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업하고 일자리 잃고…‘김영란법’ 된서리

입력 2017.01.14 (21:17) 수정 2017.01.14 (22:3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백여 일이 지나면서, 부정부패 해소라는 법 취지에 걸맞는 변화들이, 우리 사회 각계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여론도 팽배한데요.

폐업 위기로까지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사연을,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대로변에 위치한 일식당입니다.

점심 손님으로 붐빌 시간이지만 방마다 자리마다 텅 비어 있습니다.

예약 장부를 보여주는 주인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짙게 배였습니다.

<녹취> 김창수(일식당 사장) : "(손님이 가장 많은) 목요일(저녁)에는 손님이 꽉 차야 하거든요. 근데 2팀이죠. 2명, 4명이죠."

매상이 줄어 종업원 16명 중 9명을 퇴직시키다 보니, 종종 주인이 직접 음식도 나르고 설거지도 해야 합니다.

<녹취> 김창수(일식당 사장) : "제가 볼 적에는 (김영란법 시행 뒤에) 40% 정도는 타격이 왔을 거예요. 있는 사람들 전부 주머니의 지갑을 다 닫아버렸어요."

대형 한식당을 운영하는 조영순 씨는 1년 전, 모아둔 적금을 털고 대출까지 받아서 간신히 식당을 개업했습니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녹취> 조영순(한정식집 사장) : "여기만 한 50M, 100M도 안 되는 범위에서 세 집이 문을 닫았어요. 정말 생각이 많아지고 잠이 안 와요."

종업원들의 사정은 더 딱합니다.

30대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아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됐습니다.

두 달 가까이 인력사무소를 전전하고 있지만 아직 소득이 없습니다.

<녹취> 해고된 식당 종업원(음성변조) : "일하던 데가 갑자기 문을 닫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식당 밥 비싸게 못먹게 하는그거..식당 이런 걸로 구해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으니까..."

문닫는 식당들이 늘다 보니 폐업 물품을 처리하는 업체엔 물건들이 쏟아집니다.

업소용 냉장고와 조리기구, 각종 주방용품에, 음식점 그릇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녹취> 김맹호(폐업물품 처리업체 사장) : "몇 개가 아니라 차떼기로 들어오죠. 차떼기로 들어오면, 하루에도 많을 때는 두 번 세 번도 들어 오고..."

급하게 처분했는지 새것과 다름없는 제품들도 눈에 띕니다.

<녹취> "2015년도(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이게."

식품접객업과 유통업 관련 업소 40.5%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고, 음식점 종사자 3만여 명이 1년 새 일터를 잃었습니다.

<녹취> 김맹호(폐업물품 처리업체 사장) : "어떻게 해서 만든 돈인데 하면서 이렇게 될 줄 자기는 꿈에도 몰랐다 그러면서 돌아서서 눈물 뚝뚝 흘리고 너무나 안타까워요."

서울의 대형 화훼 공판장, 1주일에 두 번 열리던 경매가 한 번으로 줄어들면서 활기를 잃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선물용 화훼 거래가 대폭 감소한 게 주원인입니다.

<인터뷰> 권오엽(양재 화훼공판장장) :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 목요일 경매가 50% 이상 감소하고 농가들이 목요일 경매 중단을 요청하였습니다."

오후가 다 지나가도록 개시도 못한 상인들은 말그대로 울상입니다.

팔지 못해 잘라서 버리고 있는 난들도 많습니다.

<녹취> 김현숙(화훼 판매자) : "저번에 신문을 보니까 한 페이지에 인사이 동이 다 이렇게 나와 있는데 난이 하나도 안 나갔어요, 한 개도 안 나갔어 선물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70%가 넘는 국민들이 청탁이나 선물 주고받기 등을 부적절한 행위로 생각하게 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김영란법은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적지 않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심각한 피해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수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르포] 폐업하고 일자리 잃고…‘김영란법’ 된서리
    • 입력 2017-01-14 21:20:04
    • 수정2017-01-14 22:33:31
    뉴스 9
<앵커 멘트>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백여 일이 지나면서, 부정부패 해소라는 법 취지에 걸맞는 변화들이, 우리 사회 각계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여론도 팽배한데요.

폐업 위기로까지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사연을,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대로변에 위치한 일식당입니다.

점심 손님으로 붐빌 시간이지만 방마다 자리마다 텅 비어 있습니다.

예약 장부를 보여주는 주인의 목소리엔 답답함이 짙게 배였습니다.

<녹취> 김창수(일식당 사장) : "(손님이 가장 많은) 목요일(저녁)에는 손님이 꽉 차야 하거든요. 근데 2팀이죠. 2명, 4명이죠."

매상이 줄어 종업원 16명 중 9명을 퇴직시키다 보니, 종종 주인이 직접 음식도 나르고 설거지도 해야 합니다.

<녹취> 김창수(일식당 사장) : "제가 볼 적에는 (김영란법 시행 뒤에) 40% 정도는 타격이 왔을 거예요. 있는 사람들 전부 주머니의 지갑을 다 닫아버렸어요."

대형 한식당을 운영하는 조영순 씨는 1년 전, 모아둔 적금을 털고 대출까지 받아서 간신히 식당을 개업했습니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녹취> 조영순(한정식집 사장) : "여기만 한 50M, 100M도 안 되는 범위에서 세 집이 문을 닫았어요. 정말 생각이 많아지고 잠이 안 와요."

종업원들의 사정은 더 딱합니다.

30대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일하던 식당이 문을 닫아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됐습니다.

두 달 가까이 인력사무소를 전전하고 있지만 아직 소득이 없습니다.

<녹취> 해고된 식당 종업원(음성변조) : "일하던 데가 갑자기 문을 닫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식당 밥 비싸게 못먹게 하는그거..식당 이런 걸로 구해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으니까..."

문닫는 식당들이 늘다 보니 폐업 물품을 처리하는 업체엔 물건들이 쏟아집니다.

업소용 냉장고와 조리기구, 각종 주방용품에, 음식점 그릇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녹취> 김맹호(폐업물품 처리업체 사장) : "몇 개가 아니라 차떼기로 들어오죠. 차떼기로 들어오면, 하루에도 많을 때는 두 번 세 번도 들어 오고..."

급하게 처분했는지 새것과 다름없는 제품들도 눈에 띕니다.

<녹취> "2015년도(에 만들어진) 것이에요. 이게."

식품접객업과 유통업 관련 업소 40.5%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매출이 감소했고, 음식점 종사자 3만여 명이 1년 새 일터를 잃었습니다.

<녹취> 김맹호(폐업물품 처리업체 사장) : "어떻게 해서 만든 돈인데 하면서 이렇게 될 줄 자기는 꿈에도 몰랐다 그러면서 돌아서서 눈물 뚝뚝 흘리고 너무나 안타까워요."

서울의 대형 화훼 공판장, 1주일에 두 번 열리던 경매가 한 번으로 줄어들면서 활기를 잃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선물용 화훼 거래가 대폭 감소한 게 주원인입니다.

<인터뷰> 권오엽(양재 화훼공판장장) :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 목요일 경매가 50% 이상 감소하고 농가들이 목요일 경매 중단을 요청하였습니다."

오후가 다 지나가도록 개시도 못한 상인들은 말그대로 울상입니다.

팔지 못해 잘라서 버리고 있는 난들도 많습니다.

<녹취> 김현숙(화훼 판매자) : "저번에 신문을 보니까 한 페이지에 인사이 동이 다 이렇게 나와 있는데 난이 하나도 안 나갔어요, 한 개도 안 나갔어 선물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70%가 넘는 국민들이 청탁이나 선물 주고받기 등을 부적절한 행위로 생각하게 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김영란법은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적지 않은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심각한 피해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수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