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일본 속 우리 문화재 현주소

입력 2015.01.03 (08:42) 수정 2015.01.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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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본 쓰시마에서 훔쳐온 것으로 알려진 고려와 통일신라 불상입니다.

훔친 장물이니까 돌려줘야 할까요?

아니면 원래 우리 문화재니까 우리가 가져야 할까요?

수많은 우리 문화재들이 일제 강점기나 한국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국으로 넘어갔는데요.

불법적으로 가져간 것도 되돌려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만 합니다.

해외의 우리 문화재 가운데 일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만 7만 점에 가까운데요.

상당수가 약탈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올해가 한일 수교 50년인데, 한일 수교 당시 문화재 반환을 권장한다는 합의록이 만들어졌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일본 속 약탈 문화재 실태, 이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 쓰시마.

대마도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이 섬은, 거리도 가까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 입니다.

지난 2012년 10월, 이 섬의 관음사와 카이진 신사란 두 절에서 불상 2점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나가사키현 문화재인 관음보살좌상, 일본 국가문화재인 동조여래입상, 두 불상은 이후 한국에서 장물로 적발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 "국제법 상에 있는 문화재 반한 요청에 근거해서 신속한 반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불상이 고려 불상으로, 왜구들이 약탈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훔쳐간 물건을 원 주인이 가져왔으니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일본측은 조선시대에 버려진 불상들이 대거 쓰시마에 들어온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녹취> 쓰시마(민속박물관 과장) : "조선시대에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탄압했기 때문에 폐기된 불상들을 둘 곳이 없어서 그 때 일본에 들어온 것이 많습니다."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돼 있는 두 불상, 당연히 원주인 소유일까요?

훔쳐온 것이므로 돌려줘야 할까요?

정당하게 가져갔다는 것을 일본이 입증해야 할까요?

아니면 약탈해 갔다는 것을 한국이 입증해야 할까요?

<녹취> "이곳 카이진 신사를 비롯해 쓰시마 섬에 있는 한국 불상은 알려진 것만 130여 점이 넘습니다."

이들 불상들이 어떤 경로로 일본 섬으로 오게 됐는지를 현시점에서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설사 약탈 사실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성덕대왕 신종, 상원사 동종과 함께 신라 3대 범종으로 꼽히는 진주 연지사 동종입니다.

임진왜란 때 약탈돼 현재 일본 후쿠이 현의 한 신사에 보관돼 있습니다.

약탈 사실이 명확해 반환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일본측은 국보로 지정됐다며 창고 속에 감춰놓고 있습니다

<녹취> 미야모토(조쿠 신사 궁사) : "(범종 반환 문제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오사카의 이 신사에도 울산 임강사의 동종이 있습니다.

<녹취>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만들어진 이런 동종들은 일본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고려시대 52개 등 일본 전역에 85개나 됩니다.

고려시대 불화들도 전국 사찰에 수십점이 있습니다.

<녹취> 강건영(박사/동종 불화 연구가) : "도적질하는 사람들(왜구)한테 부탁해 가지고 그걸 사서 후쿠오카에 와서 절간(사찰)하는 사람들한테 팔았다고 합니다."

일본인 사업가로 최고의 도굴 왕이라고 불렸던 '오구라'가 일제 때 수집해 간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

도쿄 국립 박물관에는 지난 1982년 '오구라'의 아들이 기증한 1,100여 점이 있습니다.

경주 금관총에서 발굴된 금관과 귀걸이 등 금제 장신구.

일제 때 정식 발굴됐는데, 어찌된 일인지 '오구라'가 일본으로 대거 들여온 것입니다.

<녹취> 혜문 스님(문화재 제 자리 찾기) : "금관총 유물은 조선 총독부에 의해서 발굴됐기 때문에 외부로 유물이 유출됐다는 것은 불법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금동과 청동불상들도 여러 개 전시돼 있고 조선시대 문관과 무관의 관복도 버젓이 걸려 있습니다.

오구라 컬렉션에는 고종황제의 투구와 갑옷까지 들어 있습니다.

투구의 이마 가리개 부분이 옥으로 장식돼 있고, 그 위에 용이 조각돼 있습니다.

<녹취> 이 원(조선왕조 황세손) : "1897년 대한제국 때의 황제가, 황태자가 쓰셨던 것으로 확실하게 생각됩니다."

오구라 컬렉션 가운데 현재 약탈로 확인된 것은 국보급 문화재 34점입니다.

<녹취> 혜문 스님(문화재 제 자리 찾기) : "도난품 확인. 주의사항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도난품 정황이 증명되는 대로 다시 원산지 나라에 반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쿄 국립박물관 측은 정당하게 기증받은 것이라는 설명만 하고 있습니다.

<녹취> 시라이(도쿄 국립박물관 실장) : "기증하신 분(오구라 씨의) 유물 수집 경위에 대해서는 도쿄박물관은 잘 알지 못합니다."

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6만 6천여 점이나 됩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 협정 때 청구권이 끝났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한-일 회담 당시 일본 국민에게 속하는 한국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한국에 기증하도록 권장한다는 '합의록'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작성된 것이 지난 1958년 도쿄 국립박물관이 만든 '한반도 고분출토 미술품 목록'이라는 비밀문서입니다.

이 문서를 공개하라고 우리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냈지만, 도쿄 고등법원은 거부했습니다.

한국의 문화재 반환운동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판결 요지였습니다.

<녹취> 혜문 스님(문화재 제 자리 찾기) : "(문화재 리스트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을 일본 외무성이 직접 법원에 언급함으로써 출처문제가 불명확하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구요."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문화재 환수 노력과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로 우리 문화재의 반환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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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일본 속 우리 문화재 현주소
    • 입력 2015-01-03 09:34:14
    • 수정2015-01-03 09:47:3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일본 쓰시마에서 훔쳐온 것으로 알려진 고려와 통일신라 불상입니다.

훔친 장물이니까 돌려줘야 할까요?

아니면 원래 우리 문화재니까 우리가 가져야 할까요?

수많은 우리 문화재들이 일제 강점기나 한국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국으로 넘어갔는데요.

불법적으로 가져간 것도 되돌려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만 합니다.

해외의 우리 문화재 가운데 일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만 7만 점에 가까운데요.

상당수가 약탈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올해가 한일 수교 50년인데, 한일 수교 당시 문화재 반환을 권장한다는 합의록이 만들어졌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일본 속 약탈 문화재 실태, 이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본 쓰시마.

대마도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이 섬은, 거리도 가까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 입니다.

지난 2012년 10월, 이 섬의 관음사와 카이진 신사란 두 절에서 불상 2점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나가사키현 문화재인 관음보살좌상, 일본 국가문화재인 동조여래입상, 두 불상은 이후 한국에서 장물로 적발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녹취>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 "국제법 상에 있는 문화재 반한 요청에 근거해서 신속한 반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불상이 고려 불상으로, 왜구들이 약탈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훔쳐간 물건을 원 주인이 가져왔으니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일본측은 조선시대에 버려진 불상들이 대거 쓰시마에 들어온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녹취> 쓰시마(민속박물관 과장) : "조선시대에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탄압했기 때문에 폐기된 불상들을 둘 곳이 없어서 그 때 일본에 들어온 것이 많습니다."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돼 있는 두 불상, 당연히 원주인 소유일까요?

훔쳐온 것이므로 돌려줘야 할까요?

정당하게 가져갔다는 것을 일본이 입증해야 할까요?

아니면 약탈해 갔다는 것을 한국이 입증해야 할까요?

<녹취> "이곳 카이진 신사를 비롯해 쓰시마 섬에 있는 한국 불상은 알려진 것만 130여 점이 넘습니다."

이들 불상들이 어떤 경로로 일본 섬으로 오게 됐는지를 현시점에서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설사 약탈 사실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성덕대왕 신종, 상원사 동종과 함께 신라 3대 범종으로 꼽히는 진주 연지사 동종입니다.

임진왜란 때 약탈돼 현재 일본 후쿠이 현의 한 신사에 보관돼 있습니다.

약탈 사실이 명확해 반환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일본측은 국보로 지정됐다며 창고 속에 감춰놓고 있습니다

<녹취> 미야모토(조쿠 신사 궁사) : "(범종 반환 문제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오사카의 이 신사에도 울산 임강사의 동종이 있습니다.

<녹취>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만들어진 이런 동종들은 일본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고려시대 52개 등 일본 전역에 85개나 됩니다.

고려시대 불화들도 전국 사찰에 수십점이 있습니다.

<녹취> 강건영(박사/동종 불화 연구가) : "도적질하는 사람들(왜구)한테 부탁해 가지고 그걸 사서 후쿠오카에 와서 절간(사찰)하는 사람들한테 팔았다고 합니다."

일본인 사업가로 최고의 도굴 왕이라고 불렸던 '오구라'가 일제 때 수집해 간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

도쿄 국립 박물관에는 지난 1982년 '오구라'의 아들이 기증한 1,100여 점이 있습니다.

경주 금관총에서 발굴된 금관과 귀걸이 등 금제 장신구.

일제 때 정식 발굴됐는데, 어찌된 일인지 '오구라'가 일본으로 대거 들여온 것입니다.

<녹취> 혜문 스님(문화재 제 자리 찾기) : "금관총 유물은 조선 총독부에 의해서 발굴됐기 때문에 외부로 유물이 유출됐다는 것은 불법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의 금동과 청동불상들도 여러 개 전시돼 있고 조선시대 문관과 무관의 관복도 버젓이 걸려 있습니다.

오구라 컬렉션에는 고종황제의 투구와 갑옷까지 들어 있습니다.

투구의 이마 가리개 부분이 옥으로 장식돼 있고, 그 위에 용이 조각돼 있습니다.

<녹취> 이 원(조선왕조 황세손) : "1897년 대한제국 때의 황제가, 황태자가 쓰셨던 것으로 확실하게 생각됩니다."

오구라 컬렉션 가운데 현재 약탈로 확인된 것은 국보급 문화재 34점입니다.

<녹취> 혜문 스님(문화재 제 자리 찾기) : "도난품 확인. 주의사항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도난품 정황이 증명되는 대로 다시 원산지 나라에 반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쿄 국립박물관 측은 정당하게 기증받은 것이라는 설명만 하고 있습니다.

<녹취> 시라이(도쿄 국립박물관 실장) : "기증하신 분(오구라 씨의) 유물 수집 경위에 대해서는 도쿄박물관은 잘 알지 못합니다."

현재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6만 6천여 점이나 됩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 협정 때 청구권이 끝났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한-일 회담 당시 일본 국민에게 속하는 한국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한국에 기증하도록 권장한다는 '합의록'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작성된 것이 지난 1958년 도쿄 국립박물관이 만든 '한반도 고분출토 미술품 목록'이라는 비밀문서입니다.

이 문서를 공개하라고 우리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냈지만, 도쿄 고등법원은 거부했습니다.

한국의 문화재 반환운동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판결 요지였습니다.

<녹취> 혜문 스님(문화재 제 자리 찾기) : "(문화재 리스트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을 일본 외무성이 직접 법원에 언급함으로써 출처문제가 불명확하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구요."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문화재 환수 노력과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로 우리 문화재의 반환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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