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적자 눈덩이, 시카고 파산 위기

입력 2015.07.11 (08:34) 수정 2015.07.1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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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연금 적자 문제,

특히 공무원연금 적자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심각한 모양입니다.

미국 시카고 시가 공무원연금 적자 때문에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시카고시의 부채 가운데 70% 가까이가 공무원연금 적자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데요.

연금 적자를 메우려다가 공립학교 50개의 문을 닫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연금 수급액을 줄여야 할 텐데요.

덜 받게 고치는 것은 주 헌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났고요.

더 내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해당자들의 반대가 심합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인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젭니다.

이러는 사이 시카고 신용등급은 미국 주요 도시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연금 적자로 파산 위기에 몰린 시카고를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리노이주 시카고, 드넓은 미시간호를 끼고 있고 인구가 9백 만 명이나 되는 미 중부 최대 도십니다.

시카고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합니다.

명실상부하게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라는 이 시카고가 지금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시카고가 어쩌다 이 지경에 내몰리게 됐을까요.

<녹취> 브루스 라우너(일리노이 주지사)

시카고는 파산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누적된 적자로 연금 기금은 바닥났고 재정 상태는 엉망입니다.

시카고를 파산 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은 공무원 연금입니다.

시카고의 부채는 290억 달러, 32조원, 이 가운데 공무원 연금 적자가 200억 달러, 22조원으로 전체 부채의 70%에 가깝습니다.

갈수록 퇴직 공무원들은 늘고 세금 수입은 오그라듭니다.

연금 적자 구조는 개선 기미가 안보입니다.

<인터뷰> 토마스 몬쉬안(드폴대학 경제학교수) : "시카고는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와도 같습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고 결국 무너지게 돼있습니다."

연금 개혁 시도마저 벽에 부닥쳤습니다.

적자 해결을 위해 시카고시가 마련한 개혁안, 퇴직자들의 연금수령액을 줄이는 계획은 지난 5월 위헌판결이 났습니다.

주 헌법은 공무원들의 기존 혜택을 축소하거나 훼손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게 일리노이주 대법원의 결정 이윱니다.

직후 시카고시의 채권신용등급은 최하위, 이른바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녹취> 레이철 코테즈(신용평가사) : "무디스 연금혜택축소는 개혁안의 핵심이었는데 그게 위헌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시카고는 연금측면에서 일리노이주에서 가장 상태가 안좋습니다."

빌린 돈으로 간신히 버텨온 터에 신용 등급 추락은 옆친 데 덮친 격입니다.

부채 이자 부담이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공무원 노조까지 거세게 반발합니다.

연금 혜택을 '덜 받는 게' 위헌이라면 '더 내기' 라도 해야 적자를 줄일 수 있는데,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딘 안잴로(시카고 경찰노조위원장) : "경찰더러 연금 많이 받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 평생 총들고 방탄조끼입고 근무해보라고 하세요.우-리가 연금받는게 그렇게 배아픕니까?"

<인터뷰> 시카고 소방관 노조위원장 : "이곳 소방관들의 30%이상이 퇴직후 암에 걸립니다. 직업병이죠. 희생하는만큼 연금혜택받겠다는 게 뭐가 잘못인가요?"

연금 부실은 정부와 공무원노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민 생활에도 직접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가 그렇습니다. 시카고의 한 초등학교. 5백명이 다니던 멀쩡한 학교가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교원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써버리면서 교육예산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바이런(시그처 일리노이주립대) : "(교육 시민단체 대표) 학교가 문닫으면서 이 학교를 다녔던 초등학생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학교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시카고 서부를 중심으로 초,중학교 50여곳이 폐쇄조치됐습니다. 서민 자녀들의 교육 기회 박탈은 심각합니다.

시카고 시민 인터뷰: 학생들을 받아줄 학교가가 없다면 가난한 아이들은 어딜가서 교육받는다는 겁니까?

교원 연금은 파산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시 당국은 지난달 말 긴급차입금 6억 달러로 연금 부도를 겨우 막았습니다.

대신 교원 1400명을 해고하는등 대대적인 교육예산 삭감을 선언했습니다.

교원들은 집단 행동에 나섰습니다,

<녹취> "해고반대!!!!!"

시카고 교원 노조의 시위 현장 입니다.

시카고시 당국의 교원 연금 개혁방안에 대해 노조는 교사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위참가 교사 : "교사들이 영문도 모르고 해고당했습니다. 퇴직교원들 먹여살리기위해 학교와 학생들이 더이상 희생당할 수 없습니다."

시카고의 공무원연금 부실, 일차 원인으론 과도한 '소득 대체율'이 꼽힙니다.

재직 시 소득 대비 너무 많이 받아간다는 것입니다.

OECD 회원국들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재직기간 평균의 42%, 하지만 시카고 공무원들은 퇴직 직전 소득의 75%정도를 받습니다.

<인터뷰> 제임스 스튜어트(퇴직교사) : "(정년퇴직 직전 연봉이 9만달러였다고 했는데 지금 연금으로 얼마 받고 계십니까?) 1년에 7만 3천달러 받습니다."

10만달러, 1억 천만원이상의 연금을 받는 공무원이 시카고에만 만 천명, 일부 교수 등 교원들은 서민들은 꿈도 못 꿀 4~5억원의 연금을 해마다, 평생 타가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녹취> ABC뉴스 보도 : "이 의대 교수는 퇴직후 연금으로만 100억원이상을 수령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문제를 더욱 키웠습니다

선출직 단체장들은 연금 재정 건전성보다 한 표가 급했습니다.

퇴직공무원들을 위한 연금 기금에까지 손댔습니다. 지역구 민원사업, 전시성 행사비용 등 선심사업에 연금 기금을 돌려썼고 채워 넣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고통 분담이 따르는 연금 개혁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인터뷰> 토마스 몬쉬안(드폴대학 경제학교수) : "연금문제 해결을 위해선 세금을 올려야하는데 정치인들은 유권자들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20년, 30년 후 미래를 위한 준비는 정치인들에겐 안중에도 없습니다. 눈앞의 당선이 중요하니까요."

뒤늦게 임마누엘 시장은 재산세 등 큰 폭의 세금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조세 저항은 불가피합니다.

시카고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였다가 파산해버린 디트로이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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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 적자 눈덩이, 시카고 파산 위기
    • 입력 2015-07-11 08:58:57
    • 수정2015-07-11 22:44:2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연금 적자 문제,

특히 공무원연금 적자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심각한 모양입니다.

미국 시카고 시가 공무원연금 적자 때문에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시카고시의 부채 가운데 70% 가까이가 공무원연금 적자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데요.

연금 적자를 메우려다가 공립학교 50개의 문을 닫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연금 수급액을 줄여야 할 텐데요.

덜 받게 고치는 것은 주 헌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났고요.

더 내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해당자들의 반대가 심합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인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젭니다.

이러는 사이 시카고 신용등급은 미국 주요 도시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연금 적자로 파산 위기에 몰린 시카고를 박태서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리노이주 시카고, 드넓은 미시간호를 끼고 있고 인구가 9백 만 명이나 되는 미 중부 최대 도십니다.

시카고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합니다.

명실상부하게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라는 이 시카고가 지금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시카고가 어쩌다 이 지경에 내몰리게 됐을까요.

<녹취> 브루스 라우너(일리노이 주지사)

시카고는 파산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누적된 적자로 연금 기금은 바닥났고 재정 상태는 엉망입니다.

시카고를 파산 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은 공무원 연금입니다.

시카고의 부채는 290억 달러, 32조원, 이 가운데 공무원 연금 적자가 200억 달러, 22조원으로 전체 부채의 70%에 가깝습니다.

갈수록 퇴직 공무원들은 늘고 세금 수입은 오그라듭니다.

연금 적자 구조는 개선 기미가 안보입니다.

<인터뷰> 토마스 몬쉬안(드폴대학 경제학교수) : "시카고는 뜨거운 물 속의 개구리와도 같습니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것이고 결국 무너지게 돼있습니다."

연금 개혁 시도마저 벽에 부닥쳤습니다.

적자 해결을 위해 시카고시가 마련한 개혁안, 퇴직자들의 연금수령액을 줄이는 계획은 지난 5월 위헌판결이 났습니다.

주 헌법은 공무원들의 기존 혜택을 축소하거나 훼손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게 일리노이주 대법원의 결정 이윱니다.

직후 시카고시의 채권신용등급은 최하위, 이른바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녹취> 레이철 코테즈(신용평가사) : "무디스 연금혜택축소는 개혁안의 핵심이었는데 그게 위헌이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시카고는 연금측면에서 일리노이주에서 가장 상태가 안좋습니다."

빌린 돈으로 간신히 버텨온 터에 신용 등급 추락은 옆친 데 덮친 격입니다.

부채 이자 부담이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공무원 노조까지 거세게 반발합니다.

연금 혜택을 '덜 받는 게' 위헌이라면 '더 내기' 라도 해야 적자를 줄일 수 있는데,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딘 안잴로(시카고 경찰노조위원장) : "경찰더러 연금 많이 받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 평생 총들고 방탄조끼입고 근무해보라고 하세요.우-리가 연금받는게 그렇게 배아픕니까?"

<인터뷰> 시카고 소방관 노조위원장 : "이곳 소방관들의 30%이상이 퇴직후 암에 걸립니다. 직업병이죠. 희생하는만큼 연금혜택받겠다는 게 뭐가 잘못인가요?"

연금 부실은 정부와 공무원노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민 생활에도 직접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교육 분야가 그렇습니다. 시카고의 한 초등학교. 5백명이 다니던 멀쩡한 학교가 최근 문을 닫았습니다.

교원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써버리면서 교육예산이 바닥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바이런(시그처 일리노이주립대) : "(교육 시민단체 대표) 학교가 문닫으면서 이 학교를 다녔던 초등학생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학교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시카고 서부를 중심으로 초,중학교 50여곳이 폐쇄조치됐습니다. 서민 자녀들의 교육 기회 박탈은 심각합니다.

시카고 시민 인터뷰: 학생들을 받아줄 학교가가 없다면 가난한 아이들은 어딜가서 교육받는다는 겁니까?

교원 연금은 파산하기 일보 직전입니다. 시 당국은 지난달 말 긴급차입금 6억 달러로 연금 부도를 겨우 막았습니다.

대신 교원 1400명을 해고하는등 대대적인 교육예산 삭감을 선언했습니다.

교원들은 집단 행동에 나섰습니다,

<녹취> "해고반대!!!!!"

시카고 교원 노조의 시위 현장 입니다.

시카고시 당국의 교원 연금 개혁방안에 대해 노조는 교사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한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위참가 교사 : "교사들이 영문도 모르고 해고당했습니다. 퇴직교원들 먹여살리기위해 학교와 학생들이 더이상 희생당할 수 없습니다."

시카고의 공무원연금 부실, 일차 원인으론 과도한 '소득 대체율'이 꼽힙니다.

재직 시 소득 대비 너무 많이 받아간다는 것입니다.

OECD 회원국들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재직기간 평균의 42%, 하지만 시카고 공무원들은 퇴직 직전 소득의 75%정도를 받습니다.

<인터뷰> 제임스 스튜어트(퇴직교사) : "(정년퇴직 직전 연봉이 9만달러였다고 했는데 지금 연금으로 얼마 받고 계십니까?) 1년에 7만 3천달러 받습니다."

10만달러, 1억 천만원이상의 연금을 받는 공무원이 시카고에만 만 천명, 일부 교수 등 교원들은 서민들은 꿈도 못 꿀 4~5억원의 연금을 해마다, 평생 타가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녹취> ABC뉴스 보도 : "이 의대 교수는 퇴직후 연금으로만 100억원이상을 수령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문제를 더욱 키웠습니다

선출직 단체장들은 연금 재정 건전성보다 한 표가 급했습니다.

퇴직공무원들을 위한 연금 기금에까지 손댔습니다. 지역구 민원사업, 전시성 행사비용 등 선심사업에 연금 기금을 돌려썼고 채워 넣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고통 분담이 따르는 연금 개혁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인터뷰> 토마스 몬쉬안(드폴대학 경제학교수) : "연금문제 해결을 위해선 세금을 올려야하는데 정치인들은 유권자들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20년, 30년 후 미래를 위한 준비는 정치인들에겐 안중에도 없습니다. 눈앞의 당선이 중요하니까요."

뒤늦게 임마누엘 시장은 재산세 등 큰 폭의 세금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조세 저항은 불가피합니다.

시카고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였다가 파산해버린 디트로이트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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