상을 보면 군복 비슷한 작업복을 입고 맨손으로 분주하게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으실 텐데요.

북한 속도전의 전위대인 돌격대입니다.

북한 청년들은 노동 조건도 열악한 이런 준 군사조직에 도대체 왜 지원을 하고 또 버티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강도 높은 대북제재 속에서 요즘 돌격대의 역할을 부쩍 더 강조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의도와 북한 돌격대의 현실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무대의 막이 오르자 배우들이 붉은 천을 휘두르며 타오르는 불꽃을 표현한다.

<녹취> "타오르라 우등불아!"

백두산 발전소 건설 현장에 동원된 청년돌격대를 주인공으로 그린 북한식 뮤지컬 ‘청춘의 자서전’이다.

<녹취>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여기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건설장에 돌격대 배낭을 둔지도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쇠막대를 내리쳐 언 바위를 깨고, 혹한 속에서 작업을 하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돌격대의 모습.

북한 당국은 이렇게 건설한 백두산 발전소를 김정은의 초기 대표 치적으로 선전하며 그 전면에 돌격대를 내세우고 있다.

완성된 철길을 따라 열차가 들어오고 북한군 돌격대원들이 열광한다.

중단을 거듭하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든 백두산 자락, 삼지연군 철길 개발 사업. 최근 공개된 이 선전 영상에서도 돌격대 띄우기를 확인할 수 있다.

<녹취> 조선중앙TV(10월 12일) : "돌격대원들의 지칠 줄 모르는 투쟁으로 하여 백두대지는 하루가 다르게 더욱 훌륭히 변모돼가고 있는 것입니다!"

핵무기 개발로 고강도 대북제재를 자초한 북한 당국이 돌격대를 동원한 백두산 개발을 체제 유지용 성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 "계획경제영역에 기본적인 어떤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이렇게 대중동원 형태의 속도전식 돌격대가 동원될 수밖에 없고 두 번째는 매년 대규모 토목건설이라든가 주민들을 동원하기 위한 하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건설 사업이 주로 있었는데 삼지연이 어떤 그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고 아마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돌격대는 준군사집단으로 편성된 정규 돌격대와 70일 전투, 200일 전투와 같은 속도전 사업을 할 때 지역 또는 직장 단위로 선발하는 돌격대로 나눌 수 있다.

상징적 건물이나 발전소, 우리의 뉴타운 격인 각종 거리 건설에는 정규 돌격대원들이 주로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25 전쟁 직후 전후 복구를 위해 임시조직으로 운영되던 돌격대는 김정일의 권력 세습 과정에서 본격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김정일은 1970년대 초 국가경제 6개년 계획의 시행이 부진하자 1974년 청년동맹 산하에 ‘속도전 청년돌격대’를 창설했다.

돌격대의 임무와 조직 체계, 선발 원칙까지 제시했고, 언제, 어디서든 건설 사업을 완수하라고 독려했다.

<녹취> 北 영화 ‘청춘의 자서전’ : "우리의 전투임무는 저 앞에 보이는 20만 입방(m³)의 돌박산을 헐어버리고 거기에 새 탄밭이 나올 때까지 언 땅을 파고 탄장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출신 성분이 좋은 평양 출신 주인공이 청년 돌격대에 자원해 탄광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북한 영화.

북한 청년들이 국가를 위해 기꺼이 청춘을 바치는 것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정 형편이 여려운 청년들이 출세의 관문인 노동당 입당이나 명문대 지원을 노리며 지원한다는 게 돌격대 출신 탈북민의 증언이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조선노동당 입당은 남자를 불문하고 여자도 간부로 승진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스펙이거든요. 대부분 다 입당을 목표로 나가는 거죠. 그러니까 군대에 나가기는 좀 나이가 늦었거나 아니면 뭔가 환경이 안 좋아서 못 나가는 그런 친구들이 또 이렇게 돌격대에 나가서 재테크처럼 입당을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많아요."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10월) : "기뻐하십시오, 아버지 장군님!"

2015년 10월, 백두산 2호 발전소 완공 행사 모습이다.

수천 명의 청년 돌격대원들이 울부짖듯 찬양 가요를 부른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10월) : "자나 깨나 뵙고 싶은 우리의 장군님..."

당시 김정은도 현장을 직접 찾아 돌격대원들을 격려했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10월)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몸소 백두산 영웅청년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하시어 백두청춘들의 삶과 위훈을 그처럼 값 높이 빛내어 주셨습니다."

여기에 만경대 학생소년궁전과 창광거리, 여명거리 건설 등 김정은 시대 이백 여 곳에 이르는 국가 건설 사업을 돌격대가 주도했다.

돌격대의 노동 환경은 극히 열악하다.

깜깜한 어둠 속 돌격대원들이 횃불을 든 채 손으로 돌을 주워 담고 지게와 마대 자루로 돌을 나른다.

백두산 3호 발전소 건설 현장, 영하 20~30도 혹한의 산악 지대에서 변변한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야간 작업을 한다.

<녹취> 심순정(청년기동예술선동대 대원) : "기온이 영하 25도로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서 손풍금을 연주하며 나팔 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설 공사 대부분을 보호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옷은 없고 하다보니까 남자들은 위통을 까고 이 시멘트 하차작업을 하는데 자루에 담다보니까 여기 어깨가 다 껍질이 벗겨져요. 그리고 막 진물이 나는데 거기에 시멘트가 고착이 되죠. 그러면 쉬는 시간이면 여기가 시멘트가 빨리 굳잖아요. 그러면 시멘트 콘크리트가 돼요. 그래서 또 뭐 하게 되면 구석구석 그냥 다 콘크리트 알맹이 그걸 다 뜯어야 되는 거죠."

북한 영화에서는 기계 장비가 필요하다는 주인공을 야단치는 대목도 등장한다.

<녹취> 北영화 ‘청춘의 자서전’ : "최소한 굴착기 석대 대형 자동차 열 대, 그리고 깍도(포크레인) 석대와 불도저..... 이 공사도 역시 돈과 기계로 하는 공사가 아니라 우리 청년동맹조직이 하는 공사 청년돌격대원들이 사상과 신념으로 하는 공사라는 것을 영대기기공장 동무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소."

여기에 하루 스무 시간 가까이 일하고도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 받지 못해 영양 실조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돌격대 주변에서 장사를 하며 지켜본 탈북민은 증언한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일하다가 굶어죽은 사람을 많이 봤어요. 정말 일하다가 왜 굶어죽는가? 일은 센데 일은 너무 힘든데 밥양은 하루에 그 사람들이 700그램인데 700그램인 것이 아니라 정미 450그램입니다, 어른이.. 450그램을 먹고 숨을 22시간인 노동을 강요당해 보세요. 상상도 못할 그러니까 허약이 와서 앉아서 앉은 상태에서리 그러니까는 막 죽은 분들을 제가 많이 목격하고 봤거든요."

이렇게 희생된 청년들은 영웅이라 미화해 선전에 활용한다.

<녹취> 北 뮤지컬 ‘청춘의 자서전’ : "고향의 어머니들이시여 눈여겨 보시라 당신들이 그리도 애중히 키운 아들, 딸들이 조국 앞에 남기고 간 생의 마지막 그 자욱, 자욱을..."

여성 돌격대원도 예외는 아니다. 공사 현장에서 남성 못지않게 고강도 노동을 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10월) : "금방 잡혔던 물집이 터져 밥숟가락도 다 제대로 잡지 못하게 쓰리고 아팠지만, 오히려 웃음을 띄우고 또다시 힘 있게 해머(망치)를 틀어잡는 처녀돌격대원들."

그러나 정규 돌격대원으로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여성 인권을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생활이 계속된다고 한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진짜 고통스러운데 여자들은 더하죠. 제가 아는 분은 여자들이 너무 힘들어 갖고 818돌격대에 있을 때 생리도 못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빨리 나가 일해라, 그래 그 여자가 한 한달동안 뻗치다가 한쪽 눈이 다 아예 생눈알을 뽑혀서 염증이 너무 심하다보니까 그래서 집으로 호송하는 것 제가 직접 봤거든요."

이 때문에 남녀 구별 없이복무 중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그게 산 증거가 제가 818돌격대에서 10일 10개월, 11개월 정도 일을 했었는데 제가 입소할 때 신병대원이 100명 정도 들어갔습니다. 전국에서 모여가지고 그래서 11개월 있을 때 제가 도망칠 때 그 100명에서 10몇명밖에 안 남았습니다. 다 도망쳤던 거죠. 힘들어 가지고."

돌격대에 강요하는 무리한 속도전 때문에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해 5월 포착된 백두산 3호 발전소의 위성사진. 댐 벽면 곳곳이 균열 돼 물이 샌 흔적이, 벽면 일부에선 붕괴된 듯한 모습도 보인다.

혹한 속에서 공기를 넉 달이나 앞당긴 결과다.

최근엔 돌격대 기피 현상도 확인된다.

강제 징집 상황에서 뇌물을 써서 빠지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내가 돌격대 나갈 그 순번이다 하면 부모들이 장사를 하거나 뭐 돈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내 자식을 왜 거기다가 불구덩이에다가 쳐 넣겠냐? 그러니까 그걸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을 뭐 집이 없고 또 돈이 없어서리 그런 사람들한테 돈을 주고 그 사람을 삽니다. 그래서 내 자식 대신에 내보내는 겁니다."

평등과 사회주의를 내세우는 북한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돌격대에 가는 현실.

그러나 장마당을 통해 자본주의적 경제 관념과 외부 정보가 확산되면서 북한 당국도 돌격대원들에게 맹목적 충성을 요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이미 수십 년 동안에 이런 속도전식 또는 돌격대식의 어떤 동원들이 너무나 관행화되어 있고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또 다시 돌격대로 조직화하고 돌격대로 강조한다고 그래서 거기에 뭐 각성되어 가지고 더 열의를 낸다거나 뭔가 결속을 해야 된다 뭐 이런 사상적으로 각성해야 된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지난 달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16살, 17살 청소년까지 돌격대에 동원하는 북한 당국을 아동 인권 차원에서 질타했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속에 자력갱생의 전위대로 돌격대를 내세운 김정은 정권.

일방적 노동 강요는 한계를 드러내고, 국제사회의 인권 침해 지적까지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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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자력자강 전위’ 돌격대…제재 돌파구 될까?
    • 입력 2017-10-21 08:12:34
    • 수정2017-10-21 08: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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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가끔 북한 영상을 보면 군복 비슷한 작업복을 입고 맨손으로 분주하게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으실 텐데요.

북한 속도전의 전위대인 돌격대입니다.

북한 청년들은 노동 조건도 열악한 이런 준 군사조직에 도대체 왜 지원을 하고 또 버티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강도 높은 대북제재 속에서 요즘 돌격대의 역할을 부쩍 더 강조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의도와 북한 돌격대의 현실을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무대의 막이 오르자 배우들이 붉은 천을 휘두르며 타오르는 불꽃을 표현한다.

<녹취> "타오르라 우등불아!"

백두산 발전소 건설 현장에 동원된 청년돌격대를 주인공으로 그린 북한식 뮤지컬 ‘청춘의 자서전’이다.

<녹취>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여기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건설장에 돌격대 배낭을 둔지도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쇠막대를 내리쳐 언 바위를 깨고, 혹한 속에서 작업을 하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돌격대의 모습.

북한 당국은 이렇게 건설한 백두산 발전소를 김정은의 초기 대표 치적으로 선전하며 그 전면에 돌격대를 내세우고 있다.

완성된 철길을 따라 열차가 들어오고 북한군 돌격대원들이 열광한다.

중단을 거듭하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든 백두산 자락, 삼지연군 철길 개발 사업. 최근 공개된 이 선전 영상에서도 돌격대 띄우기를 확인할 수 있다.

<녹취> 조선중앙TV(10월 12일) : "돌격대원들의 지칠 줄 모르는 투쟁으로 하여 백두대지는 하루가 다르게 더욱 훌륭히 변모돼가고 있는 것입니다!"

핵무기 개발로 고강도 대북제재를 자초한 북한 당국이 돌격대를 동원한 백두산 개발을 체제 유지용 성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 "계획경제영역에 기본적인 어떤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이렇게 대중동원 형태의 속도전식 돌격대가 동원될 수밖에 없고 두 번째는 매년 대규모 토목건설이라든가 주민들을 동원하기 위한 하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건설 사업이 주로 있었는데 삼지연이 어떤 그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고 아마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돌격대는 준군사집단으로 편성된 정규 돌격대와 70일 전투, 200일 전투와 같은 속도전 사업을 할 때 지역 또는 직장 단위로 선발하는 돌격대로 나눌 수 있다.

상징적 건물이나 발전소, 우리의 뉴타운 격인 각종 거리 건설에는 정규 돌격대원들이 주로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25 전쟁 직후 전후 복구를 위해 임시조직으로 운영되던 돌격대는 김정일의 권력 세습 과정에서 본격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김정일은 1970년대 초 국가경제 6개년 계획의 시행이 부진하자 1974년 청년동맹 산하에 ‘속도전 청년돌격대’를 창설했다.

돌격대의 임무와 조직 체계, 선발 원칙까지 제시했고, 언제, 어디서든 건설 사업을 완수하라고 독려했다.

<녹취> 北 영화 ‘청춘의 자서전’ : "우리의 전투임무는 저 앞에 보이는 20만 입방(m³)의 돌박산을 헐어버리고 거기에 새 탄밭이 나올 때까지 언 땅을 파고 탄장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출신 성분이 좋은 평양 출신 주인공이 청년 돌격대에 자원해 탄광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북한 영화.

북한 청년들이 국가를 위해 기꺼이 청춘을 바치는 것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정 형편이 여려운 청년들이 출세의 관문인 노동당 입당이나 명문대 지원을 노리며 지원한다는 게 돌격대 출신 탈북민의 증언이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조선노동당 입당은 남자를 불문하고 여자도 간부로 승진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스펙이거든요. 대부분 다 입당을 목표로 나가는 거죠. 그러니까 군대에 나가기는 좀 나이가 늦었거나 아니면 뭔가 환경이 안 좋아서 못 나가는 그런 친구들이 또 이렇게 돌격대에 나가서 재테크처럼 입당을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많아요."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10월) : "기뻐하십시오, 아버지 장군님!"

2015년 10월, 백두산 2호 발전소 완공 행사 모습이다.

수천 명의 청년 돌격대원들이 울부짖듯 찬양 가요를 부른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10월) : "자나 깨나 뵙고 싶은 우리의 장군님..."

당시 김정은도 현장을 직접 찾아 돌격대원들을 격려했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10월)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몸소 백두산 영웅청년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하시어 백두청춘들의 삶과 위훈을 그처럼 값 높이 빛내어 주셨습니다."

여기에 만경대 학생소년궁전과 창광거리, 여명거리 건설 등 김정은 시대 이백 여 곳에 이르는 국가 건설 사업을 돌격대가 주도했다.

돌격대의 노동 환경은 극히 열악하다.

깜깜한 어둠 속 돌격대원들이 횃불을 든 채 손으로 돌을 주워 담고 지게와 마대 자루로 돌을 나른다.

백두산 3호 발전소 건설 현장, 영하 20~30도 혹한의 산악 지대에서 변변한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야간 작업을 한다.

<녹취> 심순정(청년기동예술선동대 대원) : "기온이 영하 25도로 떨어지는 강추위 속에서 손풍금을 연주하며 나팔 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설 공사 대부분을 보호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옷은 없고 하다보니까 남자들은 위통을 까고 이 시멘트 하차작업을 하는데 자루에 담다보니까 여기 어깨가 다 껍질이 벗겨져요. 그리고 막 진물이 나는데 거기에 시멘트가 고착이 되죠. 그러면 쉬는 시간이면 여기가 시멘트가 빨리 굳잖아요. 그러면 시멘트 콘크리트가 돼요. 그래서 또 뭐 하게 되면 구석구석 그냥 다 콘크리트 알맹이 그걸 다 뜯어야 되는 거죠."

북한 영화에서는 기계 장비가 필요하다는 주인공을 야단치는 대목도 등장한다.

<녹취> 北영화 ‘청춘의 자서전’ : "최소한 굴착기 석대 대형 자동차 열 대, 그리고 깍도(포크레인) 석대와 불도저..... 이 공사도 역시 돈과 기계로 하는 공사가 아니라 우리 청년동맹조직이 하는 공사 청년돌격대원들이 사상과 신념으로 하는 공사라는 것을 영대기기공장 동무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소."

여기에 하루 스무 시간 가까이 일하고도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 받지 못해 영양 실조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고, 돌격대 주변에서 장사를 하며 지켜본 탈북민은 증언한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일하다가 굶어죽은 사람을 많이 봤어요. 정말 일하다가 왜 굶어죽는가? 일은 센데 일은 너무 힘든데 밥양은 하루에 그 사람들이 700그램인데 700그램인 것이 아니라 정미 450그램입니다, 어른이.. 450그램을 먹고 숨을 22시간인 노동을 강요당해 보세요. 상상도 못할 그러니까 허약이 와서 앉아서 앉은 상태에서리 그러니까는 막 죽은 분들을 제가 많이 목격하고 봤거든요."

이렇게 희생된 청년들은 영웅이라 미화해 선전에 활용한다.

<녹취> 北 뮤지컬 ‘청춘의 자서전’ : "고향의 어머니들이시여 눈여겨 보시라 당신들이 그리도 애중히 키운 아들, 딸들이 조국 앞에 남기고 간 생의 마지막 그 자욱, 자욱을..."

여성 돌격대원도 예외는 아니다. 공사 현장에서 남성 못지않게 고강도 노동을 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녹취> 조선중앙TV(2015년 10월) : "금방 잡혔던 물집이 터져 밥숟가락도 다 제대로 잡지 못하게 쓰리고 아팠지만, 오히려 웃음을 띄우고 또다시 힘 있게 해머(망치)를 틀어잡는 처녀돌격대원들."

그러나 정규 돌격대원으로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여성 인권을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생활이 계속된다고 한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진짜 고통스러운데 여자들은 더하죠. 제가 아는 분은 여자들이 너무 힘들어 갖고 818돌격대에 있을 때 생리도 못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빨리 나가 일해라, 그래 그 여자가 한 한달동안 뻗치다가 한쪽 눈이 다 아예 생눈알을 뽑혀서 염증이 너무 심하다보니까 그래서 집으로 호송하는 것 제가 직접 봤거든요."

이 때문에 남녀 구별 없이복무 중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뷰> 이위력(北 돌격대원 출신/2010년 탈북) : "그게 산 증거가 제가 818돌격대에서 10일 10개월, 11개월 정도 일을 했었는데 제가 입소할 때 신병대원이 100명 정도 들어갔습니다. 전국에서 모여가지고 그래서 11개월 있을 때 제가 도망칠 때 그 100명에서 10몇명밖에 안 남았습니다. 다 도망쳤던 거죠. 힘들어 가지고."

돌격대에 강요하는 무리한 속도전 때문에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해 5월 포착된 백두산 3호 발전소의 위성사진. 댐 벽면 곳곳이 균열 돼 물이 샌 흔적이, 벽면 일부에선 붕괴된 듯한 모습도 보인다.

혹한 속에서 공기를 넉 달이나 앞당긴 결과다.

최근엔 돌격대 기피 현상도 확인된다.

강제 징집 상황에서 뇌물을 써서 빠지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내가 돌격대 나갈 그 순번이다 하면 부모들이 장사를 하거나 뭐 돈이 있거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내 자식을 왜 거기다가 불구덩이에다가 쳐 넣겠냐? 그러니까 그걸 돈을 주고 다른 사람을 뭐 집이 없고 또 돈이 없어서리 그런 사람들한테 돈을 주고 그 사람을 삽니다. 그래서 내 자식 대신에 내보내는 겁니다."

평등과 사회주의를 내세우는 북한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돌격대에 가는 현실.

그러나 장마당을 통해 자본주의적 경제 관념과 외부 정보가 확산되면서 북한 당국도 돌격대원들에게 맹목적 충성을 요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터뷰>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이미 수십 년 동안에 이런 속도전식 또는 돌격대식의 어떤 동원들이 너무나 관행화되어 있고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또 다시 돌격대로 조직화하고 돌격대로 강조한다고 그래서 거기에 뭐 각성되어 가지고 더 열의를 낸다거나 뭔가 결속을 해야 된다 뭐 이런 사상적으로 각성해야 된다,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지난 달 스위스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16살, 17살 청소년까지 돌격대에 동원하는 북한 당국을 아동 인권 차원에서 질타했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 속에 자력갱생의 전위대로 돌격대를 내세운 김정은 정권.

일방적 노동 강요는 한계를 드러내고, 국제사회의 인권 침해 지적까지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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