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故 안치범 씨 ‘명예 성우’로…세상을 밝힌 영웅들

입력 2016.09.23 (21:24) 수정 2016.09.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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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곳은 어디일까요?"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그곳은 가장 먼저 미래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화재현장에 다시 뛰어들어가 이웃들의 생명을 구한 28살 청년 안치범 씨.

그의 이루지 못한 꿈은 바로 성우였습니다.

추모의 물결이 퍼지면서 성우협회가 '명예성우'로 인증하며 안 씨는 채 피우지 못한 꿈을 저 세상에서나마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안 씨는 '살신성인'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며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오늘(23일) 이슈앤뉴스에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안 씨 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준 영웅들.

그리고 우리는 그 영웅들의 희생을 얼마나 잘 기억하고, 또 보답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세상을 따뜻하고 환하게 빛낸 우리들의 '영웅'을 임재성 기자가 조명해봤습니다.

▼세상을 밝힌 이 시대의 숨은 영웅▼

<리포트>

불길에 휩싸인 서울 도심의 빌딩, 사람들이 창문으로 그대로 뛰어내릴 정도로 급박한 순간, 소방 사다리가 다 펴지기도 전에 가장 먼저 올라 인명을 구한 건 회사원 남기형씨였습니다.

<인터뷰> 남기형(당시 화재 현장 4명 구조) :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했는데 연기가 차니까 그런 말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거든요."

불길이 번져가는 버스 안, 버스 기사는 몸이 끼어 옴짝달싹을 못합니다.

그 순간, 버스 안으로 가장 먼저 뛰어들어간 건 스물 여섯, 젊은 간호사였습니다.

<녹취> "잠깐만! 잠깐만!"

간호사의 용기와 이 외침은,

<녹취> "풀린다고! 계속 당기고 있을게 나와요!"

다른 사람들까지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김혜민(당시 버스 기사 구조) : "아저씨 빨리 안 나오면 정말 큰일나겠다 그 생각밖에 없었고.."

터널 교통사고로 차에 갇혀있던 어린이들을 구조하기 위해서 순식간에 뛰어 간 10여 명의 시민들.

놀란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안전하게 보호했습니다.

숨은 영웅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납니다.

난폭운전 차량에 치인 버스 기사.

도로로 뛰어들어 이 기사를 보살핀 건 빨간 책가방을 멘 여고생이었습니다.

이런 살신성인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기도 합니다.

군인이면서 두 딸의 아빠였던 정연승 상사!

남들은 외면했던 교통사고 현장에 주저 없이 혼자 뛰어갔다 또 다른 차량에 치였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 그 소중함을 알려 준 의인들, 그들 하나하나가 이 시대의 '영웅'입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찰나의 순간…선택은 달랐다▼

<기자 멘트>

고 안치범 씨는 연기로 꽉 찬 이 건물 복도를 다니며 이웃들을 대피시켰습니다.

그러면 이 건물 밖에 있던 CCTV 화면을 한번 볼까요.

화재가 난 건물을 막 빠져나온 안 씨가 보입니다.

10여 명의 이웃들이 잠자고 있는 건물 쪽으로 방향을 튼 안 씨.

그리고는 멈칫합니다.

다시 움직이기까지 2초 정도의 짧은 순간, 뭘 고민했던 걸까요.

먼저 눈에 들어온 시꺼먼 연기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을 겁니다.

이어 못 다 이룬 성우의 꿈과 사랑하는 가족, 친구의 얼굴도 스쳐갔을 겁니다.

하지만 뭔가 결심한 듯 건물 안으로 뛰어듭니다.

그 결단의 2초, 건물 안에 있던 이웃 10여 명과 안 씨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입니다.

인도 뉴델리의 길거리에서 스토커가 한 20대 여성을 흉기로 공격하는 장면입니다.

바로 옆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모두 못본 체 합니다.

20여 명이 지나쳐가는 사이 20대 여성은 숨졌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길에 쓰러진 사람을 그냥 지나치고, 소지품을 훔쳐가기까지 합니다.

위급한 상황을 보고 무엇을 할 지 고민하는 그 찰나의 순간.

<인터뷰> 이혜인(인천시 계양구) : "다른 분들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구조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인터뷰> 박보연(서울시 영등포구) : "무서워서 쉽게 구하러 다시 들어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

<인터뷰> 방세화(인천시 계양구) : "상황이 닥쳐온다면 정말 정신없이 도망가기 바빴을텐데..."

영웅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줍니다.

이렇다보니 영웅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구해 의사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한 해 평균 11명 정도.

470만 명 중에 한 명 꼴입니다.

많은 것을 주고 떠난 이들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기억하고있을까요.

정다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대접 못받는 의사자…요건 개선, 적극 발굴해야▼

<리포트>

음주 추돌사고를 낸 뒤 달아나던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틉니다.

사고를 목격한 택시가 추격전을 벌이다 공중전화부스를 들이받습니다.

택시기사는 이 사고로 척수를 다쳐 지체장애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구조 활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상자' 신청을 거부했고, 택시기사는 4년 반 동안의 소송전을 벌인 뒤에야 사실상 구조활동인 만큼 의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녹취> 이모 씨(전직 택시기사/음성변조) : "4년 6개월 끌었는데 사람 미치는 거죠. 수술비 2천만 원이 넘게 나왔지, 아직도 병원을 다니고 있지."

실제로 지난 5년간 의사상자 신청서를 낸 206명 가운데 정부가 이를 인정한 건 절반을 겨우 넘습니다.

구조행위의 적극성 등 지정 요건을 협소하게 해석해 온 데다, 경찰이나 소방 당국의 확인서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터뷰> 이만우(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복지여성팀장) : "서류 제출의 번거로움과 까다로움이 있다.너무 구체적으로 기술하게 돼 있어서 현장 조사가 요구되는 사항이 많아요."

의사상자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3자 신청 허용 등 제도적 보완과 함께 적극적인 의인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정다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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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故 안치범 씨 ‘명예 성우’로…세상을 밝힌 영웅들
    • 입력 2016-09-23 21:28:44
    • 수정2016-09-23 22: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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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곳은 어디일까요?"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그곳은 가장 먼저 미래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화재현장에 다시 뛰어들어가 이웃들의 생명을 구한 28살 청년 안치범 씨.

그의 이루지 못한 꿈은 바로 성우였습니다.

추모의 물결이 퍼지면서 성우협회가 '명예성우'로 인증하며 안 씨는 채 피우지 못한 꿈을 저 세상에서나마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안 씨는 '살신성인'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며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오늘(23일) 이슈앤뉴스에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안 씨 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준 영웅들.

그리고 우리는 그 영웅들의 희생을 얼마나 잘 기억하고, 또 보답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먼저 세상을 따뜻하고 환하게 빛낸 우리들의 '영웅'을 임재성 기자가 조명해봤습니다.

▼세상을 밝힌 이 시대의 숨은 영웅▼

<리포트>

불길에 휩싸인 서울 도심의 빌딩, 사람들이 창문으로 그대로 뛰어내릴 정도로 급박한 순간, 소방 사다리가 다 펴지기도 전에 가장 먼저 올라 인명을 구한 건 회사원 남기형씨였습니다.

<인터뷰> 남기형(당시 화재 현장 4명 구조) :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했는데 연기가 차니까 그런 말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거든요."

불길이 번져가는 버스 안, 버스 기사는 몸이 끼어 옴짝달싹을 못합니다.

그 순간, 버스 안으로 가장 먼저 뛰어들어간 건 스물 여섯, 젊은 간호사였습니다.

<녹취> "잠깐만! 잠깐만!"

간호사의 용기와 이 외침은,

<녹취> "풀린다고! 계속 당기고 있을게 나와요!"

다른 사람들까지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김혜민(당시 버스 기사 구조) : "아저씨 빨리 안 나오면 정말 큰일나겠다 그 생각밖에 없었고.."

터널 교통사고로 차에 갇혀있던 어린이들을 구조하기 위해서 순식간에 뛰어 간 10여 명의 시민들.

놀란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안전하게 보호했습니다.

숨은 영웅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납니다.

난폭운전 차량에 치인 버스 기사.

도로로 뛰어들어 이 기사를 보살핀 건 빨간 책가방을 멘 여고생이었습니다.

이런 살신성인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기도 합니다.

군인이면서 두 딸의 아빠였던 정연승 상사!

남들은 외면했던 교통사고 현장에 주저 없이 혼자 뛰어갔다 또 다른 차량에 치였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 그 소중함을 알려 준 의인들, 그들 하나하나가 이 시대의 '영웅'입니다.

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찰나의 순간…선택은 달랐다▼

<기자 멘트>

고 안치범 씨는 연기로 꽉 찬 이 건물 복도를 다니며 이웃들을 대피시켰습니다.

그러면 이 건물 밖에 있던 CCTV 화면을 한번 볼까요.

화재가 난 건물을 막 빠져나온 안 씨가 보입니다.

10여 명의 이웃들이 잠자고 있는 건물 쪽으로 방향을 튼 안 씨.

그리고는 멈칫합니다.

다시 움직이기까지 2초 정도의 짧은 순간, 뭘 고민했던 걸까요.

먼저 눈에 들어온 시꺼먼 연기에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을 겁니다.

이어 못 다 이룬 성우의 꿈과 사랑하는 가족, 친구의 얼굴도 스쳐갔을 겁니다.

하지만 뭔가 결심한 듯 건물 안으로 뛰어듭니다.

그 결단의 2초, 건물 안에 있던 이웃 10여 명과 안 씨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입니다.

인도 뉴델리의 길거리에서 스토커가 한 20대 여성을 흉기로 공격하는 장면입니다.

바로 옆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모두 못본 체 합니다.

20여 명이 지나쳐가는 사이 20대 여성은 숨졌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길에 쓰러진 사람을 그냥 지나치고, 소지품을 훔쳐가기까지 합니다.

위급한 상황을 보고 무엇을 할 지 고민하는 그 찰나의 순간.

<인터뷰> 이혜인(인천시 계양구) : "다른 분들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구조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인터뷰> 박보연(서울시 영등포구) : "무서워서 쉽게 구하러 다시 들어가지는 못할 것 같아요."

<인터뷰> 방세화(인천시 계양구) : "상황이 닥쳐온다면 정말 정신없이 도망가기 바빴을텐데..."

영웅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용기와 결단력을 보여줍니다.

이렇다보니 영웅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구해 의사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한 해 평균 11명 정도.

470만 명 중에 한 명 꼴입니다.

많은 것을 주고 떠난 이들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기억하고있을까요.

정다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대접 못받는 의사자…요건 개선, 적극 발굴해야▼

<리포트>

음주 추돌사고를 낸 뒤 달아나던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틉니다.

사고를 목격한 택시가 추격전을 벌이다 공중전화부스를 들이받습니다.

택시기사는 이 사고로 척수를 다쳐 지체장애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구조 활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상자' 신청을 거부했고, 택시기사는 4년 반 동안의 소송전을 벌인 뒤에야 사실상 구조활동인 만큼 의상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녹취> 이모 씨(전직 택시기사/음성변조) : "4년 6개월 끌었는데 사람 미치는 거죠. 수술비 2천만 원이 넘게 나왔지, 아직도 병원을 다니고 있지."

실제로 지난 5년간 의사상자 신청서를 낸 206명 가운데 정부가 이를 인정한 건 절반을 겨우 넘습니다.

구조행위의 적극성 등 지정 요건을 협소하게 해석해 온 데다, 경찰이나 소방 당국의 확인서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절차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터뷰> 이만우(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복지여성팀장) : "서류 제출의 번거로움과 까다로움이 있다.너무 구체적으로 기술하게 돼 있어서 현장 조사가 요구되는 사항이 많아요."

의사상자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3자 신청 허용 등 제도적 보완과 함께 적극적인 의인 발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정다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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