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유라시아 신실크로드를 가다

입력 2017.01.14 (22:10) 수정 2017.01.1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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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를 아십니까?

중앙아시아의 대국이기도 하고, 방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1930년대 말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많은 고려인들이 살고 있기도 하죠,

이런 카자흐스탄이 중국의 '일대일로', 다른 말로 '신실크로드' 전략으로 요즘 더 각광받고 있는데요,

저성장 국면에서 우리에게도 기회이자 돌파구가 될 지 모르는 이곳에 하준수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눈 덮힌 천산 산맥 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도로, 그 옛날 동서양의 문물이 오가던 실크로드입니다.

카자흐스탄의 제2의 도시 알마티에서 중국의 서쪽끝 국경까지 350km.

험준한 고개를 넘어 자동차로 6시간이나 걸립니다.

카자흐스탄과 중국의 국경지역, 호르고스입니다.

카자흐스탄과 중국은 지난 2012년 공동으로 '국경협력센터'를 개설했습니다.

총면적 560ha 가운데 카자흐스탄쪽이 217ha, 중국쪽이 343ha로, 면세점과 호텔, 비즈니스 센터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센터 한 가운데로 국경선이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이 빨간선을 넘어가면 곧바로 중국 땅입니다. 카자흐스탄과 중국 두나라 국민들은 비자 없이 30일 동안 이곳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습니다.

쇼핑센터에는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에서 넘어온 상품들이 넘쳐 납니다.

이곳에 입주한 상점은 3천여 곳, 시중보다 30% 값이 싸 인기가 높습니다.

<녹취> 동밍(중국 이닝시 거주) : "(화장품 품질이 좋습니까?) 한국 화장품의 품질이 좋아서 여기서만 구입합니다."

비행기로 5시간이나 걸리는 중국 저장성에서 장사를 나온 상인도 있습니다.

<녹취> 칭용화(중국 저장성) : "중국 내에서는 경쟁이 심해 돈벌기 어려운데, 이곳은 국경지대여서 물건이 더 잘 팔립니다."

지난해말까지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3백만 명이 넘습니다.

<녹취> 부두코프(호르고스 국경협력센터 국제관계국장) : "사람과 화물,상품이 카자흐스탄과 중국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핵심 특징입니다."

호르고스가 아시아 상품이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는 물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잘 닦인 교통망이 있습니다.

국경 근처의 알뜬꼴 역은 지난 2013년 문을 열었습니다.

일주일에 40차례 중국에서 화물기차가 들어옵니다.

여기에 들어온 화물은 다시 중앙아시아, 페르시아만, 유럽 등지로 흩어집니다.

핵심은 바로 유럽으로 가는 화물입니다.

중국 동부 해안에서 화물을 싣고 유럽까지 가는데 바닷길로는 50일이 넘게 걸리지만 중국 내륙과 중앙아시아를 거치는 철도를 이용하면 15일 정도로 운송 기간이 대폭 줄어듭니다.

명실공히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관문입니다.

<녹취> 운타크바예프(알뜬꼴 역장) : "세관 서류 등 모든 통관절차가 여기 알뜬꼴 역에서 이뤄집니다. 독일까지 어떤 장애물도 없이 곧바로 갑니다. 알뜬꼴 역이 신실크로드의 출발점인 것이죠."

알뜬꼴 역 근처에 자리잡은 특별경제구역입니다.

130ha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에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내륙항이 있습니다.

알뜬꼴로 들어온 컨테이너 화물은 이곳에서 환적하는데, 연간 50만 TEU를 처리하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무게 41톤의 거대한 크레인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고, 그 사이로 중국 철로 3개와 카자흐스탄 철로 3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중국은 표준궤(1435mm), 카자흐스탄과 CIS 국가들은 광궤(1520mm)로 각기 철로 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녹취> 함진(호르고스 게이트웨이 사장) : "중국 화물차가 이쪽 표준궤로 들어오면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서 광궤쪽에 대기중인 열차에 옮겨 싣는 겁니다."

해발 3200미터의 천산, 흰눈에 뒤덮인 천산 산맥이 카자흐스탄 제2의 도시 알마티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고도 800 미터에 위치한 알마티는 인구 155만에 카자흐스탄의 최대 경제도시입니다.

알마티는, 국경도시 호르고스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신실크로드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알뜬꼴 역이 개설되면서 알마티까지 새로 360km의 철길이 뚫렸습니다.

중국에서 호르고스를 거쳐 알마티로 들어온 물동량의 80%는 다시 중앙아시아로 나머지 20%는 유럽으로 향합니다.

이곳에 자리 잡은 우리 기업도 상대적인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TV 제품의 부품을 전량 한국과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신실크로드를 이용하면서 운송 기간이 열흘 정도 단축된 겁니다.

원래 철도 운임은 항공운임과 해상운임의 중간정도인데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떄문에 더 유리해졌다고 합니다.

<녹취> 최광호(범한판토스 카자흐스탄 법인 과장) : "원가로 따지면 유럽까지 가는데 7,8천불 이상 나와야 정상인데, 중국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니까 지금 4,5천불 대로 운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서유럽과 서중국을 연결하는 국제교통 회랑, 이른바 '쌍서 도로' 건설 현장입니다.

중국 동부의 렌윈강을 출발해 호르고스를 거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총길이가 8445km에 이릅니다.

카자흐스탄 통과 구간은 2,787km,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곳곳에서 도로 건설 작업이 한창입니다.

2014년 '누를리 졸'로 불리는 국가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선진국 30위 반열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도로망 구축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해외, 특히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용천(주카자흐스탄 대사) : "앞으로 육로를 통해서도 새로운 교통, 철도망이 구축되면 빠른 시간 내에 유럽과 중동을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을 놓치게 되면 아마 우리 로서는 평생 후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월드뱅크에서 각국의 물류 처리 능력을 평가한 지수가 현재 80위권인데, 이를 40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어서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녹취>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 북한인프라연구소장) : "우리나라는 물류능력이 20위권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IT 뿐만 아니라 선진물류 기술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협력 관계가 창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 고도 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라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시기 해양 발전의 동력에 기대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면 이제는 새롭게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유라시아 대륙을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하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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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유라시아 신실크로드를 가다
    • 입력 2017-01-14 22:15:00
    • 수정2017-01-14 22:34:35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여러분,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를 아십니까?

중앙아시아의 대국이기도 하고, 방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1930년대 말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많은 고려인들이 살고 있기도 하죠,

이런 카자흐스탄이 중국의 '일대일로', 다른 말로 '신실크로드' 전략으로 요즘 더 각광받고 있는데요,

저성장 국면에서 우리에게도 기회이자 돌파구가 될 지 모르는 이곳에 하준수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눈 덮힌 천산 산맥 줄기와 나란히 달리는 도로, 그 옛날 동서양의 문물이 오가던 실크로드입니다.

카자흐스탄의 제2의 도시 알마티에서 중국의 서쪽끝 국경까지 350km.

험준한 고개를 넘어 자동차로 6시간이나 걸립니다.

카자흐스탄과 중국의 국경지역, 호르고스입니다.

카자흐스탄과 중국은 지난 2012년 공동으로 '국경협력센터'를 개설했습니다.

총면적 560ha 가운데 카자흐스탄쪽이 217ha, 중국쪽이 343ha로, 면세점과 호텔, 비즈니스 센터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센터 한 가운데로 국경선이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이 빨간선을 넘어가면 곧바로 중국 땅입니다. 카자흐스탄과 중국 두나라 국민들은 비자 없이 30일 동안 이곳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습니다.

쇼핑센터에는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에서 넘어온 상품들이 넘쳐 납니다.

이곳에 입주한 상점은 3천여 곳, 시중보다 30% 값이 싸 인기가 높습니다.

<녹취> 동밍(중국 이닝시 거주) : "(화장품 품질이 좋습니까?) 한국 화장품의 품질이 좋아서 여기서만 구입합니다."

비행기로 5시간이나 걸리는 중국 저장성에서 장사를 나온 상인도 있습니다.

<녹취> 칭용화(중국 저장성) : "중국 내에서는 경쟁이 심해 돈벌기 어려운데, 이곳은 국경지대여서 물건이 더 잘 팔립니다."

지난해말까지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3백만 명이 넘습니다.

<녹취> 부두코프(호르고스 국경협력센터 국제관계국장) : "사람과 화물,상품이 카자흐스탄과 중국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프로젝트의 핵심 특징입니다."

호르고스가 아시아 상품이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는 물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잘 닦인 교통망이 있습니다.

국경 근처의 알뜬꼴 역은 지난 2013년 문을 열었습니다.

일주일에 40차례 중국에서 화물기차가 들어옵니다.

여기에 들어온 화물은 다시 중앙아시아, 페르시아만, 유럽 등지로 흩어집니다.

핵심은 바로 유럽으로 가는 화물입니다.

중국 동부 해안에서 화물을 싣고 유럽까지 가는데 바닷길로는 50일이 넘게 걸리지만 중국 내륙과 중앙아시아를 거치는 철도를 이용하면 15일 정도로 운송 기간이 대폭 줄어듭니다.

명실공히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관문입니다.

<녹취> 운타크바예프(알뜬꼴 역장) : "세관 서류 등 모든 통관절차가 여기 알뜬꼴 역에서 이뤄집니다. 독일까지 어떤 장애물도 없이 곧바로 갑니다. 알뜬꼴 역이 신실크로드의 출발점인 것이죠."

알뜬꼴 역 근처에 자리잡은 특별경제구역입니다.

130ha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에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내륙항이 있습니다.

알뜬꼴로 들어온 컨테이너 화물은 이곳에서 환적하는데, 연간 50만 TEU를 처리하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무게 41톤의 거대한 크레인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고, 그 사이로 중국 철로 3개와 카자흐스탄 철로 3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중국은 표준궤(1435mm), 카자흐스탄과 CIS 국가들은 광궤(1520mm)로 각기 철로 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녹취> 함진(호르고스 게이트웨이 사장) : "중국 화물차가 이쪽 표준궤로 들어오면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서 광궤쪽에 대기중인 열차에 옮겨 싣는 겁니다."

해발 3200미터의 천산, 흰눈에 뒤덮인 천산 산맥이 카자흐스탄 제2의 도시 알마티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습니다.

고도 800 미터에 위치한 알마티는 인구 155만에 카자흐스탄의 최대 경제도시입니다.

알마티는, 국경도시 호르고스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신실크로드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알뜬꼴 역이 개설되면서 알마티까지 새로 360km의 철길이 뚫렸습니다.

중국에서 호르고스를 거쳐 알마티로 들어온 물동량의 80%는 다시 중앙아시아로 나머지 20%는 유럽으로 향합니다.

이곳에 자리 잡은 우리 기업도 상대적인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TV 제품의 부품을 전량 한국과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신실크로드를 이용하면서 운송 기간이 열흘 정도 단축된 겁니다.

원래 철도 운임은 항공운임과 해상운임의 중간정도인데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떄문에 더 유리해졌다고 합니다.

<녹취> 최광호(범한판토스 카자흐스탄 법인 과장) : "원가로 따지면 유럽까지 가는데 7,8천불 이상 나와야 정상인데, 중국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니까 지금 4,5천불 대로 운임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서유럽과 서중국을 연결하는 국제교통 회랑, 이른바 '쌍서 도로' 건설 현장입니다.

중국 동부의 렌윈강을 출발해 호르고스를 거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총길이가 8445km에 이릅니다.

카자흐스탄 통과 구간은 2,787km,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곳곳에서 도로 건설 작업이 한창입니다.

2014년 '누를리 졸'로 불리는 국가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선진국 30위 반열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도로망 구축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해외, 특히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용천(주카자흐스탄 대사) : "앞으로 육로를 통해서도 새로운 교통, 철도망이 구축되면 빠른 시간 내에 유럽과 중동을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을 놓치게 되면 아마 우리 로서는 평생 후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월드뱅크에서 각국의 물류 처리 능력을 평가한 지수가 현재 80위권인데, 이를 40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어서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녹취>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유라시아 북한인프라연구소장) : "우리나라는 물류능력이 20위권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IT 뿐만 아니라 선진물류 기술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협력 관계가 창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경제는 지금 고도 성장의 한계점에 다다라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시기 해양 발전의 동력에 기대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면 이제는 새롭게 역동적으로 꿈틀대는 유라시아 대륙을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하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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