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포켓몬 고’…스토리와 감수성의 힘

입력 2016.07.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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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기반 기술을 차용한 게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기술적 완성도와 착상의 기발함이 더 높았던 게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하필 '포켓몬 고'만 이처럼 인기가 있을까?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출시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의 초기 돌풍이 거세다. 돌발 사건과 언론의 주목 속에 갖가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한국 언론은 게임의 부작용을 일부분 언급할 뿐, 게임이 가져온 세태의 변화와 인기에 주로 주목하고 있다.

혁신의 성공 사례로 언급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출시 초기에 이처럼 강력한 화제성을 몰고온 게임도 드문 만큼, 전 세계 게임 시장도 포켓몬 고의 열풍과 그 추이를 당분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언론의 관심은 포켓몬 고의 인기와 기반 기술, 혁신적 아이디어 등에 쏠리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증강 현실과 지도기반 위치 인식 등의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고 있다. 게임의 성공을 주로 디지털 기술의 차용이라는 관점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 시장의 역동성과 휘발성을 이해한다면, 포켓몬 고의 미래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인터넷 게임, 모바일 게임, PC 게임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이른바 'e-게임' 시장은 치열한 생존 경쟁터이다. 게임의 종주국 또는 대표 시장을 자처하는 국가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며 출시됐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져간 게임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저주받은 걸작들'이다. 출시 초기 게이머들의 열광적 지지와 언론의 폭발적 후원, 게임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성이 없으면 순식간에 배척받는 것이 게임시장의 냉혹한 법칙이다.

포켓몬 고는 구글 계정을 경유해야 하고 구글맵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법률적 제약조건이 있는 중국이나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급증하는 게임자수를 모든 지역의 모바일 서버망이 감당할 수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신규 게임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문제, 즉 '버그'라 불리는 오류, 아이템별 균형성,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업그레이드 등도 검증되지 않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의 성공이 반드시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거대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게임 자체의 인기와 수익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폭발적인 화제성과 지속 가능성은 별개 문제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게임의 성공 여부는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지만, 핵심은 수익의 지속 가능성이다.(게임을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를 '중독성'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다수의 온건한 게임자들이 지속적으로 소액의 매출을 올려주거나, 충성도 높은 소수의 마니아들이 지속적으로 고액의 매출을 올려주거나 해야 한다.

닌텐도 사는 이전에는 게임기 매출 중심의 수익 구조에 치중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여느 온라임 게임사처럼 아이템 판매와 협찬 매출 중심으로 수익원을 이동했다는 점에서, 수익 창출의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닌텐도 사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배급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자회사와 외주 개발사를 경유했다는 차이점은 있다.



지속가능성이 있는 게임의 공통적 특징은 기술적 완성도가 공통적으로 높다. 발상의 혁신성이 있다. 그리고 보통은 쉽게 간과하는 스토리와 감수성의 힘이다.

스타크래프트 등 명작으로 손꼽히는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강력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영화의 소재로 차용될 만큼 치밀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통찰력과 과학적 상상력,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녹여 넣고 있다. 이는 아날로그적인 문화적 감수성과도 맥이 닿는다. 신화적 상상력이나 과학적 연구 성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으면 태어날 수 없는 스토리로 가득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포켓몬 고의 진정한 힘은 스토리와 감수성이 아닐까 싶다. 포켓몬은 원래 게임으로 탄생했지만,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모은 것은 만화영화-애니매이션의 힘이다.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애니매이션을 통해 쉽게 포켓몬의 매력에 빨려들었다.

폭력적인 요소도 폭력적이지 않게 보이도록 만드는 영상기법, 게다가 사랑, 우정, 공동체 등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문화적 향수까지 담겨 있다. 포켓몬을 수집하고 키우는 구조가 반복되지만, 각각의 포켓몬마다 독자적인 스토리와 감수성을 지니고 있고, 끊임 없이 교훈을 얻고 감동을 얻는다.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다음 방송을 기다리게 된다.

피카츄로 상징되는 포켓몬의 관련 산업 규모는 각종 캐릭터 시장 등을 합쳐 50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만큼 강력한 문화상품도 찾기 어렵다. 포켓몬 고의 성공 요인 중 간과해서 안되는 점은 바로 이 문화상품으로서의 포켓몬 자체이다.

게임시장을 '기술 맹신', '기발한 착상 맹신'에서 벗어나 '문화적 감수성'과 '지속가능한 스토리의 힘'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포켓몬 고'의 숨겨진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상상력의 기초가 되는 문화와 인문학을 무시한 채 기술개발에만 매달려서는 결코 명품 게임을 만들 수 없다.

[연관기사] ☞ [이슈&뉴스] 닌텐도 부활 비결은…‘혁신’이 생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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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포켓몬 고’…스토리와 감수성의 힘
    • 입력 2016-07-16 09:03:21
    취재후·사건후
위치기반 기술을 차용한 게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기술적 완성도와 착상의 기발함이 더 높았던 게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하필 '포켓몬 고'만 이처럼 인기가 있을까?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출시된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의 초기 돌풍이 거세다. 돌발 사건과 언론의 주목 속에 갖가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한국 언론은 게임의 부작용을 일부분 언급할 뿐, 게임이 가져온 세태의 변화와 인기에 주로 주목하고 있다.

혁신의 성공 사례로 언급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출시 초기에 이처럼 강력한 화제성을 몰고온 게임도 드문 만큼, 전 세계 게임 시장도 포켓몬 고의 열풍과 그 추이를 당분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언론의 관심은 포켓몬 고의 인기와 기반 기술, 혁신적 아이디어 등에 쏠리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증강 현실과 지도기반 위치 인식 등의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고 있다. 게임의 성공을 주로 디지털 기술의 차용이라는 관점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 시장의 역동성과 휘발성을 이해한다면, 포켓몬 고의 미래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인터넷 게임, 모바일 게임, PC 게임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이른바 'e-게임' 시장은 치열한 생존 경쟁터이다. 게임의 종주국 또는 대표 시장을 자처하는 국가에서 폭발적 인기를 모으며 출시됐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져간 게임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저주받은 걸작들'이다. 출시 초기 게이머들의 열광적 지지와 언론의 폭발적 후원, 게임전문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성이 없으면 순식간에 배척받는 것이 게임시장의 냉혹한 법칙이다.

포켓몬 고는 구글 계정을 경유해야 하고 구글맵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법률적 제약조건이 있는 중국이나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급증하는 게임자수를 모든 지역의 모바일 서버망이 감당할 수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신규 게임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문제, 즉 '버그'라 불리는 오류, 아이템별 균형성,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업그레이드 등도 검증되지 않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의 성공이 반드시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거대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게임 자체의 인기와 수익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폭발적인 화제성과 지속 가능성은 별개 문제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게임의 성공 여부는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지만, 핵심은 수익의 지속 가능성이다.(게임을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를 '중독성'이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다수의 온건한 게임자들이 지속적으로 소액의 매출을 올려주거나, 충성도 높은 소수의 마니아들이 지속적으로 고액의 매출을 올려주거나 해야 한다.

닌텐도 사는 이전에는 게임기 매출 중심의 수익 구조에 치중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여느 온라임 게임사처럼 아이템 판매와 협찬 매출 중심으로 수익원을 이동했다는 점에서, 수익 창출의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닌텐도 사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배급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자회사와 외주 개발사를 경유했다는 차이점은 있다.



지속가능성이 있는 게임의 공통적 특징은 기술적 완성도가 공통적으로 높다. 발상의 혁신성이 있다. 그리고 보통은 쉽게 간과하는 스토리와 감수성의 힘이다.

스타크래프트 등 명작으로 손꼽히는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강력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영화의 소재로 차용될 만큼 치밀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통찰력과 과학적 상상력,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녹여 넣고 있다. 이는 아날로그적인 문화적 감수성과도 맥이 닿는다. 신화적 상상력이나 과학적 연구 성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으면 태어날 수 없는 스토리로 가득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포켓몬 고의 진정한 힘은 스토리와 감수성이 아닐까 싶다. 포켓몬은 원래 게임으로 탄생했지만,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모은 것은 만화영화-애니매이션의 힘이다. 게임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애니매이션을 통해 쉽게 포켓몬의 매력에 빨려들었다.

폭력적인 요소도 폭력적이지 않게 보이도록 만드는 영상기법, 게다가 사랑, 우정, 공동체 등 전통적 가치관에 대한 문화적 향수까지 담겨 있다. 포켓몬을 수집하고 키우는 구조가 반복되지만, 각각의 포켓몬마다 독자적인 스토리와 감수성을 지니고 있고, 끊임 없이 교훈을 얻고 감동을 얻는다.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다음 방송을 기다리게 된다.

피카츄로 상징되는 포켓몬의 관련 산업 규모는 각종 캐릭터 시장 등을 합쳐 50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만큼 강력한 문화상품도 찾기 어렵다. 포켓몬 고의 성공 요인 중 간과해서 안되는 점은 바로 이 문화상품으로서의 포켓몬 자체이다.

게임시장을 '기술 맹신', '기발한 착상 맹신'에서 벗어나 '문화적 감수성'과 '지속가능한 스토리의 힘'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포켓몬 고'의 숨겨진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상상력의 기초가 되는 문화와 인문학을 무시한 채 기술개발에만 매달려서는 결코 명품 게임을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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