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부품 결함 알고도 방치?

입력 2015.10.18 (22:45) 수정 2015.10.1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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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홍동근(환경부 교통환경과장) : "아우디폭스바겐이 약간 법의 맹점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취> 정찬운(여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시동)꺼짐까지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밸브가 EGR밸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프닝>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임의로 끄는 '조작행위'를 해 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조작한 EGR 등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국내에서도 조사 결과 문제가 발견됐던 부품인데요.

일부 폭스바겐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차량의 시동꺼짐 현상이 이 장치의 결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 돼 왔습니다.

취재파일K 취재진은 과연 폭스바겐 배기가스 저감장치와 시동꺼짐 현상이 관련이 있는지, 전문가와 함께 확인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미 2년 전 부품 결함이 확인됐는데도 왜 최근까지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스바겐 티구안 차를 타던 정혜용 씨는 지난해 12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임신했던 아내가 몰던 차량이 길 한복판에서 시동이 꺼지면서 두 차례나 갑자기 멈춰 섰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혜용('시동 꺼짐' 경험 폭스바겐 차주) : "북악 언덕이 있는데 경찰도 (와서) 아마 다 그 사건(기록)보면 나올 거예요. 코너에서 그냥 시동이 딱 꺼져서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 언덕길 한복판에서 시동이 확 꺼져버리고…."

폭스바겐측은 이 사고의 원인을 단순 부품 불량 때문이라면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씨의 차량 교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는 눈길을 달리던 폭스바겐 티구안 차량이 시동이 꺼지며 갑자기 멈춰서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폭스바겐 운전자 모임 등에서도 주행 중에 차량의 시동이 꺼졌다는 경험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녹취> 문병건('시동 꺼짐' 경험 폭스바겐 차주) : "위험하죠. 시동꺼짐 때문에. 시동이 꺼지면 이게 먹통이 돼요. 핸들이. 달릴 때도 그렇고 이게 내리막길 달리는 데 힘을 하나도 안 받잖아요."

폭스바겐 차량에 왜 시동꺼짐 현상이 빈발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문의에 대해 폭스바겐 코리아는 최근 수년간 '빈발했던' 시동꺼짐 현상 사례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소비자원에 접수된 폭스바겐 차량의 시동꺼짐 신고는 모두 14건, 전체 수입차 시동꺼짐 신고 64건 가운데 22%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 평균 13% 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녹취> 양종석(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과) : "수입차가 등록횟수가 크게 적기 때문에 (신거동꺼짐으로 신고된 차량이) 결코 적지 않은 수치고, 결함 조사할 때 신분노출 이런 걸 꺼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소비자원은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부터 자동차 시동꺼짐에 대한 안전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수입차들과는 달리 폭스바겐 차량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민간 전문가는 폭스바겐이 소비자원에 제출한 차량 정비이력 등이 부실해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영석(아주대 차량안전연구소 전문위원/소비자원 조사 참여)) : "소비자원이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다른 업체들은) 웬만하면 자료를 내놓는데 실제로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에는 개인정보 간련된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이 있다 핑계를 대서 전혀 자료협조를 안 했던 사항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측은 소비자원의 요구한 자료를 최대한 제공했지만 폐차 등의 이유로 조회되지 않는 일부 정비이력에 대해서는 협조할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 5월 폭스바겐 차량의 시동꺼짐의 원인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다섯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차량 시동꺼짐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이후 EGR밸브, 즉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가 시동꺼짐 현상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찬운(여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열린 상태로 (EGR밸브가) 고장나면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배기가스가 굉장히 많은양이 흡기(엔진)로 들어가게 되겠죠. 그러니까 새로운 공기나 연료가 안들어가겠죠. (시동꺼짐으로) 이어질수도 있죠.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꺼짐까지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밸브가 EGR밸브라고 할수 있습니다."

EGR밸브는 자동차 엔진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의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넣어 엔진의 온도를 낮추는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입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고온에서 만들어지는 질소산화물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전광민(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 "디젤의 장점은 큰 토크로 가속을 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나 NOX(질소산화물)와 PM(미세먼지)이라는 대기의 오염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이걸 꼭 잡아줘야 해요."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의 핵심 장치가 바로 EGR밸브입니다.

폭스바겐이 EGR을 조작한 이유도 EGR을 끄면 질소산화물이 많이 배출되는 대신에 반대로 엔진 출력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병일(자동차 명장) : "중간에 이렇게 (배출가스를) 빼주는.. 중간에 일부 빼는 거에요. 이 실린더 4개에서 다 빼는 게 아니라 중간에 일부 빼고 나머지는 이런 촉매가 이렇게 붙어서."

취재진은 폭스바겐 차량의 EGR에 문제가 생기면 시동꺼짐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 실험을 했습니다.

자동차 분야의 최고 기술 전문가로 국가가 공인한 1호 자동차 명장이 실험을 감독했습니다.

폭스바겐 골프 차량에 EGR을 오작동하도록 하는 조작 스위치를 설치한 뒤 시험 주행을 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실제 주행 상황과 동일한 조건 하에 3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녹취> 박병일(자동차 명장) : "120킬로미터로 가고 있고. 엔진RPM도 2천3~4백에서 아주 정상적인건데.."

계기판 이상신호 없이 정상주행하고 있는 골프차량.

<녹취> "해볼까요."

EGR이 오작동 하도록 설정해 둔 스위치를 켜자 엔진 RPM이 순식간에 0으로 떨어집니다.

엔진이 꺼진 것입니다.

반복 시험에서 시동꺼짐 현상은 동일하게 재연됐습니다.

<인터뷰> 박병일(자동차 명장) : "지금 현재 우리가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이라든가 아니면 DPF(디젤분진필터)가 막힌 상황을 컴퓨터에 신호를 줘서 제한한 것이거든요. 갑자기 막히거나 연료가 차단되거나 어떤 컴퓨터가 오작동하게 되면 RPM이 뚝떨어지면서 거의 시동이 멈춰버렸잖아요."

지난 2013년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는 부품 점검 결과 폭스바겐 차량의 배기가스 온도센서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보고서에는 폭스바겐의 주력 차종 6개에서 배기가스 온도센서의 결함이 발견됐다고 적혀있습니다.

또 차종 별로 최소 30%~ 최대 64%의 차량에 배기가스 온도센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배기가스 온도센서의 결함이 EGR밸브 오작동의 결과물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호근(교수/대덕대 자동차학과) : "EGR밸브(배기가스 재순환장치)가 닫힐 경우에 결국은 엔진의 온도나 배기가스 온도가 상당히 심하게 올라갈 수 있거든요. 그럼 거기 온도센서가 있는데 고온에 노출되다 보면 고장확률이 조금더 높아질수 있고요. DPF(디젤분진필터)쪽에 적절한 분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PM(미세먼지)들이 막혀서 결국은 출력이 저하되거나 엔진의 시동꺼짐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EGR밸브가 오작동 되면 배기가스 온도센서가 고장나고 DPF, 디젤분진필터의 막힘으로 이어져 시동꺼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 내용입니다.

<인터뷰> 박병일(자동차 명장) : "여기(DPF)는 완전히 녹아버렸죠. 더 지나면 이 상태로 돼버리는 거에요. 덩어리, 완전히 막힌.. 막힌만큼 차는 출력이 떨어지는 거죠."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된 EGR 등을 최근의 디젤 이슈라고 표현하면서 디젤 이슈는 시동 꺼짐 현상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동꺼짐과 유사한 현상에 대해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3년 배출가스 부품 결함을 적발한 환경부는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환경부는 5천 2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이 같은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의무적 결함시정인 리콜을 실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리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검찰 고발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폭스바겐을 법령 미비 등의 이유로 고발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홍동곤(환경부 교통환경과장) : "법이 그때 당시에는 약간 미비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쪽에서는 언제까지 리콜을 하겠다라는 계획서를 내라는 날짜가 (규정에) 없다보니까 계속 버텼던 겁니다. 그러니까 아우디폭스바겐이 약간 법의 맹점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부가 시행규칙을 뒤늦게 개정했지만 폭스바겐 측은 취재에 나서자 리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제는 부품 결함이나 미인증 부품의 사용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수입차들의 경우 자체 인증 서류만 가지고 실물 검사 없이 국내 환경 인증을 통과하는 비율이 90%가 넘기 때문입니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환경인증이 떨어지기도 전에 차를 먼저 수입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수입차 환경인증 대행업자(음성변조) : "그 많은 차들을 일일이 (검사) 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 환경부같은 곳에서.. 그러니까 인증 생략을 한다니까요. 그리고 더구나 요즘에 FTA라고 그래서 FTA가 성립된 나라는 그 외교(활동)의 영향이 (인증에) 크죠 지금."

환경부는 수입차들이 대부분 자체 서류만으로 인증을 통과하는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시검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수시검사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돼도 정작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배출 가스 조작 파문이 확산되면서 수입 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검사와 관리감독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남(의원/국회 환경노동위) : "배기가스 부품의 인증을 전담하는 교통환경연구소의 직원이 20명이 채 안 되다 보니까요. 검사 역량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고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독일의 경우 연방자동차청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폭스바겐에 강제리콜을 명령할 방침이라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이호근(교수/대덕대 자동차학과) : "물론 도덕적으로 기업체에서 그런걸 자발적으로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보다 강제적으로 규정이 보완되고.."

우리 정부도 자동차 환경인증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 시동꺼짐 현상의 원인을 더욱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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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바겐 부품 결함 알고도 방치?
    • 입력 2015-10-18 23:05:56
    • 수정2015-10-18 23:43:43
    취재파일K
<프롤로그>

<녹취> 홍동근(환경부 교통환경과장) : "아우디폭스바겐이 약간 법의 맹점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취> 정찬운(여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시동)꺼짐까지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밸브가 EGR밸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프닝>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임의로 끄는 '조작행위'를 해 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조작한 EGR 등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국내에서도 조사 결과 문제가 발견됐던 부품인데요.

일부 폭스바겐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차량의 시동꺼짐 현상이 이 장치의 결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 돼 왔습니다.

취재파일K 취재진은 과연 폭스바겐 배기가스 저감장치와 시동꺼짐 현상이 관련이 있는지, 전문가와 함께 확인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미 2년 전 부품 결함이 확인됐는데도 왜 최근까지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폭스바겐 티구안 차를 타던 정혜용 씨는 지난해 12월 아찔한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임신했던 아내가 몰던 차량이 길 한복판에서 시동이 꺼지면서 두 차례나 갑자기 멈춰 섰다는 겁니다.

<인터뷰> 정혜용('시동 꺼짐' 경험 폭스바겐 차주) : "북악 언덕이 있는데 경찰도 (와서) 아마 다 그 사건(기록)보면 나올 거예요. 코너에서 그냥 시동이 딱 꺼져서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 언덕길 한복판에서 시동이 확 꺼져버리고…."

폭스바겐측은 이 사고의 원인을 단순 부품 불량 때문이라면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씨의 차량 교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는 눈길을 달리던 폭스바겐 티구안 차량이 시동이 꺼지며 갑자기 멈춰서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폭스바겐 운전자 모임 등에서도 주행 중에 차량의 시동이 꺼졌다는 경험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녹취> 문병건('시동 꺼짐' 경험 폭스바겐 차주) : "위험하죠. 시동꺼짐 때문에. 시동이 꺼지면 이게 먹통이 돼요. 핸들이. 달릴 때도 그렇고 이게 내리막길 달리는 데 힘을 하나도 안 받잖아요."

폭스바겐 차량에 왜 시동꺼짐 현상이 빈발하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문의에 대해 폭스바겐 코리아는 최근 수년간 '빈발했던' 시동꺼짐 현상 사례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소비자원에 접수된 폭스바겐 차량의 시동꺼짐 신고는 모두 14건, 전체 수입차 시동꺼짐 신고 64건 가운데 22%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 평균 13% 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녹취> 양종석(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과) : "수입차가 등록횟수가 크게 적기 때문에 (신거동꺼짐으로 신고된 차량이) 결코 적지 않은 수치고, 결함 조사할 때 신분노출 이런 걸 꺼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소비자원은 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부터 자동차 시동꺼짐에 대한 안전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수입차들과는 달리 폭스바겐 차량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민간 전문가는 폭스바겐이 소비자원에 제출한 차량 정비이력 등이 부실해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영석(아주대 차량안전연구소 전문위원/소비자원 조사 참여)) : "소비자원이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다른 업체들은) 웬만하면 자료를 내놓는데 실제로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에는 개인정보 간련된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이 있다 핑계를 대서 전혀 자료협조를 안 했던 사항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측은 소비자원의 요구한 자료를 최대한 제공했지만 폐차 등의 이유로 조회되지 않는 일부 정비이력에 대해서는 협조할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역시 지난 5월 폭스바겐 차량의 시동꺼짐의 원인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다섯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차량 시동꺼짐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이후 EGR밸브, 즉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가 시동꺼짐 현상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찬운(여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열린 상태로 (EGR밸브가) 고장나면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배기가스가 굉장히 많은양이 흡기(엔진)로 들어가게 되겠죠. 그러니까 새로운 공기나 연료가 안들어가겠죠. (시동꺼짐으로) 이어질수도 있죠.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꺼짐까지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밸브가 EGR밸브라고 할수 있습니다."

EGR밸브는 자동차 엔진에서 나오는 배출가스의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넣어 엔진의 온도를 낮추는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입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고온에서 만들어지는 질소산화물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전광민(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 : "디젤의 장점은 큰 토크로 가속을 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나 NOX(질소산화물)와 PM(미세먼지)이라는 대기의 오염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이걸 꼭 잡아줘야 해요."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의 핵심 장치가 바로 EGR밸브입니다.

폭스바겐이 EGR을 조작한 이유도 EGR을 끄면 질소산화물이 많이 배출되는 대신에 반대로 엔진 출력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병일(자동차 명장) : "중간에 이렇게 (배출가스를) 빼주는.. 중간에 일부 빼는 거에요. 이 실린더 4개에서 다 빼는 게 아니라 중간에 일부 빼고 나머지는 이런 촉매가 이렇게 붙어서."

취재진은 폭스바겐 차량의 EGR에 문제가 생기면 시동꺼짐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 실험을 했습니다.

자동차 분야의 최고 기술 전문가로 국가가 공인한 1호 자동차 명장이 실험을 감독했습니다.

폭스바겐 골프 차량에 EGR을 오작동하도록 하는 조작 스위치를 설치한 뒤 시험 주행을 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실제 주행 상황과 동일한 조건 하에 3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녹취> 박병일(자동차 명장) : "120킬로미터로 가고 있고. 엔진RPM도 2천3~4백에서 아주 정상적인건데.."

계기판 이상신호 없이 정상주행하고 있는 골프차량.

<녹취> "해볼까요."

EGR이 오작동 하도록 설정해 둔 스위치를 켜자 엔진 RPM이 순식간에 0으로 떨어집니다.

엔진이 꺼진 것입니다.

반복 시험에서 시동꺼짐 현상은 동일하게 재연됐습니다.

<인터뷰> 박병일(자동차 명장) : "지금 현재 우리가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이라든가 아니면 DPF(디젤분진필터)가 막힌 상황을 컴퓨터에 신호를 줘서 제한한 것이거든요. 갑자기 막히거나 연료가 차단되거나 어떤 컴퓨터가 오작동하게 되면 RPM이 뚝떨어지면서 거의 시동이 멈춰버렸잖아요."

지난 2013년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는 부품 점검 결과 폭스바겐 차량의 배기가스 온도센서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보고서에는 폭스바겐의 주력 차종 6개에서 배기가스 온도센서의 결함이 발견됐다고 적혀있습니다.

또 차종 별로 최소 30%~ 최대 64%의 차량에 배기가스 온도센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배기가스 온도센서의 결함이 EGR밸브 오작동의 결과물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이호근(교수/대덕대 자동차학과) : "EGR밸브(배기가스 재순환장치)가 닫힐 경우에 결국은 엔진의 온도나 배기가스 온도가 상당히 심하게 올라갈 수 있거든요. 그럼 거기 온도센서가 있는데 고온에 노출되다 보면 고장확률이 조금더 높아질수 있고요. DPF(디젤분진필터)쪽에 적절한 분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PM(미세먼지)들이 막혀서 결국은 출력이 저하되거나 엔진의 시동꺼짐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EGR밸브가 오작동 되면 배기가스 온도센서가 고장나고 DPF, 디젤분진필터의 막힘으로 이어져 시동꺼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 내용입니다.

<인터뷰> 박병일(자동차 명장) : "여기(DPF)는 완전히 녹아버렸죠. 더 지나면 이 상태로 돼버리는 거에요. 덩어리, 완전히 막힌.. 막힌만큼 차는 출력이 떨어지는 거죠."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된 EGR 등을 최근의 디젤 이슈라고 표현하면서 디젤 이슈는 시동 꺼짐 현상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동꺼짐과 유사한 현상에 대해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3년 배출가스 부품 결함을 적발한 환경부는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환경부는 5천 2백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이 같은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의무적 결함시정인 리콜을 실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리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검찰 고발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폭스바겐을 법령 미비 등의 이유로 고발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홍동곤(환경부 교통환경과장) : "법이 그때 당시에는 약간 미비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쪽에서는 언제까지 리콜을 하겠다라는 계획서를 내라는 날짜가 (규정에) 없다보니까 계속 버텼던 겁니다. 그러니까 아우디폭스바겐이 약간 법의 맹점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부가 시행규칙을 뒤늦게 개정했지만 폭스바겐 측은 취재에 나서자 리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문제는 부품 결함이나 미인증 부품의 사용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수입차들의 경우 자체 인증 서류만 가지고 실물 검사 없이 국내 환경 인증을 통과하는 비율이 90%가 넘기 때문입니다.

수입차 업체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환경인증이 떨어지기도 전에 차를 먼저 수입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녹취> 수입차 환경인증 대행업자(음성변조) : "그 많은 차들을 일일이 (검사) 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 환경부같은 곳에서.. 그러니까 인증 생략을 한다니까요. 그리고 더구나 요즘에 FTA라고 그래서 FTA가 성립된 나라는 그 외교(활동)의 영향이 (인증에) 크죠 지금."

환경부는 수입차들이 대부분 자체 서류만으로 인증을 통과하는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시검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수시검사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돼도 정작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배출 가스 조작 파문이 확산되면서 수입 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검사와 관리감독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남(의원/국회 환경노동위) : "배기가스 부품의 인증을 전담하는 교통환경연구소의 직원이 20명이 채 안 되다 보니까요. 검사 역량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고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독일의 경우 연방자동차청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폭스바겐에 강제리콜을 명령할 방침이라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인터뷰> 이호근(교수/대덕대 자동차학과) : "물론 도덕적으로 기업체에서 그런걸 자발적으로 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보다 강제적으로 규정이 보완되고.."

우리 정부도 자동차 환경인증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 시동꺼짐 현상의 원인을 더욱 철저히 조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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