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한글반포 567주년…우리말·글 현주소는?

입력 2013.10.09 (21:14) 수정 2013.10.09 (22:2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오늘은 한글 반포 567주년을 기념하는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은 공휴일이었다가 지난 1991년부터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제외됐는데요.

23년만인 올해 다시 공휴일로 부활했습니다.

한글과 우리말의 가치를 더욱 계승 발전시키자는 취진데요.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말 오염과 파괴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한글의 존재 가치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김나미 기자입니다.

<리포트>

단순한 가사와 신나는 리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여성 그룹의 노랩니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 우리말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상당수가 영어 문장이거나 짧은 영어 단어가 되풀이됩니다.

이 인기 그룹의 노래 중간에도 어김없이 영어가 끼어듭니다.

가사 전체가 우리말 반 영어 반입니다.

한류를 노린 댄스 음악이 주류가 되면서 더욱 심해진 현상입니다.

<인터뷰> 임진모(음악평론가) : "왠지 모르게 한국말로만 쓰게 되면 마치 우리쪽에서만 노는 것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더욱 영어가 환영받는게 아닌가.."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패션 잡지.

기사의 상당수가 영어 일색으로 돼 있습니다.

우리말로 바꾸지 않으면 일반인은 읽어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돕니다.

<인터뷰> 김태연(대학생) : "읽을때도 어색하고 쉽게 안넘어갈 때도 있고 허세같기도 하고"

업계 종사자들은 외국어 사용이 시대적 추세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 "영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면 잘난 사람이다 멋진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심리를 이용해서 마케팅을 노리고 있는거죠"

세계속 한류를 이끄는 우리 대중 문화가 정작 우리글과 말을 홀대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그러면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가꾸는데 앞장서야 할 공공 기관은 어떨까요?

정부 부처의 보도 자룝니다.

'헬스 케어', '킥오프 회의', '패스트 트랙', '퍼스트 무버' 등 불과 4장 짜리 보도자료에 영어가 20개 가까이 등장합니다.

우리말로 표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굳이 영어를 남발하고 있는겁니다.

한 시민단체가 지난 4월부터 석 달 동안 정부의 보도자료 3천여 건을 분석해봤는데요.

안써도 될 영어 표현이 무려 7천 6백개가 나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어 기본법은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영어 남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공기업이 굳이 고유 명칭을 버리고 이해하기 힘든 영어 약자를 채택하는 현상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포털과 인터넷 언론도 우리말 오염과 파괴현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멘붕', '지못미', '깜놀'과 같은 출처도 알기 힘든 신조어가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말의 표기 수단인 한글의 존재 의의마저 사라질 지경인데요

과연 우리말과 한글을 온전히 보전하고 발전시킬 대책은 무엇일까요...

<리포트>

정부는 최근 한글 사용 장려 대책을 내놨습니다.

먼저 각 부처에 국어 전문가를 채용해 보도 자료 등 각종 공문서를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외국 전문 용어도 쉽게 바꿔 표준화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나종민(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국장) : "한글 사용 능력을 높인다거나 보도자료를 만들 때 쉬운 우리 언어를 사용하는 교육이라던지 이런 것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효과가 불투명한데다 민간 부문은 전혀 대책이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자국어 보호의 교과서로 불리는 프랑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문서는 물론 방송, 광고, 기업 활동에도 프랑스어 사용이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외국어만 사용할 경우 벌금 부과 등 처벌 조항도 있습니다.

<인터뷰> 마디니에(프랑스어 보호 담당관) : "프랑스어가 멈춘다면 죽은 언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언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도 유명 무실한 국어 기본법을 강화해 공공과 민간 부문의 우리말 훼손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과학적인 창제 원리로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언어로 평가받는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KBS 뉴스 조태흠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뉴스] 한글반포 567주년…우리말·글 현주소는?
    • 입력 2013-10-09 21:15:16
    • 수정2013-10-09 22:20:58
    뉴스 9
<앵커 멘트>

오늘은 한글 반포 567주년을 기념하는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은 공휴일이었다가 지난 1991년부터 쉬는 날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제외됐는데요.

23년만인 올해 다시 공휴일로 부활했습니다.

한글과 우리말의 가치를 더욱 계승 발전시키자는 취진데요.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리말 오염과 파괴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한글의 존재 가치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김나미 기자입니다.

<리포트>

단순한 가사와 신나는 리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여성 그룹의 노랩니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 우리말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상당수가 영어 문장이거나 짧은 영어 단어가 되풀이됩니다.

이 인기 그룹의 노래 중간에도 어김없이 영어가 끼어듭니다.

가사 전체가 우리말 반 영어 반입니다.

한류를 노린 댄스 음악이 주류가 되면서 더욱 심해진 현상입니다.

<인터뷰> 임진모(음악평론가) : "왠지 모르게 한국말로만 쓰게 되면 마치 우리쪽에서만 노는 것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더욱 영어가 환영받는게 아닌가.."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패션 잡지.

기사의 상당수가 영어 일색으로 돼 있습니다.

우리말로 바꾸지 않으면 일반인은 읽어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돕니다.

<인터뷰> 김태연(대학생) : "읽을때도 어색하고 쉽게 안넘어갈 때도 있고 허세같기도 하고"

업계 종사자들은 외국어 사용이 시대적 추세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 : "영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면 잘난 사람이다 멋진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심리를 이용해서 마케팅을 노리고 있는거죠"

세계속 한류를 이끄는 우리 대중 문화가 정작 우리글과 말을 홀대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그러면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가꾸는데 앞장서야 할 공공 기관은 어떨까요?

정부 부처의 보도 자룝니다.

'헬스 케어', '킥오프 회의', '패스트 트랙', '퍼스트 무버' 등 불과 4장 짜리 보도자료에 영어가 20개 가까이 등장합니다.

우리말로 표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굳이 영어를 남발하고 있는겁니다.

한 시민단체가 지난 4월부터 석 달 동안 정부의 보도자료 3천여 건을 분석해봤는데요.

안써도 될 영어 표현이 무려 7천 6백개가 나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어 기본법은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영어 남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공기업이 굳이 고유 명칭을 버리고 이해하기 힘든 영어 약자를 채택하는 현상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포털과 인터넷 언론도 우리말 오염과 파괴현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멘붕', '지못미', '깜놀'과 같은 출처도 알기 힘든 신조어가 인터넷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말의 표기 수단인 한글의 존재 의의마저 사라질 지경인데요

과연 우리말과 한글을 온전히 보전하고 발전시킬 대책은 무엇일까요...

<리포트>

정부는 최근 한글 사용 장려 대책을 내놨습니다.

먼저 각 부처에 국어 전문가를 채용해 보도 자료 등 각종 공문서를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외국 전문 용어도 쉽게 바꿔 표준화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나종민(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국장) : "한글 사용 능력을 높인다거나 보도자료를 만들 때 쉬운 우리 언어를 사용하는 교육이라던지 이런 것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효과가 불투명한데다 민간 부문은 전혀 대책이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자국어 보호의 교과서로 불리는 프랑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문서는 물론 방송, 광고, 기업 활동에도 프랑스어 사용이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외국어만 사용할 경우 벌금 부과 등 처벌 조항도 있습니다.

<인터뷰> 마디니에(프랑스어 보호 담당관) : "프랑스어가 멈춘다면 죽은 언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언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도 유명 무실한 국어 기본법을 강화해 공공과 민간 부문의 우리말 훼손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과학적인 창제 원리로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언어로 평가받는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KBS 뉴스 조태흠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